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마준은 격자 아래에서 그 소리를 셌다

탑은 구조된 사람을 지운다 · 2026.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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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준은 격자 아래에서 그 소리를 셌다.

응답이 온 것은 나흘 만이었다. 세 번, 십이 초 간격. 자기가 보낸 것과 같은 형식이었고, 그건 저쪽이 이쪽 규칙을 읽었다는 뜻이었다.

그가 렌치를 반 바퀴 돌렸다. 손이 떨려서 두 번에 나눠 돌렸다.

배관은 소리를 옮겼다. 그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3년 동안 이 구역 배관을 잠갔다 열었으니까.

격자 위쪽에서 사람 목소리가 왔다. 구형 계측기로는 녹음이 안 된다고 했고, 주파수 표시는 된다고 했다.

“말을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누가 말했다. “파형이 두드림하고 다릅니다.”

“내용이 나옵니까.” 새벽이 물었다.

“여기서는 안 나옵니다. 배관 다른 끝을 찾아야 합니다.” 도현이 배관도를 접었다.

정비 배관도는 관리국 자료였다. 하청 업체는 자기 배관도를 따로 갖고 있었고, 경민이 그 업체 창고를 알았다.

업체 사무실에서 배관도를 받는 데 사십 분이 걸렸다. 받는 조건은 하나였다. 이 도면으로 뭘 찾았는지 업체에 먼저 알려 달라는 것.

“그건 못 합니다.” 이결이 말했다.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먼저 압니다.”

“그럼 도면 못 드립니다.”

경민이 그때 자기 운반 전표를 꺼냈다. 등급 1이었다.

“제가 이 도면을 운반한 걸로 하죠.” 그가 말했다. “그럼 사장님은 안 주신 겁니다. 저한테 실려 나간 거고, 기록은 제 전표에 남습니다.”

업체 사장이 그 계산을 이해했다. 책임이 자기에게서 운반자로 옮겨졌고, 운반자는 그것을 알고 받았다.

오후 3시 20분. 배관 반대쪽 끝은 8층 서쪽 환기실이었다. 봉인되지 않은 구역이었다.

환기실 바닥 격자에 귀를 대면 소리가 왔다. 사람 말이었고, 문장 단위로 끊겼다.

“공정표 봐요.”

세 마디를 세 번 반복했다. 반복하는 이유는 상대가 들었다는 확인을 못 받았기 때문이다. 도현이 계측기로 응답 신호를 보냈다. 세 번, 십이 초 간격.

반복이 멈췄다. 그리고 문장이 길어졌다.

“누가 내려왔죠.”

“구조대입니다.” 도현이 배관에 대고 말했다. “틈새구조대, 넷입니다.”

“넷.” 마준이 되풀이했다.

“예.”

“몇 시요.”

도현이 시각을 말했다. 마준이 그것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물었다.

“날짜요.”

8월 16일이었다. 마준이 조용해졌다.

이십육 초 뒤에 그가 다시 말했다.

“나흘 지났네요.”

나흘이라는 말을 그는 세어 보지 않았다. 어두운 데서는 잠과 기절이 구분되지 않았다. 이십육 초 동안 그가 한 것은 물병 수를 다시 세는 일이었다. 두 개 반이 남았고, 둘이서 나눠 마시면 하루 반이었다.

“마준 씨.” 유라가 격자에 손을 댔다. “나야.”

안에서 소리가 멈췄다. 십 초.

“누나.”

“어.” 유라가 대답했다.

“누나 이름 지워졌어요?” 마준이 물었다.

유라가 대답하기 전에 이결이 그를 봤다. 그 질문의 순서가 이상했다. 갇힌 사람이 먼저 물을 것은 구조 시각이나 물이나 산소였다.

“어떻게 알았어.” 유라가 물었다.

“여기 명단이 있어요.” 마준이 말했다. “잠금층 점검 명단이요. 우리 팀 여덟 명 있는데, 이름이 다섯이에요. 셋은 번호만 있어요.”

“그 셋이 누구야.” 유라가 물었다.

“나랑, 김수현이랑, 박태오요.” 마준이 말했다.

도현이 그 세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손을 멈췄다.

8-B 하청 팀은 지난달 여덟, 이번 달 다섯이었다. 경민의 장부에서 나온 숫자였고, 그 숫자와 마준의 명단이 같았다.

“번호만 있는 셋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김수현은 저랑 같이 있어요. 다리 부러졌어요.” 마준이 말했다.

“박태오는요.” 도현이 물었다.

침묵이 사 초였다.

“몰라요.”

이결이 이때 처음 말했다.

“왜 돌아갔습니까.”

질문이 직선이었다. 무모했다는 말도, 대단하다는 말도 붙이지 않았다.

“공정표 때문이요.” 마준이 말했다.

“설명해 주십시오.” 이결이 말했다.

“붕괴 전에 점검표에 서명했어요.” 마준이 말했다. “배관 압력이 기준 넘었는데, 이상 없음에 서명했어요. 서명 안 하면 그날 일당이 안 나와요.”

“그건 마준 씨 혼자 서명한 겁니까.” 이결이 물었다.

“여덟이 다 했어요. 그런데 서명란은 한 칸이에요. 그날 순번이 저였어요.”

“순번은 누가 정합니까.”

“공정표에 있어요. 관리자가 짜요.”

“그럼 그 공정표에 관리자 이름이 있습니까.”

“없어요. 관리자 칸은 결재로만 돼 있어요.”

위에서 펜 소리가 났다. 서명하는 사람 이름은 남고, 순번을 정한 사람 이름은 안 남는 양식이었다.

“마준 씨.” 그가 물었다. “그 공정표도 여덟 장에 있습니까.”

“있어요. 두 장이요.”

“그럼 총 몇 장입니까. 명단 셋, 압력 다섯, 공정표 둘이면 열입니다.”

안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

“열이에요.” 마준이 말했다. “여덟이라고 했는데 열이에요. 제가 잘못 셌어요.”

“그건 잘못 센 게 아닙니다.” 도현이 말했다. “이틀 동안 어두운 데서 세신 겁니다. 지금 다시 세신 게 맞습니다.”

도현이 그 구조를 적었다. 여덟 명의 판단이 한 사람 이름으로 기록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로그를 가지러 갔습니까.”

“그 서명이 제 이름이면, 붕괴 원인도 제 이름이 돼요.” 마준이 말했다. “근데 원본 로그에는 압력 수치가 있어요. 그걸 가져가면 서명이 왜 그렇게 됐는지 나와요.”

“그 로그 지금 갖고 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갖고 있어요. 여덟 장이요.” 마준이 말했다.

유라가 격자에서 손을 뗐다. 손이 떨렸고, 마스크 안쪽이 흐려졌다.

“마준아.” 그가 말했다. “너 그거 왜 안 말했어. 나흘 동안.”

“누나가 나가면 관리국이 나 찾을 거잖아요.” 마준이 말했다. “찾으면 로그도 같이 가져가요.”

“너 죽으면 로그가 무슨 소용이야.”

“죽으면 김수현이 남아요. 걔 다리로는 못 나가요.”

환기실이 조용해졌다. 도현이 계측기 화면을 봤다. 산소 수치도 아니고 압력도 아니었다. 그가 볼 것이 없었다.

“유라 씨.” 이결이 말했다. “구조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건 이 격자이고, 격자는 사람이 못 지나갑니다.”

“그럼 뭐가 지나가요?” 유라가 물었다.

“종이입니다.”

격자 틈은 이 센티였다. 사람은 안 되고, 여덟 장은 됐다.

유라가 그 계산을 먼저 했다.

“로그부터 받아요.” 그가 말했다.

“유라 씨.” 미래가 말했다. “동생이 안에 있습니다.”

“알아요.” 유라가 말했다. “근데 우리가 오늘 못 뚫어요. 지지 장비가 나흘이에요. 나흘 동안 저 로그가 안에 있으면, 저 안에 물이 차거나 누가 먼저 들어가요.”

“그건 유라 씨가 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맞아요.” 유라가 격자에 다시 손을 댔다. “마준아. 네가 정해.”

안에서 대답이 왔다.

“명단부터요.” 마준이 말했다.

“로그 여덟 장 중에 명단이 뭐야.”

“세 장이요. 이름 다섯하고 번호 셋 적힌 거요.” 마준이 말했다.

마준이 그것을 격자로 밀어 올렸다. 이 분이 걸렸다. 틈이 이 센티라 젖은 종이가 두 번 걸렸다.

두 번째에 그가 안전모 끈을 조이고 손을 더 밀어 넣었다. 손끝이 격자 위로 나갔다.

누나의 손이 거기에 닿았다. 사 년 만이었다. 그가 손가락 두 개를 움직였다.

“살아 있네.” 유라가 말했다.

“살아 있어요.”

미래가 그것을 받아 즉시 촬영했다. 젖은 상태로, 번진 상태로 찍었다. 마른 뒤에 찍으면 누가 말렸는지 물을 수 있었다.

“압력 수치 다섯 장은요.” 도현이 물었다.

“그건 제가 갖고 있어요.” 마준이 말했다. “제가 나가서 낼 거예요.”

“못 나가면요.”

“그럼 누나가 이 세 장으로 여덟 명 이름부터 살려요.”

마지막에 마준이 한 문장을 더 말했다. 주소였다.

“영층은요, 서쪽 배수로 아래 삼십…….”

뒤가 붕괴음에 묻혔다. 도현이 파형을 봤다. 숫자 하나가 남아 있어야 할 자리에 진동만 있었다.

“마지막 숫자 다시 말해 주십시오.” 그가 격자에 대고 말했다.

대답이 없었다.

“마준아.” 유라가 불렀다.

삼십 초 동안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다음에 두드리는 소리가 왔다. 세 번, 간격은 삼십 초였다.

아까는 십이 초였다.

“간격이 늘었습니다.” 도현이 적었다. “힘이 줄었다는 뜻일 수도 있고, 공기가 줄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 압니까.” 새벽이 물었다.

“모릅니다.”

유라가 명단 세 장을 들었다. 젖은 종이였고, 이름 다섯과 번호 셋이 있었다.

“이거 오늘 내요.” 그가 말했다.

“오늘 내면 관리국이 이 구역을 압니다.” 이결이 말했다. “압니다 다음에 뭐가 오는지는 우리가 열아홉 번 봤습니다.”

“그럼 안 내요?”

“냅니다.” 이결이 말했다. “대신 순서를 바꿉니다. 명단을 먼저 내는 게 아니라, 명단을 낸 시각을 먼저 남깁니다. 은채 씨와 유족 모임과 연구실에 동시에요.”

“그게 뭐가 달라요?”

“나중에 이 세 장이 사라지면, 사라진 시각이 우리 손 밖 세 곳에 남습니다.”

파형 파일과 청취 진술서 셋이 그날 오후에 만들어졌다. 마준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넷이었고, 그중 셋이 진술서를 썼다. 유라는 쓰지 않았다. 가족 진술은 무게가 낮다고 은채가 말했고, 유라가 그것을 받아들였다.

해시는 세 곳에 갔다. 은채, 연구실, 유족 모임. 도착 시각이 각각 달랐다.

그 두 시간 동안 마준은 김수현의 다리 부목을 다시 묶었다. 나무 대신 배관 고정 클립을 썼고, 클립은 세 개 남았다.

“시각이 다릅니다.” 미래가 말했다.

“그게 더 좋습니다.” 은채가 말했다. “같은 시각이면 한 사람이 보낸 것처럼 보입니다. 다르면 사람이 셋 움직인 겁니다.”

격자 위에 사람이 돌아온 것은 오후 7시 20분이었다.

격자에 귀를 대면 소리가 왔다. 두드림이었고, 간격은 삼십 초였다. 여덟 시간 전과 같았다.

줄지 않았다. 위에서 그것을 적는 소리가 났다.

“오늘은 이게 제일 좋은 값입니다.” 그가 말했다.

유라가 격자 옆에 앉았다. 아홉 번째 산소통을 옆에 뒀고, 그건 유족 모임 상주자가 자기 이름으로 냈다.

“마준아.” 그가 격자에 말했다. “나 여기 있을게.”

안에서 세 번이 왔다. 삼십 초 뒤에 또 세 번.

간격이 이십칠 초로 짧아졌다. 마준은 그 삼 초를 자기가 줄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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