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채는 서류철 넷을 탁자에 나란히 놓았다
탑은 구조된 사람을 지운다 · 2026.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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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채는 서류철 넷을 탁자에 나란히 놓았다. 표지에 각각 다른 글자가 있었다. 원본, 사본, 증언, 해시.
“이게 증거 사슬입니다.” 그가 말했다. “지금 이 넷이 다 우리 손에 있습니다. 그건 사슬이 아니라 한 덩어리입니다.”
오후 2시 10분. 유라의 등록은 사흘째 보류였고, 은채의 자격 감사는 경고 상태로 진행 중이었다.
감사관은 오늘 아침에 두 번째 질문지를 보냈다. 여덟 문항이었고, 그중 여섯 문항이 진유라의 이름을 물었다. 은채는 여섯 문항에 같은 문장을 적었다. 당사자 동의 범위 내에서만 답변합니다.
그 답변서는 오늘 오전에 발송됐다.
미래가 넷을 봤다. 어제 창고에서 자기가 한 말과 같은 지적이었다.
“한 덩어리면 한 번에 없어집니다.” 미래가 말했다.
“한 번에 없어지고, 한 번에 의심받습니다.” 은채가 말했다. “압수는 한 번이면 끝이고, 위조 주장도 한 번이면 끝입니다. 우리가 넷을 다 갖고 있으면 우리가 넷을 다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나눕니까.” 미래가 물었다.
“나누는 방식을 바꿉니다.” 은채가 종이를 당겼다.
은채가 종이에 세로선 셋을 그었다. 칸이 넷이 됐다.
“보관자를 셋으로 하고, 각자 다른 종류를 갖습니다.” 그가 말했다. “원본은 한 곳, 사본은 다른 곳, 해시는 세 번째 곳입니다. 증언은 증언자 본인이 갖습니다.”
“증언을 우리가 안 갖습니까.” 미래가 물었다.
“못 갖습니다.” 은채가 말했다. “증언은 사람 겁니다. 우리가 갖고 있으면 그 사람이 나중에 취하할 수 없습니다.”
미래가 그 문장 앞에서 멈췄다. 취하할 수 있으면 끝까지 갈 사람이 늘어난다는 말을 나흘 전에 들었다.
“조건이 있습니다.” 은채가 계속했다. “세 보관자는 서로 모르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관리국과 계약 관계가 없어야 합니다.”
“몇 곳 후보 있습니까.” 미래가 목록 쪽으로 손을 뻗었다.
“네 곳 찾았습니다. 오늘 아침에요.” 은채가 목록을 밀었다.
은채가 목록을 꺼냈다. 이름 넷과 각각의 조건이 적혀 있었다.
탑 피해 유족 모임, 사무실 하나에 상주 두 명, 관리국 계약 없음. 지역 노동 상담소, 하청 정비 기록을 다뤄 본 곳. 대학 연구실 하나, 재난 기록 보존 연구. 그리고 독립 언론 협회.
“네 번째는 미래 씨 쪽입니다.” 은채가 말했다. “그래서 제외하려고 합니다.”
“왜요.” 미래가 물었다.
“미래 씨 소속과 겹치면 독립 보관이 아닙니다.” 은채가 그 줄을 지웠다.
미래가 그것을 받아들였다. 자기 손에서 하나를 뺀 것이었고, 계산상 맞았다.
은채가 첫 번째부터 확인 전화를 걸었다. 유족 모임 쪽은 받자마자 조건을 물었다.
“보관하면 우리가 압수 대상이 됩니까.”
“될 수 있습니다.” 은채가 말했다. 그가 그 대답을 먼저 했다.
삼 초 침묵이 있었다.
“그럼 뭘 보관합니까.”
“사본입니다. 원본이 아니라 사본이라 법적 가치는 낮습니다. 대신 원본이 없어지면 이게 유일한 형태가 됩니다.”
“보관 기간은요.” 상대가 물었다.
“모릅니다.” 은채가 말했다.
“……저희 어머니가 4년 전에 6층에서 안 돌아오셨습니다.” 상대가 말했다. “명단에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상 칸이 비어 있었습니다.”
은채의 손이 멈췄다.
“지금 그 문장, 다시 해 주시겠습니까.”
“명단에는 있었고 보상 칸이 비었습니다.”
어제 도현이 인쇄본 네 건에서 본 것이 그것이었다. 총원은 세는데 보상은 안 나가는 칸.
“그 서류 지금 갖고 계십니까.”
“복사본 있습니다.” 상대가 말했다.
은채가 자기 목록에 한 줄을 더 적었다. 보관자 후보가 증언자로 바뀌는 순간이었고, 그건 계획에 없던 항목이었다.
“한 가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저희 자료는 아직 안 보내겠습니다. 대신 그 복사본을 저희가 보게 해 주시겠습니까.”
“왜 순서를 바꾸십니까.” 상대가 물었다.
“그쪽이 먼저 위험해지는 걸 피하려고요.” 은채가 말했다.
상담소 쪽 사람이 직접 왔다. 전화로 답하지 않겠다고 해서였다. 그가 서류 한 장을 탁자에 놓았다. 보조금 교부 조건서였다.
“여기 4항입니다.” 그가 말했다. “관리국 자료 활용 실적을 심사에 반영합니다. 저희 운영비 절반이 여기서 나옵니다.”
“그 문구에 서명하셨습니까.” 은채가 물었다.
“했습니다. 삼 년 전에요.”
“그럼 오늘 거절하시는 게 맞습니다.” 은채가 말했다. “거절 이유를 적어도 됩니까.”
“적으십시오. 그것도 사실입니다.”
은채가 이유를 적었다. 거절도 자료였다.
세 번째, 대학 연구실은 조건을 걸었다. 익명 처리된 형태로만 받겠다는 것이었고, 그건 유라의 허용표와 맞았다.
“그 연구실, 관리국 과제 받은 적 있습니까.” 미래가 물었다.
은채가 조회했다. 삼 년 전에 하나 있었다. 종료된 과제였다.
“종료됐으면 계약 관계가 아닙니다.” 은채가 말했다.
“그런데 다음 과제를 받으려면요.”
은채가 손을 멈췄다. 그 질문은 계약 관계가 아니라 기대 관계를 물은 것이었고, 서류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건 제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겠습니다. 세 번째 보관자에게는 해시만 보내겠습니다. 해시는 유출돼도 내용이 없습니다.”
“그건 보관자가 아니라 검증자입니다.” 미래가 말했다.
“맞습니다. 역할을 낮추는 겁니다.” 은채가 목록을 고쳤다.
오후 4시 40분. 유족 모임은 결정 전, 상담소는 거절, 연구실은 검증자로 한 단계 낮춤. 원본 보관자는 없었다.
은채가 마지막 칸을 봤다. 원본.
“이건 제가 갖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은채 씨는 지금 감사 중입니다.” 미래가 말했다.
“그래서 제가 갖는 게 맞습니다.” 은채가 서류철을 자기 가방에 넣었다. “저는 이미 걸려 있습니다. 새로 걸리는 사람이 없는 쪽이 낫습니다.”
“그건 한 곳에 몰아 두는 겁니다. 은채 씨가 아까 그러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은채가 그 지적을 받았다. 자기 원칙과 자기 선택이 어긋났다.
“맞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럼 원본은 열어 두겠습니다. 25화까지, 아니 이십오 일까지 외부 원본 보관자를 못 찾으면 제 방식이 실패한 겁니다. 그 기한을 문서에 적겠습니다.”
그가 기한을 적었다. 8월 15일 기준 9월 9일, 그리고 그 옆에 한 줄 더 적었다. 우리 기준으로 스물다섯 번째 진입까지.
유라가 그 종이를 봤다.
“그 기한까지 제가 등록되면요?”
“그럼 유라 씨가 원본을 갖는 게 제일 강합니다.” 은채가 말했다. “당사자가 자기 증거를 갖고 있는 게 법정에서 가장 셉니다.”
“등록 안 되면요.” 유라가 물었다.
“그럼 유라 씨는 아무것도 못 갖습니다.”
유라가 팔찌를 돌렸다. 다섯 번째였고, 아무도 세지 않았다.
“은채 씨.” 유라가 말했다. “그 기한 있잖아요. 9월 9일요.”
“예.”
“제가 그때까지 못 버티면요?”
은채가 서류에서 손을 뗐다. 오 년 동안 그가 배운 대답은 그런 말씀 마시라는 쪽이었다. 그 대답으로 세 명이 취하했다.
“그럼 기한이 무의미해집니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제가 만든 절차도요.”
“그럼 뭘 고치실 거예요?”
“지금 고치겠습니다.” 은채가 종이를 당겼다. “기한을 두 개로 나누겠습니다. 하나는 원본 보관자 확보 기한 9월 9일. 다른 하나는 유라 씨 치료 유지 기한입니다. 그건 산소통 수로 세겠습니다.”
“산소통으로요?”
“날짜보다 정확합니다.” 은채가 말했다. “여섯 번째 통이 비면 다음 통을 누가 낼지 지금 정해야 합니다. 그게 제 기한입니다.”
첫 번째 후보가 다시 전화했다. 유족 모임이었다.
“하겠습니다.” 상대가 말했다. “조건 하나 있습니다.”
은채가 펜을 들었다.
“말씀하세요.” 은채가 말했다.
“저희 어머니 서류도 같이 넣어 주십시오. 4년 전 것이요.”
“그건 사건을 넓히는 겁니다.” 은채가 말했다. “넓히면 느려집니다. 유라 씨 치료가 먼저 급합니다.”
“그럼 안 하겠습니다.”
은채가 멈췄다. 그가 방금 자기 사건을 지키려고 남의 사건을 뺐고, 그러자 상대가 손을 놓았다.
미래가 옆에서 그것을 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판단은 은채 몫이었다.
“취소하겠습니다.” 은채가 말했다. “같이 넣겠습니다. 대신 조건을 하나 붙이겠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 처리될지는 제가 정하지 않겠습니다. 두 분이 정하십시오.”
“저희끼리요?”
“두 분이 서로 모르시니까 제가 중간에서 조건만 전달하겠습니다. 저는 순서를 안 정합니다.”
통화가 끝난 뒤 유라가 물었다.
“제가 뒤로 밀릴 수도 있는 거죠?”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요.”
은채가 마지막으로 넷을 다시 놓았다. 원본, 사본, 증언, 해시. 이번에는 표지 아래에 보관자 이름을 적었다.
원본은 비어 있었다. 사본에는 유족 모임, 해시에는 연구실, 증언에는 세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배성호, 정하윤, 그리고 오늘 통화한 사람.
“증언자가 셋입니다.” 미래가 말했다. “나흘 전에는 하나였습니다.”
“그건 미래 씨가 모은 겁니다.”
“저는 이름만 적었습니다.”
“이름을 적는 게 그 일입니다.” 은채가 서류철을 닫았다. “저는 오 년 동안 증거만 모았습니다. 이름은 안 모았습니다. 그래서 사건이 세 번 죽었습니다.”
창밖이 어두워졌다. 여섯 번째 산소통 눈금이 절반에 있었다.
유족 모임 쪽에서 주소를 보냈다. 사본을 보낼 곳이었다.
은채가 그 주소를 조회했다. 건물 이름 아래에 한 줄이 붙어 있었다.
관리국 위탁 사업 공간, 임대료 감면 대상.
“임대만 받는 겁니까, 계약입니까.” 미래가 물었다.
“임대 조건에 사업 목적 제한이 들어갑니다.” 은채가 말했다. “그건 계약입니다.”
그가 사본 칸의 이름을 지우지 않았다. 대신 그 옆에 물음표를 붙였다.
은채가 조건을 받아 적었다. 사건 하나가 사건 둘이 됐다. 나흘 전이라면 그는 이 방향을 피했다.
피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보상 칸이 비어 있었다는 문장이 어제 인쇄본에서 네 번 나왔고, 오늘 전화에서 한 번 더 나왔다.
탁자 위 단말에서 도현의 목소리가 왔다. 통화는 회의 시작부터 스피커로 열려 있었다.
“도현 씨.” 은채가 말했다. “다섯 번째 표본입니다.”
“그건 제가 안 봤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보기 전에는 안 셉니다.”
“보시겠습니까.”
“봅니다. 그런데 그 복사본이 저희 손에 오면 그분이 위험해집니다.”
“그분이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도현이 잠깐 멈췄다. 조건을 건 사람이 있으면 계산이 달라졌다.
“그럼 셉니다.” 그가 말했다. “다섯입니다. 여섯이 되면 저는 관측을 판정으로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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