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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전화기는 치료소 후문에서 열네 걸음 거리에 있었다

탑은 구조된 사람을 지운다 · 2026.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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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전화기는 치료소 후문에서 열네 걸음 거리에 있었다. 유라는 산소통을 끌고 그 열네 걸음을 삼 분에 걸쳐 갔다.

단말로 걸 수도 있었다. 도현이 자기 단말을 내밀었고, 유라가 거절했다.

“번호가 남잖아요.”

“제 번호가 남습니다.”

“그럼 도현 씨가 우리 집에 전화한 게 되죠.” 유라가 말했다. “나중에 누가 그 통화를 물으면 도현 씨가 설명해야 해요.”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설명할 거예요.”

도현이 단말을 넣었다. 그리고 공용 전화기 쪽으로 먼저 걸어가 수화기 상태를 확인했다. 유라가 도착했을 때 신호음은 이미 켜져 있었다.

“제가 들어 드릴게요.” 미래가 말했다.

“제가 끌게요.”

통을 끄는 소리가 바닥에서 났다. 그 소리가 나는 동안은 자기가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수화기를 들었을 때 유라의 손이 젖어 있었다. 산소 때문이 아니었다.

집 번호는 열한 자리였다. 그는 그것을 이틀 동안 외우고 있었다.

세 번째 신호에서 어머니가 받았다.

“여보세요.” 어머니가 말했다.

유라가 숨을 한 번 썼다.

“엄마.”

“누구세요?”

“나야. 유라.”

수화기 안에서 소리가 멈췄다. 완전한 침묵은 아니었다. 뒤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났고, 누군가 부엌에서 물을 쓰고 있었다.

“목소리가.” 어머니가 말했다. “목소리가 우리 애 같은데요.”

“나야, 엄마. 유라야.”

“유라가 누구예요?” 어머니가 물었다.

그 질문에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다. 화가 나려면 상대가 거짓말을 해야 했고, 어머니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 나 몇 살이야?”

“누가요?” 어머니가 되물었다.

“내가.”

어머니가 잠깐 멈췄다. “학생이세요?”

“엄마 딸 몇 명이야.”

“우리 집에 딸은 한 명이에요.” 어머니가 말했다.

수화기를 쥔 손이 아니라 반대 손이 먼저 떨렸다. 유라는 그 손을 산소통 손잡이에 붙였다.

“그 딸 이름이 뭐야.”

“선영이요.” 어머니가 말했다.

진선영. 유라의 여동생이었다.

그 집 자식은 셋이었다. 유라, 선영, 그리고 한 명 더.

“엄마.” 유라가 말했다. “아들은?”

묻는 동안 유라는 거실 장을 떠올렸다. 거기 사진이 몇 장 서 있었는지 기억하려 했지만, 자기 기억도 오늘은 믿기 어려웠다.

“아들은 없어요.” 어머니가 말했다.

유라는 수화기를 귀에서 조금 떼었다. 미래가 옆에 서 있었고, 그의 손에 단말이 들려 있었다. 녹음 버튼 위에 손가락이 있었지만 누르지 않은 상태였다.

“유라 씨.” 미래가 낮게 말했다. “이거 녹음하면 증거가 됩니다. 목소리를 알아듣고도 관계를 못 잇는다는 증거요. 이건 전산 오류로 안 넘어갑니다.”

“안 돼요.” 유라가 말했다.

“이건 유라 씨 편이 되는 자료입니다.”

“엄마 목소리예요.” 유라가 수화기를 손으로 감쌌다.

미래가 손가락을 뗐다. 삼 초 만이었다.

이결이 두 걸음 뒤에 서 있었다. 그는 그 삼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미래가 손을 뗀 뒤에 한 문장만 말했다.

“기록관님. 지금 안 누른 것도 기록하세요.”

“왜요.” 미래가 물었다.

“나중에 우리가 왜 이 증거를 안 만들었는지 물으면, 유라 씨가 거부했다가 아니라 우리가 유라 씨 결정을 따랐다고 남아야 합니다.”

“그 차이가 큽니까.” 미래가 물었다.

“큽니다.” 이결이 말했다. “앞은 유라 씨 책임이고, 뒤는 우리 책임입니다.”

미래가 펜을 두 번 돌렸다. 그리고 자기가 쓰려던 문장을 지우고 다시 썼다.

미래가 수첩에 적었다. 09시 41분, 녹음 미실시, 사유: 당사자 거부, 요청자 박미래, 수용자 전원.

유라가 수화기를 다시 귀에 붙였다.

“엄마, 뭐 하나만 물어볼게.”

“네.” 어머니가 말했다.

“작은방에 침대 몇 개야.”

어머니가 잠깐 멈췄다. 물 쓰는 소리가 멈추고, 발소리가 났다. 그가 작은방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두 개인데.” 어머니가 말했다.

“두 개 왜 있어.”

“선영이 방인데요. 침대가 두 개네요.”

어머니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왜 두 개일까요. 이거 왜.”

“엄마.” 유라가 불렀다.

“이상하네. 이거 하나는 누구.” 어머니가 혼잣말을 했다.

지워진 것은 이름과 관계였고, 물건은 남아 있었다. 침대는 남았다. 어머니는 그 침대를 매일 봤고 한 번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오늘 누가 물었을 때만 이상해졌다.

“엄마, 그 침대 버리지 마.”

“네?” 어머니가 물었다.

“버리지 마요. 부탁이에요.”

“네.” 어머니가 말했다.

“그리고 하나 더요. 작은방 옷장에 남자 작업복 있어요?”

발소리가 다시 났다. 옷장이 열리는 소리.

“있는데요. 이거 누구 거지.” 어머니가 말했다.

유라의 눈에서 물이 나왔다. 소리는 내지 않았다. 소리를 내면 어머니가 미안해하고, 어머니는 미안해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미래가 등을 돌렸다. 우는 사람을 찍지 않는 것이 그의 원칙이었고, 어제 그것이 조항이 됐다.

이결은 등을 돌리지 않았다. 대신 유라의 손이 아니라 산소통 눈금을 봤다. 볼 곳을 정해 두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그거도 버리지 마세요.”

“누구세요, 진짜.” 어머니가 물었다.

“잘못 걸었어요.”

유라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수화기가 걸린 뒤에도 그는 손을 떼지 않았다. 호흡이 분당 스물넷으로 올라갔다. 산소 마스크 안쪽이 세 번에 두 번씩 흐려졌다.

“앉으세요.” 새벽이 말했다. 그가 유라의 등 뒤에 손을 대지 않고 옆에 섰다.

“괜찮아요.”

“괜찮은 사람은 호흡이 스물넷 안 됩니다.”

유라가 앉았다. 앉은 자리에서 이 분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열네 걸음을 돌아오는 데 이 분이 걸렸다. 아무도 부축하지 않았다. 유라가 아까 자기가 끌겠다고 했으니까.

계단에 앉은 뒤 그가 먼저 말했다.

“진마준이요.”

세 사람이 그를 봤다.

“제 동생이에요. 스물셋이요. 탑 하청 정비였어요.” 유라가 말했다. “저 이틀 동안 같이 있었어요. 8층 아래에서요.”

문턱 앞에서 삼켰던 이름이었다. 그때는 세 사람이 다시 들어갈 것 같아서 삼켰고, 지금은 산소가 세 시간 남아서 말했다.

“마준부터 찾아 주세요.” 그가 말했다.

이결이 고개를 들었다.

“팔찌 각인 두 개 중 하나가 그 사람 번호입니까.”

“그건 아직 말 안 할게요.”

“알겠습니다.”

미래의 손이 수첩으로 갔다. 유라가 그 손을 봤다.

“적으세요. 이건 적으세요.” 그가 말했다. “대신 조건 있어요.”

“말씀하세요.” 미래가 펜을 세웠다.

“마준이 어디 있는지는 안 말할 거예요. 살아 있는지도 안 말할 거예요.” 유라가 말했다. “제가 말하면 관리국이 먼저 가요. 관리국이 먼저 가면 마준도 이름 없이 발견돼요. 저처럼요.”

“그럼 우리는 뭘 압니까.” 이결이 물었다.

“탑 안에 있다는 것까지요.” 유라가 말했다.

“그건 우리가 이미 짐작한 겁니다.”

“맞아요. 그래서 제가 새로 준 건 이름 하나예요.” 유라가 말했다. “이름이 있으면 나중에 그 애가 발견됐을 때 다섯이 아니라 여섯으로 셀 수 있어요.”

이결이 수첩을 펼쳤다. 8-B-3이라고 적은 줄 아래에 새 줄을 만들고, 거기에 이름 하나를 적었다. 진마준. 그리고 그 옆에 위치 미공개라고 썼다.

“이 조건, 언제 바꿀 수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제가 바꿀 때요.”

“그럼 우리는 안 묻습니다.”

“측량사님.” 새벽이 말했다. “안 물으면 구조 계획을 못 세웁니다.”

“계획은 위치 없이도 세웁니다.” 이결이 말했다. “장비, 산소, 인원, 진입 조건. 그건 다 미리 정할 수 있습니다. 좌표만 마지막에 받으면 됩니다.”

“좌표를 마지막에 받으면 대비 시간이 없습니다.”

“그럼 대비 시간을 늘려 놓겠습니다.”

“어떻게요.”

“지금부터 장비를 차에 실어 두겠습니다.” 이결이 말했다. “좌표가 오면 실는 시간이 없습니다. 실어 두면 그 시간이 미리 지나갑니다.”

“차에 실어 두면 관리국이 출동 준비로 봅니다.” 도현이 말했다. “면허 심사 전에 출동 준비는 위반입니다.”

“그럼 실지 않고 차 옆에 쌓아 둡니다.”

“그건 됩니까.”

“규정에 없습니다.” 이결이 말했다. “없는 건 일단 합니다. 나중에 물으면 시각과 이유를 대겠습니다.”

미래가 그 문장을 적었다. 어제까지 이 사람은 규정에 없는 일을 하기 전에 세 번 검산했다.

새벽이 그 계산을 했다. 그리고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할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미래가 마지막으로 한 줄을 적었다.

통화 미녹음. 진마준, 스물셋, 탑 하청 정비, 유라와 이틀 동행. 위치 비공개. 생존 여부 미확인. 공개 범위 결정자 진유라.

그 아래에 자기 이름을 쓰고, 시각을 적었다.

산소통 잔량 표시가 세 시간 이십 분으로 내려가 있었다.

이결이 그 표시를 보고 계산했다. 세 시간 이십 분 안에 등록이 되지 않으면 유라의 수치가 다시 팔십 대로 내려갔다. 등록은 정오에 나오는 심사 결과에 걸려 있었고, 심사 결과는 감점을 예고한 상태였다.

“새벽 대원.” 그가 말했다. “진입 준비 목록 만듭시다. 좌표 없이요.”

“지금요?”

“지금 안 하면 좌표가 왔을 때 준비가 없습니다.”

새벽이 계단에 앉아 종이를 꺼냈다. 헌장 뒷면이었다.

“산소 두 통, 지혈 키트 둘, 부목 셋.” 그가 적었다. “진입 인원 셋, 대기 하나. 그리고 하나 더 필요합니다.”

“뭡니까.”

“구조 대상이 이름 없이 발견되지 않게 하는 절차요.” 새벽이 말했다. “찾는 것보다 그게 어렵습니다. 8층에서 유라 씨를 데리고 나왔는데 장부에는 다섯이었습니다.”

이결이 그 항목을 받아 적었다. 그 옆에 물음표를 붙였다. 아직 방법이 없는 항목이었다.

유라가 그 종이를 봤다.

“그거 제가 생각해 볼게요.” 그가 말했다. “제가 그렇게 지워진 사람이니까, 어디서 지워지는지는 제가 알아요.”

“그럼 유라 씨가 그 항목 담당입니다.” 이결이 말했다. 그가 항목 옆에 이름을 적었다. 진유라.

미등록 인원의 이름이 준비 목록에 담당자로 올라간 것은 처음이었다.

새벽이 그 종이를 접어 유라에게 건넸다.

“이건 유라 씨가 보관하세요.” 그가 말했다. “담당자가 들고 있어야 합니다.”

유라가 종이를 산소통 손잡이에 끼웠다. 끼우면서 손이 한 번 멈췄다.

“이거 제가 잃어버리면요?”

“그럼 다시 씁니다.” 새벽이 말했다. “종이는 다시 쓰면 되고, 담당자는 다시 못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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