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은 하루를 팔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 결혼의 열세 번째 조항 · 2026.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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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은 하루를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 준비는 열여덟 날 늘릴 수 있습니다.” 그는 접견실 기록대 위에 동전이 아니라 일정표를 올려놓았다. “항구 배급은 엿새 버팁니다. 내륙 구호 오백 말은 사흘 안에 보냅니다. 공녀님이 지금 사야 하는 것은 곡물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리디아는 그 말이 틀리길 바랐다. 엘리어스가 곧바로 계산표를 대조했고, 틀린 곳을 찾지 못했다. 마르셀의 상단은 창고와 수레, 보험인을 모두 쥐고 있었다. 그가 손을 빼면 리디아의 임시 의석은 곡물 조건에 걸려 흔들리고, 제라드의 공개심리 준비는 종이값부터 막혔다.
“그래서 비쌉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비싼 물건을 싸게 부르면 거짓말이 됩니다.”
마르셀은 탐욕을 숨기지 않았다. 숨기지 않는 태도는 이상하게 깨끗해 보일 때가 있었다. 리디아는 그 깨끗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창고 우선권과 보험 독점은 받지 않습니다.”
“그럼 제 상단은 위험을 질 이유가 없습니다. 왕실이 몰수하면 공녀님 서명도 같이 묶입니다.”
“삼십 일 단기 대출, 공개 이율, 담보는 동결되지 않은 항구 수입 일부. 여기까지입니다.”
마르셀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공작님은 협상할 때 문을 조금 더 열어 두셨습니다.”
“저는 문틈으로 손이 들어오는 걸 싫어합니다.”
엘리어스가 기침을 삼켰다. 리디아는 그가 웃음을 참는지 경고를 삼키는지 보지 않았다.
“조건을 붙입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노동자 임금 체불 금지. 곡물 사재기 금지. 장부 공개. 항만 노동자 대표의 공동 서명.”
마르셀은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보험 독점 없이 그 조건을 받으라는 겁니까?”
“전부 받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일부만 거래하자는 말입니다.”
“일부만 사면 하루도 일부만 삽니다.”
그 말도 맞았다. 리디아는 맞는 말이 불편할 때마다 상대를 악인으로 만들고 싶은 충동을 눌렀다. 마르셀은 항구를 살릴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항구가 숨을 쉬려 할 때 목에 손을 얹을 권리를 요구했다.
“그럼 중간안을 냅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삼십 일 대출은 받습니다. 보험 독점은 주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구호 곡물 운송 보험은 오르테 상단이 맡습니다. 이율과 수수료 공개. 노동자 대표 공동 서명.”
마르셀은 한참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대표가 서명하지 않으면요?”
“거래하지 않습니다.”
“대표가 뭘 안다고 보험 위험을 봅니까?”
“자기 임금이 어디서 사라지는지는 압니다.”
마르셀은 등받이에 기대지 않았다. “공녀님, 노동자 대표에게 서명권을 주면 다음에는 선적 순서에도 서명하겠다고 할 겁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럼 상단은 매번 협상하다가 물때를 놓칩니다.”
“지금 상단은 협상하지 않아서 사람 이름을 놓쳤습니다.”
엘리어스가 대출 계약서에 새 줄을 넣었다. ‘대표 서명은 운송 보험의 이율과 체불 임금 지급 일정에 한정한다.’ 리디아는 그 문장이 충분히 넓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오늘 모든 권한을 옮기면 거래는 깨졌다. 깨진 거래는 깨끗해 보일 수 있었지만, 곡물은 움직이지 않았다.
“서명권 범위는 여기까지입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다음 범위는 청문에서 다룹니다.”
“공녀님은 늘 다음 문서를 남기시는군요.”
“상인께서는 늘 다음 수수료를 남기시고요.”
마르셀은 이번에는 진짜로 웃었다. “그래서 거래가 됩니다.”
대공저 하역 창고는 임시 배급소로 바뀌어 있었다. 곡물 냄새와 젖은 밧줄 냄새가 같이 났다. 노동자 대표 두 명이 들어왔을 때, 그들의 손목에는 파란 실이 묶여 있었다. 실은 장식처럼 보이기엔 너무 낡았고, 표식처럼 보이기엔 서로 매듭 위치가 달랐다.
리디아는 그 뜻을 묻지 않았다. 아직 설명을 요구할 때가 아니었다. 먼저 명단이 있었다.
젊은 대표가 손목의 파란 실을 만졌다. 매듭은 헐거웠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방식으로 묶여 있었다.
“그 실은 무엇입니까?” 엘리어스가 물었다.
대표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리디아도 재촉하지 않았다.
“명단을 놓치지 말자는 표시입니다.” 그가 늦게 말했다. “뜻은 그 정도로만 적어 주십시오.”
마르셀이 어깨를 으쓱했다. “요즘 항구에는 표시가 많습니다. 파벌도 많고.”
나이 든 대표가 그를 보았다. “상단 창고에도 표시가 있지요. 돈 받을 자루에는 빨간 끈, 늦게 줄 자루에는 검은 끈.”
리디아는 파란 실의 의미를 더 묻지 않았다. 지금은 반란인지 추모인지, 혹은 단순한 명부 표시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손목에 묶인 실이 장부의 빈칸과 같은 자리에 놓인다는 점만 기록했다.
“체불 명단입니다.” 나이 든 대표가 종이를 내밀었다. “선박 번호로 적힌 사람들은 따로 표시했습니다.”
마르셀이 옆에서 말했다. “선박 번호는 관행입니다. 항해 중 교대 인력이 많습니다.”
젊은 대표가 바로 대답했다. “관행이면 임금도 관행대로 빠집니까?”
리디아는 명단을 넘겼다. 같은 선박 번호가 세 달마다 한 번씩 사라졌다. 사라진 줄 옆에는 보험 처리 완료라는 짧은 문구가 있었다. 이름은 없었다. 지급액은 하역인 하루 임금보다 낮았다.
“사망자 명단입니까?” 리디아가 물었다.
마르셀은 손을 펼쳤다. “사고 처리 명단입니다. 사망, 실종, 계약 중단이 섞여 있습니다.”
“섞으면 누가 죽었는지 모릅니다.”
“상단은 배를 기준으로 보험을 듭니다.”
나이 든 대표의 파란 실 끝이 손등을 쳤다. “사람은 배가 아닙니다.”
그 말은 너무 단순해서 기록대 위에서 오래 버텼다. 리디아는 명단 세 장을 따로 빼냈다. 같은 번호, 다른 달, 비슷한 누락. 아직 범죄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줄이 너무 가지런했다.
“이 장부를 아버지가 보셨습니까?”
대표는 리디아를 바로 보지 않았다. “공작님 도장이 있습니다.”
마르셀은 웃음을 되찾았다. “항구가 바쁠 때 공작님은 배가 움직이는지를 먼저 보셨습니다. 사람 이름은 현장 사람들이 챙긴다고 믿으셨지요.”
“그 믿음으로 누가 돈을 벌었습니까?” 리디아가 물었다.
마르셀은 대답을 피하지 않았다. “상단들이요. 저도 포함됩니다. 대신 배는 움직였습니다.”
“배가 움직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까?”
“굶는 날에는 그렇습니다. 장례식 날에는 아니죠. 문제는 항구가 늘 둘 중 하나라는 겁니다.”
노동자 대표들은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항구의 굶는 날과 장례식 날을 모두 겪은 사람들의 침묵이었다. 리디아는 마르셀을 탐욕이라는 한 단어로 줄이면 그 침묵까지 지워진다는 것을 알았다.
리디아는 아버지를 변호하는 문장을 찾았다. 전쟁 전 창고가 부족했고, 왕실 압박이 심했고, 제라드는 큰 결정을 해야 했다. 문장은 여러 개 떠올랐다. 어느 것도 명단의 빈칸을 채우지 못했다.
늦은 회계실에서 엘리어스는 공식 장부와 체불 명단을 나란히 놓았다. 리디아는 세 달마다 반복되는 빈칸에 작은 점을 찍었다. 점은 많지 않았지만, 일정했다.
“이건 확정 증거가 아닙니다.” 엘리어스가 말했다.
“압니다.”
“공작님이 알고 묵인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압니다.”
“그래도 표시합니까?”
리디아는 펜을 놓지 않았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표시하지 않으면, 아는 척한 사람이 이깁니다.”
마르셀은 수정 계약서에 서명했다. 보험 독점은 빠졌고, 이번 운송 보험만 남았다. 노동자 대표의 공동 서명란은 아직 비어 있었다. 그는 그 빈칸을 보며 웃었다.
“공작님은 선박이 움직이면 충분하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느려질 겁니다.”
“그래서 기록될 겁니다.”
마르셀은 서명한 계약서를 접지 않고 리디아 쪽으로 밀었다. “기록은 느린 돈입니다. 공녀님이 그 돈을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
“상인께서도 공개 이율을 끝까지 감당하십시오.”
“공개는 가격을 올립니다.”
“숨기는 건 나중에 더 비쌉니다.”
그 말에 엘리어스가 장부의 빈칸 하나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리디아는 그 빈칸을 보며 아버지의 도장이 찍힌 줄을 다시 확인했다. 아직 제라드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모른다고 해서 깨끗해지지는 않았다.
노동자 대표는 바로 서명하지 않았다. 그는 계약서의 공개 이율 항목을 두 번 읽고, 체불 임금 지급일 옆에 손가락을 세웠다.
“이 날짜가 지나면 어떻게 됩니까?”
마르셀이 답하려 하자 리디아가 먼저 말했다. “운송 보험 수수료에서 자동 공제합니다. 그 조항을 넣겠습니다.”
“상단이 반대하면요?”
“그럼 대표가 서명하지 않겠지요.”
마르셀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위험은 제가 지고, 벌금 권리는 대표가 쥡니다.”
“위험을 노동자가 먼저 지고 있었다는 장부를 방금 봤습니다.”
나이 든 대표는 그제야 펜을 들었다. 파란 실이 계약서 위로 내려왔다. 그는 이름을 또박또박 적었고, 선박 번호 옆에 자기 작업조 이름까지 붙였다. 엘리어스가 그 추가를 보며 새 양식이 필요하겠다고 중얼거렸다.
“새 양식은 내일까지 만들겠습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내일까지요?” 엘리어스가 물었다.
“오늘 만들면 틀립니다. 틀린 양식은 오래 갑니다.”
젊은 대표가 처음으로 리디아를 똑바로 보았다. “공녀님이 틀리면 고칠 수 있습니까?”
리디아는 아버지의 도장이 있는 줄을 보았다. “고칠 수 있게 서명란을 비워 두겠습니다.”
마르셀은 그 빈 서명란을 오래 보았다. “빈칸은 사람을 부릅니다. 좋은 사람만 오는 게 아닙니다.”
“닫힌 칸에도 나쁜 사람은 들어왔습니다.”
“그건 부정하기 어렵군요.”
그는 계약서 한 부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삼십 일입니다. 삼십 일 뒤에는 새 조건을 요구하겠습니다.”
“삼십 일 뒤에는 공동 청문 기록도 생깁니다.”
“그 기록이 공녀님 편일 거라고 믿습니까?”
“아니요. 그래서 필요합니다.”
노동자 대표는 파란 실을 한번 묶어 당겼다. “저희는 환호하지 않습니다. 체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요.”
“환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리디아가 답했다. “날짜를 요구하십시오.”
엘리어스는 체불 지급일 옆에 벌금 조항을 적었다. 마르셀은 그 문장을 싫어했지만, 지우지는 않았다. 모두가 조금씩 싫어하는 계약이라면 적어도 한쪽만 속은 것은 아니었다.
문이 열리고 사비네가 들어왔다. 그녀는 환영연 초대장과 작은 보고서를 함께 들고 있었다. 초대장에는 왕대비의 부드러운 글씨로 ‘왕국 안정을 위해 부부의 화목을 공개할 것’이라는 부속 문장이 붙어 있었다.
보고서는 더 짧았다. 대공저 별도 침실 출입 명부가 외부 열람대에서 조회됐다.
마르셀은 초대장과 보고서를 번갈아 보았다. “왕실은 부부의 화목을 요구하고, 누군가는 화목하지 않다는 증거를 찾는군요. 시장 같아서 이해하기 쉽습니다.”
“시장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리디아가 물었다.
“시장에서는 모두가 가격을 안다고 믿습니다. 궁정에서는 가격을 예절이라고 부르죠.”
사비네가 보고서 아래쪽을 짚었다. “열람자는 왕실 경비감 명의입니다. 직접 봤는지, 명의를 빌렸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별도 침실 정보가 왜 지금 필요했을까요?” 엘리어스가 물었다.
리디아는 초대장의 ‘화목’이라는 단어를 보았다. “내일 연회에서 증명하라고 요구하려는 겁니다. 증명하는 순간, 증명의 방식까지 상대가 정합니다.”
마르셀은 계약서를 챙겼다. “그럼 오늘 제 계약은 더 급해졌습니다. 평판을 지키려면 돈도 필요하니까요.”
“평판 때문에 조건을 낮추지는 않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마르셀은 웃으며 문 쪽으로 물러났다. “공작님도 같은 항목은 묻지 않았다, 그 말은 아직 취소하지 않겠습니다. 따님이 어디까지 묻는지 봐야 하니까요.”
마르셀이 나간 뒤에도 파란 실을 맨 대표들은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이 든 대표가 계약서 사본을 접어 품에 넣었다.
“오늘 서명했다고 믿는 건 아닙니다.”
“믿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뭘 하라는 겁니까?”
“날짜를 세십시오. 늦으면 제 이름으로 항의하십시오.”
대표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리디아가 얻은 것은 지지가 아니라 감시였다.
그 감시는 환호보다 오래갈 수 있었다. 리디아는 그렇게 두기로 했다.
리디아는 초대장을 명부 위에 올렸다. 화목을 공개하라는 문장 아래, 문이 둘이라는 사실이 이미 누군가의 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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