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렘 소문은 재난으로 분류됩니다 · 2026.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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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누구도 다치지 않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사람이 다쳤다.
윤세라는 폐쇄된 북부대피소 기록실로 가는 동안 정정 단말의 접속등을 확인했다. 팀7 공용 화면에는 전부 회색이었다. 그런데 자기 지휘 배지 안쪽에서만 육 초 간격으로 진동이 왔다.
숨은 정정이 실행될 때 생기는 지연이었다.
“좌표.”
미나가 답했다. “북부 기록실. 사용자 표시는 공란. 정정 강도 4퍼센트. 시험이라고 부르기엔 사람 기록이 하나 붙어 있어요.”
세라는 왼손으로 차량 문을 열었다. 오른팔 고정대가 문틀에 닿자 통증이 어깨 안쪽으로 튀었다. 은하에게 말할 시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생각 때문에 더 빨리 말했다.
“통증 일곱. 이동은 계속. 접촉 치료는 도착 뒤.”
은하는 재촉하지 않고 기록했다. “도착 뒤 재확인. 지휘와 치료 분리.”
기록실 서버는 41분 뒤 폐기될 예정이었다. 다원의 취재원 삭제 확인은 아직 52분 남았다. 세라의 지휘권 정지 검토는 두 시간 34분 뒤. 세 시계 가운데 가장 짧은 것을 도진이 골랐다.
기록실 안에서 백도진은 봉인 단말 앞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가 만든 시험 조항은 짧았다.
사라진 표결 프레임은 관련 증인의 최종 확인 전까지 삭제하지 않는다.
공개하지 않는다.
다른 기록과 연결하지 않는다.
도진은 사람을 고치지 않고 삭제만 멈추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 표결도 세라 승인도 받지 않았다. 정정 비용이 생기면 자기 계약 자격에서 빠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관련 증인’ 칸에는 살아 있는 사람의 해시가 들어 있었다.
무혐의 시험 송출 때 출입문을 수동으로 열려다 배신 방조자가 된 경비 담당자였다. 그는 사건 시각과 손목띠 원문을 팀 내부에서 대조하는 데 동의했다. 역할 수정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공개 전 삭제 요청도 유지하고 있었다.
도진의 문장은 그의 최종 확인 전까지 삭제를 멈췄다.
경비 담당자의 요청은 지금 삭제하라고 했다.
두 거부권이 같은 사람 몸에서 충돌했다.
기록실 맞은편 응급 통로에서 경비 담당자의 손목띠가 붉게 바뀌었다.
마지막 증인은 기록을 살리기 위해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
그는 퇴근하려다 통로 문 앞에서 멈췄다. 문은 손목띠를 기록실 쪽으로 끌어당겼고, 비상 손잡이는 바깥 방향으로 열렸다. 한쪽 팔은 안으로, 몸은 밖으로 움직였다.
“열어 주세요!”
세라가 기록실에 도착했을 때 문은 그의 오른손 두 손가락을 끼운 채 닫혀 있었다. 피가 손잡이를 따라 떨어졌다. 경비 담당자는 문을 발로 차면서도 단말에 삭제 요청을 반복해서 누르고 있었다.
도진이 정정 화면에서 손을 뗐다.
“실행 중지. 원문 보존. 추가 문구 없음.”
정정 강도 4퍼센트가 0으로 내려갔다. 역할 문구는 즉시 사라지지 않았다. 이미 사람에게 붙은 명령은 원문을 멈춘 뒤에도 삼십 초 남았다.
세라는 기록실 전원을 내리라는 말을 삼켰다. 서버까지 꺼지면 다원의 원본 확인과 피해자의 삭제 요청이 함께 사라질 수 있었다.
“태호, 문 경첩만 분리. 서버 전원 유지. 은하, 접촉 범위 받아.”
태호가 비상 공구로 아래 경첩을 풀었다. 은하는 문 너머에서 물었다. “손목과 손가락 만져도 됩니까?”
“빼 주세요. 오른손만.”
세라와 도진은 문에 손대지 않았다. 태호가 경첩을 들고, 은하가 손가락을 지지했다. 경비 담당자가 자기 몸을 뒤로 뺐다. 삼십 초가 끝나자 손목띠가 회색으로 돌아왔다.
열상 두 곳. 둘째 손가락 골절 의심. 오른어깨 타박.
은하는 선택지를 두 개 줬다. 현장 고정 뒤 병원 이송, 또는 즉시 구급차. 그는 즉시 구급차를 골랐다.
은하는 부상 부위를 촬영할지 따로 물었다. 경비 담당자는 치료용 사진에는 동의하고 사고 공개본에는 거부했다. 피 묻은 손잡이는 공개 가능, 자기 손과 목소리는 비공개. 근무 손실액은 팀 내부, 치료비 총액은 외부 공개를 골랐다.
“가족 연락은 제가 합니다. 센터에서 대신 전화하지 마세요.”
태호가 구급차 좌석을 확인했다. 동행자는 노조 담당 한 명, 팀7은 탑승하지 않았다. 사고를 낸 사람이 병원까지 따라가는 것을 사후 돌봄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경비 담당자의 손목띠에는 삭제 요청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도진의 정정이 멈췄다고 그의 선택까지 자동 복구되지는 않았다. 은하는 삭제 요청 접수번호를 새 의료표 바깥에 붙였다. 치료 동의와 기록 삭제는 같은 서명이 아니었다.
“기록은 지워집니까?” 그가 물었다.
도진이 대답하려 하자 세라가 손을 들었다. “당사자가 누구 답을 들을지 먼저.”
경비 담당자는 도진을 보지 않았다. “변호사한테 듣겠습니다.”
현주가 원격 화면을 열었다. “당신의 기존 삭제 요청은 유효합니다. 방금 정정 로그는 사고 증거라 즉시 삭제할 수 없지만, 신원과 손목띠 원문은 분리 봉인하겠습니다. 원본 보존에 이의할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이 다시 고칩니까?”
“지금은 못 하게 하겠습니다.”
현주는 약속이 아니라 조치를 보여 줬다. 도진 단말의 실행 키를 회수하고 기록실 접근권을 읽기 전용으로 바꿨다. 사고 로그 복제 범위는 정정 문구·실행 시각·중지 시각·피해 발생만. 경비 담당자의 근무조와 가족 연락처는 제외했다.
도진은 반대하지 않았다.
세라는 실행 키를 완전히 폐기하라고 했다. 현주는 즉시 반대했다.
“회수에는 동의합니다. 폐기하면 무단 실행과 자동 공동서명 로그를 검증할 수 없습니다.”
“다시 켤 위험은?”
“실행 키는 제가 보관하고, 재생 키는 미나에게 분리합니다. 한 사람이 둘 다 가질 수 없게 하겠습니다.”
“도진 접근은?”
“읽기 전용도 사고 진술 뒤 중지합니다. 다만 본인 로그 열람·이의권까지 없애지는 않습니다.”
현주는 도진을 보호하지도 처벌 도구로 만들지도 않았다. 권한을 쪼갰다. 실행은 법무, 재생은 분석, 피해 범위는 의료, 현장 복귀 조건은 세라. 도진에게는 자기 진술과 반론만 남겼다.
세라는 그 배치에 찬성하면서 반대 이유도 적었다. 서버 폐기까지 31분이라 검증 지연 위험이 있다. 그래도 한 사람에게 실행·재생을 같이 주는 안에는 반대한다.
현주가 사고 분류를 열었다.
무단 시험 정정.
당사자 역할 수정 동의 없음.
현장 지휘·팀 표결 없음.
중지 뒤 잔류 30초의 퇴로 미확보.
자동 공동서명 개입.
다섯 줄 중 네 줄은 도진의 선택이었다. 마지막 한 줄의 주체는 미확정이었다. 현주는 미확정 한 줄이 앞의 네 줄을 덮지 못하게 사고 보고서를 분리했다.
구급차 문이 닫힌 뒤 세라는 기록실로 돌아왔다. 바닥에는 피를 닦은 흡수포가 남아 있었다. 도진은 그걸 보며 자기 계약 비용 화면을 열었다.
무단 시험 정정 4퍼센트.
합의정정 로그 접근 자격 14일 차감.
공동서명 자동 개입.
승인 계열 7C-19.
담당자 ().
도진은 마지막 두 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제가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현주가 잘랐다. “그 사실은 당신 무단 실행 책임을 줄이지 않습니다. 자동 개입의 주체와 목적은 별도 조사합니다.”
“알겠습니다.”
세라는 도진에게 왜 그랬냐고 묻지 않았다. 변명을 먼저 꺼낼 자리를 주고 싶지 않았다.
“피해 복구 순서.”
도진이 읽었다. “첫째, 치료비와 근무 손실을 제 비용이 아니라 팀 사고 보상으로 지급. 둘째, 당사자 삭제 요청과 사고 증거 보존을 분리. 셋째, 무단 문구와 자동 공동서명 원본 봉인. 넷째, 제 정정권 반납.”
“선의는?”
“기록하지 않습니다.”
“왜?”
“면책 사유가 아니니까.”
도진은 세라의 지휘 정지와 서버 폐기를 혼자 막고 싶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욕망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사고 원인보다 앞에 놓지 않기 위해서였다.
세라는 더 화가 났다. 그가 정확한 답을 골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운전자 동의 없는 정정을 포기하고 취재원 보호 정정도 닫아 놓은 사람이, 이번에는 ‘기록만’ 고친다는 이름으로 같은 문을 돌아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기도 그 문을 찾고 있었다.
세라는 세탁방을 나온 뒤 도진에게 세 번 연락하려 했다. 지휘 정지 전에 무음 클립만 복구할 수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 보내지는 않았지만, 대체 경로를 짜는 대신 그의 능력이 비어 있는 자리를 계속 계산했다. 도진이 몰래 실행한 책임과 세라가 지름길을 기대한 책임은 같지 않았다. 같지 않다고 해서 뒤쪽을 숨길 이유도 없었다.
“나도 네 정정을 기다렸다.” 세라가 말했다. “시키진 않았어. 허락도 안 했고. 그래도 내 계획에 빈칸을 만들어 두고 네가 채우길 기다렸어.”
도진이 고개를 들었다.
“그 말로 네 책임 줄이지 마. 내 지휘 계획은 내가 고친다.”
“알겠습니다.”
“넌 사람을 안 건드렸다고 생각했지.”
“네.”
“사람 해시를 넣고?”
“그걸 기록 식별자로만 봤습니다.”
“다음엔?”
“살아 있는 식별자는 사람으로 취급합니다.”
“그 문장도 네가 혼자 정하지 마.”
도진은 입을 다물었다.
현주가 빈 권한 반환서를 열었다. “임시 반납 기간과 복귀 요건은 피해자·현장·법무·의료 검토가 필요합니다. 백 대리 단독 서명으로 영구 포기 처리하지 않습니다.”
도진은 자기 자격을 전부 없애는 칸을 보고 있었다. 가장 큰 비용을 내면 책임이 끝난다는 버릇이 또 먼저 움직였다.
현주가 그 칸을 비활성화했다. “영구 자기처벌은 재발 방지 절차가 아닙니다.”
세라는 복귀 시험 기준을 직접 불렀다.
“첫째, 살아 있는 기록 0건인 모의 환경. 둘째, 영향받는 성인이 문구를 읽고 자기 말로 설명한 뒤 별도 동의. 셋째, 작성자 말고 다른 직능이 실행 키 보유. 넷째, 세 직능 표결과 반대 이유. 다섯째, 중지 뒤 남는 삼십 초까지 퇴로 확보.”
도진이 물었다. “통과하면 복귀입니까?”
“아니. 시험 통과와 신뢰 회복은 분리.”
“미안합니다.”
“나중에 결정.”
“확인했습니다.”
세라는 자기 조건도 붙였다. “나도 정정권을 비상 탈출구처럼 기다리지 않는다. 네가 빨리 고쳐 줄 거라는 전제로 지휘 계획 짜지 않아. 그 약속을 내 복귀 시험에 같이 넣어.”
현주가 기록했다. 세라의 지휘 계획은 합의정정 부재 상태의 대체 경로를 의무 포함한다. 도진의 시험만 고치면 팀은 다시 그를 지름길로 쓸 수 있었다.
그때 동부 3대피소에서 긴급 신호가 왔다.
대피소 전체가 ‘지휘관의 비밀 연인을 기다리는 증인’ 역할에 잠겼다. 출입문 여섯 개 폐쇄. 시민 쉰두 명. 현장 정정권 없음.
세라의 배지는 아직 노란색이었다. 도진의 실행 키는 현주 손에 있었다.
도진은 “미안해요”보다 먼저 단말기를 현주에게 밀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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