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압송 대기실의 시계는 모래시계보다 불친절했다

계약 결혼의 열세 번째 조항 · 2026.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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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송 대기실의 시계는 모래시계보다 불친절했다.

벽에 박힌 왕실 시계는 분침이 움직일 때마다 작은 쇳소리를 냈다. 선장은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깨를 움츠렸다. 손목의 끈은 아직 묶이지 않았지만, 의자 양옆의 경비 둘이 끈보다 먼저 그를 묶고 있었다.

리디아는 문 앞에서 이송 정지 청구서를 펼쳤다. 빼내는 일이 아니라 세우는 일이었다. 선장을 몰래 데려가면 증언은 살아도 절차가 죽었다. 절차가 죽으면 오스윈은 그 죽은 절차를 다시 반역이라고 부를 것이다.

“공동심리 관련 긴급 증인 보호 청구입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이 사람은 명령을 받은 자이지, 명령을 만든 자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경비대장이 카시안을 보았다. “전하께서 명하시면 즉시 해제할 수 있습니다.”

카시안은 청구서의 빈칸을 가리켰다. “해제하지 않는다. 이송 시각을 삼십 분 정지한다. 근거는 공동심리 증인 보호와 항만 사고 조사.”

경비대장은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삼십 분 정지는 이송 명령 불이행으로 적힙니다. 책임자는 누구입니까?”

리디아는 청구서 하단의 빈칸을 보았다. 카시안 이름을 쓰면 빠르다. 그러나 그러면 선장은 왕족의 보호 아래 끌려온 사람이 되고, 다음 심리에서 증언의 독립성이 흔들린다.

“청구인은 리디아 아베른.” 그녀가 말했다. “공동심리 신청인 자격입니다.”

“공녀님께 불리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적으세요.”

카시안은 펜을 들지 않았다. 대신 경비대장에게 말했다. “정지 집행 보증인은 북문대공 카시안 로엔. 증언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리디아는 그 문장도 적게 했다. 보호와 관여가 같은 줄에 있으면 안 됐다. 선장의 말은 카시안의 말이 아니어야 했고, 리디아의 바람도 아니어야 했다.

“삼십 분뿐입니까?” 선장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강물에 젖은 밧줄 같았다. 리디아는 그 비유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당신을 구해 주겠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대신 당신이 본 것과 보지 못한 것을 구분해 기록하겠습니다.”

선장은 끈이 없는 손목을 내려다봤다. “명령서에는 공명이 있었습니다. 대공 전하 쪽 문양과 왕실 인장이 둘 다 반응했습니다. 항만 선장이 그걸 거절하면 군함 방해로 적힙니다.”

카시안은 바로 받아 적었다. “명령 진위를 직접 확인할 권한은 없었나.”

“없습니다. 항로등이 꺼지고, 세 척이 접안 대기 중이었고, 왕실 경비가 명령서를 들고 왔습니다.”

리디아가 물었다. “명령서를 가져온 사람의 표식은요?”

“왕실 경비 망토였습니다. 얼굴은 모릅니다. 비가 왔고, 등대가 꺼졌습니다.”

“본 것이 더 있습니까?”

선장은 입술을 한 번 핥았다. “항로등 고장 직전, 병실 표식이 붙은 운반선을 봤습니다.”

경비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국왕 병실?”

“예. 흰 천에 은실 왕관. 병실 약품이나 기구를 나를 때 쓰는 표식입니다. 그런데 배가 항로등 저장고 쪽에 잠깐 댔습니다. 그 뒤에 등이 흔들렸습니다.”

리디아는 선장의 말을 끊지 않았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전체 음모가 아니었다. 운반선, 표식, 저장고. 세 단어면 충분했다.

“운반선의 선명은 봤습니까?”

“못 봤습니다. 대신 바닥에 깨진 수정 조각이 있었습니다. 항로등 부품처럼 보였지만, 색이 조금 더 옅었습니다.”

“가져왔습니까?”

선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배가 부딪히는 줄 알았습니다. 조각이 증거가 될 줄 몰랐습니다.”

“그 조각을 본 사람이 더 있습니까?”

선장은 생각했다. “갑판 아이 하나가 발로 밀었습니다. 이름은 모릅니다. 오른쪽 소매에 파란 실을 묶었습니다.”

사비네가 즉시 적었다. “노동자 확인망일 수 있어요.”

리디아는 그 말을 크게 만들지 않았다. 파란 실은 이미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지금 확정하면 아이는 단서가 아니라 표식이 된다.

“이름을 모르면 위치를 적습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어느 배, 어느 갑판, 어느 시간.”

“셋째 곡물선 오른쪽 화물칸. 항로등 첫 흔들림 직전.”

“증언 범위는 거기까지.”

선장은 그녀를 보았다. “나머지는 말하면 안 됩니까?”

“본 것만 말하십시오. 짐작을 말하면, 본 것까지 같이 무너집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가 원한 것은 면죄일 수도 있었다. 리디아가 줄 수 있는 것은 면죄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한 줄의 기록이었다.

리디아는 그 답을 적었다. 모른다는 말은 비어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 빈칸은 다음 질문의 모양을 정했다.

국왕 병실 전실은 대기실보다 조용했다.

조용한 방에는 더 많은 명령이 숨어 있었다. 문 양옆의 시녀들은 손을 모으고 있었고, 그 뒤의 근위병은 카시안을 보고도 물러나지 않았다. 병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금색 손잡이는 닦여 있었지만 문 아래쪽에는 약품 수레가 스친 회색 자국이 남아 있었다.

노아 세른은 문 앞에 섰다. 그는 의사 가운 위에 왕실 표식을 달았고, 손에는 열쇠 대신 환자 기록판을 들고 있었다.

“환자 비밀과 왕실 안전 규정상 병실 개방은 불가합니다.”

카시안의 이름이면 문을 열 수 있었다. 리디아는 그 사실을 알았다. 노아도 알았고, 근위병도 알았다. 그래서 카시안이 한 걸음 물러섰을 때, 방의 공기가 아주 조금 바뀌었다.

“문을 열지 않는다.” 카시안이 말했다. “대신 현재 약품과 운반 기록은 증거 보존으로 동결한다. 아무 병도 버리지 말고, 아무 기록도 옮기지 마라.”

노아의 손가락이 기록판 모서리를 잡았다. “보존 명령은 받을 수 있습니다.”

리디아는 그의 눈이 아니라 기록판을 보았다. 의사가 환자를 숨기는지, 자신을 숨기는지 구분하려면 시선보다 문장이 먼저였다.

기록판 모서리에는 작은 흠이 있었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지우고 다시 쓴 흔적처럼 종이가 조금 일어나 있었다. 리디아는 거기에 적힌 투약 시간표를 읽을 수 없었다. 노아가 손가락으로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리는 손은 떨리지 않았다. 익숙한 방어였다.

“오늘 이 전실에 들어온 사람 명단을 볼 수 있습니까?”

“환자 비밀에 포함됩니다.”

“명단 전체가 아니라 약품 수레를 만진 사람의 직무만 묻겠습니다. 의사, 보조, 경비, 운반인.”

노아는 대답 전에 기록판을 보았다. “의사 한 명, 보조 둘, 운반인 둘, 왕대비 전실 시녀 한 명. 제가 본 범위에서는 그렇습니다.”

세 번째 인장 보관관은요.

그 질문은 목까지 올라왔다가 멈췄다. 리디아는 말을 눌렀다. 노아가 그 이름을 먼저 말할지, 묻기 전까지 숨길지 확인해야 했다.

“독입니까?”

질문은 목까지 올라왔다가 멈췄다. 그렇게 물으면 노아는 아니라고 답할 수 있었다. 아니면 확정할 수 없다고 답할 수 있었다. 둘 다 진실일 수 있었고, 둘 다 충분하지 않았다.

“어젯밤 유고 종 전후 병실로 들어온 운반 상자가 있었습니까?”

노아는 잠깐 눈을 내렸다. “있었습니다.”

“표식은 흰 천에 은실 왕관이었습니까?”

“제가 본 범위에서는 맞습니다.”

“운반 주체는요?”

“확정할 수 없습니다. 수레를 민 이는 병실 보조였지만, 상자를 넘긴 사람이 누구인지는 제가 보지 못했습니다.”

“상자에서 냄새가 났습니까?”

노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거짓말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리디아는 그 순간을 붙잡지 않았다. 침묵이 늘 거짓이면, 권력자는 누구든 침묵을 죄로 만들 수 있었다.

“금속성 향이 있었습니다.” 노아가 말했다. “하지만 약품 보관실에는 그런 향이 드물지 않습니다.”

“은별소금 안정제입니까?”

“가능성은 있습니다. 단독으로 독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리디아는 그 한정어를 그대로 적었다. 가능성. 단독으로. 말할 수 없음. 노아는 문장을 울타리처럼 세웠다. 울타리 안에는 환자 비밀이 있었고, 울타리 밖에는 겁이 있었다.

약품 보관 전실은 병실보다 차가웠다. 유리장 안에는 봉인된 약병들이 줄지어 있었고, 각 병에는 투약 시각과 승인자 이름이 붙어 있었다. 노아는 유리장을 열지 않았다. 리디아도 열라고 하지 않았다.

“봉인 바깥만 확인하겠습니다.”

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봉인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가능합니다.”

리디아는 약병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냄새는 희미했다. 꽃도 향료도 아니었다. 젖은 은수저를 오래 쥐고 난 뒤 손끝에 남는 냄새와 닮았다. 그녀는 더 과한 말을 붙이지 않았다. 감각은 단서였고, 단서는 장식이 아니었다.

“이 냄새가 국왕의 증상과 연결됩니까?”

“연결될 수 있습니다.” 노아는 말했다. “하지만 은별소금 안정제는 특정 약의 흔들림을 줄이는 데 쓰입니다. 양이 맞으면 치료 보조입니다.”

“양이 틀리면요?”

“심박, 수면, 반응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현재 병 안의 양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카시안이 물었다. “왜 확인하지 않았지.”

노아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왕대비 전실에서 기존 처방 변경 금지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국왕 폐하께서는 의식이 없으십니다. 환자 동의 없이 약병을 새로 개봉하려면 섭정 권한 또는 의학위원회 결정이 필요합니다.”

“섭정 권한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카시안이 말했다.

“예.”

답은 짧았다. 그 짧음 안에 노아가 숨은 자리가 있었다. 그는 제도 뒤에 숨었고, 제도는 때로 사람을 살렸다. 때로는 위험을 늦췄다.

리디아는 다른 질문을 택했다. “같은 냄새를 다른 곳에서 맡은 적이 있습니까?”

노아의 손가락이 기록판을 세게 눌렀다. 한 박자 늦은 뒤 그가 말했다.

“질문 범위를 병실 약품으로 이해했습니다.”

“지금은 다른 장소까지 묻고 있습니다.”

“공식 답변으로는, 제 확인 범위가 부족합니다.”

리디아는 그 말을 적지 않았다. 공식 답변으로는. 노아가 그 단어를 고른 이유를 아직 모른다. 다만 그가 대답하지 않은 장소가 있다는 것만 남았다.

“그럼 공식이 아닌 기록은 어디에 남깁니까?”

노아는 처음으로 리디아를 오래 보았다. “의사는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기록합니다.”

“환자가 국왕이면, 침묵이 누구에게 이롭습니까?”

그 질문에 그는 답하지 않았다. 리디아도 더 밀지 않았다. 오늘 그를 증언대에 세우면 그는 문을 닫을 것이다. 닫힌 문을 부수면 안의 약병은 보일지 몰라도, 약을 나른 손은 사라질 수 있었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노아 세른. 보존 명령을 어기면 군법이 아니라 왕실 의료법으로 먼저 책임을 묻겠다.”

노아가 그를 보았다. “군법이 아니라 의료법입니까?”

“그쪽이 네 기록을 덜 망친다.”

리디아는 카시안의 말을 고맙다고 받지 않았다. 다만 노아의 손이 기록판을 조금 덜 누르는 것을 보았다. 위협의 종류가 달라지면 사람이 내놓는 정보의 종류도 달라졌다. 군 지휘관은 문을 부술 수 있었지만, 지금 카시안은 문을 부수지 않는 방식을 골랐다.

“저는 병을 열지 않았습니다.” 노아가 말했다. “그래서 양을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어젯밤 약병 표면에 남은 가루의 양은 평소보다 많았습니다. 이것도 확정 검사는 아닙니다.”

“그 사실을 왜 먼저 말하지 않았습니까?”

“질문받지 않았습니다.”

그 답은 비겁했고 정확했다. 리디아는 그 두 단어를 같이 적었다. 비겁하다고 지우면 정확함도 사라지고, 정확하다고 용서하면 침묵의 피해가 사라졌다.

마차가 대공저로 돌아설 때 선장의 증언 기록은 봉인되어 있었다. 병실 출입 허가는 얻지 못했고, 약병도 열지 못했다. 얻은 것은 운반선 표식, 은향, 깨진 수정 조각의 증언, 노아의 한정어뿐이었다.

“그는 거짓말했습니까?” 카시안이 물었다.

“아직 모릅니다.”

“피하고 있었다.”

“예. 하지만 무엇을 피했는지와 왜 피했는지는 다릅니다.”

리디아는 마차 안 작은 탁자에 질문 목록을 다시 썼다. 묻지 않은 것. 운반 주체, 저장고 출입자, 병실 보조 명단, 은별소금 잔량. 노아가 답한 문장보다 답하지 않은 문장이 더 많은 방향을 가리켰다.

대공저 문 앞에서 시종 하나가 마차에 가까이 왔다. 그는 카시안 쪽이 아니라 리디아 쪽 창을 두드렸다. 손에는 작은 봉인지가 있었다. 왕실 의료진의 회색 실이 묶여 있었다.

“노아 세른 님이 공녀님께만 전하라 하셨습니다.”

카시안은 손을 뻗지 않았다. “읽으십시오.”

리디아는 봉인을 열었다. 안쪽 종이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글씨는 정돈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줄의 잉크가 조금 짙었다.

같은 은향을 수도 항로등 저장고에서 맡았습니다.

그 아래에 작은 글씨가 한 줄 더 있었다.

저장고 냄새가 난 날, 세 번째 인장 보관관도 병실에 있었습니다.

리디아는 종이를 접지 않았다. 문장 아래쪽에 묻은 은빛 가루가 마차 등불에 희미하게 반짝였다. 질문받지 않은 사실은, 이제 기록 밖에 머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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