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인장실 문은 잠겨 있었고, 그 앞에는 열쇠를 든 사람이 없었다
계약 결혼의 열세 번째 조항 · 2026.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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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인장실 문은 잠겨 있었고, 그 앞에는 열쇠를 든 사람이 없었다.
열쇠가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리디아는 문고리 아래쪽의 새 긁힌 자국과 복도 끝에 서 있는 인장실 보조관의 손을 같이 보았다. 보조관은 손을 등 뒤로 숨기고 있었다. 숨긴 손에는 열쇠 꾸러미가 없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열쇠를 숨기는 동작은 있었다.
카시안은 문을 보자마자 병사 둘을 복도 양끝에 세웠다. 그가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면 문은 열릴 것이다. 왕실 사람들은 그가 열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제 개방하지 않습니다.” 리디아가 먼저 말했다.
카시안은 그녀를 보지 않고 대답했다. “그럼 절차.”
그 짧은 말이 오늘은 서두름처럼 들리지 않았다. 시간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동의였다.
리디아는 공동심리 신청서 사본을 펼쳤다. 제3조와 제13조가 아니라, 오늘 필요한 것은 기록 열람 조항이었다. 혼인 계약의 부속 합의에는 ‘공동심리와 직접 관련된 왕실 제출 기록은 양 당사자가 열람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문제는 인장실 원장 전체가 직접 관련 기록인지였다.
“전체 원장은 아닙니다.” 엘리어스가 말했다. “왕실은 그렇게 반박할 겁니다.”
“그래서 전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리디아는 빈 종이에 범위를 적었다. “국왕 유고 종 전후 세 시간, 세 번째 인장 사용 기록, 보존 자문 기록, 잘린 번호 213번의 전후 장.”
사비네가 덧붙였다. “그리고 사본 이동 기록.”
“사본 이동은 직접 관련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신문 유출과 연결됩니다.”
리디아는 잠깐 멈췄다. 연결된다는 말은 넓었다. 넓은 말은 문을 열 수 있지만, 열린 문 안에서 모든 것을 잃게 만들 수도 있었다.
“사본 이동 기록은 요청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대신 봉인 보존 대상에 넣습니다. 오늘 열람하지 않고, 잘리지 않게 잠급니다.”
사비네는 아쉬운 얼굴을 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속도 때문에 범위를 줄이는 겁니까?”
카시안이 대답했다. “속도와 방어 둘 다.”
리디아는 그 말을 받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군사 압수를 택하지 않고, 그녀가 열람 범위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는 사실은 장면 안에 남았다.
보조관은 문 앞에서 종이를 받지 않았다. “인장실 원장은 왕실 주권 기록입니다. 왕족 명령 없이 열람 불가입니다.”
“왕족 명령이면 열람합니까?” 리디아가 물었다.
보조관의 눈이 카시안에게 갔다.
“그렇게 열지 않습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공동심리권으로 엽니다. 왕족 명령은 쓰지 않습니다.”
“그 권한은 반역 사건의 제출 기록에 한정됩니다.”
“세 번째 인장이 반역 증거와 함대 명령 양쪽에 쓰였습니다. 같은 인장의 같은 시간대 사용 기록은 직접 관련 기록입니다.”
보조관은 입을 다물었다. 반박할 문장을 찾는 얼굴이었다. 리디아는 그 시간을 줬다. 절차는 상대가 반박할 수 있어야 나중에 버틴다.
“열람이 아니라 봉인부터.” 카시안이 말했다. “원장, 보조 원장, 절단 흔적이 있는 장. 누구도 이 복도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보조관은 이번에는 카시안에게 반박하지 못했다. 봉인은 열람보다 좁았다. 좁은 명령은 더 무거웠다.
그러나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보조관 뒤에서 늙은 의전관 하나가 나왔다. 그는 카시안에게 예를 갖춘 뒤에도 리디아의 종이를 받지 않았다. 손을 내밀지 않는 방식으로 거절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공동심리권은 왕실 주권 기록을 훼손하지 않습니다.” 의전관이 말했다.
“훼손하지 않기 위해 봉인합니다.” 리디아가 답했다.
“봉인도 접근입니다.”
“그럼 훼손 여부 확인을 위해 문 앞에서 목록만 대조하겠습니다. 원장을 밖으로 가져오지 않고, 장 수와 번호만 확인합니다.”
의전관은 즉시 반박하지 못했다. 리디아는 그 틈에 조건을 더 좁혔다.
“열람자는 셋. 엘리어스, 왕실 보조관, 사비네. 저는 번호와 훼손 여부만 듣습니다. 카시안 전하는 원장에 닿지 않습니다.”
“대공 전하께서 계신 것 자체가 압박입니다.”
카시안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럼 나는 문밖에 선다.”
도리안이 있었다면 반대했을 것이다. 리디아는 그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가, 바로 그 생각을 지웠다. 도리안은 지금 북문 제2요새 표를 들고 있을 것이다. 이 문 앞에서 얻은 십 분은 그쪽에서 잃은 십 분이었다.
의전관은 카시안이 물러난 거리를 보고서야 종이를 받았다. “왕실 기록 보호 조건을 덧붙입니다.”
“말하십시오.”
“원장 위치 이동 없음. 원본 접촉자 이름 즉시 기록. 사본은 왕실 보관본 하나, 공동심리 봉인본 하나. 공개 금지.”
“동의합니다. 단, 장이 잘렸다면 훼손 사실은 공개 금지 대상이 아닙니다. 훼손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도, 훼손 존재는 심리 자료로 봉인됩니다.”
의전관의 입술이 얇아졌다. “문장이 길군요.”
“짧은 문장이 잘려 나갔으니까요.”
인장실 문이 열렸을 때, 방 안에는 왁스와 오래된 가죽 냄새가 났다. 리디아는 먼저 창문을 보았다. 닫혀 있었다. 둘째로 탁자를 보았다. 중앙에는 원장 한 권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얇은 칼자국이 남은 받침판이 있었다.
“원장은 왜 탁자 위에 있습니까?” 엘리어스가 물었다.
보조관은 대답이 늦었다. “최근 감정이 있었습니다.”
“누가 감정했습니까?”
“에몬 바일 기록관이 재감정을 요청했습니다.”
리디아는 전날의 재감정 신청서를 떠올렸다. 에몬이 자기 이름으로 요청한 문장. 그 문장이 여기에 와 있었다.
“요청서 원본은요?”
“보존함에 있습니다.”
“봉인합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열람은 나중입니다.”
카시안이 복도 쪽 병사에게 손짓했다. “보존함 앞에도 한 명.”
원장은 무거웠다. 엘리어스가 장갑을 끼고 넘겼고, 리디아는 번호만 확인했다. 210, 211, 212. 그 다음 장은 없었다. 종이는 찢긴 것이 아니라 칼로 잘렸다. 남은 가장자리가 너무 곧았다.
사비네가 숨을 낮췄다. “213번.”
“잘린 시점은요?” 리디아가 물었다.
엘리어스는 가장자리를 보았다. “새롭습니다. 먼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보조관이 빠르게 말했다. “오래된 훼손일 수 있습니다.”
“오래된 훼손이면 훼손 보고가 있어야 합니다.”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카시안이 원장에 손을 대려 하자, 리디아가 먼저 말했다. “전하 손은 닿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그의 손이 멈췄다. 방 안의 왕실 사람들이 그 정지를 보았다. 북문대공이 자기 이름을 지키기 위해 원장을 잡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록이 될 것이다.
“엘리어스가 넘깁니다.” 카시안이 말했다.
엘리어스는 214번 장을 넘겼다. 그 장에는 왕대비 전실 물품 확인 기록이 있었다. 212번은 의전용 감사문 봉인. 213번만 사라졌다. 전날 감정대에서 확인한 빠진 번호가 여기서는 물리적으로 잘려 있었다. 기록 하나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종이 한 장이 빠졌다.
“잘린 장 앞뒤 사본을 만듭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사본 제작은 왕실 인장실 직원만 가능합니다.” 보조관이 말했다.
“그럼 왕실 직원이 만들고, 엘리어스가 번호를 확인합니다. 사비네는 제작 순서를 기록합니다. 카시안 전하는 원본에 닿지 않습니다.”
보조관은 카시안을 보았다. 그가 불쾌해할 줄 알았는지 모른다. 카시안은 불쾌해하지 않았다.
“그대로.”
사본 제작대가 움직였다. 종이를 누르는 판이 내려갈 때마다 작은 소리가 났다. 리디아는 그 소리 사이에서 시간을 계산했다. 북문 제2요새의 여섯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기록 하나를 확보하는 동안 약품이 늦어지고 있었다.
통신관이 복도까지 올라왔다. 카시안은 그를 문밖에서 받았다. 리디아는 안쪽에서 목소리만 들었다.
“제2요새에서 재전송입니다. 설사 환자 다섯 중 하나가 의식 흐림. 약품선 예상 시각 재확인 요청.”
카시안의 대답은 낮았다. “예상 시각을 확정하지 마라. 지연 사유와 현재 조치만 보낸다.”
“병사들이 동결 이유를 묻습니다.”
“위조 명령 심사 중. 대기 명령은 내 책임.”
리디아는 원장 가장자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카시안은 병사들에게 자기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은 오지 않았다. 책임이라는 말은 약병이 아니었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그녀가 물었다.
엘리어스가 사본 제작대를 보았다. “현재 속도면 십이 분.”
“여섯 분으로 줄입니다. 사본 품질을 낮추지 않는 범위에서.”
보조관이 반발했다. “왕실 사본은 절차가 있습니다.”
“절차를 줄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손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라는 말입니다. 다음 장을 누르는 동안 봉투를 준비하세요.”
사비네가 바로 움직였다. 의전관은 불쾌한 얼굴로도 막지 않았다. 리디아는 그가 막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그도 잘린 장을 봤다. 누구의 편인지와 별개로, 기록관은 기록 훼손을 싫어했다.
“범위를 더 좁힙니다.” 그녀가 말했다. “유고 전후 세 시간이 아니라 자정 전후 한 시간. 에몬 재감정 요청서, 212와 214, 절단 흔적 사진, 보관함 출입 기록만.”
사비네가 놀라서 봤다. “사본 이동 기록은요?”
“봉인만 합니다. 지금 열람하지 않습니다.”
카시안이 그녀를 보았다. “시간 때문에.”
“예. 전하가 압수하지 않는 대신, 저도 다 보지 않습니다.”
“기록합니다.” 엘리어스가 말했다.
이 타협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했다. 군사 압수는 빠르지만 나중에 부서질 수 있고, 전면 열람은 정당하지만 오늘 배를 놓칠 수 있었다. 리디아는 필요한 것만 들고 나가야 했다.
보존함에서는 에몬의 재감정 신청서가 나왔다. 첫 줄에는 ‘에몬 바일이 재감정을 요청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아래쪽에는 이상한 문장이 있었다.
‘세 번째 인장 사용 기록 장은 이동되지 않았음.’
수동문이었다. 이동되지 않았음. 누가 이동하지 않았는지, 누가 확인했는지 없었다. 에몬의 문장 같았고, 동시에 누군가가 그 문장을 흉내 낸 것 같기도 했다.
“필체는요?” 리디아가 물었다.
엘리어스가 신청서와 어제 문장을 비교했다.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줄은 압력이 다릅니다.”
“에몬이 썼다고 확정하지 않습니다.”
“예.”
카시안이 짧게 말했다. “에몬을 부를까.”
“아직 아닙니다. 부르면 누가 그가 무엇을 아는지 알게 됩니다.”
“그럼 봉인.”
리디아는 신청서를 봉인했다. 그 순간 보조관 하나가 문가에서 움직였다. 사비네가 먼저 봤다.
“그 손.”
보조관의 손에는 작은 종이 조각이 있었다. 도망치려는 몸짓은 아니었다. 버리려는 몸짓이었다. 카시안의 병사가 그를 잡았지만, 리디아가 먼저 말했다.
“손목 꺾지 마십시오. 종이가 찢어집니다.”
병사는 힘을 줄였다. 종이 조각은 바닥에 떨어졌다. 엘리어스가 집어 들었다. 잘린 원장 조각은 아니었다. 원장 뒷면에 붙어 있던 얇은 보강지였다.
“왜 가지고 있었습니까?” 카시안이 물었다.
보조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대답은 준비되어 있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훼손 조각인 줄 알고 보존하려 했습니다.”
“보존함이 아니라 소매 안으로?”
보조관은 입을 다물었다.
리디아는 그 침묵을 죄로 적지 않았다. “발견 위치를 말하십시오.”
“사본 제작대 아래.”
“언제?”
“방금.”
사비네가 제작대 아래를 확인했다. 먼지 위에 얇은 사각 자국이 있었다. 누군가가 오래 숨겨 둔 조각을 방금 주운 것이 아니라, 조금 전까지 그곳에 눌려 있었다는 뜻이었다.
“제작대가 움직이면서 떨어졌습니다.” 사비네가 말했다. “처음부터 소매 안에 있던 건 아닌 듯합니다.”
리디아는 보조관을 보았다. “그럼 왜 바로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카시안을 보지 않았다. 의전관도 보지 않았다. 바닥만 보았다. “잘린 장과 관련되면 제 근무 기록이 정지됩니다.”
그 대답은 비겁했지만 작았다. 작은 비겁함은 큰 범죄를 숨길 때도 쓰이고, 직장을 잃기 싫을 때도 쓰인다. 리디아는 둘을 섞지 않았다.
보강지에는 아무 글자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등불을 비스듬히 대자, 눌린 자국이 떠올랐다. 글씨가 아니라 암호표였다. 점 셋, 짧은 선 하나, 다시 점 둘. 아베른 가문에서 오래된 항만 세금 표식을 줄일 때 쓰던 방식이었다.
리디아의 손이 멈췄다.
“공녀님?” 사비네가 물었다.
리디아는 보강지를 접지 않았다. 접으면 눌린 자국이 사라질 수 있었다.
“제라드 아베른의 개인 암호입니다.”
카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이번에는 배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말하면 안 되는 이름이 방 한가운데 올라왔기 때문이다.
잘린 장은 사라졌고, 그 뒷면에는 아버지의 손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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