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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곡간

기적은 곡물을 먹는다 · 2026.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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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 바렌은 자기 말의 안장 위에 새 여행 마구가 얹힌 것을 보았다. 평소에 쓰던 단거리용 마구가 아니라, 먼 길을 갈 때 쓰는 무거운 마구였다. 안장주머니가 둘 달렸고, 물통 걸이가 새로 붙어 있었다. 말은 미카를 알아보고 코를 비볐다. 늘 타던 말이었다. 그 익숙한 말 위에 낯선 마구가 얹혀 있는 것이, 미카에게는 더 이상했다. 익숙한 것 위에 낯선 준비가 올라가 있을 때, 사람은 그 준비가 자기를 어디로 데려갈지 먼저 의심하게 된다. 미카는 시종에게 누가 이것을 달았느냐고 물었다. 시종은 “총관 어른 명령입니다”라고만 답하고, 더 묻기 전에 일거리를 핑계로 자리를 떴다. 도안의 명령이었다. 아버지가 자기 말에, 자기도 모르게, 먼 길용 마구를 달게 했다. 미카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절반쯤 알았고, 알고 싶지 않았다.

마구실 안쪽에 작은 문이 있었다. 미카는 그 문을 전에도 보았으나 늘 잠겨 있었다. 오늘은 시종이 두고 간 열쇠 꾸러미가 마구실 못에 걸려 있었다. 미카는 그중 본 적 없는 열쇠 하나를 골라 그 작은 문에 꽂아 보았다. 맞았다. 아버지의 별도 열쇠였다. 문이 열렸다.

미카는 열쇠를 꽂기 전 잠깐 망설였다. 잠긴 문을 여는 것은 허락받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자기 말에 달린 먼 길용 마구가, 이미 자기를 어딘가로 보낼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자기에 관한 결정이 자기 모르게 끝나 있을 때, 잠긴 문을 여는 것은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 일을 알 권리였다. 미카는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고 열쇠를 돌렸다. 설득이 필요했다는 것 자체가, 그가 무언가 무거운 것을 열고 있다는 증거였다.

안은 작은 곡간이었다. 그러나 광장의 곡간과는 달랐다. 여기에는 곡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약과 마른 고기, 그리고 종이 한 묶음이 있었다. 가족과 친위대가 한 달은 버틸 식량. 미카는 그것을 세어 보았다. 영지 전체를 위한 양이 아니었다. 정확히 몇 사람을 위한 양이었다. 종이 묶음을 펼치니 수도 통행증이었다. 여러 장. 그중 한 장에 미카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미카는 사빈에게 배운 대로, 무심코 자루의 수를 세었다. 어머니의 회계관이 늘 그러듯이. 자루는 정확히 가족과 호위의 머릿수에 맞춰 준비되어 있었다. 한 자루도 더, 한 자루도 덜이 아니었다. 그 정확함이 미카를 더 서늘하게 했다. 충동으로 모은 식량은 어림으로 쌓인다. 이 곡간은 어림이 아니라 계산이었다. 누군가 오래, 차분히, 몇 사람을 살릴지를 정해 두고 쌓은 식량. 약은 종류별로 나뉘어 있었고, 마른 고기는 상하지 않게 소금에 싸여 있었다. 급히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조금씩 채워 온 곡간이었다.

미카는 빵 하나를 집으려다 멈췄다. 이 빵은 광장 배급대의 빵과 같은 곡물로 구워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 빵은 줄을 서지 않은 자의 몫이었다. 자기가 그 줄 밖의 사람이라는 사실이, 손끝에서 식었다. 그는 빵을 도로 내려놓았다.

그는 광장에서 자기 축복용 죽을 받아 먹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 그는 이름이 지워진 죽을, 이름 없는 한 사람의 몫으로 받았다. 줄을 서서. 그런데 이 곡간의 빵은 줄을 서지 않아도 그의 것이었다. 같은 곡물이 어느 곡간에 있느냐에 따라, 그를 줄 안의 사람으로도, 줄 밖의 사람으로도 만들었다. 미카는 자기가 두 곡간 사이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의 곡간은 그를 줄 안으로 보냈고, 아버지의 곡간은 그를 줄 밖으로 빼냈다. 그는 어느 쪽이 자기를 더 사랑하는지 묻지 않았다. 둘 다 사랑이었고, 둘은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도안이 들어왔다. 그는 미카가 문을 연 것을 보고도 화내지 않았다. “보았느냐.” 그가 말했다. “이건 도망 식량이 아니다. 지휘부가 죽으면 영지도 무너진다. 영주 가족과 그를 지킬 손이 살아 있어야, 다음 명령을 내릴 사람이 남는다. 이건 비겁이 아니라 비상 대비다.” 미카는 아버지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아버지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퇴로와 약과 호위 인원의 수로 말했다. 그것이 아버지가 사랑을 말하는 방식이었다.

“그럼 왜 어머니께 말씀 안 하셨어요?” 미카가 물었다. 도안은 잠깐 답하지 않았다. “네 어머니는 모든 곡간을 공공 장부에 넣을 사람이다. 옳은 일이지. 다만 옳은 일만으로는 영주 가족이 한밤에 죽는 것을 막지 못한다.” 그는 자기 비축이 어머니의 원칙과 부딪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채웠다. 미카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속인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묻지 않은 것임을 깨달았다. 묻지 않는 것과 속이는 것 사이의 가는 선 위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미카는 그 선이 어디서 무너지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

레아가 도착했다. 그녀는 비밀 곡간을 한 바퀴 둘러보고, 사빈을 불러 이 비축을 공공 장부에 넣으라 했다. 도안이 막아섰다. “영주 가족이 죽으면 영지도 죽소. 이 비축은 영지의 머리를 지키는 것이오.” 두 사람은 미카 앞에서 처음에는 공적 호칭을 썼다. 변경백, 총관. 직함이 오갈수록 말은 정확해졌고, 정확해질수록 차가워졌다. 레아는 분노할수록 도안을 더 정확한 직함으로 불렀다. 그것이 그녀가 화를 내는 방식이었다.

레아는 약과 마른 고기와 통행증을 차례로 짚으며 물었다. “이 약은 언제부터 모았소, 총관.” 도안은 “회서리 직후부터”라고 답했다. 그 말은, 그가 광장의 봉인이 끊기기 한참 전부터 이 곡간을 채워 왔다는 뜻이었다. 레아의 손이 통행증 묶음에서 멈췄다. 통행증의 발급일도 오래되어 있었다. 그녀가 도시를 살리려 매일 곡간과 장부와 씨름하는 동안, 도안은 그 도시가 무너질 경우를 위해 조용히 다른 곡간을 채워 왔다. 레아는 그것을 배신이라 부르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한 번도 그 곡간의 존재를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부 사이에 그어진 선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나는 당신의 셈을 탓하지 않소.” 그녀가 말했다. “다만 그 셈에 내가 없었다는 건, 적어 두겠소.”

“이 곡간을 공개하지 않으면,” 레아가 말했다. “나는 아홉 가문의 열쇠를 거둘 자격이 없소, 총관. 내가 그들의 사설 곡간을 열면서, 내 가족의 곡간은 잠가 둔다면, 그건 특권이오.” 도안이 답했다. “당신이 거둔 아홉 가문의 곡간은 영지를 위한 것이고, 이건 그 영지를 이끌 사람을 위한 것이오, 변경백. 같지 않소.” 두 논리는 모두 일관됐다. 어느 쪽도 이기적이지 않았고, 어느 쪽도 완전히 옳지 않았다.

미카는 두 사람의 말을 다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보였다. 어머니는 ‘모두에게 같은 규칙’을 지키려 했고, 아버지는 ‘규칙이 무너졌을 때 다시 세울 사람’을 남기려 했다. 둘 다 영지를 위한 것이었으나, 한쪽은 원칙을, 한쪽은 생존을 먼저 두었다. 미카는 자기가 어느 쪽이 옳은지 판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현명한 아이가 부모의 다툼을 한마디로 정리하는 것은, 이야기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미카는 다만 두 사람이 모두 진심이라는 것만 알았고, 그래서 더 무서웠다.

말끝에, 레아가 도안의 이름을 불렀다. “도안.” 직함이 아니라 이름이었다. 그 한 번의 이름에, 두 사람이 부부라는 사실과, 그럼에도 이 문제에서 갈라선다는 사실이 함께 담겼다. 도안도 “레아”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 이름 뒤에, 그는 이미 작성된 종이 한 장을 식탁에 올렸다. 미카의 수도 통행증이었다. “오늘 밤 떠나야 하오. 왕실의 상속 심사가 오기 전에, 아이는 수도에서 자기 자격을 직접 증명해야 하오.”

미카는 그 통행증을 보았다. 자기 이름 옆에, ‘후계자’라는 표기가 적혀 있었다. 빈 축복란 때문에 위태로워진 그 표기가, 통행증에는 멀쩡히 적혀 있었다. 누군가 이 종이를 만들 때, 자기를 후계자로 적어 두었다. 미카는 펜을 들었다. 그리고 그 ‘후계자’라는 글자를 천천히 긁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를 막지 않았다. 두 사람 다 그 손짓을 보고 멈췄다. 자기 자격을 종이에 적힌 글자로 증명받느니, 미카는 그 글자를 스스로 지웠다. 그것이 열네 살의 그가 부모의 두 논리 사이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자기 대답이었다. 긁힌 자리에는 종이의 거친 결만 남았다.

“수도에 가면,” 미카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하려고 그는 한 박자 쉬었다. “이 종이로 제 자격을 증명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종이엔 제가 후계자라고 적혀 있어요. 증명하러 가는데, 이미 답이 적힌 종이를 들고 가는 거예요.” 도안이 무어라 말하려 했다. 미카가 먼저 말을 맺었다. “저는 적힌 걸로 증명받기 싫어요. 빈 축복란이 무서웠던 건, 거기 거짓이 적힐까 봐였어요. 그러니까 이 칸도 비울래요.” 그는 통행증을 도안에게 돌려주지 않고, 식탁 위에 그대로 두었다. 떠날지 말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다만 떠나더라도, 자기 이름 옆 칸은 비운 채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레아는 그 긁힌 칸을 오래 보았다. 그녀는 아들이 자기 원칙을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이유로 같은 자리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았다. 비어 있는 줄은 흠이 아니라, 거짓이 적히지 않은 자리라던 성당 서기의 말을, 미카는 자기 것으로 만든 것이다. 도안은 통행증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아들의 손이 닿은 그 칸을 보고, 오늘 밤 출발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떠나야 한다는 그의 논리는 그대로였으나, 떠나는 방식만은 아이가 정하게 두기로 했다. 비밀 곡간의 문은 열린 채였고, 세 사람은 그 앞에서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부부의 신뢰에는 금이 갔고, 그 금 사이로 미카가 처음으로 자기 발을 들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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