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 아래
기적은 곡물을 먹는다 · 2026.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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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표에는 빈 12분이 있었다. 마라 케드는 파업을 조직하며 그 틈을 외워 두었다.
한 조가 나가고 다음 조가 들어오기 전, 감독이 명부를 옮겨 적느라 작업장이 비는 12분. 그 시간에 마라와 리우는 제단 아래 아홉 번째 문 앞에 섰다.
문은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리우가 절뚝이는 다리로 무릎을 꿇고, 성한 손으로 자물쇠를 더듬었다.
그는 발판 장치를 평생 다룬 손을 가지고 있었다. 잠금의 원리는 발판의 원리와 닮아 있었다.
그는 소리를 듣고, 박자를 맞추듯 걸쇠를 풀었다. 잠입은 운이 아니라 노동의 기술이었다.
레아가 거둔 아홉 번째 열쇠가 마라의 손에 있었다. 그러나 그 열쇠는 위쪽 문 하나만 열었다.
그 아래 작업장으로 들어가는 안쪽 자물쇠는 열쇠가 따로 있었고, 마라에게는 없었다. 리우가 그것을 맡았다.
그는 자물쇠에 귀를 대고, 걸쇠가 떨어지는 박자를 들었다.
“방아도 자물쇠도, 결국 같은 거예요.”
그가 낮게 말했다.
“정해진 박자에 맞춰 누르면 열리고, 어긋나면 안 열려요.”
그의 성한 손이 세 번 어긋났고, 네 번째에 걸쇠가 떨어졌다. 마라는 그 손을 보았다.
부상으로 발판을 떠난 손이, 이제 그 발판이 숨긴 문을 열고 있었다.
안은 노동자 숙소였다. 마라는 쇠사슬이나 채찍을 예상했다.
그런 것은 없었다. 대신 벽에 배급 채무표가 걸려 있었다.
누가 며칠 치 배급을 빚졌고, 그 빚을 며칠의 봉헌으로 갚는지가 적힌 표. 젖은 옷이 줄에 걸려 있었고, 교대 종이 일정한 간격으로 울렸다.
사람을 묶은 것은 쇠사슬이 아니라 빚과 종이었다. 어떤 노동자는 봉헌을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 늙은 여자가 발판을 밟으며 낮게 기도를 읊었다. 그녀에게 이 노동은 착취가 아니라 헌신이었다.
마라는 그 여자를 깨우지 못했다. 모두가 탈출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라는 배급 채무표를 한 줄씩 읽었다. 숫자들이 가지런했다.
누군가 매일 정확히 기록한 표였다. 빚은 흉작이 든 해에 받은 비상 배급에서 시작됐다.
먹을 것이 없어 교회 배급을 받은 사람이, 그 배급을 봉헌 노동으로 갚는 구조. 굶주림이 빚이 되고, 빚이 노동이 되고, 노동이 다시 성분이 되었다.
어디에도 강제로 끌고 온 흔적은 없었다. 사람들은 제 발로 들어와 제 발로 발판을 밟았다.
다만 그 발을 들이지 않으면 굶어 죽는 자리에 세워졌을 뿐이다. 마라는 그것이 쇠사슬보다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쇠사슬은 끊으면 풀리지만, 빚은 끊으면 굶주림이 돌아왔다.
한 젊은 노동자가 마라를 알아보았다. 파업 때 본 얼굴이었다.
그는 놀랐으나 소리치지 않았다.
“여긴 왜 왔소.”
그가 속삭였다.
마라는 “당신들이 무엇을 갈고 있는지 보러 왔소”라고 답했다.
젊은 노동자는 잠깐 망설이다, 호흡관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말로 하지 못하는 것을, 그는 방향으로만 알려 주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고발이었다.
그 젊은 노동자의 손목에도 표가 있었다. 며칠 치 봉헌이 남았는지를 새긴 작은 눈금.
그는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부끄러움은 선택할 수 있는 자의 감정이었고, 그에게는 그 선택지가 없었다.
“나도 처음엔 신앙인 줄 알았소.”
그가 속삭였다.
“빛에 내 숨을 바친다고. 그런데 어느 날부터 빚이 줄질 않더군. 갚는 만큼 새 빚이 생겨요. 그게 신앙이오, 장사요?”
마라는 답하지 못했다. 그 물음에는 답이 없었다.
신앙으로 시작된 것이 장사로 끝나는 자리에, 이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녀는 그 물음을 기억해 두기로 했다.
나중에 광장에서, 이 물음이 어떤 연설보다 사람을 움직일 것이었다.
작업장 안쪽에 발판 장치가 늘어서 있었다. 백맥은 손방아가 아니라 그 발판으로 갈렸다.
노동자들이 발판을 밟으면, 그 힘이 맷돌을 돌렸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노동자들의 머리 위로 가는 호흡관이 지나갔다. 사람의 숨이 그 관을 지나 성분 포대로 모였다.
리우가 발판의 마모 상태를 손끝으로 살폈다.
“이 발판은…” 그가 박자를 짚으며 말했다.
“쉬지 않고 도는 거예요. 마모가 이 정도면, 하루 열여섯 시간은 밟았어요.”
그는 과로 시간을 장비의 닳음으로 계산했다.
마라는 호흡관에 손을 대 보았다. 관은 미지근했다.
사람의 숨이 지나간 온기였다. 관 끝의 성분 포대도 같은 온기로 데워져 있었다.
그녀는 광장에서 쓰러진 노동자들의 옷섶에 묻어났다던 따뜻한 가루를 떠올렸다. 레아가 처음 본 그 미지근함이, 여기 호흡관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의 숨과 땀과 열이 곡물 가루에 스며, 그 가루가 ‘성분’이 되었다. 마라는 그것의 정확한 원리를 알지 못했다.
다만 사람의 무언가가 곡물로 옮겨 간다는 것만은 눈으로 보았다. 리우가 곁에서 발판의 박자를 셌다.
“저 위에서 누가 빵을 받을 때마다, 여기서 누군가 이만큼 더 밟는 거예요.”
그는 그 교환의 비율을 발의 횟수로 환산했다.
리우는 호흡관의 이음매를 손끝으로 따라갔다. 관은 작업장 천장을 지나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게 어디로 가는지 알아요?”
그가 물었다. 그리고 스스로 답했다.
“성당 제단요. 우리가 여기서 쉰 숨이, 저 위 제단의 불이 돼요.”
그는 그 말을 분노 없이 했다. 분노는 이미 오래전에 닳아 없어진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 담담함이 마라를 더 서늘하게 했다. 리우는 잠결에도 일정한 발 박자를 두드리는 버릇이 있었다.
마라는 그것이 무엇인지 이제 알 것 같았다. 발판의 박자가 그의 몸에 새겨진 것이다.
잠들어서도 그의 발은 이 방아를 밟고 있었다. 부상으로 발판을 떠난 뒤에도, 그의 몸은 발판을 잊지 못했다.
마라는 노동 숙소의 한쪽 벽에서 작은 손바닥 자국들을 보았다. 벽에 줄지어 찍힌 손도장.
처음에는 장식인 줄 알았다. 가까이 보니, 그것은 죽거나 떠난 노동자들이 남긴 표식이었다.
산 자들이 그 손도장 위에 자기 손을 맞대고 잠깐 멈추는 자리. 명부가 없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벽에 손자국으로 서로를 기억했다.
교회 장부는 그들을 곡물 자루에 적었지만, 그들 자신은 벽에 손바닥으로 적었다. 마라는 그 벽 앞에서 잠깐 멈췄다.
명단을 고치는 것이 평생의 일이었던 그녀에게, 이 손도장 벽은 또 하나의 명부였다. 지워지지 않는 명부.
리우가 꺼진 성등과 연결된 발판 하나를 찾았다. 위층 성당의 성등으로 이어지는 선이 그 발판에 묶여 있었다.
그는 시험 삼아 그 발판을 한 번 밟았다. 위층에서 성등이 켜지는 빛이 천장 틈으로 새어 들어왔다.
동시에, 곁의 성분 포대가 미지근해졌다. 한 번의 발이 위층의 빛을 켜고 가루를 데웠다.
마라는 즉시 리우를 멈추게 했다. 그것은 더 밟을 필요가 없는 증명이었다.
기적과 노동의 연결을, 그들은 추정이 아니라 한 번의 발로 보았다.
리우는 그 발판에서 발을 떼고도 한참 그 자리를 보았다.
“파업 때, 우리가 발판을 멈췄잖아요.”
그가 말했다.
“그때 북문 부적이 꺼졌고요. 그게 우연이 아니었어요. 우리 발이 멈추면, 저 위 부적도 멈춰요. 교회는 그걸 알고, 우리 발에 도시 안전을 묶어 둔 거예요.”
그는 그 사실을 처음으로 입 밖에 냈다. 파업 때 절반쯤 느낀 것을, 이 발판 앞에서 온전히 보았다.
마라는 그 말의 무게를 알았다. 노동자가 발을 멈추면 도시가 위험해진다.
그것은 노동자를 도시의 인질로, 동시에 도시를 노동자의 인질로 만드는 구조였다. 누구도 함부로 멈출 수 없게.
마라는 그 사슬의 양쪽 끝을 동시에 보았다.
그 한 번의 발 때문에 무게 균형이 깨졌다. 발판 아래 숨은 하부 칸이 열렸다.
안에는 성분 자루가 쌓여 있었다. 그 자루마다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다.
마라는 그 이름들을 읽었다. 곡물 자루에 사람 이름이 적힌 까닭을, 그녀는 절반쯤 알 것 같았고, 끝까지 알고 싶지 않았다.
바로 그때, 작업장 밖에서 경비의 열쇠 소리가 가까워졌다. 12분이 끝나가고 있었다.
마라는 리우의 팔을 잡았다. 이름이 적힌 자루를 한 손에 쥔 채, 두 사람은 열린 바닥과 다가오는 열쇠 소리 사이에 갇혔다.
이름이 적힌 자루는 보통 곡물 자루보다 작았다. 한 사람 몫으로 나뉜 것처럼.
마라는 그중 몇 이름을 알아보았다. 광장에서 쓰러졌던 회색 옷의 사람들.
그들의 이름이 곡물 자루에 적혀 있었다. 사람과 곡물이 같은 표식으로 묶여 있었다.
그녀는 그 자루 하나를 품에 넣었다. 증거였다.
자루 하나면, 추정이 물증이 됐다. 리우가 열린 하부 칸을 다시 닫으려 했으나, 무게 균형이 이미 어긋나 닫히지 않았다.
닫지 못한 바닥은 곧 누군가 발견할 것이었다. 경비의 열쇠 소리가 문 앞에서 멈췄다.
마라는 숨을 죽였다. 12분의 틈은 지났고, 다음 조가 들어오는 종이 울렸다.
종이 울리자 노동자들이 발판으로 돌아갔다. 작업장이 다시 발소리로 채워졌다.
그 소란이 마라와 리우를 잠깐 가려 주었다. 경비는 열린 하부 칸을 보고 멈칫했으나, 다음 조의 발판 소리에 묻혀 곧바로 두 사람을 찾지는 못했다.
마라는 리우의 어깨를 잡고, 들어온 길이 아니라 호흡관이 지나가는 좁은 틈을 가리켰다. 위층으로 이어지는 길.
리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 길은 제단으로 통했고, 제단에는 사제가 있었다.
그러나 들어온 문에는 경비가 있었다. 두 갈래 다 위험했다.
마라는 더 익숙한 위험을 택했다. 사제는 거짓에 약하고, 경비는 무력에 강하다.
그녀는 호흡관 틈으로 리우를 먼저 밀어 올렸다. 이름이 적힌 자루를 품에 단단히 안은 채, 마라도 그 좁은 틈으로 몸을 들였다.
등 뒤에서 경비가 열린 바닥을 들여다보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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