23화

미래는 도윤을 회의에서 뺐다

포기한 선택을 다시 여는 장학생 · 2026.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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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도윤을 회의에서 뺐다.

이유는 두 개였고, 둘 다 계약서에 안 적혀 있었다.

첫째, 도윤이 있으면 조항이 도윤에게 맞춰진다. 이 사람은 회의에서 늘 다음 순서를 제시하고, 다음 순서가 나오면 사람들은 그걸 따른다.

둘째, 미래는 오늘 자기 얘기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도윤 앞에서는 안 할 것이다.

정확히는 뺀 게 아니었다. 회의 시간을 도윤의 야간 훈련 시간으로 잡았다. 결과는 같았다.

“이거 알면 화낼 텐데.” 서린이 강의실 문을 닫았다.

“화내면 그때 말할게요.”

빈 강의실에 둘이 앉았다. 가람은 청음 과부하 회복 중이라 빠졌다. 정확히는 미래가 빼 줬다.

칠판에 미래가 조항 초안을 썼다.

제십팔조. 당사자는 승인 후에도 마음을 바꿀 수 있다.

서린이 그 줄을 읽고 즉시 반박했다.

“언제까지.” 서린이 분필을 집었다.

“…그게 문제예요.”

“그게 전부 문제야.” 서린이 일어나서 칠판 옆에 섰다. “지하에서 백지훈이 열일곱 초라고 했어. 그 사람이 십육 초에 마음을 바꿨으면 어떻게 됐어?”

“중단해요.” 미래가 즉시 답했다.

“중단하면 그 사람 반쯤 나온 상태로 배관에 걸려.”

미래는 그 그림을 떠올렸다. 떠올리고 나서 자기 조항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시간을 정해요. 사용 시작 전까지만 철회 가능.”

“그건 지금 조항이랑 같아.” 서린이 말했다. “승인 뒤 철회를 넣겠다는 게 네 말이었어.”

“맞아요.”

“왜 넣고 싶어.”

미래는 그 질문에 준비된 답이 있었다. 준비된 답을 말하기 전에 준비되지 않은 답이 먼저 나왔다.

“사 년 전에 제가 서명한 계약서에 철회 조항이 없었어요.”

서린이 칠판에서 손을 뗐다.

“그 얘긴 안 물어보기로 했어.”

“안 물어봤어요. 제가 말했어요.”

“…그럼 계속해.”

“그 계약서 서명한 게 저희 아버지예요. 제가 열여덟이었고, 저는 안 읽었어요.” 미래는 그 문장을 짧게 말했다. “읽었어도 못 바꿨을 거예요. 철회 조항이 없었으니까요.”

“지금도 못 바꿔?”

“못 바꿔요.”

서린은 그 대답을 받고 아무 위로도 하지 않았다. 미래는 그게 고마웠다.

“그러면 네 조항은 네 계약서 때문에 만드는 거야?”

“그것도 있어요.”

“그러면 그건 위험해.” 서린이 말했다. “네 이유로 만든 조항이 지하에서 사람을 배관에 걸리게 하면, 그건 네 계약서 복수가 되는 거야.”

미래는 그 말이 잔혹하다고 생각했다. 잔혹한데 틀리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해요.”

“시험해.”

“시험하면 사람이 필요해요.”

“내가 할게.” 서린이 검을 꺼냈다. “내가 고정하고, 네가 철회해.”

“유서린 학생 값이—”

“오늘 세 번이면 견뎌.”

미래는 그 숫자를 적었다. 세 번. 다음에 이 사람이 몇 번 남았는지 알아야 했다.

모의 규칙 시험은 세 번 했다.

첫 번째는 위험도 낮은 상황이었다. 실습장 안의 물건 회수. 승인한 학생이 오 초 뒤에 철회했다.

철회 시점에 도윤은 없었으므로, 서린이 대역을 했다. 검을 켜고 물건을 고정한 뒤, 철회 신호에 즉시 풀었다.

결과는 아무 문제 없었다. 물건이 떨어졌고, 점수를 잃었다.

“이건 되네요.” 미래가 적었다.

두 번째는 위험도 중간이었다. 사람이 매달린 상태. 승인 뒤 철회.

서린이 고정을 풀면 그 사람이 이 미터 떨어진다. 매트 위였다.

“못 풀어.” 서린은 검을 켠 채로 말했다.

“철회했어요.”

“풀면 다쳐. 철회했다고 다치게 하는 건 철회권이 아니야.”

미래가 그 상황을 적었다. 철회 불가 조건 후보 하나.

세 번째는 위험도 높은 상황이었다. 붕괴 진행 중. 승인 뒤 십 초, 철회.

미래가 이번에는 대역을 맡았다. 매달리는 쪽이었다.

“저 지금 철회할게요.”

서린이 고정을 유지했다. 풀지 않았다.

“왜 안 풀어요.”

“지금 풀면 네가 떨어져.”

“그러면 제 철회권은 뭐가 돼요?”

“없어.” 서린의 대답이 짧았다.

미래는 그 자리에 매달린 채로 그 대답을 들었다. 발밑이 이 미터였고, 아래는 매트였고, 그럼에도 발이 없는 감각은 정확했다.

서린이 그녀를 내려 준 뒤에 미래가 말했다.

“위험도가 높으면 철회권이 사라져요.”

“사라지는 게 아니야. 값이 달라져.”

“무슨 뜻이에요?”

“낮은 위험에서는 철회하면 점수를 잃어. 높은 위험에서는 철회하면 몸을 잃어.” 서린이 검을 집어넣었다. “둘 다 철회권이야. 값이 다른 거야.”

미래는 칠판으로 갔다. 조항을 세 줄로 다시 썼다.

쓰면서 그녀는 자기 계약서를 다시 떠올렸다. 사 년 전 그 종이에는 위험도 구분이 없었다. 철회 조항이 없는 게 아니라, 철회할 상황을 아예 상정하지 않은 서식이었다.

상정하지 않는 것과 금지하는 것 중에 뭐가 더 나쁜지 미래는 아직 결론이 없었다.

제십팔조. 당사자는 승인 후에도 철회할 수 있다.

위험도 하. 철회 즉시 중단한다. 손실은 점수와 시간에 한한다.

위험도 중. 철회 시 즉시 중단이 신체 위험을 만들면, 사용자는 안전 지점까지만 계속하고 그 뒤 중단한다.

위험도 상. 철회는 기록되지만 즉시 중단은 유예된다. 유예 사실을 당사자에게 즉시 알린다.

“마지막 줄이 문제야.” 서린이 말했다. “유예는 무시랑 뭐가 달라.”

“알린다는 게 달라요.”

“알려 주고 계속하는 게 뭐가 좋아.”

“그 사람이 나중에 이의를 걸 수 있어요.” 미래가 말했다. “무시하면 기록이 없어요. 유예하면 기록이 있어요.”

서린은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그리고 자기 조항을 하나 붙였다.

“유예를 결정한 사람 이름을 같이 적어.”

“그건 사용자예요.”

“사용자 혼자 정하면 사용자가 유리한 쪽으로 위험도를 매겨.” 서린이 말했다. “위험도는 다른 사람이 정해.”

미래는 그 줄을 넣었다. 위험도 판정은 사용자 아닌 조원이 한다.

임시안 첫 적용은 다음 날이었다.

구조 실습이었고, 대상은 실제 학생이었다. 이 학년 여학생, 이름은 조하린. 실습 중 발판에 발이 끼였다.

위험도 판정은 미래가 했다. 중.

“조하린 학생, 비용 고지할게요.” 미래가 읽었다. “한도윤 학생이 학생이 포기한 발 빼기 동작을 열 겁니다. 최대 십오 초입니다. 학생은 왜 발을 빼려 했는지 일부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승인 후에도 철회할 수 있습니다. 철회하면 즉시 중단이 안 될 수 있고, 그 경우 저희가 알려 드립니다.”

“…승인해요.” 조하린의 목소리가 작았다.

도윤이 왼손을 올렸다. 열기 직전이었다.

“잠깐만요.”

조하린의 목소리였다.

“철회할게요.”

도윤의 손이 멈췄다. 아무도 왜냐고 묻지 않았다.

“괜찮으세요?” 미래가 물었다.

“발은 아파요. 근데 제가 왜 빼려고 했는지를 잃는다는 게…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조하린이 말했다. “모르는 걸 잃기는 싫어요.”

미래가 그 문장을 적었다. 철회 사유. 손실 내용이 이해되지 않음.

구조는 안전 인원이 절단기로 했다. 십사 분 걸렸다.

십사 분 동안 조하린은 발판에 끼여 있었다. 아파했고, 두 번 울었고, 한 번 미안하다고 했다.

미래는 그 세 가지를 다 적었다. 특히 미안하다고 한 것을 적었다. 철회한 사람이 미안해하는 구조라면 조항이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7조의 점수는 영이었다. 구조 미참여.

“전부요?” 가람이 물었다.

“전부예요.” 미래가 점수표를 봤다. “철회된 승인은 참여 실적이 안 돼요.” 표에는 영이라는 숫자가 네 번 있었다.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래는 그가 무슨 계산을 하는지 알 것 같았고, 알 것 같다는 게 걱정됐다.

“학생.” 미래가 먼저 말했다. “지금 뭐 생각해요?”

“열었으면 십오 초에 끝났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거 말해 준 건 고마워요.”

“고마운 게 아니야. 그 생각이 났다는 게 문제야.” 도윤이 왼손을 봤다. “아까 조하린이 철회할 때, 나는 안도한 게 아니라 아까웠어.”

“그럼 그것도 적을게요.”

“적어.”

미래는 그 항목을 장부에 넣었다. 사용자 내적 반응, 자발 진술. 그 아래에 한 줄 더 썼다. 진술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그 줄 왜 붙여요?” 서린이 물었다.

“안 붙이면 다음에 안 말해요.”

서린이 그 줄을 확인하고 서명했다. 도윤도 서명했다.

회의 시간을 몰래 옮긴 얘기는 아무도 꺼내지 않았다. 미래는 그게 이 조의 미덕인지 결함인지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조하린이 절단기 옆에서 미래를 불렀다.

“저기요. 그 조항 있잖아요. 철회하면 알려 준다는 거요.”

“예.”

“그거 누가 만들었어요?”

“제가요.”

“고마워요.” 조하린이 말했다. “저 아까 철회할 때, 그 조항 있는 거 듣고 철회했어요. 없었으면 그냥 승인했을 거예요.”

미래는 그 말을 장부에 적지 않았다. 대신 자기 메모지에 적었다.

점수 영, 철회 일 건. 그 조항이 있어서 철회했다고 함.

그 아래에 한 줄 더 있었다. 미래는 그 줄을 쓸지 삼십 초 고민했다.

이 조항을 만든 이유 중에 내 계약서가 있다. 유서린은 안다. 도윤과 가람은 모른다.

썼다. 메모지에만 썼다.

저녁에 미래는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삼 주 만이었다.

“아빠. 사 년 전 계약서요. 그거 사본 있어요?”

“왜.” 아버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조항 하나 확인하려고요.”

수화기 저쪽이 조용했다. 미래는 그 침묵의 길이로 아버지가 무슨 얼굴인지 알 수 있었다.

“미래야, 그건 아빠가—”

“철회 조항 없는 거 알아요.” 미래가 말했다. “그거 확인하려는 게 아니에요. 부속서 있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부속서?” 아버지가 되물었다.

“계약서에 딸린 별도 문서요. 인장 세 개 찍힌 거요.”

긴 침묵이 왔다. 그리고 아버지가 말했다.

“그건 회사 문서야. 아빠도 못 봐.” 대답이 준비된 것처럼 빨랐다.

미래는 전화를 끊고 그 문장을 적었다. 확인 불가. 다음 경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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