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책임 심사는 오전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렘 소문은 재난으로 분류됩니다 · 2026.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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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책임 심사는 오전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여덟 시 사십 분, 윤세라의 단말에 시민 구조 요청이 먼저 들어왔다.
발신자는 이름을 `린`이라고만 적었다.
장소는 채가람의 학교 구관 전시창고. 요청 항목은 두 개였다.
사람 한 명.
종이 한 장.
세라는 팀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멈췄다. 전날 조정국이 보낸 공동책임 예고 때문에 팀7의 차기 출동 예산은 임시 동결 상태였다. 관용차도, 장비 보험도 쓸 수 없었다.
“저 학교에 있어요.”
가람의 음성이 먼저 들어왔다. 숨이 빨랐다.
“전시 안전 재심 서류 내러 왔다가 창고 경보 봤어요. 저 팬 맞는데요. 그래도 지금은 출동 요청 말고 학교 사람으로 말하는 겁니다.”
“안으로 들어가지 마.”
“종이가 습식 소화 구역에 있어요.”
“사람부터 위치.”
“안쪽 보존실. 방화 셔터 하나 사이. 의식 있고, 발목이 진열대에 끼었대요.”
세라는 구관 도면을 열었다. 길게 이어진 창고 가운데 방화 셔터가 내려와 있었다. 안쪽 보존실에는 린. 바깥 복도 유리 진열함에는 린이 가져왔다는 문서. 천장 배관은 열 감지 오작동으로 예비 분사를 시작했다.
5분 뒤 본 분사.
셔터를 강제로 올리면 보존실 쪽 물이 먼저 쏟아진다. 사람은 나올 수 있지만 유리 진열함이 물길에 잠긴다. 진열함부터 빼면 린이 있는 구역의 산소 차단문이 닫힌다.
세라는 짧게 말했다.
“좌표 줘. 사람부터 뺀다.”
가람이 대답하지 않았다.
“채가람.”
“그렇게 열면 종이는 끝나요.”
“종이 때문에 사람을 기다리게 안 해.”
“저도 사람 기다리게 하자는 말 아니에요.”
가람의 카메라가 켜졌다. 유리 진열함 안쪽에 접힌 문서가 보였다. 문서 위에는 `공동책임 이의 철회 확인서`라는 제목과 조정국 표식이 찍혀 있었다.
린은 그 종이를 학교 행정실에 전달하면 팀7의 37분 지연 책임이 취소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대신 자신이 본 비용 주체 표결과 수동 퇴장 진술을 철회해야 했다.
“공식 서류면 증거실로 보내.” 세라가 말했다.
“공식처럼 생겼는데 공식이 아니에요.”
가람은 확대 화면에 세 곳을 표시했다. 문장 순서, `지체없이`라고 붙여 쓴 오탈자, 종이 아래쪽에 반쯤 지워진 교육용 워터마크.
모두 팀7이 전에 받은 정식 합의서 견본과 같았다. 그런데 정식 견본에 없던 단어가 한 줄 끼어 있었다.
철회.
그 한 줄은 린이 문서를 제출한 뒤에도 진술을 되돌릴 수 있다는 뜻처럼 읽혔다. 바로 아래 작은 글씨는 철회를 `공동책임 인정 후 기관 재량`으로 제한했다.
세라는 누가 만들었는지 묻지 않았다. 닮았다는 사실만 기록했다.
조정국 공동책임 심사 담당이 현장 통화에 들어왔다.
“윤 전 대장, 해당 문서는 등록되지 않은 사본입니다. 회수 가치가 없습니다.”
“사람은.”
“학교 시설 사고로 분류하십시오. 팀7 출동으로 올리면 동결 예산을 무단 사용한 책임이 추가됩니다.”
담당은 원격 셔터 해제 조건을 보냈다. 세라가 단독 현장 책임을 승인하고, 가람이 `행운 관찰 입회자`로 서명하면 40초 안에 보존실 문을 열어 주겠다는 안이었다. 린의 문서는 허위 신고 부속물로 즉시 폐기됐다.
세라는 승인 버튼을 닫았다. 담당이 바로 경고했다.
“수동 구조를 택하면 지연 책임 심사에서 불리하게 반영됩니다.”
“반영해.”
“증거 가치가 확인되지 않은 종이 때문에 시민 구조를 늦춘 기록도 남습니다.”
“종이 때문인지, 네 조건 때문인지 시각을 나눠 남겨.”
세라는 제시 시각을 로그에 고정하고 마이크만 껐다.
“원본 회수는 감사가 한다.”
“본 분사까지 4분 12초예요. 감사 기다리면 번져요.”
“네가 손대면 증거 훼손이야.”
“대장님이 셔터 열면 더 확실히 훼손이고요.”
두 사람은 서로가 방해물이라고 말한 채 삼 초를 썼다.
보존실 안에서 금속 긁히는 소리가 났다. 린이 진열대를 밀어 보려다 더 기울인 모양이었다.
세라는 오른손으로 셔터 수동 체인을 잡았다. 어깨 안쪽이 뜨겁게 당겼다. 가람이 화면 너머에서 바로 말했다.
“오른팔 쓰지 마세요.”
“구조 지휘에 참관 후보가 의료 명령까지 하냐.”
“전시 설치도 어깨 나가면 중지합니다. 학교 규정이에요.”
“좋아. 네 규정으로 가.”
세라는 체인에서 손을 뗐다.
“채가람. 지금부터 증거 보존 판단은 네가 맡아. 내가 사람 퇴로를 정한다. 네 중지권은 종이가 젖거나, 네 몸을 행운 장비로 쓰거나, 린의 공개 범위를 넘길 때다.”
가람이 입을 다물었다.
“복창.”
“종이, 제 몸, 린 씨 공개 범위. 셋 중 하나 넘으면 중지.”
“내 중지권은 사람 호흡, 셔터 하중, 네 퇴로. 하나라도 끊기면 종이 놓고 나온다.”
“동의합니다.”
세라는 지휘 화면에 가람 이름을 `마스코트`가 아니라 `증거 보존`으로 넣었다. 임시 위임 시간은 10분. 자동 연장 없음.
가람은 곧바로 승리 조건을 바꿨다.
“원본을 들고 나오는 게 목표 아니에요.”
“뭐가 필요해.”
“물 닿기 전 앞뒤 사진, 접힌 상태, 손댄 사람 0명. 원본은 진열함째 남겨요.”
“그럼 셔터 물길은.”
“바꿀 수 있어요. 졸업 전시용 받침판이 여섯 장 있습니다.”
그 받침판은 가람이 작품을 세울 때 쓰려고 자기 돈으로 산 발포 알루미늄 판이었다. 안전 재심에서 휘어 있으면 전부 교체해야 했다.
가람은 영수증 화면을 잠깐 띄웠다.
49만 8천 원.
“학교 물건 아니고 제 거예요. 잘라도 됩니다.”
세라가 물었다. “전시는.”
“다시 사야죠. 졸업은 원래 영수증으로 하는 거니까.”
농담 뒤에 짧은 침묵이 왔다.
“네 비용으로 기록한다.”
“공동 공으로도요.”
“그건 끝나고 확인.”
가람은 판 두 장을 진열함 아래에 세워 물길을 양옆 배수구로 돌렸다. 한 장은 셔터 밑 6센티미터 틈으로 밀어 넣었다. 세라가 왼손으로 수동 체인을 당겼다.
“삼십 초만 연다.”
“스물여덟 초에 제가 중지할게요.”
“내 시간을 왜 네가 줄여.”
“지휘관 반올림 금지.”
셔터가 올라갔다.
차가운 물이 먼저 발목 높이로 밀려왔다. 가람의 받침판이 휘며 물을 갈랐다. 진열함 쪽 수위는 오르지 않았다.
세라는 20센티미터 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오른팔은 가슴에 붙이고 왼쪽 어깨로 셔터 하중을 피했다. 안쪽에서 린이 넘어져 있었다. 발목 위를 철제 진열대 다리가 눌렀다.
“윤세라. 구조. 이름 공개 범위.”
“린만. 얼굴 비공개. 문서는 앞뒤만.”
“퇴로 동의?”
“동의.”
세라는 진열대를 들지 않았다. 바닥 고정 볼트를 발로 밀어 하중을 옆 판으로 넘겼다. 린이 발을 뺐다.
복도에서 가람이 숫자를 외쳤다.
“스물넷.”
린이 일어서다 다시 주저앉았다.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세라는 업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기어 나갈 수 있어?”
“네.”
“먼저 가. 내가 뒤.”
“스물여덟. 중지!”
가람이 체인 고정핀을 뺐다. 셔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세라는 린의 허리를 밀지 않고, 손바닥을 내밀었다. 린이 그 손을 잡아 자기 힘으로 틈을 넘었다.
세라가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순간 셔터가 닫혔다.
29초.
본 분사까지 2분 03초.
세라가 숨을 고르는 동안 가람은 진열함에 달려가지 않았다. 린에게 먼저 물었다.
“문서 촬영 동의, 앞뒤만 맞아요? 전달자 이름과 연락처는 가릴게요.”
“네. 제가 받은 시각은 남겨 주세요.”
“공개는요?”
“감사 제출까지만. 방송 안 돼요.”
가람은 자기 휴대전화를 진열함 유리에 대지 않았다. 반사광 때문에 손이나 얼굴이 찍힐 수 있었다. 전시 촬영용 검은 천을 뒤에 세우고, 학교 공용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했다.
앞면 한 장.
뒷면 한 장.
접힌 모서리 한 장.
문장 순서, 오탈자, 교육용 워터마크, 새로 들어간 `철회`만 보이게 각각 잘랐다. 원본에는 손대지 않았다.
학교 행정실장이 복도에 도착해 진열함 열쇠를 내밀었다.
“서류만 꺼내면 물품 피해로 끝낼 수 있어요. 학교 안에서 위조 문서가 발견됐다고 남으면 전시 전체가 또 멈춥니다.”
가람은 열쇠를 받지 않았다.
“린 씨가 원본 이동에 동의했나요?”
행정실장이 린을 봤다. “위험한 물건을 빼자는 겁니다.”
“문서에는 발이 없어요. 먼저 물어봐 주세요.”
린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사진 검증 전에는 그대로 두고 싶어요.”
가람이 열쇠 번호만 촬영해 현주에게 보냈다. 열쇠는 행정실장 손에 남겼다.
행정실장은 가람의 전시 접수표에 `현장 통제 불응 확인 필요`를 적었다.
가람은 사과부터 쓰려던 손을 멈췄다. 대신 자기 이름 옆에 적었다.
`당사자 원본 이동 거부에 따라 미접촉.`
그때 본 분사가 시작됐다.
물이 받침판을 때렸다. 첫 번째 판이 완전히 휘었다. 두 번째 판도 모서리가 갈라졌다. 진열함 바닥으로 물 한 줄기가 번졌지만 문서가 놓인 높이에는 닿지 않았다.
세라는 가람의 팔을 잡아 뒤로 당기려다 멈췄다.
“퇴로.”
가람이 자기 발밑을 확인했다. “있습니다.”
“증거.”
“사진 세 세트 저장. 원본 위치 유지.”
“사람.”
린은 복도 끝 마른 구역에서 학교 보건 담당에게 발목을 보여 주고 있었다.
“확보.”
세라는 그제야 가람 어깨를 한 번 쳤다. 다친 오른손은 쓰지 않았다.
“네 판단이 조건을 바꿨다.”
가람은 젖은 영수증을 펴다가 말했다. “운이 좋았다고 하시면 진짜 화낼 겁니다.”
“49만 8천 원짜리 운은 비싸서 못 쓴다.”
가람이 웃었다. 세라도 입꼬리만 아주 조금 움직였다.
공동책임 심사까지 6분 남았을 때, 세라는 현장 기록을 전송했다.
지휘 퇴로 설계 윤세라.
증거 보존·중지 채가람.
당사자 공개 범위 린.
시민 구조 1명. 부상 악화 0. 원본 접촉 0. 제한 사진 3세트. 전시 자재 손실 49만 8천 원.
공동 공 소유 여부를 묻는 칸이 떴다.
세라는 가람에게 화면을 돌렸다.
“확인해.”
가람은 `팀7`도 `윤세라`도 누르지 않았다. `윤세라·채가람·린, 범위별`을 새로 입력했다.
세라가 그 문구를 그대로 승인했다.
첫 편집 영상은 심사장에 들어가기 전에 올라왔다.
린의 얼굴과 문서는 가려져 있었다. 대신 세라가 젖은 창고에서 나오는 장면과 가람이 웃는 장면만 붙었다.
자막은 짧았다.
`냉정한 대장도 행운의 마스코트 앞에서는 웃었다.`
현장 위임, 중지권, 린의 선택, 위조 문서 유사성은 모두 잘려 있었다.
세라는 삭제를 명령하지 않았다. 가람에게 링크와 원본 기록을 함께 보냈다.
“다음 중지권도 네가 정해.”
가람이 답했다.
`우선 저 웃는 장면부터 반품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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