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미래가 먼저 한 것은 촬영이 아니었다

탑은 구조된 사람을 지운다 · 2026.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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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먼저 한 것은 촬영이 아니었다. 조명 위치를 재는 일이었다.

비상 조명은 복도 쪽 벽 상단, 바닥에서 2미터 40이었다. 병실 문에서 왼쪽으로 한 걸음. 그가 줄자를 대고 두 번 재고 값을 종이에 적었다.

“이거 왜 재요.” 지수 쪽 대원이 물었다.

“이 값이 없으면 그림자 각도가 아무 뜻도 없어요.”

그림자는 아직 두 개였다. 구조된 남자는 이송 침대에 누워 있었고, 그의 그림자가 바닥에서 갈라졌다.

하나는 벽 쪽으로 32도, 하나는 침대 쪽으로 71도였다. 미래가 각도기를 바닥에 대고 읽었다.

그가 촬영을 시작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첫 프레임에 넣은 것은 그림자가 아니었다. 줄자였다. 조명까지의 거리, 그리고 시각이 표시된 자기 단말 화면.

“기괴한 것부터 찍으면 그것만 돌아다녀요.” 그가 말했다. “각도랑 시각이 같이 있어야 다른 사람이 다시 해 볼 수 있어요.”

“누가 다시 해 봅니까.” 도현이 물었다.

“어제 아홉 명이요.”

어제 그 아홉은 절취면 폭을 재고 쪽 번호를 확인한 사람들이었다. 그중 하나는 미래가 제시하지 않은 방법을 썼다.

그래서 오늘 그가 남기려는 것은 결론이 아니었다. 방법이었다.

편집장 쪽에서는 아침에 다른 걸 원했다. 병원에서 그림자가 두 개로 갈라지는 영상 십오 초.

그 십오 초가 제일 잘 돌아갔다. 그리고 제일 먼저 조작 의심을 받았다.

그 요청에 미래가 답한 문장은 짧았다. 각도 안 넣으면 안 보냅니다.

그가 조명을 옮겼다. 정확히는 비상 조명을 끄지 않고, 자기 손전등을 하나 더 켰다.

손전등을 왼쪽 90도에 놓았다. 그리고 찍었다.

그림자 하나가 움직였다. 침대 쪽 71도가 62도로 바뀌었다.

벽 쪽 32도는 그대로였다.

미래가 손전등을 껐다. 71도가 돌아왔다.

세 번 반복했다. 켜고, 찍고, 끄고, 찍었다. 매번 하나만 반응했다.

네 번째에 둘 다 움직였다.

미래가 손을 멈췄다. 다시 했다. 다섯 번째는 하나만 움직였다.

“네 번째가 왜 달라요.” 그가 스스로 물었다.

그가 손전등 위치를 확인했다. 네 번째에 자기 팔이 조명 앞을 지나갔다.

비상 조명이 반 초 가려졌다. 그때 벽 쪽 그림자도 흔들렸다.

“이거 제 실수예요.” 그가 말했다. “그런데 안 지웁니다.”

“왜요.” 지수 쪽 대원이 물었다.

“다섯 번 중에 한 번 다르게 나온 걸 빼면, 나중에 누가 여섯 번째에 다르게 나왔을 때 제 자료가 먼저 거짓이 돼요.”

그가 네 번째 시행을 별도 항목으로 적었다. 실패 사유는 촬영자 팔이 광원을 가림.

“이거 조명 오류 아니에요.” 그가 말했다.

“그럼 뭡니까.”

“광원이 두 개예요. 하나는 여기 있고, 하나는 여기 없어요.”

도현이 그 문장을 자기 표기로 바꿨다. 광원 A는 관측 가능, 광원 B는 위치 미상, 그림자 두 개는 각각 A와 B에 대응.

“B가 어디 있는지는요.” 미래가 물었다.

“모릅니다. 각도로 역산하면 방향은 나옵니다. 거리는 안 나옵니다.”

“방향만 알려 주세요.”

“안쪽 벽 위쪽입니다. 대략 천장 근처요.”

어제 그 남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이었다.

미래가 그것을 기록에 두 줄로 나눠 적었다. 하나는 방향, 하나는 그 방향이 손가락 신호와 일치한다는 사실. 둘을 붙여 쓰지 않았다.

붙여 쓰면 해석이 됐다. 나눠 쓰면 자료였다.

오후 8시 10분에 은채가 왔다. 손에 든 것은 서류 가방이 아니었다.

종이였다. 팔찌 모양으로 자를 수 있는 병원 인쇄 용지, 그리고 도장.

“번호 드리려고요.” 그가 말했다.

“이 사람 등록 안 됩니다.” 도현이 말했다. “차트에 이름 하나뿐입니다.”

“정식 번호는 안 됩니다. 임시 번호는 됩니다.” 은채가 말했다. “재난 현장 임시 식별 번호요. 구조 활동 중에 신원 미확인자에게 부여할 수 있고, 부여자는 현장 법률지원관입니다.”

“그거 유효합니까.”

“일주일요. 그 안에 정식 전환 안 되면 없어집니다.”

“그럼 일주일 뒤에 또 사라집니다.”

“예.” 은채가 말했다. “대신 일주일 동안은 이 사람 이름으로 처방이 나옵니다. 11화에 못 했던 일입니다.”

그 말에서 미래의 손이 멈췄다. 11화에 유라는 번호가 없어서 정식 처치가 막혔다.

“왜 그때는 안 됐어요.”

“그때는 제가 이 조항을 몰랐습니다.” 은채가 말했다. “찾은 게 지난주입니다. 스물여섯 건 기각 사례를 뒤지다가 나왔습니다.”

“그럼 유라 씨도요.”

“유라 씨는 안 됩니다. 신원 미확인자가 아니라 신원 확인됐는데 칸이 없는 경우입니다.” 은채가 말했다. “다른 문제입니다.”

미래가 그것을 적었다. 같아 보이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조항에 걸린다는 것.

은채가 종이 팔찌에 번호를 썼다. 손으로 썼고, 날짜를 네 자리로 적었다.

부여자 칸에 자기 이름을 썼다. 그리고 사유 칸에는 이렇게 썼다.

현장 구조 대상, 신원 미확인, 부여 시각 20시 14분.

“이거 감사 붙습니까.” 미래가 물었다.

“붙습니다. 네 번째요.”

“은채 씨.”

“세는 건 제가 합니다.” 은채가 팔찌를 채웠다. “미래 씨는 찍으십니까.”

“찍어요. 손목하고 번호랑 은채 씨 이름 같이요.”

“그럼 됐습니다.”

미래가 찍었다. 세 장이었다. 손목, 번호 근접, 그리고 부여자 서명 부분.

그리고 네 번째를 찍었다. 은채가 팔찌를 채우는 손이었다.

그 사진에는 두 사람의 손이 함께 있었다. 나중에 누가 채웠는지 물으면, 그 답이 사진에 있었다.

오후 8시 40분에 도현의 단말에서 소리가 났다.

“침상 번호 조회 실패입니다.” 그가 말했다.

“어느 침상이요.”

“12호실 4번입니다. 우리가 이 사람을 임시로 올린 자리입니다.”

미래가 자기 단말로 같은 것을 조회했다. 실패였다.

십 분 전에는 됐다. 미래가 그 시각을 알고 있었다. 8시 30분에 조회하고 화면을 캡처해 뒀다.

“캡처 있어요.” 그가 말했다. “8시 30분에는 존재했어요.”

“지금은 없습니다.”

“누가 지웠어요?”

“원격입니다.” 도현이 말했다. “병동 단말에서 지운 게 아닙니다. 접속 경로가 외부입니다.”

은채가 그 문장을 두 번 확인했다.

“원격 삭제면 병원 책임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관리국 시스템입니다.”

“그럼 신고할 수 있어요?”

“신고는 됩니다. 결과는 모릅니다.” 은채가 말했다. “20화에 제 클라우드가 삭제됐을 때도 신고했습니다.”

예상한 답이었다. 미래가 다른 것을 물었다.

“지금 몇 개 지워졌어요?”

도현이 조회했다. 병동 전체 침상 번호였다.

“12호실만입니다. 4번, 3번, 2번요.”

“1번은요.”

“1번은 있습니다.”

침대 1번은 이름이 있는 환자였다. 나머지 셋은 비어 있었고, 그중 4번에 이름 없는 사람이 누워 있었다.

“순서 보이십니까.” 도현이 물었다.

“4번, 3번, 2번이요.”

“역순입니다. 4번부터입니다.” 그가 말했다. “사람이 지우면 보통 2번부터 갑니다. 목록 위에서 아래로요.”

“그럼 이건요.”

“사람이 있는 번호부터 지웠습니다.”

미래가 그 문장을 적을 때 손이 한 번 멈췄다. 좋아, 최악, 하고 그가 말했다.

“지금 그거 왜 말해요.” 은채가 물었다.

“무서울 때 쓰는 말이에요. 파일명 붙이는 거랑 같아요.”

“번호가 없어지면 이 사람 어떻게 돼요.” 미래가 물었다.

“종이 팔찌는 남습니다.” 은채가 말했다. “그게 지금 이 사람 유일한 번호입니다.”

팔찌를 다시 찍었다. 같은 각도로, 시각만 다르게.

두 장이 생겼다. 8시 14분과 8시 47분. 같은 팔찌, 다른 시각.

“이걸 왜 또 찍어요.” 지수 쪽 대원이 물었다.

“시스템이 지운 뒤에도 있었다는 걸 보여 주려고요.”

바닥의 그림자는 아직 두 개였다. 미래가 마지막으로 그것을 찍었다.

찍고 나서 각도를 다시 읽었다. 벽 쪽 32도, 침대 쪽 71도.

숫자는 같았다. 그런데 벽 쪽 그림자가 조금 짧아져 있었다.

미래가 길이를 재고 적었다. 아까 68센티, 지금 61센티.

각도는 그대로고 길이만 줄었다. 광원이 가까워졌다는 뜻이었다.

두 값을 은채에게 보냈다. 각도와 길이, 그리고 두 측정 시각.

답이 왔다. 두 줄이었다.

이건 제 이름으로 서명 못 합니다. 저는 광학을 모릅니다.

그 답의 뜻은 알았다. 어제 검증자도 자기가 아는 것만 확인서에 썼다.

그가 다음으로 보낸 곳은 대학 연구실이었다. 어제 그 검증자였고, 어제 자격이 정지된 노드였다.

답은 십 분 뒤에 왔다.

자격 정지는 탑 출입입니다. 병원은 탑이 아닙니다. 각도 자료 보내 주십시오.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정지된 것은 출입이었고, 확인 능력은 정지되지 않았다.

그가 자료를 보냈다. 각도, 길이, 조명 위치, 시각, 그리고 손전등 실험 세 회분.

영상은 보내지 않았다. 검증자가 요구하지 않았다.

도현이 그 사이에 침상 번호를 다시 조회했다. 이번에는 1번도 실패였다.

“1번까지요.” 미래가 물었다.

“1번까지입니다.”

이름이 있는 환자였다. 그 번호도 없어졌다.

“그러면 이제 이 병실에 등록된 사람이 없어요.”

“예.”

은채가 자기 가방에서 종이를 더 꺼냈다. 팔찌 용지였고, 남은 장수가 셋이었다.

“하나 더 쓰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침대 1번 환자분요.”

“그분은 이름 있어요.”

“있었습니다.” 은채가 말했다. “지금은 없습니다.”

두 번째 팔찌에는 이름을 적었다. 첫 번째와 다른 점이 그것이었다.

“이름을 쓰면 대조가 됩니다.” 은채가 말했다. “나중에 시스템에 이름이 돌아오면, 그 이름이 이 팔찌하고 같은지 볼 수 있습니다.”

“다르면요.”

“다르면 그게 증거입니다.”

미래가 두 팔찌를 한 프레임에 넣어 찍었다. 하나는 번호만, 하나는 이름과 번호.

그리고 딸을 불렀다. 침대 1번 보호자였고, 복도에 계속 있었다.

“어머니 성함 여기 적힌 거 맞으신지 봐 주세요.”

딸이 봤다. 한 글자를 짚었다.

“여기 받침이 달라요.”

은채가 그 자리에서 다시 썼다. 틀린 종이는 버리지 않고 사유를 적어 남겼다.

“왜 안 버리세요.” 딸이 물었다.

“나중에 이름이 두 가지로 돌아다니면, 어느 쪽이 제 실수인지 알아야 합니다.”

딸이 그 종이를 봤다. 그리고 자기가 한 줄을 적겠다고 했다.

미래가 펜을 줬다. 딸이 적은 것은 짧았다.

제가 확인했습니다. 딸.

이름은 쓰지 않았다. 은채가 그것을 그대로 뒀다.

“이름 안 쓰셔도 됩니까.” 미래가 물었다.

“관계만 있어도 됩니다.” 은채가 말했다. “필요하면 나중에 본인이 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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