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무게
기적은 곡물을 먹는다 · 2026.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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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안 세렌은 경비에게 거짓 명령을 내렸다.
“안전 점검이다. 하부 칸 균형이 어긋났으니, 다음 종까지 작업장 동편을 비워라.”
그것은 그의 권한 밖의 명령이었고, 거짓이었다. 등화사제는 작업장 점검을 명할 자리가 아니었다.
경비도 그것을 알았으나, 사제의 옷과 단호한 목소리 앞에서 한 박자 망설이다 따랐다. 그러나 경비들은 사제의 말을 따랐다.
동편이 비는 사이, 요안은 호흡관 틈에 갇힌 마라와 리우를 제의실로 빼냈다. 그는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알았다.
그 거짓 명령 하나로, 그의 사제 지위는 이제 위태로워졌다. 누군가 점검 기록을 확인하면, 거짓은 드러난다.
그는 그 위험을 알면서 두 사람을 빼냈다. 처음으로, 그는 침묵이 아니라 행동으로 한쪽을 택했다.
거짓말은 그의 입에서 매끄럽게 나오지 않았다. 그는 ‘안전 점검’이라는 말을 하면서 손이 떨렸고, 경비가 그 떨림을 보았을까 봐 손을 등 뒤로 감췄다.
그는 거짓에 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거짓말은 늘 길어졌고, 길어진 거짓말은 더 거짓처럼 들렸다.
그러나 오늘은 짧게 끝냈다. 더 말하면 무너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경비가 동편을 비우러 돌아서는 순간, 요안은 자기가 평생 지켜 온 한 가지를 깬 것을 알았다. 그는 사제로서 한 번도 교회의 명령을 가짜로 만든 적이 없었다.
오늘 그는 교회의 권위로 교회를 거슬렀다. 그 모순이 그의 발밑을 흔들었다.
제의실에서 마라가 품에서 이름 적힌 자루를 꺼냈다. 요안은 그것을 보고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는 더 이상 부분 진실로 버틸 수 없었다. 그는 작은 성분 한 줌을 그릇에 덜어 물에 풀었다.
그릇 옆에 얼어 있던 금속 추를 그 물에 담갔다. 잠시 후, 얼었던 추에서 살얼음이 녹았다.
성분이 추를 데웠다.
“이만큼의 성분이,” 요안이 말했다.
“이만큼의 금속을 데웁니다. 그리고 이만큼의 성분을 만들려면, 같은 양의 식용 백맥과… 사람의 노동 시간이 듭니다.”
그는 재료와 노동과 효과만 말했다. 그 이상의 원리는 그도 정확히 몰랐고, 모르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요안은 그 추가 데워지는 동안, 자기 손바닥으로 그릇을 감쌌다. 그릇은 미지근했다.
추가 데워진 만큼, 어딘가는 식었을 것이었다. 그는 그 식는 자리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성분을 쓸 때마다 우물이 미지근해지고, 노동자가 쓰러지고, 겨울 한복판에 얼지 않는 물이 생기는 것을 보아 왔다. 빛은 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옮기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빌려, 어딘가에 부었다. 요안은 그 ‘어디선가’가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오늘 마라 앞에서 처음으로 입 가까이 가져왔다.
그러나 끝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정확한 원리를 모르는 채로 말하면, 그것은 추측을 진실로 파는 일이었다.
그는 추측을 팔지 않았다. 대신 그가 본 것, 추가 데워졌고 그릇이 미지근하다는 것만 보여 주었다.
마라는 그 비용을 사람과 시간으로 환산했다.
“이 한 줌이 추 하나를 데우는데, 그걸 만드느라 몇 사람이 몇 시간을 밟소?”
요안은 그 비율을 대략 말했다. 마라의 얼굴이 굳었다.
위층에서 성등 하나가 밝게 타는 동안, 아래층에서 몇 사람의 몇 시간이 들어갔다. 빛은 공짜로 오지 않았다.
빛은 누군가의 시간을 태워 만든 것이었다. 그 시간은 한 번 타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 광장의 그 큰 축복식은,” 마라가 말했다.
“그 흰 불기둥 하나에 몇 사람이 들어가오?”
요안은 답하지 못했다. 그 답을 입에 올리면, 그가 평생 집전해 온 모든 의례가 한순간에 사람을 태운 불이 된다.
그는 다만 “큰 의례일수록… 더 많이”라고만 했다.
마라는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알았다. 도시의 모든 빛이, 도시의 모든 치료가, 누군가의 발과 숨을 태운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가 받은 온전한 빵 한 덩이를 떠올렸다. 그 빵조차, 어쩌면 누군가의 시간 위에 구워졌다.
마라는 그 생각을 떨치려 고개를 저었다. 모든 것이 누군가의 비용이라면, 무엇을 먹고 무엇을 거부해야 하는가.
그 물음에 그녀는 아직 답이 없었다.
리우가 교회 장부의 봉헌 서명부를 펼쳤다. 거기에는 모든 봉헌이 ‘자발’로 적혀 있었다.
모두가 제 발로, 제 뜻으로 빛에 숨을 바쳤다고. 리우는 서명 날짜를 짚었다.
그리고 그 옆에 배급 채무 발생일을 나란히 놓았다. 두 날짜가 같았다.
사람들은 배급 빚이 생긴 바로 그날 봉헌에 서명했다. 굶주림이 생긴 날, 그들은 ‘자발’로 숨을 바치겠다고 적었다.
자발이라는 칸은, 빚이라는 칼 앞에서 적힌 것이었다.
리우 자신의 서명도 그 서명부에 있었다. 그는 자기 이름 옆의 날짜를 한참 보았다.
그날, 그의 가족은 사흘을 굶은 뒤였다. 그는 그 서명을 ‘자발’로 했다.
누구도 그의 손에 펜을 강제로 쥐여 주지 않았다. 다만 서명하지 않으면 배급이 끊겼고, 배급이 끊기면 누나와 어머니가 굶었다.
그는 자기 서명을 보며 아무 감정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손가락으로 그 날짜를 한 번 짚고, 다음 장으로 넘겼다.
감정을 말하지 않는 그 동작이, 어떤 절규보다 무거웠다. 마라는 동생의 그 손가락을 보았다.
부상으로 감각이 둔해진 그 손이, 자기가 ‘자발로’ 바친 서명 위에 멈춰 있었다.
그러나 한 노동자가 그 자리에서 반박했다. 제의실 정리를 돕던 늙은 봉헌자였다.
“나는 빚 때문에 바친 게 아니오.”
그가 말했다.
“내 손주가 그 성분으로 살았소. 나는 진심으로 바쳤소.”
마라는 그 반박을 묵살하지 못했다. 모두가 속은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는 진심으로 봉헌했고, 그 진심은 진짜였다. 동의의 문제는 강요냐 자발이냐의 둘로 나뉘지 않았다.
진심으로 바친 자와, 빚 때문에 바친 자가 같은 ‘자발’ 칸에 섞여 있었다. 그 섞임이야말로 교회의 가장 교묘한 장부였다.
마라는 그 노인에게 화내지 않았다.
“당신 진심을 의심하는 게 아니오.”
그녀가 말했다.
“다만 묻고 싶소. 당신 손주를 살린 그 성분이, 누구의 시간으로 만들어졌는지 아시오? 그 사람도 누군가의 손주였을 거요.”
노인은 답하지 못했다. 그의 진심과, 그 진심이 딛고 선 다른 사람의 시간이, 같은 그릇 안에 있었다.
마라는 그것을 풀어 헤치지 않았다. 진심을 가진 자를 적으로 돌리면, 그를 부린 진짜 손이 웃는다.
그녀는 다만 노인이 스스로 묻게 두었다. 자기 손주의 목숨이 어느 손주의 시간 위에 서 있는지를.
그 물음은 노인의 신앙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그 신앙에 무게를 얹었다.
마라가 요안에게 물었다.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소.”
요안은 입을 열었다.
“교회는 사람을 살렸소. 그 아이도, 저 노인의 손주도. 그건 거짓이 아니오.”
그는 그렇게 말하다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멈췄다. 그것은 변명이었다.
교회가 사람을 살렸다는 사실을 방패로, 사람을 갈았다는 사실을 가리는 변명.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죄책감을 길게 독백하는 대신, 그는 그저 입을 다물었다. 대화가 실패한 자리에, 그의 진짜 죄책감이 있었다.
마라는 그 침묵을 다그치지 않았다.
“당신이 오늘 우리를 빼냈소.”
그녀가 말했다.
“그건 적어 두겠소. 당신이 무엇을 숨겼는지도, 무엇을 했는지도, 다 적겠소. 사람은 한 칸으로 적히지 않으니까.”
요안은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마라의 장부는 교회의 장부와 달랐다.
교회는 사람을 ‘자발’ 한 칸에 넣었지만, 마라는 한 사람의 거짓과 행동을 따로 적었다. 요안은 그 둘이 함께 적히는 것이, 용서도 단죄도 아닌 무언가임을 알았다.
그것은 기록이었다. 그는 용서받기를 바라지 않았다.
다만 자기가 한 일이 사라지지 않고 적히기를, 어쩌면 바라고 있었다.
사빈이 하부 칸 자루 목록을 마저 살피다 멈췄다. 한 자루에 미카 바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미카는 다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의 치료용 성분이 이미 선배정되어 있었다.
사빈은 그것을 레아에게 보고할지 잠깐 망설였다. 후계자의 치료용 성분이 미리 준비되어 있다는 것은, 교회가 미카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을 예상했다는 뜻일 수 있었다.
혹은 단지 고위 귀족을 위한 상시 비축일 수도 있었다. 사빈은 어느 쪽도 단정하지 않았다.
그는 ‘미카 이름 자루, 선배정, 부상 없음’만 적었다. 의심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카의 이름이 아직 다치지도 않은 채 곡물 자루에 적혀 있다는 사실은, 누구의 가슴이든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 자루는 아직 비어 있지 않았다.
채워진 채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루의 입은 단단히 묶여 있었고, 묶은 매듭은 새것이었다.
요안도 그 자루를 보았다. 그는 미카의 이름 자루가 언제 준비됐는지 기록을 더듬었다.
미카의 후계 축복이 취소된 직후였다. 축복이 취소되어 미카의 법적 지위가 흔들린 바로 그 무렵, 교회는 그의 치료용 성분을 채워 두었다.
요안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절반쯤 알 것 같았으나, 끝까지 따라가지 못했다. 따라가면, 교회가 미카의 위기를 단지 예상한 것이 아니라 ‘기대’했을 가능성에 닿았다.
그는 그 가능성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증거 없이 말하면, 그것은 또 하나의 거짓이 된다.
그는 오늘 이미 한 번 거짓말을 했다. 두 번째 거짓말은, 진실의 모양을 하고 있어 더 위험했다.
마라가 “이 자루, 무슨 뜻이오?”라고 물었을 때, 요안은 “아직 모릅니다”라고만 답했다.
그것이 오늘 이 자리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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