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적의 말씨

기적은 곡물을 먹는다 · 2026.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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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대 임시 감옥에서, 한 군인이 포로에게 오르한 욕설을 던졌다. 포로는 그 욕의 뜻을 알아듣지 못했다.

멍한 얼굴로 군인을 볼 뿐이었다. 마라 케드는 그 멍한 얼굴을 다른 군인들보다 한 박자 먼저 보았다.

오르한 출신이라면, 적어도 자기 고향 욕설에는 반응한다. 화를 내든, 비웃든.

뜻을 모르는 얼굴은, 그가 오르한 사람이 아니라는 첫 단서였다. 마라는 군인에게 욕을 멈추라 했다.

욕은 정보를 지운다. 겁먹은 입은 닫히고, 모욕당한 귀는 진실을 흘려보낸다.

그녀는 욕 대신 다른 것을 들었다.

군인은 왜 욕을 멈추라 하느냐고 따졌다. 그에게 이 포로들은 동료를 끊긴 다리 앞에 가둘 뻔한 적이었고, 적에게는 욕이 마땅했다.

마라는 그 분노를 탓하지 않았다.

“당신 욕이 틀려서 멈추라는 거요.”

그녀가 말했다.

“저자가 오르한 욕에 안 떠는 건, 오르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오. 우리가 오르한을 적으로 믿어 버리면, 진짜 적은 그 뒤에 숨소.”

군인은 그 말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라가 가리키는 곳이 욕보다 멀리 있다는 것은 알았다.

적을 잘못 짚으면, 진짜 적이 가장 좋아한다. 누군가 이 매복을 오르한의 짓으로 보이게 하려 했다면, 군인의 그 욕설이야말로 그 누군가가 바라던 반응이었다.

포로들이 어제 수레를 묶을 때 흥얼거린 노래가 있었다. 마라는 그 박자를 기억했다.

노동에는 노래가 붙는다. 짐을 당기는 박자, 줄을 감는 박자.

그 박자는 지역마다 다르다. 포로들이 부른 박자는 오르한 강변의 느린 뱃노래가 아니라, 왕실 북부 징발지의 빠른 행군 박자에 가까웠다.

억양은 꾸밀 수 있어도, 몸에 밴 작업 박자는 꾸미기 어려웠다. 마라는 그 박자를 사투리 흉내가 아니라 노동의 흔적으로 들었다.

마라 자신이 노래로 일하는 사람이었다. 기도방아 노동자들도 발판을 밟을 때 박자를 맞췄고, 그 박자는 로헤른 방아의 것이었다.

다른 도시에서 온 노동자가 들어오면, 그가 밟는 박자가 미세하게 어긋나 금방 표가 났다. 마라는 그 차이를 매일 들으며 살았다.

그래서 포로들의 노래가 어느 땅의 박자인지, 그녀는 학자의 지식이 아니라 노동자의 귀로 짚었다. 그녀는 동료 하나에게 그 박자를 따라 흥얼거리게 했다.

동료가 박자를 맞추자, 포로 하나의 발이 무심코 그 박자에 맞춰 까딱였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포로들에게 급료일을 물었다. 무심한 질문처럼.

로헤른 수비대는 보름마다 급료를 줬고, 왕실 북부 징발대는 열흘마다 줬다. 두 곳의 날짜가 달랐다.

포로 하나가 무심코 “열흘이면 받았어야 하는데”라고 투덜거렸다.

열흘. 그것은 왕실 북부의 셈법이었다.

보름으로 사는 자와 열흘로 사는 자는, 같은 달을 다르게 나눈다. 포로의 입은 거짓을 말할 수 있어도, 그의 몸에 밴 달력은 거짓을 말하지 못했다.

마라는 그 한마디를 흘려듣지 않았다. 욕설로도, 억양으로도 못 밝힌 출신을, 급료일이라는 노동의 셈이 밝혔다.

마라는 그 포로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몰아붙이면 입을 닫는다.

그녀는 오히려 동정하는 척 말을 받았다.

“열흘이 지났는데 급료가 안 왔으면, 부린 자가 떼먹은 거지.”

포로의 얼굴에 억울함이 번졌다. 떼인 급료에 대한 억울함은 출신을 숨기려는 경계보다 강했다.

그는 자기를 부린 자가 약속을 어겼다는 말을 몇 마디 더 보탰다. 그 몇 마디 속에, 보급과 교대와 행군 일정이 묻어 나왔다.

마라는 그것들을 머릿속 장부에 적었다. 사람은 자기가 손해 본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이 흘린다.

그녀는 노동자들을 조직하며 그 사실을 오래전에 배웠다.

포로 중 하나가 거래를 제안했다. 사면을 보장해 주면, 운송표를 작성한 곳이 어디인지 말하겠다는 것이었다.

마라는 그 거래를 받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사면을 보장할 권한이 없었다.

노동자 조직가는 명단을 고치고 파업을 조직할 수 있어도, 한 사람의 죄를 사면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 한계를 인정했다.

권한 없는 약속은 거짓이 된다. 그녀는 레아의 서명을 받으러 사람을 보냈다.

거래는 서명이 돌아올 때까지 멈춰야 했다.

거래를 제안한 포로는 다른 자들보다 셈이 빨랐다. 그는 자기가 가진 정보의 값을 알았고, 그 값을 사면이라는 가장 비싼 것으로 받으려 했다.

마라는 그에게 거짓 약속을 하지 않았다.

“내겐 당신을 살릴 권한이 없소. 그건 변경백의 서명이 있어야 하오. 거짓으로 살려 준다 하고 당신 말을 받아 적으면, 그건 당신을 두 번 속이는 거요.”

포로는 그 정직에 잠깐 흔들렸다. 거짓 약속에 익숙한 자는, 진짜 한계를 말하는 자를 오히려 신뢰한다.

그는 서명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마라는 사람을 띄웠고, 그 사이 포로에게 물 한 잔을 줬다.

거래를 기다리는 자에게 베푸는 작은 호의가, 거짓 약속보다 그를 더 말하게 만들 수 있었다. 다만 그녀는 서명 전에는 한 마디도 받아 적지 않았다.

서명이 돌아오기 전에, 교회 경비가 도착했다. 오스틴 파르라는 심문관이 오기 전, 그 부하 경비들이 먼저 왔다.

그들은 성물 절도 혐의를 들어 포로를 교회로 이송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법 조항을 제시했다.

곡간 봉인을 끊은 사건과 관련된 자는 교회 재판소가 우선 심리한다는 조항. 마라는 그 조항이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요안이 곁에서 그 조항의 적용 범위를 따져 이송을 지연시켰다. 그러나 그는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교회의 법은 교회의 사람이 더 잘 알았고, 요안은 그 법으로 시간만 벌 수 있었다.

요안은 조항의 문구를 한 자씩 따졌다. ‘봉인을 끊은 사건과 관련된 자’에 매복 포로가 해당하는지, 절도와 매복이 같은 항목인지.

그는 신학생 시절 외운 교회법을 더듬어, 적용 범위를 좁히려 했다. 경비는 냉정했다.

그들은 화내지 않았고, 위협하지도 않았다. 다만 상부의 영장을 내밀고, 시한을 말했다.

폭력이 아니라 절차로 밀어붙이는 방식이었다. 마라는 그 냉정함이 오히려 무서웠다.

화내는 자는 막을 수 있어도, 절차를 든 자는 막기 어려웠다. 요안이 번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는 마라에게 눈짓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는 것을 알렸다.

이송이 시작됐다. 핵심 포로, 운송표 작성소를 안다던 그자가 수레에 실렸다.

마라는 그를 따라가려 했으나 경비가 막았다. 권한 없는 자는 수레 뒤에 남겨졌다.

수레가 교회 이송로로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에서 소란이 일었다. 수레가 멈췄을 때, 그 핵심 포로는 죽어 있었다.

경비는 ‘발작’이라 했다. 추위에 약한 자가 갇혀 떨다 그리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같은 수레의 다른 포로들은 멀쩡했다.

마라는 그 ‘발작’이라는 말을 받아 적지 않았다. 발작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죽음의 이름 대신, 죽음의 정황을 셈했다. 그 포로는 거래를 제안한 자였다.

살아서 말하면 가장 위험한 자. 그가 이송 수레 안에서, 다른 포로도 아니고 그 한 사람만 죽었다.

우연이 한 사람을 골라 죽이는 일은 드물었다. 마라는 그 드묾을 기억했다.

누군가 이 포로의 입을 닫고 싶어 했고, 그 손은 교회 이송로 안에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없었으나, 잊지 않을 수는 있었다.

마라가 그 시신에 다가갔다. 동료 노동자 하나가 분노해 경비를 향해 달려들려 했다.

마라는 그를 막았다. 지금 경비를 치면, 노동자들이 살인을 한 것이 되고, 진짜 죽인 손은 묻힌다.

그녀는 동료의 팔을 잡고 “보라”고만 했다.

시신의 입을 살피게 했다. 죽은 포로의 혀 밑에서 작은 패가 나왔다.

성전 사면패였다. 성전의 문양이 새겨진, 죄를 면해 준다는 패.

마라는 그런 패를 본 적이 없었다. 노동자에게는 사면이 주어진 적이 없었으므로, 사면패도 본 적이 없었다.

사면은 늘 위에서 위로만 오갔다. 그 패가 매복 포로의 혀 밑에 있었다는 것은, 이 자가 위와 닿아 있었다는 증거였다.

그것을 혀 밑에 숨기고 있었다는 것은, 그가 ‘사면을 약속받은 자’였다는 뜻이었다.

마라는 그 패를 집어 들었다. 패의 한 귀퉁이에 흠집이 있었다.

칼끝으로 그은 듯한 작은 흠. 그녀는 그 흠의 모양을 눈에 새겼다.

패 자체는 곧 교회 경비가 ‘성물’이라며 가져갈 것이었다. 가져가기 전에, 그 흠집만은 자기 기억에 남겨야 했다.

핵심 증인은 죽었고, 운송표 작성소의 이름은 그와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그가 혀 밑에 숨긴 사면패가, 죽은 입을 대신해 말하고 있었다.

누군가 이 자들에게 사면을 약속했고, 그 약속의 패에는 성전의 문양이 찍혀 있었다. 마라는 흠집 난 패를 경비에게 건네면서, 그 문양과 흠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았다.

그녀는 그 흠집을 종이에 그리지 않았다. 그렸다가 경비에게 들키면, 그 종이마저 ‘성물 모독’으로 빼앗길 수 있었다.

그녀는 대신 동료 둘에게도 그 흠의 모양을 보여 주고, 각자 기억하게 했다. 한 사람의 기억은 지워질 수 있어도, 셋의 기억은 지우기 어려웠다.

그것이 노동자들이 명부 없이도 진실을 지켜 온 방식이었다. 흠집의 모양, 패의 무게, 문양의 위치.

세 사람이 각각 한 조각씩 기억했다. 죽은 포로는 말이 없었으나, 그가 남긴 흠집 난 패는 세 사람의 머릿속에 나뉘어 남았다.

마라는 경비가 패를 천에 싸 가져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요안에게 낮게 말했다.

“저 흠, 우리가 본 거요. 잊지 마시오.”

요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이제 같은 것을 기억하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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