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삭제는 새벽 4시 03분에 시작됐다

탑은 구조된 사람을 지운다 · 2026. 9. 26.

조회수 0

삭제는 새벽 4시 03분에 시작됐다.

은채가 그것을 안 것은 4시 40분이었다. 클라우드 보관함에 넣어 둔 사본 아홉 개 중 여섯 개가 목록에서 사라져 있었다.

남은 셋은 용량이 작았다. 큰 것부터 지웠다는 뜻이고, 그건 사람 손이 아니라 정렬 순서였다.

“복구 요청 창이 있습니까.” 미래가 물었다.

“삼십 일 안에 요청하면 됩니다.” 은채가 말했다. “그러면 제공자가 관리국에 확인을 합니다.”

“그럼 확인하는 쪽이 지운 쪽입니까.” 미래가 물었다.

“그건 증명 못 합니다.” 은채가 말했다.

은채가 보관함 활동 기록을 열었다. 삭제 주체는 계정 소유자로 되어 있었다. 자기 계정이었다.

로그인 기록을 봤다. 4시 정각에 자기 계정으로 접속한 기록이 있었다. 접속 장치는 등록되지 않은 것이었다.

“은채 씨.” 미래가 말했다. “비밀번호가 나갔습니다.”

“아니면 세션이요.” 은채가 로그를 아래로 당겼다.

은채가 자기 단말을 봤다. 어제 법원 접수 시스템에 로그인한 상태로 두었다. 그 시스템은 관리국 인증 연동이었다.

그가 그 사실을 미래에게 말했다. 말하면서 자기 진술이 약해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은채 씨 잘못으로 정리됩니다.” 미래가 말했다.

“그렇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증명할 수는 없었다. 순서는 남았다.

어제 두 번째 기각에 팀이 제출하지 않은 팔찌 번호가 참조 자료로 붙었다. 그리고 아홉 시간 뒤에 은채의 계정으로 사본이 지워졌다.

“이게 두 번째입니다.” 그가 말했다.

“무슨 두 번째요.” 미래가 물었다.

“우리 자료가 우리보다 먼저 저쪽에 있는 게요.” 은채가 말했다.

오전 5시. 도현이 창고에서 넘긴 물리 카드는 새벽의 가방에 있었다. 그는 그것을 밤새 병실 의자에서 안고 있었고, 잠은 두 시간 잤다.

유라는 자고 있었다.

카드에 든 것은 사진 일곱 장이었다. 삭제된 여섯 개 중 넷이 그 카드에 있었다. 나머지 둘은 없었다.

“둘이 뭐였습니까.” 미래가 물었다.

은채가 목록을 확인했다. 삭제된 여섯 중 카드에 없는 둘은 231쪽 절취면 근접 사진과 402쪽 전체였다.

“가장 중요한 두 장입니다.” 그가 말했다.

“그것도 정렬 순서입니까.” 미래가 물었다.

“용량 순으로는 아닙니다. 그 둘은 중간 크기였습니다.”

도현이 단말로 연결됐다. 오 분 동안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다음에 한 문장을 말했다.

“해시 있습니다.”

은채가 자기 수첩을 펼쳤다. 어제 창고에서 도현이 손으로 적어 준 열여섯 자리 일곱 줄이 있었다.

“해시가 있으면 뭐가 됩니까.” 미래가 물었다.

“사진이 있어야 해시가 씁니다.” 도현이 말했다. “지금 사진 두 장이 없습니다. 해시만 있으면 그건 없어진 것의 이름입니다.”

“그럼 못 씁니까.” 미래가 물었다.

“한 가지는 됩니다.” 도현이 말했다. “나중에 관리국이 그런 사진은 없었다고 하면, 우리가 그 사진의 해시를 어제 은채 씨에게 넘겼다는 게 남습니다. 없던 걸 미리 해시로 적을 수는 없습니다.”

“그 해시를 넘긴 시각은 어떻게 증명합니까.” 미래가 물었다.

“종이에 적힌 글씨는 시각을 못 증명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그 종이를 어제 세 사람이 봤습니다.”

“세 사람 다 우리입니다.”

도현이 삼 초 멈췄다.

“그럼 약합니다.” 그가 말했다. “약한 걸 강하다고 쓰지 않겠습니다.”

은채가 그 지적을 받았다. 어제 창고에서 미래가 말한 문제와 같았다. 세 곳 다 팀 손이면 한 곳과 같았다.

“연구실에 오늘 보냅니다.” 그가 말했다. “해시만요. 그러면 오늘 날짜가 팀 밖에 찍힙니다.”

“네트워크가 끊겼습니다.”

“그럼 제가 갑니다.”

은채가 그 논리를 되짚었다. 해시는 사진을 되살리지 못했다. 사진이 존재했다는 사실만 되살렸다.

“그럼 삭제가 증거가 됩니다.” 그가 말했다.

오전 7시 20분. 네트워크가 끊겼다.

병원 무선망이 아니라 은채의 회선이었다. 서비스 제공자 쪽 점검 공지가 떴고, 예정에 없던 점검이었다.

미래가 자기 회선으로 접속을 시도했다. 보관함 페이지가 열렸다. 은채의 계정만 막혀 있었다.

“종이로 갑니다.” 은채가 말했다.

그가 가방에서 봉투를 꺼냈다. 어제 사 온 것이었고, 다섯 장이었다.

종이로 절차를 바꾸는 방법은 오 년 전에 배웠고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첫 번째 봉투에 물리 카드를 넣었다. 봉인하고 겉면에 세 줄을 적었다. 내용물, 시각, 인계자 이름.

두 번째 봉투에 해시 일곱 줄을 옮겨 적은 종이를 넣었다. 원본 수첩은 넣지 않았다.

“왜 원본을 안 넣습니까.” 미래가 물었다.

“봉투는 남에게 갑니다.” 은채가 말했다. “남에게 가는 건 사본이어야 합니다.”

세 번째 봉투에는 삭제 활동 기록과 로그인 기록 캡처를 넣었다.

네 번째 봉투는 비워 뒀다. 유족 모임에 보낼 사본이었는데, 지워진 사본을 다시 만들 방법이 없었다.

빈 봉투에도 은채가 겉면을 적었다. 내용물 없음, 사유 삭제, 시각.

“빈 봉투를 왜 보냅니까.” 새벽이 물었다.

“받는 쪽이 우리가 약속을 지켰는지 압니다.” 은채가 말했다. “빈 봉투가 오면 사본이 지워졌다는 걸 그쪽도 압니다. 안 보내면 우리가 안 보낸 게 됩니다.”

다섯 번째 봉투에 은채가 자기 손으로 쓴 진술서를 넣었다. 세 항목이었다. 삭제 시각, 접속 장치 미등록, 그리고 자기가 어제 법원 시스템에 로그인 상태를 유지했다는 사실.

세 번째 항목을 쓸 때 미래가 물었다.

“그건 은채 씨 과실입니다.”

“과실입니다.”

“안 쓰면 됩니다.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쓰면 제 진술이 약해집니다.” 은채가 말했다. “안 쓰면 제 진술이 거짓이 됩니다.”

그가 세 번째 항목을 끝까지 썼다.

그가 다섯 봉투를 인계했다. 받는 사람은 새벽이었다. 새벽이 봉투마다 자기 이름과 수령 시각을 적었다.

“이게 수기 인계입니까.” 새벽이 물었다.

“맞습니다. 오늘부터 사슬이 종이로 갑니다.”

“느립니다.”

“느립니다. 대신 원격으로 안 지워집니다.”

새벽이 봉투 다섯 개를 자기 가방 안쪽에 넣었다. 그가 밤새 물리 카드를 안고 있던 자리였다.

“이거 제가 어디까지 갖고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연구실까지요.”

“저는 병실을 못 비웁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멈췄다. 봉투를 옮길 사람과 병실을 지킬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다.

“제가 갑니다.” 미래가 말했다.

“기록관이 자료를 옮기면 그건 우리 손 안입니다.”

“그럼 누가 갑니까.”

은채가 목록을 봤다. 오늘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셋이었고, 셋 다 이 사건 당사자였다.

병실 문에서 소리가 났다. 경민이었다. 짐끈을 어깨에 걸고 있었고, 손에 운반 전표가 있었다.

“운반은 제 일입니다.” 그가 말했다.

“경민 씨도 당사자입니다.” 은채가 말했다.

“당사자인데 직업이 운반입니다.” 경민이 전표를 내밀었다. “이건 정식 전표입니다. 등급 1이라 단가는 낮습니다. 대신 기록이 남습니다. 누가 언제 뭘 어디로 옮겼는지요.”

은채가 전표를 봤다. 운반 기록은 제3자 기록이고, 팀 손 안이 아니었다.

“그건 제가 생각 못 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기록관님이 어제 말한 거요. 우리 손 밖이 필요하다고요.” 경민이 봉투를 받았다. “저는 우리 손 밖입니다. 계약서로는요.”

오전 9시 04분. 미래가 카메라 원본과 카드의 사진 넷을 대조했다. 파일 크기, 촬영 시각, 그리고 해시.

세 항목 넷 다 일치했다. 열두 번 비교해서 열두 번 같았다.

“일치합니다.” 그가 말했다. “카메라 원본하고 카드가 같은 파일입니다.”

“그럼 넷은 살았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둘은 없어졌고, 없어졌다는 건 증명됩니다.”

은채가 마지막으로 삭제 시각을 다시 봤다. 3시 12분.

그 숫자가 어디선가 걸렸다. 그가 자기 사건 기록을 뒤로 넘겼다.

귀환 당일 붕괴 복도, 능력 사용 종료 시각.

미래의 기록에는 그 시각이 초 단위로 남아 있었다. 이결이 손을 내린 시각, 열넷을 센 뒤였다.

03시 12분.

“미래 씨.” 은채가 말했다. “이거 우연입니까.”

미래가 확률을 셌다. 하루는 천사백사십 분, 같은 분이 겹칠 확률은 천사백사십분의 일이었다.

“도현 씨.” 그가 물었다. “이 숫자 어떻게 씁니까.”

“못 씁니다.” 도현이 말했다. “한 번 겹친 건 우연입니다. 저는 표본 하나로 안 씁니다.”

“그럼 왜 물으셨습니까.”

“초를 물었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분이 겹치는 건 흔합니다. 초까지 겹치면 그건 다른 얘기입니다.”

미래가 수첩 앞쪽을 넘겼다. 8월 14일 항목에 그 시각이 있었다.

“같습니다.” 그가 말했다. “분까지요.”

도현이 단말에서 오래 말이 없었다. 그리고 물었다.

“초는요.”

미래가 초를 찾았다. 그의 기록에는 초가 없었다. 그날 그는 분까지만 적었다.

04시 03분. 그 뒤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초를 적는 습관은 언제부터 들이셨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어제부터요.” 미래가 말했다.

어제부터 적기 시작한 이유는 도현이 창고에서 순서를 부른 다음이었다. 하루 차이로 그 초가 없었다.

“그럼 초는 다른 데서 찾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능력 종료 시각은 제 계측기에도 있습니다. 그날 저는 청각이 꺼져 있었는데, 계측기는 켜져 있었습니다.”

“그 계측기 지금 어디 있습니까.” 은채가 물었다.

“압수 목록 아홉 번입니다.”

미래가 자기 사본 목록을 넘겼다. 열일곱 품목 중 아홉 번, 계측기 한 대. 반출자 칸은 채워져 있었다.

은채가 번호를 적었다. 압수 요구서 처리 예정일은 사흘 뒤였고, 요구 대상에 아홉 번은 없었다.

“추가 요구서를 냅니다.” 그가 말했다. “오늘요.”

“그럼 우리가 그 계측기를 왜 원하는지 적어야 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적습니다.”

“적으면 저쪽도 그 초를 봅니다.”

은채가 손을 멈췄다. 요구서를 내면 상대가 먼저 그 기록을 확인했다. 안 내면 기록에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냅니다.” 그가 말했다. “안 내면 우리가 그 초를 영원히 못 봅니다. 내면 최소한 저쪽이 그걸 지운 시각이 남습니다.”

유라가 그때 깼다. 포화도 아흔둘, 일곱 번째 통은 삼분의 일이 남았고 여덟 번째를 낼 사람은 아직 없었다.

그가 침대에서 손을 뻗어 다섯 번째 봉투를 들었다. 은채의 진술서가 든 봉투였다.

“이건 제가 줄게요.” 그가 말했다.

경민이 두 손으로 받았다. 유라가 봉투 겉면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인계자 칸이었고, 신분 미확정자의 이름이 인계자로 적힌 것은 처음이었다.

이번 화가 재미있었나요?

좋아요와 평점은 언제든 변경할 수 있습니다.

독자 평점 아직 없음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