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젖은 가마니는 마른 것보다 저울추 두 개를 더 먹었다

갑오년, 전보국 주사는 군량을 훔쳤다 · 2026. 9. 19.

조회수 0

젖은 가마니는 마른 것보다 저울추 두 개를 더 먹었다.

한서린은 포대를 가른 칼을 닦지 않았다. 칼날에서 물과 쌀겨가 함께 떨어졌다. 겉의 곡식은 불어 있었고 안쪽은 손바닥 한 뼘만큼 비었다. 하부 점포 검사표에는 정상 중량이라고 적혀 있었다.

“같은 가마니로 다시 재세요.”

계량인이 젖은 포대를 저울에서 내리려 하자 서린이 막았다.

“먼저 지금 무게. 다음은 포대를 비우고 먹을 수 있는 곡식. 마지막은 물과 상한 몫.”

세 수치를 한 합계로 만들면 사기가 다시 가려졌다.

오복례가 노동대 사람들과 계량대에 올라왔다. 그녀는 서린의 얼굴보다 바닥에 고인 물을 봤다.

“사람부터 세.”

가마니를 옮긴 인부 넷이 앞으로 나왔다. 둘은 서린 상단 하부 점포 소속, 둘은 갈대나루 창고에서 품을 판 노동자였다. 젖은 포대 물이 옷에 스며들어 허벅지가 검게 젖어 있었다.

“누가 물을 부었어?”

하부 점포 인부 전학수가 고개를 숙였다.

“점포 매입인이 시켰습니다.”

“언제?”

“어젯밤 자정 뒤입니다.”

“몇 가마니?”

“저는 열둘을 봤습니다. 다른 창고는 모릅니다.”

오복례는 열둘만 기록하게 했다. 인부가 못 본 나머지까지 같은 사기라고 묶지 않았다.

서린은 검사표를 뒤집었다. 자기 상단 표식과 검사자 이름, 결제 예정일이 있었다. 이토의 위조 도장도, 윤태성 상단 연번도 없었다. 외부 공격을 핑계로 돌릴 수 없는 자기 장부였다.

“매입인을 데려오세요.”

전학수가 말했다.

“정정표 소식 듣고 도망갔습니다.”

“가족은?”

“점포 뒤방에 있습니다.”

“가족을 잡지 마세요. 점포 금고와 출납표만 봉합니다.”

오복례가 날카롭게 웃었다.

“사람 하나 튀면 종이부터 묶는 건 여전하네.”

“종이까지 튀면 누가 얼마를 빼먹었는지 못 갚으니까.”

“갚는 건 누군데?”

서린은 대답 대신 자기 상단 자금표를 펼쳤다. 신용 경보 기별 비용, 윤태성 상단과 나눈 절반, 수레 우회 선금, 그리고 젖은 가마니 손실. 아직 마르지 않아 손실액은 확정할 수 없었다.

“오늘 배급에서 빠진 먹을 수 있는 양은 제 자본으로 먼저 삽니다.”

“얼마나?”

“모릅니다.”

오복례가 눈을 가늘게 떴다.

“모르는 걸 갚겠다고?”

“상한과 물 무게를 재는 동안, 확인된 최소 부족분부터. 나머지는 마른 뒤 추가 지급.”

“날짜.”

“최소 부족분은 오늘 해 지기 전. 추가분은 내일 오시.”

“돈 없으면?”

“제 상단 채권을 팔고, 그래도 모자라면 제 배당에서 먼저 뗍니다.”

서린은 담보 목록에 자기 이름을 썼다. 하부 점포가 저지른 일이라 본점은 모른다고 잘라낼 수도 있었다. 그러면 계약상 책임은 매입인과 점포 주인에게 갔다. 그러나 검사표는 자기 상단 이름으로 거래됐다. 신용의 이익을 본점이 가졌다면 손실도 본점에서 먼저 내야 했다.

“미안합니다.”

오복례가 손을 들었다.

“그 말로 저울이 마르나?”

서린은 입을 다물었다.

“사과는 됐고 검사권 내놔.”

“누구에게?”

“노동대가 뽑은 사람.”

“상단 계량인도 같이 봐야 합니다.”

“같이 보되 멈추는 권한은 우리도 가져.”

오복례는 요구를 셋으로 잘랐다. 가마니를 열어 볼 검사자 둘을 노동대가 선출한다. 젖음·포대 손상·냄새가 있으면 하역을 즉시 멈춘다. 상단 계량인과 값이 다르면 평균을 내지 않고 두 값을 모두 적는다.

“검사자 품삯은?” 서린이 물었다.

“상단이 내.”

“그러면 제 돈을 받는 검사자라고 공격받습니다.”

“그래서 누가 뽑는지가 중요하지.”

“품삯은 상단이 내고, 해임은 노동대 투표로만. 동의합니다.”

오복례는 바로 사람을 지명하지 않았다. 노동대 스물두 명을 저울 주위로 불렀다. 오늘 하역에 나온 사람만 투표하면 밤 교대가 빠졌다. 그녀는 낮 교대에서 한 명, 밤 교대에서 한 명을 뽑자고 했다.

첫 후보는 저울을 오래 본 임춘배였다. 둘째는 포대 바느질을 맡는 나옥동, 셋째는 다른 하역대에서 온 권말순이었다. 자기 노동대 사람만 넣으면 검사권이 새 독점이 됐다.

“권말순은 우리 사람이 아니잖아.” 누군가 말했다.

“젖은 쌀은 다른 밧줄 타고 오면 안 젖었대?” 오복례가 쏘아붙였다.

투표는 손이 아니라 이름표 조각으로 했다. 글을 못 쓰는 사람은 자기 밧줄 매듭을 상자에 넣었다. 임춘배와 권말순이 뽑혔다. 나옥동은 표가 모자랐지만 포대 손상 자문을 맡겠다고 했다.

서린은 두 검사자의 이름을 검사표 위가 아니라 옆에 썼다. 상단 검사자가 원문을 쓰고 노동대가 확인만 하는 구조를 피하려고 새 양식을 만들었다. 상단 측정, 노동대 측정, 작업 중지 사유, 재개 조건. 네 칸의 순서는 어느 쪽도 위에 놓지 않았다.

임춘배가 첫 젖은 가마니를 다시 달았다. 권말순은 포대를 열어 썩은 냄새가 난 가장자리를 따로 걷었다. 먹을 수 있는 곡식은 깨끗한 멍석 위에 쏟았다.

“저울 눈금은 같아.” 임춘배가 말했다.

“물 먹은 껍질이 같이 올라갔으니까.” 권말순이 답했다.

그들은 포대째 무게와 선별 뒤 곡식 무게를 따로 썼다. 수분 중량을 정확한 환산표로 바꾸지는 않았다. 곡식 종류와 젖은 시간에 따라 달랐다. 확인된 것은 표본 한 가마니에서 배급 가능한 양이 검사표보다 줄었다는 사실이었다.

“열둘 모두 엽니다.” 오복례가 말했다.

하부 점포 서기가 막았다.

“봉함을 뜯으면 상품 가치가 떨어집니다.”

“안 뜯으면 사람 배 속 가치가 떨어져.”

“본점 허가가 필요합니다.”

서린이 자기 인장을 꺼내 작업 중지표에 찍었다.

“본점 허가입니다. 열둘 전부 개봉. 마른 것과 섞지 마세요.”

포대가 하나씩 갈라졌다. 일곱은 겉만 젖었고, 셋은 안쪽까지 상해 냄새가 났다. 둘은 전학수가 본 것보다 물이 덜했다. 같은 지시를 받아도 작업자가 물 양을 다르게 부었거나 보관 위치가 달랐다.

권말순은 멍석을 셋으로 나눴다. 바로 배급할 것, 말린 뒤 다시 볼 것, 버릴 것. 하부 점포 서기는 버릴 곡식도 씻으면 죽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누가 먹어?” 오복례가 물었다.

“구호소에서 끓이면—”

“네가 먼저 한 그릇 먹을래?”

서기는 대답하지 못했다. 서린은 상한 냄새가 난 곡식을 배급 합계에서 뺐다. 버리는 양이 늘면 본점 손실도 커졌지만, 싼 죽이라는 이름으로 구호소에 떠넘기지 않았다.

“폐기 확인은 누가 합니까?” 임춘배가 물었다.

“검사자 둘과 구호소 조리자 한 명.” 서린이 답했다. “상단은 양과 비용을 적고, 먹을 수 있는지는 먹을 사람이 정합니다.”

오복례가 끼어들었다.

“구호소 사람이 와서 보기 전에는 버리지도 마. 나중에 멀쩡한 걸 빼돌렸다고 할 수 있으니까.”

상한 곡식은 붉은 줄을 친 멍석 위에 남았다. 지키는 품삯도 들었다. 한서린은 폐기 손실과 감시 품삯을 따로 적었다. 둘을 합쳐 ‘부패 비용’이라 쓰면 누가 젖혔고 누가 지켰는지 사라졌다.

점포 금고에서 가져온 출납표도 도착했다. 매입인은 물을 부은 뒤 늘어난 저울 눈금만 본점 청구서에 옮겼다. 늘어난 몫의 대금은 아직 지급 전이었다. 돈이 빠져나가기 전에 잡았지만, 배급할 곡식은 이미 상했다.

“그러면 손실이 없다고 쓸 수 있습니까?” 하부 점포 서기가 물었다.

“돈만 아직 안 나갔죠.” 서린이 말했다. “곡식과 시간과 사람 옷은 이미 젖었습니다.”

그녀는 지급 중지 도장을 청구서에 찍었다. 이어 점포 주인 몫 배당을 보전 후보로 묶었다. 다만 오늘 살 마른 곡식 값은 조사 끝을 기다리지 않고 자기 자본에서 먼저 냈다. 책임자 돈을 회수하는 일과 배급을 메우는 일을 같은 시각에 끝낼 수 없었다.

오복례는 전학수에게 다시 물었다.

“열둘 모두 네가 적셨나?”

“아홉은 제가, 셋은 박춘돌이 했습니다.”

“왜 아까는 안 말했어?”

“그 사람도 잡혀갈까 봐.”

“네가 덮으면 더 크게 잡혀가.”

서린은 박춘돌 이름을 죄인 칸에 올리지 않았다. 지시를 받은 시각·물 양·대가를 묻는 조사 대상이라고만 적었다. 매입인의 지시와 인부의 실행, 본점 검사 실패를 한 죄로 뭉치지 않았다.

계량이 끝났을 때 배급 가능한 곡식은 검사표 합계보다 눈에 띄게 적었다. 정확한 손실은 말린 뒤 다시 재야 했다. 서린은 확인된 최소 부족분만 계산해 가까운 상점 두 곳에서 마른 곡식을 샀다. 가격은 신용 경보 뒤 올라 있었다.

“평소보다 비쌉니다.” 필사자가 말했다.

“그래서 누가 냅니까?” 오복례가 물었다.

“제가 냅니다.”

서린은 은전 주머니를 저울 옆에 쏟았다. 자기 배당금에서 뺀 표찰도 함께 놓았다. 곡식은 해 지기 전 도착했지만, 표본 손실 전부를 채우지는 못했다. 최소 부족분만 메웠고 추가분은 내일로 남았다.

오복례는 돈을 보고도 웃지 않았다.

“오늘 메운 게 신뢰는 아니야.”

“압니다.”

“검사자 둘이 내일도 저울 옆에 서는 게 신뢰지.”

서린은 검사권 조항의 만료일을 비워 두지 않았다. 노동대가 폐지에 동의하거나 세 차례 공개 대조에서 필요 없다고 결의할 때까지 유지. 본점이 혼자 끝낼 수 없었다.

“다른 하역대도 검사자를 냅니까?” 권말순이 물었다.

“오늘은 당신이 그 몫입니다. 내일부터 각 교대에 한 명씩 후보를 받죠.” 오복례가 말했다.

서린은 비용 칸을 늘렸다. 검사자 두 명 품삯, 개봉한 포대 교체, 선별 멍석, 말리는 시간, 중단된 하역. 오늘 처리 속도는 더 느려졌다.

부두 끝에서 물통을 굴리는 소리가 들렸다. 궁궐 수비 쪽 군졸 셋과 파견군 쪽 병사 셋이 서로 총구를 내린 채 우물 앞에 섰다. 가운데에는 흰 천을 맨 장대와 모래시계 둘이 놓였다.

기별을 들고 온 서리가 외쳤다.

“양측이 이틀간 휴전합니다. 마흔여덟 시간 동안 공동 급수, 부상자 운반, 우물 주변 무장 금지.”

오복례가 젖은 포대 조각을 내려놓았다.

“물로 쌀 무게를 속인 날에 물 때문에 총을 내리는군.”

서린은 휴전문보다 우물로 가는 빈 통 수를 셌다. 공동 급수는 합의됐지만 누가 먼저 받고, 누가 통을 검사하며, 오염 책임을 누가 질지는 아직 없었다.

첫 수비병이 자기 물통을 우물 곁에 내려놓았다. 맞은편 파견군 병사도 같은 거리에 통을 놓았다. 둘 사이 바닥에 마흔여덟 시간을 잴 첫 모래시계가 뒤집혔다.

그 순간 젖은 가마니에서 흘러온 물이 계량대 홈을 타고 우물 쪽 배수로로 번졌다.

이번 화가 재미있었나요?

좋아요와 평점은 언제든 변경할 수 있습니다.

독자 평점 아직 없음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