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진동 소리

회귀한 자금팀 대리는 망할 회사를 살리지 않는다 · 2026.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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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아홉 시가 되기 전부터 휴게실에는 휴대전화 진동 소리가 먼저 쌓였다.

작업자들은 커피 자판기 앞에 서 있거나, 장갑을 무릎에 올린 채 이체 화면을 보고 있었다. 오지석은 출입문 옆에서 명단을 들고 이름을 불렀다. 태경은 은행 화면을 켜 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잠금계좌에서 나가는 돈은 한 건씩 초록색으로 바뀌었지만, 그 초록색이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도착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최은숙.”

“여기요.”

“들어왔습니까?”

은숙은 화면을 두 번 눌렀다. “들어왔어요. 대기 보상까지.”

지석은 체크 칸을 채웠다. 누군가가 작은 박수를 치려다 말았다. 태경은 그 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화면 오른쪽에는 스물한 건 완료, 한 건 보류라고 떠 있었다.

“김문섭.”

문섭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안 들어왔습니다.”

은행 담당자가 화면을 확대했다. “계좌 명의가 이전 급여대장과 다릅니다. 재검증이 필요합니다.”

지석의 손이 명단 위에서 멈췄다. 문섭은 전날 야간을 거부했지만 정비와 대기 시간은 확인되어 있었다. 그 시간을 빼면 이번 지급 기준은 스스로 무너졌다. 그러나 한 사람의 계좌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머지 스물한 건까지 다시 묶이면, 오늘 아침에 세운 교대는 종이 한 장이 된다.

“새 계좌입니다.” 문섭이 말했다. “작년에 압류 걸린 통장 정리하고 바꿨습니다. 급여팀에 말했는데…”

“언제 바꿨습니까?” 태경이 물었다.

“지난달 말.”

문섭이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은행 앱의 명의와 개설일이 보였다. 태경은 그 화면을 보며 예전의 자신이라면 바로 이체를 밀어 넣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급한 사람의 말과 익숙한 얼굴은 검증보다 빠른 근거가 되기 쉬웠다.

“확인 서류를 은행에 보내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다만 이 건만 별도로 처리합니다. 다른 지급은 되돌리지 않겠습니다.”

이상훈이 화면 너머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규정상 가능합니다. 본인 확인, 계좌 개설 확인, 대기 기록. 세 가지가 맞으면 오전 중 별도 이체를 실행하겠습니다.”

“문섭 형, 우리랑 같이 확인합시다.” 지석이 말했다. “돈이 안 들어온 걸 개인 사정으로 적지 않습니다. 대기한 시간은 대기한 시간대로 남깁니다.”

문섭은 짧게 웃었다. “말을 그렇게 길게 해야 돈이 나오냐?”

“오늘은 해야 합니다.”

작업자들이 하나씩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스물한 개 화면에 입금 알림이 떠 있었다. 액수는 크지 않았고, 몇몇은 바로 자동이체 알림을 확인했다. 누군가는 아이 학원비를 먼저 떠올렸고, 누군가는 밀린 전기요금을 계산했다. 축하하는 목소리보다 확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지석 씨, 라인 켜도 됩니까?”

그가 명단의 마지막 보류 칸을 보았다. “1번 라인만. 안전점검부터.”

잠시 뒤 모터가 낮게 울었다. 어제 멈춘 2번 라인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1번 라인의 시동음은 휴게실의 진동과 이어져 있었다. 태경은 초록색 완료 표시 아래, 윤성정밀 외상대금이 붉게 남은 줄을 보았다. 스물두 번째 휴대전화는 아직 울리지 않았다.

문섭의 서류가 은행으로 넘어간 뒤, 태경은 윤성정밀로 향했다. 오전 열한 시, 공장 마당에는 동호의 작업자들이 작은 원을 만들고 있었다. 동호는 작업대 위에 낡은 공구함을 올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치공구 목록과 도면 봉투, 별도 표식이 붙은 지그 하나가 있었다.

“가져갈 건 가져가야지.” 동호가 말했다. “간판은 못 가져간다.”

태경은 그 앞에 서서 이체 내역과 자금표를 펼쳤다. 아버지는 종이를 만지기 전 손을 천으로 닦았다.

“한림리빙 임금은 나갔습니다.” 태경이 말했다. “윤성정밀 전표는 오늘도 못 나갑니다. 고객 예치금은 주문 비용과 임금에만 썼고, 남은 현금으로는 이쪽 급여와 외상대금을 함께 막을 수 없습니다.”

작업자 중 누군가가 물었다. “그럼 우리는요?”

태경은 숨기지 않았다. “오늘 지급 약속은 못 드립니다. 다만 공장 기능이 필요한 주문과 치공구 목록은 공개 검토에 올리겠습니다. 공장을 계속 열지, 도구와 작업을 옮길지는 사장님과 여러분이 정할 일입니다.”

동호가 고개를 들었다. “자금팀답네.”

태경은 그 호칭을 피하지 않았다. “맞습니다.”

“남의 직원 월급은 주고, 내 전표는 붉은 줄에 남겼다.”

“네.”

“네가 틀렸다는 게 아니다.” 동호는 공구함에서 지그를 꺼내 손바닥에 올렸다. “내 사람은 내가 답한다. 네 돈으로 내 공장 간판만 세워 두지는 않는다.”

그 말은 용서가 아니었다. 태경은 그것을 알아들었다. 동호는 한림리빙에 지급된 임금을 회수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작업자들 앞에서 자신의 채무와 선택을 분리해 들었다.

“아버지, 공장 문은…”

“내가 정한다. 오늘은 도면과 공구부터 정리한다. 그걸 가져갈 사람이 있으면 작업자들과 얘기할 거다.”

동호는 치공구 목록에서 한 줄에 표시를 했다. “이건 1번 라인 병목을 푼다. 물건이 아니라 기능이다. 필요하면 빌려주고, 안 필요하면 팔아. 하지만 네 회사 장부에서 내 외상값을 지워 주겠다는 소리는 하지 마.”

태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지 않겠습니다.”

지석이 공장 출입문 쪽에서 손을 들었다. 그는 문섭의 새 계좌 확인이 끝났다는 메시지를 보여 주었다. 태경이 휴대전화를 보자마자, 문섭의 화면에도 입금 알림이 떴다. 스물두 번째였다.

작업자들이 그 장면을 보고 환호하지는 않았다. 문섭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점검 끝나면 올라간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지석은 명단의 마지막 칸에 체크를 했다. 그 작은 표시가 오늘 아침의 약속을 끝까지 밀어 보낸 기록이었다.

오후 세 시, 태경은 다시 은행 재검토 회의실에 앉았다. 이체 화면은 출력본으로 바뀌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이상훈은 첫 장을 넘기고, 임금 지급 시간과 보류 건의 별도 확인 시간을 짚었다.

“지급 조건 이행은 확인했습니다.”

태경은 잠깐 안도하려 했지만, 이상훈은 다음 장을 꺼냈다. 붉은 줄은 여기에서도 이어져 있었다. 남은 현금, 만기 채무, 축소된 주문, 윤성정밀 외상대금.

“다음 신용선은 자동 연장되지 않습니다.” 이상훈이 말했다. “규정상 추가 심사는 두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오너 개인담보. 둘째, CFO가 자금 집행 책임을 확인하는 서명입니다.”

CFO 한수진은 빈 확인서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종이 맨 아래의 서명란을 한참 보다가 펜을 내려놓았다.

“제가 책임질 수 없는 집행까지 제 이름으로 묶을 수는 없습니다.”

“어느 부분이요?” 태경이 물었다.

“고객 예치금 사용은 기록됐습니다. 그건 확인하겠습니다. 하지만 이후 담보와 공장 기능 이전까지 제가 승인한 것처럼 쓰는 문구는 못 받습니다.”

이상훈은 곧바로 말했다. “문구를 나눌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 책임 확인이 없으면 개인담보만으로는 승인선에 올리지 못합니다.”

태경은 빈 확인서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어제까지 그는 서명 하나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그 서명이 누구의 집과 경력, 공장 문과 작업자 선택을 묶는지 보였다.

“개인담보는 제가 검토하겠습니다.”

한수진이 그를 보았다. “혼자 결정하지 마세요. 그건 또 다른 예외가 됩니다.”

그 말에 태경은 펜을 들지 않았다. “맞습니다. 담보 조건과 기능 분리안을 공개 안건으로 올리겠습니다. CFO 확인서는 확인 가능한 지급 기록까지만 따로 쓰죠.”

이상훈은 메모를 덮었다. “그렇게 하면 재검토는 가능합니다. 오늘 승인은 아닙니다.”

회의실 창문에 늦은 오후 빛이 걸렸다. 태경의 휴대전화에는 한림리빙 작업자들의 입금 확인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그 아래에는 윤성정밀의 붉은 미지급 줄, 그리고 아직 서명되지 않은 개인담보 조건이 나란히 떠 있었다.

회의가 끝났다고 아무도 의자를 바로 밀지 않았다. 한수진은 확인서의 윗부분만 다시 읽었다. 거기에는 오전 지급 내역과 잠금계좌 용도만 적혀 있었다. 동호의 공장, 다음 신용선, 개인담보라는 말은 지워져 있었다.

“이 부분은 서명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확인한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그 다음 판단은 회의록에 분리해서 남기세요.”

태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담보를 낼 생각이라면 가족에게 먼저 알리세요. 대표 직함이 집까지 자동으로 결재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 말은 조언이라기보다 경계였다. 태경은 받아 적었다. 이전에는 누군가 서명을 망설이면 그만큼 시간을 잃는다고 여겼다. 지금은 그 망설임이 남의 위험을 자기 결단으로 바꾸지 말라는 신호라는 것을 알았다.

이상훈은 지급 기록을 한 장 더 들었다. “오늘 처리한 보류 건도 감사 질문에는 남습니다. 왜 전체를 막지 않았는지, 왜 이 건만 분리했는지요.”

“당사자 확인과 대기 기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태경이 답했다.

“그 설명을 내일도 같은 문장으로 할 수 있습니까?”

태경은 문섭의 계좌 화면과 지석의 체크 칸을 떠올렸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부 남겼습니다.”

이상훈은 처음으로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록이 다음 심사의 시작점입니다. 승인서는 아닙니다.”

회의실을 나와 복도 창가에 서자 지석에게서 사진이 왔다. 1번 라인 앞 게시판이었다. 스물두 이름 옆에 모두 지급 확인 표시가 있었고, 2번 라인 옆에는 여전히 정지 표찰이 걸려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교대 다시 짠다.’

태경은 그 문장을 오래 보았다. 임금이 들어왔다고 모든 라인이 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동호의 공구함도, 공장의 붉은 전표도, 담보의 빈칸도 남아 있었다. 그래도 오늘의 초록색 표시는 누군가의 생활비가 되었고, 그 사실을 지우지 않는 다음 표가 필요했다.

그는 붉은 줄과 빈 서명란을 캡처해 공개 안건 폴더에 넣었다. 그리고 다음 회의의 참석자와 답해야 할 항목을 적었다. 어느 줄도 지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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