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연속 구조전 아침에 미래는 계약서를 한 번 더 읽었다

포기한 선택을 다시 여는 장학생 · 2026.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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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구조전 아침에 미래는 계약서를 한 번 더 읽었다.

열여섯 조까지 있었다. 그중 열두 조부터 열여섯 조까지가 7조가 쓴 것이었다.

제십칠조 초안은 아직 승인 전이었다. 사용자 자신의 비용도 고지 대상에 포함한다. 어제 도윤이 왼손을 말했으므로, 넣으면 통과될 것이었다.

미래는 그 조항을 오늘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 이유는 시간이었다. 조항 승인은 사십 분 걸리고, 경기는 오전이었다.

나중에 그녀는 그게 이유가 아니었다고 인정하게 된다.

첫 라운드는 계획대로 갔다.

감지 십일 초, 고지 십사 초, 승인 구 초. 미래는 초를 셌고, 셋 다 표보다 빨랐다.

인형 둘을 이 분 사십 초에 구조했다. 절차를 다 밟았다.

두 번째 라운드에서 가람이 감지를 넘겼다. 시작 사십 초에 말했다.

“안 되겠어. 서린아, 하중선으로.”

미래는 그 문장을 시각과 함께 적었다. 사전 고지 이 건.

두 번째 라운드도 통과했다. 삼 분 오 초. 오 초 초과 감점.

세 번째 라운드 제한 시간이 게시됐다.

이 분.

“예상대로예요.” 미래가 표를 확인했다. “첫 라운드에서 절차를 다 지켰으니까요.”

“그럼 우리가 잘해서 불리해진 거야?” 가람이 물었다.

“그런 설계예요.”

“그거 나쁜 거 아니야?”

“나쁘지 않아요.” 미래가 말했다. “이 분에서 되면 이 분이면 된다는 근거가 생겨요. 저쪽도 그걸 원해요.”

세 번째 라운드 구조물은 지금까지와 달랐다. 함정이 들어 있었고, 함정 종류가 공개돼 있었다.

역류형. 대상이 포기한 회피 경로를 되돌려 대상 자신에게 적용하는 장치.

“이거 도윤 학생 노린 거예요.” 미래가 즉시 말했다.

“나만?”

“학생 능력이 포기한 선택을 여는 거예요. 이건 반대로 해요. 학생이 포기한 걸 학생한테 적용해요.”

문세아가 그 지점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공개 설명 의무였다.

“함정 정보는 사전 공개입니다. 회피 가능합니다. 회피 방법은 하나입니다. 이 구역에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럼 인형은요.” 도윤이 물었다.

“인형 하나가 그 구역에 있습니다.”

“왜 이 함정을 골랐습니까.” 서린이 물었다.

“7조의 절차가 사람을 지키는지, 아니면 사용자를 지키는지 보려고요.”

정직한 대답이었다. 미래는 그 정직함이 오늘 가장 위험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명확한 설계였다. 들어가면 함정이 작동하고, 안 들어가면 인형 하나를 못 구한다.

미래가 이 분을 계산했다. 세 인형 중 둘은 안전 구역이었다. 셋 다 구하려면 역류 구역에 들어가야 했다.

“둘만 구해요.”

“그러면 2조가 이겨.” 서린이 말했다.

“이겨요. 근데 패자 규정안도 심의에 올라가요.”

미래는 그 조항을 서린이 왜 넣었는지 지금 알았다. 이런 순간에 지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려고 넣은 것이었다.

“도윤 학생, 안 들어가요.”

“알았어.”

시작 신호.

두 인형은 오십 초에 나왔다. 안전 구역이었고, 서린과 가람이 했다.

남은 시간 일 분 십 초. 남은 인형 하나. 역류 구역.

도윤은 그 구역 밖에 서 있었다. 미래가 그를 봤고, 그는 들어가지 않았다.

거기서 끝나야 했다.

구조물이 그때 움직였다.

설계된 붕괴가 아니었다. 역류 구역의 장치가 작동했는데, 안에 사람이 없었다.

장치는 대상을 찾았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잡았다.

도윤이었다.

구역 경계 밖 이 미터였는데, 장치가 그를 안으로 끌었다. 바닥이 기울었고, 도윤이 미끄러졌고, 잔해가 그 위로 내려앉았다.

“한도윤!”

미래가 뛰었다. 서린도 뛰었다.

잔해는 세 조각이었다. 도윤은 그 아래에 있었고, 숨은 쉬고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역류 장치가 작동한 상태였다. 도윤이 포기한 회피 경로가 그에게 적용됐다.

도윤은 눈을 뜨고 있었다. 뜨고 있는데 움직이지 않았다.

“도윤아!” 서린이 그를 불렀다.

“…못 나가.”

“어디 눌렸어?”

“안 눌렸어.” 도윤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나가는 게 없어.”

미래는 그 문장을 알아들었다. 알아듣는 데 일 초 걸렸다.

역류 장치는 도윤이 포기한 회피 경로를 그에게 적용했다. 도윤은 아까 그 구역에 들어가지 않기로 정했다. 들어가지 않는다는 건 나가는 경로를 안 만든 것이다.

장치는 그 포기를 되돌려 놨다. 그에게는 지금 나갈 경로가 없었다.

“한도윤 학생.” 미래가 무릎을 꺾었다. “나갈 길이 보여요?”

“안 보여.”

“기어 나올 수 있어요?”

“…어떻게 기어.”

그게 답이었다. 이 사람은 지금 나가는 방법이라는 개념을 잃었다.

제한 시간 사십 초.

미래는 세 가지를 동시에 계산했다.

첫째, 안전 인원 도착 시간. 삼 분. 그동안 잔해가 더 내려앉을 수 있다.

둘째, 도윤의 능력으로 자기를 열 수 있는가. 안 된다. 그의 능력은 타인의 포기만 연다.

셋째. 셋째가 있었다.

미래는 그 셋째를 세 초 동안 보고 있었다.

사 년 전, 미래는 진로를 하나 포기했다. 아버지가 대신 서명한 계약서 때문에, 타인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지 않는 진로를 접었다.

정확히는 그렇게 적혀 있지 않았다. 계약서에는 지정 기관 삼 년 근무만 있었다.

접은 건 미래 자신이었다. 남의 몫을 내가 지지 않는 삶. 그걸 열여덟 살에 접었고, 접은 뒤로 그녀는 늘 남의 비용을 계산했다.

그 포기가 미래 안에 있었다.

도윤의 능력은 타인의 포기를 연다. 미래는 도윤이 아니었다. 열 수 없었다.

열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에르덴식 마법은 사용자가 실제로 포기한 대안이 있을 때만 안정된다. 미래는 마법을 쓸 능력이 없었지만, 연료는 있었다.

연료가 있으면 회로가 필요하다. 회로는 계약이었다.

7조 계약서의 네 서명이 겹친 지점. 거기서 빛이 났다. 흔한 안정 효과라고 마은하가 말했다.

미래는 자기 계약 인장을 꺼냈다. 학생 계약자에게 발급되는 작은 금속 인장이었고, 7조 계약에 등록돼 있었다.

그리고 자기 포기를 인장에 걸었다.

승인을 받아야 했다. 제십삼조. 사용 전 비용을 말로 고지한다.

미래는 고지하지 않았다.

제십오조. 확인 안 된 감각으로도 거부권을 쓸 수 있다. 가람이 여기 있었다.

미래는 가람을 부르지 않았다.

삼십 초 남았다. 고지하고 승인받는 데 이십 초가 필요하고, 그 이십 초 안에 서린이 반대할 것이다. 서린은 위험도 판정을 할 것이고, 위험도 상이면 유예가 아니라 중단이다.

미래는 그 계산을 삼 초 만에 했다.

그리고 자기가 지금 도윤의 방식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알면서 했다.

더 정확한 것도 알았다. 서린이 반대할 거라는 계산은 추측이었다. 물어보지 않았으므로 확인되지 않았다.

확인하지 않은 추측을 근거로 절차를 건너뛰는 것. 미래가 계약서에서 가장 많이 막아 놓은 종류였다.

가람이 그때 미래를 봤다. 이 미터 거리였고, 가람은 소리를 듣는 사람이었다.

“미래야.”

미래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 지금 뭐 하려고—”

인장이 뜨거워졌다.

사 년 전에 접은 것이 다시 열렸고, 열린 자리에서 뭔가가 미래에게 왔다.

공포였다. 도윤의 공포였다.

나갈 방법이 없다는 감각. 개념 자체가 없는 상태. 그게 미래의 몸으로 반쯤 넘어왔다.

반쯤 넘어오자 도윤의 몫이 반이 됐다.

반이 되니까 도윤이 움직였다.

“…미래야?”

“기어 나와요.”

“어떻게—”

“지금은 알잖아요.”

도윤이 기었다. 잔해 사이로 팔을 넣고, 어깨를 빼고, 다리를 끌었다. 십사 초 걸렸다.

미래는 그동안 인장을 잡고 있었다. 잡은 손이 뜨거웠고, 인장 표면에 금이 갔다.

도윤이 나온 순간 종료 신호가 울렸다.

그리고 다른 소리가 울렸다.

거부권 위반 경보였다. 학원 시스템이 등록된 계약의 미승인 사용을 감지하면 울린다. 7조 계약이 영구 등록이었으므로 즉시 울렸다.

전원 경보였다. 네 명 다였다.

문세아가 마이크를 잡았다.

“경기 중단합니다.”

“아직 십 초—”

“중단합니다.” 문세아가 말했다. “2조는 승리 확정을 포기하고 현장 증인으로 남습니다.”

그녀는 심판대로 걸어가면서 한 문장 더 말했다.

“작년에 저는 이걸 안 했습니다.”

미래는 그 말을 앉은 채로 들었다. 인장이 손 안에서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금은 네 갈래였다.

서린이 그 앞에 앉았다. 미래는 서린의 첫 문장을 예상했다. 왜 안 물어봤냐는 것.

“박미래.”

“…예.” 미래는 인장을 감싸고 있었다.

“지금 뭐 열었어.” 서린은 인장을 보지 않고 미래의 얼굴을 봤다.

미래는 그 질문이 예상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왜냐고 묻는 게 아니라 무엇을 열었느냐고 묻고 있었다.

“제 진로 하나요.”

“어떤 진로.”

“…남의 비용을 대신 안 지는 삶이요.”

서린은 그 대답에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한 게 있었다.

“한도윤, 일어날 수 있어?”

“어.” 도윤이 팔로 바닥을 짚었다.

“그럼 저기 앉아. 이가람, 옆에 있어.” 서린이 셋을 배치했다. “미래 인장 사진 찍어. 갈라진 상태로. 손대기 전에.”

가람이 사진을 찍었다. 미래는 그 순서를 알아봤다. 자기가 늘 하던 순서였다.

“왜 지금 그걸 해요.” 미래가 물었다.

“네가 못 하니까.”

“…제 위반이에요.”

“네 위반이야. 그래서 기록은 남이 해야 해.” 서린이 말했다. “네가 네 위반 기록을 만들면 나중에 네가 유리하게 썼다고 몰려.”

미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눈이 뜨거웠다. 위로를 안 해 줘서 뜨거웠다.

도윤이 그때 뭐라고 말하려 했다. 미래는 그 첫 음절을 들었고,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았다.

“말하지 마세요.”

“…뭘.”

“내가 시켰다고 하지 마세요.”

도윤이 입을 닫았다. 미래는 그가 그 문장을 이미 준비했다는 것도 알았다.

가람이 마지막에 물었다.

“미래야. 지금 뭐 들려?”

“…무슨 말이야.”

“네 목소리에 두 겹이야.” 가람이 말했다. “도윤이랑 같은 종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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