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심문관의 도착

기적은 곡물을 먹는다 · 2026.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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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파르는 군대를 데려오지 않았다. 그는 서기관 둘과 봉인함 하나를 데리고 성문을 들어섰다.

레아 바렌이 성문에서 그를 맞았을 때, 오스틴은 칼을 찬 자보다 더 위험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는 레아의 직함을 정확히 불렀다.

“로헤른 변경백.”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인사 대신, 곡간 봉인을 끊은 시각부터 확인했다.

“추수 축복식 정오 무렵이라 들었습니다. 정확한 시각을 아십니까.”

그것은 위협이 아니라 기록의 시작이었다. 기록은 칼보다 천천히, 그러나 더 멀리 사람을 베었다.

차분한 권위가 고함보다 무거웠다.

오스틴의 서기관들은 성문을 들어서자마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성문의 너비, 수비대의 수, 곡간의 위치.

군대라면 칼로 셈할 것을, 그들은 펜으로 셈했다. 레아는 그 펜이 칼보다 멀리 간다는 것을 알았다.

칼은 한 도시를 무너뜨리지만, 펜은 한 도시를 ‘기록상 반역 영지’로 만들어 왕국 전체의 명분을 바꾼다. 그녀는 오스틴이 데려온 것이 군대가 아니라 기록이라는 사실에서, 이 싸움의 성격을 읽었다.

이것은 전투가 아니라 장부 싸움이었다. 그리고 장부라면, 그녀에게는 사빈이 있었다.

레아는 오스틴의 질문에 정확한 시각으로 답했다. 숨기지 않았다.

“정오를 막 지난 무렵이었소. 기도노동자들이 광장에 쓰러진 직후요.”

그녀는 봉인을 끊은 시각에 ‘사람이 쓰러진 직후’라는 정황을 붙였다. 오스틴의 서기가 그것을 적었다.

레아는 그가 시각만 적고 정황은 빼지 않는지 지켜보았다. 기록은 무엇을 적느냐만큼 무엇을 빼느냐로 거짓이 된다.

그녀는 첫 문답에서부터, 이 심문관이 어떤 식으로 기록을 다루는지를 시험하고 있었다.

성당 법정에서, 오스틴은 기도방아 부상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것이 오스틴의 영리함이었다.

“노동자가 다쳤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다만 그 증거가 어떻게 수집되었는지를 묻겠습니다.”

마라와 리우가 지하에 잠입해 가져온 장부와 자루. 그것은 불법 침입으로 얻은 것이었다.

오스틴은 그 점을 파고들었다.

“도둑이 훔쳐 온 장부는, 그 내용이 참이라 해도 법정에서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변경백께서는 도둑의 증언으로 교회를 고발하시렵니까.”

레아는 그 법리가 옳다는 것을 알았다. 진실이라도, 얻는 방식이 불법이면 법정에서 죽었다.

레아는 그 법리에 멋진 연설로 맞서지 않았다. 연설은 법정에서 가장 약한 무기였다.

그녀는 대신 한 가지를 물었다.

“심문관께서는 그 장부의 내용이 ‘참’이라는 것을 인정하셨소. 방금. 서기가 그것도 적었소?”

오스틴의 입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는 ‘참이라 해도’라는 말로 내용의 진실성을 흘려 인정했고, 레아는 그 흘림을 잡았다.

법정에서 증거가 못 되는 것과, 내용이 거짓인 것은 달랐다. 그녀는 오스틴을 법으로 이기려 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인정한 ‘참’이라는 한 단어를, 기록 위에 남겼다. 법정은 교회의 마당이었으나, 기록은 양쪽이 함께 쓰는 것이었다.

오스틴은 출구를 제시했다. 매혹적인 출구였다.

“미카 바렌의 후계 축복을 복구해 드리겠습니다. 로헤른의 성무도 유지하겠습니다. 그 대가로, 원본 장부와 잠입자의 신원을 넘기십시오.”

미카의 후계 자격이 회복되고, 도시의 의례가 끊기지 않는다. 그것은 가족과 공공을 한 번에 구하는 거래처럼 보였다.

레아는 그 유혹의 무게를 느꼈다. 거래를 거부하면, 아들의 자격은 위태로운 채로 남고, 도시는 성무 정지를 맞는다.

오스틴은 그 거래를 협박처럼 들리지 않게 말했다. 그는 오히려 레아를 걱정하는 어조였다.

“변경백께서 짊어지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아드님의 자격, 도시의 의례, 노동자의 안전. 이 거래는 그중 둘을 덜어 드립니다.”

그 친절함이 가장 무서웠다. 그는 레아에게서 가장 약한 자리를 정확히 짚었다.

미카. 어떤 통치자도 자기 아들 앞에서는 셈이 흐려진다.

레아는 그 흐려짐을 경계했다. 오스틴이 미카를 먼저 꺼낸 것은, 그녀의 모성을 지렛대로 쓰려는 것이었다.

그녀는 미카를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다. 아들을 셈에 넣는 순간, 거래의 저울이 기운다.

회의가 갈라졌다. 도안과 귀족 일부는 받아들이자 했다.

“미카의 자격이 회복되면, 왕실의 상속 심사도 막을 수 있소.”

도안이 말했다. 그에게는 가족의 안전이 먼저였다.

마라와 리우는 거부했다.

“장부를 넘기면, 우리가 본 모든 게 없던 일이 되오. 잠입자를 넘기면, 다음에 진실을 찾을 사람이 없어지고.”

요안은 다른 것을 말했다.

“축복 복구는… 미카를 교회의 포괄 봉헌 서약에 다시 묶을 수 있습니다.”

그는 그것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복구된 축복이 무엇을 담보로 거는지, 그는 절반만 알았고 그 절반만 말했다.

도안의 주장은 비겁이 아니었다. 그는 왕실 상속 심사가 미카를 어떻게 옭아맬지 보았고, 축복 복구가 그 올가미를 푸는 가장 빠른 길임을 알았다.

“레아, 우리에겐 시간이 없소.”

그가 이름을 불렀다. 공개 회의에서 직함 대신 이름을 부른 것은, 이것이 정치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임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레아는 그 부름을 알아들었으나, 흔들리지 않으려 직함으로 답했다.

“총관, 그 거래의 값은 미카가 평생 내오. 지금 푸는 올가미가, 더 큰 올가미의 입구일 수 있소.”

마라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도안의 가족 논리를 정면으로 받지 않았다.

대신 자기 자리에서 말했다.

“나와 리우를 넘기시오. 그게 미카를 구한다면.”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덧붙였다.

“다만 우리를 넘기는 순간, 지하에서 본 모든 게 도둑질의 결과로만 남소. 노동자들은 다시 이름 없는 자루가 되고. 변경백, 당신이 구하려는 게 한 아이요, 아니면 그 아이가 살아갈 도시요?”

그 물음은 잔인했으나 정확했다. 레아는 그 둘을 저울에 올리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거부도 하나의 선택이었고, 거부의 값도 누군가 냈다.

요안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아는 절반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포괄 봉헌 서약이 무엇을 담보로 거는지를 끝까지 말하려면, 창립 헌장의 그 사라진 문구가 필요했다. 그것 없이 말하면 추측이 되고, 추측은 오스틴의 법리 앞에서 더 약했다.

그는 사빈을 보았다. 사빈은 백맥 수도원이라는 말을 입 모양으로만 만들었다.

두 사람은 같은 것을 알았다. 지금 이 거래를 거부할 근거는, 아직 도시에 없었다.

그것은 사흘 거리의 수도원 서가에 있었다.

레아는 답을 미뤘다. 그녀는 거래의 비용을 누가 내는지 셈해야 했다.

미카의 축복을 복구하면, 그 비용은 미카의 미래가 낸다. 잠입자를 넘기면, 그 비용은 마라와 리우가 낸다.

장부를 넘기면, 그 비용은 지하의 노동자들이 낸다. 어느 출구든, 그녀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값을 치렀다.

레아는 자기가 값을 내지 않는 거래를 경계했다.

“심문관.”

레아가 입을 열었다.

“이 거래에서 값을 내는 사람이 누구요? 내 아들, 잠입한 두 사람, 지하의 노동자들. 정작 변경백인 나는 아무것도 내지 않소. 내가 값을 내지 않는 거래는, 내가 의심하오. 통치자가 값을 내지 않는 평화는, 늘 다른 누군가의 등에 얹히는 법이니.”

오스틴은 그 말에 잠깐 침묵했다. 그는 레아가 거래를 감정으로 거부할 줄 알았다.

분노하거나, 아들을 핑계로. 그러나 그녀는 비용의 주체를 셈으로 짚었다.

그것은 그가 예상한 반응이 아니었다. 그는 답 대신, 다른 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레아가 답을 미루자, 오스틴은 봉인함을 열었다. 안에서 성무 정지문을 꺼냈다.

“변경백께서 결정을 미루시니, 교회도 판단을 미루겠습니다.”

그가 종탑에 신호를 보냈다. 종이 세 번 울렸다.

그 세 번의 종 뒤로, 로헤른의 모든 성무가 멈췄다. 결혼식이 중단되고, 장례 행렬이 멈췄으며, 치료실의 의례가 닫혔다.

종교 권력이 사람의 생활을 얼마나 깊이 쥐고 있는지가, 그 세 번의 종으로 드러났다. 광장에서 장례를 치르던 한 가족이 관을 든 채 멈춰 섰다.

사제가 의례를 멈추고 돌아섰기 때문이다. 죽은 자를 묻지도 못하게 된 그 가족의 얼굴을, 레아는 법정 창 너머로 보았다.

성무 정지는 칼을 휘두르지 않고 도시를 멈췄다. 결혼을 앞둔 연인이 성당 문 앞에서 돌아섰고, 갓난아이의 축복을 기다리던 어미가 빈 제단을 보았으며, 치료를 기다리던 병자의 줄이 흩어졌다.

오스틴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도시의 가장 깊은 곳을 쥐었다. 사람들은 굶주림은 견뎠으나, 죽은 자를 묻지 못하는 것은 견디기 어려워했다.

굶주림은 몸의 일이었고, 의례는 마음의 일이었다. 오스틴은 몸이 아니라 마음을 인질로 잡았다.

레아는 그 영리함에 서늘해졌다. 그는 도시를 굶기지 않았다.

도시가 스스로 자기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레아는 멈춘 장례 행렬을 오래 보았다. 관을 든 가족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광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녀는 그 가족에게 다가가고 싶었으나, 지금 다가가면 그것조차 정치가 됐다. 변경백이 성무 정지의 피해자를 위로하는 그림.

오스틴의 서기가 그것마저 적을 것이었다. 레아는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사빈에게 낮게 일렀다.

“저 가족이 묻을 자리를 영지가 마련하시오. 의례 없이라도. 그리고 그것도 장부에 적으시오. 교회가 멈춘 것과, 영지가 대신한 것을 나란히.”

성무 정지에 맞서는 그녀의 첫수는 연설이 아니라, 죽은 자를 묻을 한 평의 땅이었다. 그 한 평이, 종 세 번에 맞서는 그녀의 첫 대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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