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새벽 네 시에 연무장 조명은 절반만 켜진다

포기한 선택을 다시 여는 장학생 · 2026.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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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 시에 연무장 조명은 절반만 켜진다.

도윤은 그 시간을 삼 일 전부터 쓰고 있었다. 삼 일 전은 계약 성립 다음 날이었고, 상위 조가 공개 도전을 걸었던 날이었다.

미래는 다음 주 안에 가람의 판단 시간을 열 번 재자고 했다. 열 번 재면 데이터가 나온다. 데이터가 나오면 조항을 고칠 수 있다.

도윤의 계산은 달랐다. 열 번 재는 데 일주일이 걸리고, 삼 분 실습은 모레다.

모레까지 조항을 고칠 방법은 없다. 그러면 사람이 빨라지면 된다.

도윤은 그 절반 아래에서 삼 분 타이머를 열여덟 번 돌렸다.

삼 분 안에 해야 할 것을 순서로 적어 놓았다. 감지 이십 초, 비용 고지 이십 초, 승인 요청 십 초, 승인 대기 십 초, 사용 최대 삼십삼 초, 후속 확인 삼십 초. 합계 이 분 삼 초.

계산으로는 됐다. 계산으로 되는 건 늘 됐다.

문제는 승인 대기 십 초였다. 그 십 초는 도윤이 줄일 수 없다. 미래가 계산하고 가람이 듣는 시간이었다.

줄일 수 있는 건 자기 몫이었다. 감지 이십 초를 십 초로, 후속 확인 삼십 초를 십오 초로. 그러면 이십오 초가 남는다.

이십오 초를 남기면 조원들이 그만큼 여유를 갖는다. 도윤은 그 계산이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든다는 게 이 계산의 위험한 부분이었다.

열여덟 번째에서 왼손이 뜨거워졌다.

능력을 안 썼는데 뜨거워졌다. 선 하나가 아니었다. 두 개였다.

도윤은 장갑을 벗지 않았다. 벗으면 세어야 한다.

지난주에 그는 자기 노트에 세 줄을 적었다. 첫날 몇 초, 재현실 십여 분, 지하 여섯 시간.

오늘 네 번째 줄이 필요했다. 사용 없음, 두 개, 십오 분.

네 번째 줄은 앞의 세 줄과 종류가 달랐다. 앞의 셋은 사용 뒤였고, 이건 사용 없이 왔다.

도윤은 그 줄을 적지 않았다. 적으면 네 줄이 되고, 네 줄이 되면 방향이 확정된다.

대신 그는 찬물에 손을 담갔다. 십오 분 담갔고, 열이 내려갔다. 내려간 열은 다시 올라오지 않았고, 도윤은 그걸 해결이라고 정리했다.

정리하고 나서 연무장 정비실에 갔다. 다음 실습에 쓸 구조물 장비가 있었다.

고정 클램프 넷 중 하나가 헐거웠다. 도윤은 그걸 고쳤다. 고치는 데 사십 분 걸렸고, 그건 자기 조 장비가 아니었다.

상위 조 장비였다.

미래가 그를 찾은 건 아침 일곱 시였다.

“학생, 어제 몇 시에 잤어요?” 미래는 인사를 생략했다.

“…두 시.”

“두 시에 자면 지금 여기 없어요.” 미래가 정비실 문틀에 기댔다. “연무장 출입 기록 봤어요. 세 시 오십 분이요.”

“출입 기록 왜 봐.” 도윤이 클램프에서 손을 뗐다.

“조 공유 항목이에요.”

도윤은 그걸 몰랐다. 몰랐다고 말하면 안 읽었다는 게 되고, 안 읽었다고 하면 미래가 계약서를 다시 설명할 것이다.

“운영비야.” 도윤이 먼저 말했다.

“뭐가요?”

“새벽 훈련. 삼 분 맞추려면 내가 줄여야 하는 시간이 있어.” 도윤이 클램프를 내려놓았다. “그거 운영비야. 조에 청구 안 해.”

미래는 그 대답을 즉시 받지 않았다. 대신 클램프를 봤다.

“이거 우리 조 거 아니에요.”

“응.”

“왜 고쳤어요?” 미래가 클램프를 들어 봤다.

“헐거웠어. 다음 실습에서 저 조가 쓰면 사고 나.”

“그럼 신고하면 돼요. 정비 요청 서식 있어요.”

“신고하면 이틀 걸려.”

“이틀 걸려요.” 미래가 인정했다. “그리고 학생이 사십 분 걸려서 고치면 저 조는 학생한테 빚이 생겨요. 빚 생기면 다음에 저쪽이 우리한테 뭘 양보해요. 그거 계산했어요?”

도윤은 계산하지 않았다. 계산했으면 안 고쳤을지도 몰랐다.

“안 했어.”

“그게 문제예요.” 미래가 클램프를 내려놓았다.

미래는 장부를 폈다. 회복 비용 항목이 있었다.

“학생, 이 칸이 비어 있어요.”

“뭐가.”

“지난주 지하 구조요. 열일곱 초 사용했고, 회복 비용 칸이 비어 있어요.” 미래가 그 칸을 짚었다. “다른 항목은 다 채워졌어요. 비용 고지, 승인, 종료, 손실 확인. 회복만 없어요.”

“회복은 내 몸이야.” 도윤이 장부를 밀어 놓았다.

“학생 몸도 조 자원이에요.”

“그건 좀—”

“계약 십삼조요.” 미래가 조항을 읽었다. “사용 전 비용을 말로 고지한다. 대상, 시간, 상대가 잃을 것. 세 개예요.”

“그럼 내가 잃는 건 조항에 없잖아.”

미래의 손이 멈췄다.

그건 사실이었다. 조항 세 개는 상대가 잃을 것만 다뤘다. 사용자가 잃는 건 안 적혀 있었다.

“…없어요.”

“없으면 미고지가 아니야.”

“그렇게 읽으면 미고지가 아니에요.” 미래는 그 문장을 인정하고 나서 펜을 들었다. “근데 그건 조항이 부족한 거예요. 학생이 정직한 게 아니고요.”

“그 둘이 뭐가 달라.”

“조항이 부족하면 고쳐요. 정직한 사람은 안 고쳐도 돼요.” 미래가 말했다. “학생은 지금 고쳐야 하는 쪽이에요.”

도윤은 그 구분에 반박하지 못했다.

“조항 추가할게요.”

“지금?” 도윤이 물었다.

“지금 안 하면 이 대화가 학생한테 유리한 채로 끝나요.”

미래는 새 줄을 썼다. 제십칠조. 사용자 자신의 비용도 고지 대상에 포함한다.

그리고 멈췄다.

“이거 지금 못 넣어요. 조 전체 승인 필요해요.”

“그럼 나중에 넣어.”

“나중에 넣을 거예요. 근데 지금 물어볼게요.” 미래가 펜을 놓았다. “학생 지금 아파요?”

도윤은 그 질문에 두 가지로 답할 수 있었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그렇다고 하면 다음 실습에서 빠져야 한다.

삼 분 실습은 모레였다. 상위 조가 공개 도전을 걸었고, 7조가 동의했다.

“괜찮아.” 도윤은 왼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미래는 그 대답을 적었다. 적는 걸 도윤이 봤다.

“적어?”

“적어요. 나중에 아니었으면 이 줄이 근거가 돼요.”

그날 오후 도윤은 조 장비도 전부 점검했다. 서린의 고정 철근 각도를 다시 계산했고, 가람의 청음 보조기 배터리를 갈았고, 미래의 계측기 영점을 맞췄다.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다.

서린이 철근을 받으면서 각도표를 봤다.

“이거 내 계산이랑 다르네.” 서린이 각도표를 창가로 들었다.

“이 도가 더 안전해.”

“안전한 건 알아. 근데 내 것보다 좋은 걸 네가 만들면, 다음에 내가 계산 안 해.”

도윤은 그 문장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건 좀 억지야. 좋은 걸 쓰면 되잖아.”

“이번엔 그래. 열 번 그러면 내 손이 그 계산을 잊어.” 서린이 각도표를 돌려줬다. “내가 다시 계산할게. 네 표는 옆에 둬.”

“그게 뭐가 달라.”

“내 계산이 남아.”

미래가 계측기를 받으면서는 다른 걸 물었다.

“영점 맞추는 데 얼마 걸렸어요?”

“이십 분.”

“그거 제가 하면 오 분이에요.” 미래가 계측기를 확인했다. “저는 이 기계 삼 년 썼어요.”

“…그럼 왜 안 했어.”

“어제 안 했어요. 시간이 없었어요.” 미래가 말했다. “학생이 이십 분 써서 제 오 분을 벌어 줬어요. 그거 손해예요.”

가람이 청음 보조기를 받으면서 물었다.

“이거 왜 네가 해?” 가람이 보조기를 받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시간 남아.” 도윤이 보조기를 건넸다.

“나 이거 어제 갈았어.” 가람이 배터리를 봤다. “새 걸 또 갈았네.”

도윤은 그 말에 대답할 문장이 없었다.

“도윤아, 잠깐만.”

가람이 그 앞에 서서 십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윤은 그 십 초가 뭔지 알았다. 듣는 시간이었다.

“왜.”

“네 목소리에 하나 더 있어.”

“…뭐가.”

“무서움이야. 네 건 아니야.” 가람이 말했다. “첫날에 그 사람, 강준이라고 했지. 그 사람 목소리에서 들은 거랑 같아.”

도윤의 손이 왼쪽 장갑으로 갔다.

“그 사람 무서움이 네 목소리에 겹쳐서 나. 두 겹이야.”

“그건… 그때 겪은 거야. 지나갔어.”

“지나간 건 안 들려.” 가람이 말했다. “나는 지금 들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몰라.” 가람은 그 대답을 빠르게 했다. “근데 두 겹인 소리는 하나가 빠질 때까지 안 사라져.”

“빠지면 어떻게 되는데.”

“두 겹 중에 뭐가 빠지는지는 내가 안 정해.”

도윤은 그 문장에서 처음으로 무서웠다. 가람은 겁주려고 말한 게 아니었다. 자기가 모르는 걸 정확히 말했을 뿐이었다.

“가람아. 이거 미래한테 말할 거야?”

가람이 그를 봤다. 그 질문이 부탁인지 확인인지 재는 시간이 있었다.

“말할 거야.”

“…그래.”

“근데 오늘은 아니야.” 가람이 말했다. “내가 말하면 미래가 조항으로 만들어. 조항이 되면 너는 다음 실습에서 빠져. 그건 네가 정해야 해.”

“그거 나 봐주는 거야?”

“봐주는 거야.” 가람은 인정했다. “봐주는 거 나쁜 거 알아. 지난주에 내가 침묵한 거랑 같은 종류야.”

연무장 조명이 그 시간에 전체로 바뀌었다. 저녁 훈련 시간이었고, 상위 조 학생들이 들어왔다.

누군가 고쳐진 클램프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거 누가 고쳤어?” 누군가 클램프를 흔들어 봤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도윤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게 이번에는 겸손이 아니었다. 대답하면 미래가 말한 빚이 성립한다.

가람이 그를 봤다. 도윤은 그 시선에서 자기가 방금 무엇을 확인했는지 알았다.

말하지 않는 게 편해지기 시작했다는 것.

그날 밤 도윤은 노트를 폈다. 네 번째 줄을 쓰려고 폈다.

쓰지 않고 대신 다른 걸 썼다. 누나에게 보낼 편지 초안이었다.

누나. 이번 주에 하기 싫었던 일 있어?

두 번째 편지에도 같은 질문을 쓰는 건 성의가 없어 보였다. 도윤은 그 문장을 지우고 다시 썼다.

누나. 나 요즘 손이 좀 아파. 능력 안 썼는데 아파.

그 줄을 쓰고 나서 그는 오래 봤다.

누나에게 이 말을 하면 누나는 걱정한다. 걱정하면 다음 편지의 다섯 번째 칸이 또 비어 있을 것이다. 지난번에 거기 대신 하기 싫은 일이 두 줄 들어왔다.

도윤은 그 줄을 지웠다.

지우고 나서 자기가 방금 한 게 뭔지 알았다. 조원에게 말하지 않은 것과 같은 종류였다. 상대를 위해서라고 이름 붙인 미고지.

그는 세 번째로 다시 썼다.

누나. 나 요즘 손이 아파. 안 아픈 척하고 있어. 이 말 쓰면 누나가 걱정할 것 같아서 두 번 지웠어.

거기까지 쓰고 봉투에 넣었다. 넣고 나서 왼손을 봤다.

선 두 개가 미지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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