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모의 구조전의 인형은 다섯 개였다

포기한 선택을 다시 여는 장학생 · 2026.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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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구조전의 인형은 다섯 개였다. 배점은 인형마다 달랐고, 배점표는 시작 오 분 전에 공개됐다.

무게가 사람과 같았고, 관절이 사람처럼 꺾였다. 붕괴 구조물 안에 흩어져 있고, 제한 시간은 육 분이었다.

도윤은 시작 신호 전에 계약서를 한 번 더 읽었다. 제십이조부터 제십육조까지.

읽으면서 그는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았다. 외우고 있었다. 외워야 하는 건 몸에 안 붙은 것이다.

영구 분기조 첫 실습이라고 감독관이 세 번 말했다. 세 번 말하는 건 기록에 세 번 남는다는 뜻이었다.

미래가 시작 전에 조 순서를 정했다. 종이 한 장이었고, 네 줄이었다.

감지 이가람. 비용 계산 박미래. 구조 고정 유서린. 재개방 한도윤, 승인 후.

“내 이름이 마지막인데.” 도윤이 말했다.

“마지막이에요. 학생이 제일 빠르니까 제일 뒤에 둬야 해요.”

“그게 무슨 논리야.”

“빠른 사람이 앞에 있으면 나머지가 뒤따라가요.” 미래가 종이를 접었다. “그러면 순서가 아니라 지시가 돼요.”

“시작.”

서린이 먼저 움직였다. 붕괴선을 봤고, 이 초 만에 판단했다.

“왼쪽 상단 버립니다. 오른쪽 기둥 고정합니다.” 서린의 목소리가 구조물에 부딪혔다.

선언하고 고정했다. 결단 고정검이 켜지고, 기둥이 무너지려던 각도에서 멈췄다.

그 아래에 인형 두 개가 있었다.

도윤이 그쪽으로 갔다. 그리고 멈췄다.

인형 하나가 잔해 아래에 반쯤 깔려 있었다. 잔해를 들어 올리려면 각도가 필요했고, 그 각도는 이미 무너진 방향이었다.

누가 이걸 여기까지 옮기다가 그만뒀다면. 구조물을 설치한 사람이 이 잔해를 다른 자리에 두려다 말았다면.

열 수 있었다.

그리고 계약 절차가 시작됐다.

제십삼조. 사용 전 비용을 말로 고지한다. 대상, 시간, 상대가 잃을 것.

대상은 잔해였다. 사물이었다. 사물 대상은 증언자 동석 시 십 초.

증언자가 필요했다. 이 잔해를 누가 어떻게 두려다 말았는지 정확히 말할 사람.

“미래야! 이 잔해 설치 기록 있어?”

“없어요! 실습 구조물은 설치 기록 비공개예요!” 미래가 통로 쪽에서 소리쳤다.

증언자가 없으면 열 범위가 넓어진다. 넓어지면 사물이 어디까지 되돌아갈지 모른다.

도윤은 그 자리에서 삼십 초를 썼다.

삼십 초 동안 그가 한 것은 절차 확인이었다. 증언자 없음, 사물 대상, 허가 범위 확인, 조원 승인 요청.

“승인 요청. 잔해 한 개, 십 초 이내, 증언자 없음.”

“보류.” 미래의 목소리가 통로 쪽에서 왔다. “증언자 없이 사물 열면 범위 확인이 안 돼요. 대안 먼저 찾아요.”

“대안 있어?”

“찾는 중이에요.”

찾는 중이라는 말이 절차상 가장 정직한 대답이었고, 실전에서 가장 쓸모없는 대답이었다. 도윤은 둘 다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

그는 승인 없이 열지 않았다. 열 수 있었고, 열면 십 초였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열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어제 서명한 종이에 자기 이름이 세 번째로 있었다.

절차를 다 밟았을 때 서린이 이미 그 잔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능력이 아니었다. 지렛대였다. 부러진 철근 하나를 받침에 걸고, 자기 체중으로 눌렀다.

“유서린, 그건 규정상—” 도윤이 말을 시작했다.

“도구 사용은 규정에 있어.” 서린이 말했다. “네 절차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이 각도가 무너져.”

인형이 나왔다. 이 분 십 초.

도윤은 그 자리에 서서 자기가 방금 한 일을 셌다. 아무것도 안 했다.

정확히는 아니었다. 절차를 밟았다. 절차를 밟은 결과가 아무것도 안 한 것이었다.

“서린아.”

“왜.”

“너 내 승인 안 기다렸어.”

“기다릴 게 없었어. 나는 능력을 안 썼어.” 서린이 손을 털었다. “계약은 능력 사용 절차야. 지렛대는 대상이 아니야.”

“그럼 계약에 구멍이 있는 거야?”

“구멍이 아니라 범위야.” 서린이 말했다. “근데 그 범위를 내가 정했어. 그건 문제야.”

그녀는 그 문장을 감독관에게 들리게 말했다. 도윤은 그게 서린의 방식이라는 걸 알았다. 자기 감점을 자기가 신고한다.

“도윤아.” 가람의 목소리가 왼쪽에서 왔다. “여기 두 개 더 있어.”

미래와 가람이 있는 쪽은 좁은 통로였다. 인형 셋이 그 안에 있었고, 통로는 두 사람이 동시에 못 들어갔다.

“순서 정할게요.” 미래가 말했다. “가람 학생이 들어가서 하나씩 밀어요. 제가 받아요.”

“그러면 시간이—” 도윤이 시계를 봤다.

“육 분 중에 삼 분 십 초 남았어요. 셋 다 밀면 이 분 사십 초예요.”

“최고점 경로는 위쪽이에요.” 감독관이 말했다. 알려 줘도 되는 정보였다. “위쪽에 인형 하나가 있고, 그걸 먼저 가져오면 배점이 두 배입니다.”

미래가 계산했다. 위쪽 인형을 가져오면 배점 두 배. 대신 통로 셋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안 가요.”

“왜.” 도윤이 물었다.

“배점이 두 배인 건 위험도가 두 배라서예요.” 미래가 말했다. “그리고 통로 셋 중 하나를 두고 가면, 그 하나는 우리가 안 구한 거예요.”

“인형이야.” 도윤이 위쪽 경로를 봤다.

“인형이니까 지금 정해야 해요.” 미래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람일 때 정하면 늦어요.”

가람이 통로로 들어갔다. 좁아서 어깨가 벽에 닿았고, 가람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셋을 밀었다.

두 번째 인형에서 통로 위쪽이 삼 센티미터 내려앉았다. 가람은 그 소리를 먼저 들었다.

“위에서 소리 났어.”

“나와요.” 미래가 즉시 말했다.

“하나 남았어.”

“나와요. 그거 조항이에요.”

가람이 나왔다. 나온 뒤에 도윤이 통로를 봤다.

“내가 들어갈게.”

“안 돼요.” 미래가 막았다. “가람 학생이 위험하다고 들었어요. 사람 바꿔서 들어가면 그 판단을 무시하는 거예요.”

“그럼 하나는 못 구해.”

“못 구해요.”

도윤은 그 대답을 받는 데 이 초 걸렸다. 이 초는 어제보다 짧았다.

서린이 다른 각도에서 통로 벽을 확인했다. “보강할 수 있어. 삼십 초.”

“삼십 초 있어요.” 미래가 시계를 봤다.

서린이 철근 두 개를 벽에 걸었다. 능력이 아니었다. 그다음에 가람이 다시 들어갔고, 세 번째 인형을 밀었다.

세 번째 인형이 나올 때 종료 신호가 울렸다.

오 분 오십사 초. 인형 다섯 중 셋. 최고점 경로 미이수.

“점수 확인.” 감독관이 읽었다. “분기 7조, 삼십사 점. 순위 여덟 조 중 여섯 위.”

상위 조들이 사십 점대였다. 최고점 경로를 다 이수했다.

도윤은 점수판을 봤다. 그리고 자기 이름 옆의 항목을 봤다.

한도윤, 재개방 사용 영 회. 절차 준수 삼 건.

절차 준수 삼 건. 그게 육 분 동안 그가 남긴 전부였다.

“한도윤 학생.” 감독관이 말했다. “능력 있는데 안 썼습니까.”

“증언자가 없었습니다.”

“그건 학생 조의 내부 규칙이지 학원 규정이 아닙니다.”

“예. 저희 규칙입니다.”

“기록하겠습니다. 자율 규칙에 의한 미사용.” 감독관이 적었다. “다만 한 줄 더 적습니다. 학원 규정상 사용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적어 주십시오.” 도윤이 말했다.

“왜 그걸 적어 달라고 합니까.”

“안 적으면 저희 규칙이 그냥 무능으로 보입니다.” 도윤이 말했다.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거랑 못 한 거는 달라야 합니다.”

감독관은 그 줄을 적었다. 미래가 그 문장을 자기 장부에도 옮겼다.

“다음 실습에서는 시간 제한이 절반입니다.” 감독관이 서류를 넘겼다. “삼 분입니다. 그 안에 절차를 다 밟을 수 있습니까.”

미래가 대답했다. “못 밟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규칙을 고칠 겁니다. 지키는 걸 포기하는 게 아니고요.”

상위 조 게시판에 글이 올라온 건 그 저녁이었다.

제목은 짧았다. 절차 실습에 관한 공개 도전.

본문은 세 줄이었다. 분기 7조의 절차가 실제 구조에 유효한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다음 실습 시간 제한 삼 분에 동의합니까. 동의하지 않으면 절차는 여유 시간에만 가능한 것으로 기록되어야 합니다.

하태윤의 이름이 아니었다. 다른 조였다.

“이거 답해야 해요?” 가람이 물었다.

“안 답하면 저쪽 문장이 남아요.”

미래가 그 글을 캡처했다. “동의해요.”

“삼 분에?” 도윤이 물었다.

“안 하면 저 문장이 남아요. 절차는 여유 시간에만 가능하다는 문장이요.”

가람이 손바닥을 책상에 붙였다. “나 삼 분이면 못 들어.”

“그럼 그것도 조건에 써요.” 미래가 말했다. “가람 학생 판단 시간이 얼마 필요해요?”

“…모르겠어. 상황마다 달라.” 가람이 손을 내렸다.

“그럼 재 봐야 해요.” 미래가 새 장을 폈다. “다음 주 안에 열 번 재요.”

생활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윤은 왼손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았다.

어제 계약 서명 때 뜨거워진 선이 있었다. 계약은 능력 사용이 아니었는데 뜨거워졌다.

그리고 오늘 그는 능력을 한 번도 안 썼다. 그런데 오후부터 왼손이 미지근했다.

도윤은 그 사실을 조에 말하지 않았다. 제십육조는 조 밖에서 받은 제안을 알리라고 했다. 이건 제안이 아니었다.

그 논리를 만들면서 그는 어제 미래가 조항을 낼 때의 얼굴을 떠올렸다.

미래도 뭔가를 말하지 않고 있었다. 도윤은 그걸 알고 있었고, 알고 있으면서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이유가 배려인지 거래인지 그는 구분하지 못했다. 내가 안 물으면 저쪽도 안 묻는다는 계산이 이미 서 있었다.

생활관 앞에서 가람이 그를 불렀다.

“도윤아. 오늘 절차 지킨 거 답답했어?”

“답답했어.”

“나도.” 가람이 말했다. “근데 나는 오늘 처음으로 안 들리는 걸 안 들린다고 말했어. 통로에서.”

“그거 잘한 거야.”

“잘한 건지는 모르겠어. 인형 하나 늦게 나왔어.” 가람은 손바닥을 문에 붙였다. “근데 서린이가 삼십 초 보강해 줬어. 그거 내가 말 안 했으면 안 했을 거야.”

도윤은 그 문장을 노트에 적었다. 오늘 조 장부에는 안 올라간 항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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