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의석은 의자가 아니라 곡물 자루로 계산됐다
계약 결혼의 열세 번째 조항 · 2026.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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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의석은 의자가 아니라 곡물 자루로 계산됐다.
엘리어스는 대공저 동쪽 회계실 바닥에 세 장의 표를 펼쳤다. 첫 장에는 삼항구 창고의 남은 밀가루가, 둘째 장에는 내륙 구호 창고까지 가는 수레 수가, 셋째 장에는 항구 하역 임금 지급일이 적혀 있었다. 리디아는 의자 하나를 유지하는 데 이렇게 많은 다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눈으로 봐야 했다.
“오백 말이면 빵으로 며칠입니까?”
“어느 빵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엘리어스가 바로 답했다. “항구 노동자 배급 빵으로는 열이틀, 내륙 구호소 기준으로는 일주일입니다. 임금으로 환산하면 하역인 삼백열두 명의 닷새치입니다.”
숫자는 의자보다 무거웠다. 리디아는 어제 회의장에서 지킨 임시 대표석을 떠올렸다. 그 자리는 이제 빈 의자 위에 놓인 계산표로 돌아왔다.
“가문 창고를 먼저 엽니다.”
엘리어스가 세 번째 장을 밀었다. “가문 창고 절반은 동결입니다. 봉인을 풀면 공개심리 전 몰수 방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남은 절반을 쓰면 항구 배급이 줄어듭니다.”
“내륙 구호를 줄이면?”
“셀레네 공작과의 공동 청문이 시작하기 전에 깨집니다. 공녀님이 내륙을 비용표로만 본다는 증거가 됩니다.”
“항구 배급을 줄이면.”
“마르셀이 웃습니다. 노동자들은 덜 웃을 겁니다.”
리디아는 펜을 들고도 바로 쓰지 않았다. 자치라는 말은 항구가 스스로 결정한다는 뜻이었지만, 스스로 결정한 손실을 누가 먼저 먹는지는 늘 늦게 물었다.
“세 도시의 동의를 받기 전 출고하지 않습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다만 내륙 구호 창고에는 납기 지연 사유와 임시 수량을 먼저 보냅니다. 빈 약속으로 두지 않습니다.”
엘리어스는 새 종이를 꺼냈다. “임시 수량은.”
“동결되지 않은 창고에서 백오십 말. 나머지는 도시 협의 뒤. 하역 임금 지급일은 미루지 않습니다.”
“그러면 의석 정지 조건에 걸릴 수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도시 협의에는 시간이 듭니다.” 엘리어스는 세 도시 이름 옆에 빈 사각형을 그렸다. “동항은 배급표를 먼저 요구할 겁니다. 서항은 마르셀 상단의 운송 독점을 의심할 겁니다. 남항은 제라드 공작의 동결 창고를 열 수 없는 이유부터 따질 겁니다.”
“따지라고 하세요.”
“공녀님을 약하게 볼 수 있습니다.”
“묻지 못하게 하면 더 약해집니다.”
그 말은 리디아 자신에게도 완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삼항구의 이름으로 결정하는 일은 그녀가 평생 배운 일이었다. 삼항구에 먼저 묻는 일은 느리고, 지저분하고, 때로는 모욕적일 것이다. 그러나 임시 의석이 도시를 대표한다면, 도시가 모르는 곡물은 대표의 값이 아니었다.
엘리어스는 전령 세 명을 불렀다. 각 전령에게 같은 문서와 다른 부속표가 주어졌다. 동항에는 배급일, 서항에는 운송 비용, 남항에는 동결 창고 목록. 리디아는 봉인을 찍기 전 문장을 하나 더 넣었다.
‘동의하지 않을 권리와 수정안을 낼 권리를 함께 보장한다.’
엘리어스가 눈을 들었다. “동의하지 않을 권리까지요?”
“대표석을 지키기 위해 거절권을 지웠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문장을 적었다. 리디아는 그가 반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반대할 항목을 다음 줄로 남긴다는 것을 알았다. 회계실 창밖에서 수레 바퀴 소리가 지나갔다. 아직 출고 명령은 나가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이미 곡물이 빠져나갈 것을 알고 움직였다.
계약 보관실의 공명석은 깨지지 않았다.
중재관은 돌을 은판 위에 올려 두고 10화 회의록을 읽었다. 카시안의 목소리는 돌 안에 남아 있지 않았다. 공명석은 소리를 다시 내는 물건이 아니었다. 다만 말한 문장과 계약 문구가 맞물릴 때 은판 위에 가느다란 흠을 남겼다. 오늘 은판은 매끈했다.
“북문대공은 제13조를 위반하지 않았습니다.” 중재관이 말했다. “거절을 배신으로 간주한다는 문장도, 보복 행위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회의장 전체가 왕세녀 안전과 반역을 말했습니다.” 리디아가 물었다. “그 압박은 강요가 아닙니까?”
중재관은 공명석을 보았다. “돌은 압박을 읽지 않습니다. 발화된 문장과 등록된 조항만 비교합니다. 왕세녀 안전을 언급한 것이 강요인지, 실제 위험인지, 정치적 수사인지는 사람이 판단해야 합니다.”
“사람이 틀리면요?”
“돌은 그 틀림도 고치지 못합니다.”
리디아는 은판 위를 손끝으로 만지지 않았다. 매끈한 표면은 안전의 증거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한 가지 문장만 깨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 사실도 기록해 주십시오.” 리디아가 말했다. “계약은 선택을 대신하지 못한다. 공명석은 상황을 판정하지 못한다.”
중재관이 잠깐 그녀를 보았다. “보통은 그런 문장을 기록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돌을 방패로 삼는 사람도 적겠지요.”
그는 더 묻지 않고 적었다. 카시안은 보관실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리디아가 나오자 그는 회의록을 보지 않고 은판을 든 중재관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균열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중재관이 답했다.
카시안은 그 대답을 기뻐하지 않았다. “없다는 말이 충분하진 않군요.”
리디아는 그를 보았다. 그가 먼저 그렇게 말한 것이 조금 늦게 도착한 사과처럼 느껴졌다. 사과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문장이 없었다.
회계실로 돌아가는 회랑에서 엘리어스는 계약 원본을 다시 펼쳤다. “제13조는 선명합니다. 문제는 다른 조항입니다.”
“지금도 문제가 더 있습니까?”
“제4조, 필요 범위 정보 공유. 필요 범위를 누가 정합니까? 제10조, 체포 전 통지. 통지 시각이 체포 직전이어도 통지입니까? 제6조, 안전상 예외. 안전이라고 부르면 어느 방까지 들어올 수 있습니까?”
리디아는 걸음을 늦췄다. 계약은 그날 새벽 가장 빠른 방패였다. 빠른 방패에는 틈이 남았다.
“지금 고치면 카시안 전하를 믿지 못한다는 신호가 됩니다.”
“믿음과 해석권은 다른 항목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제4조를 그대로 두면 전하 측은 군사 필요를 이유로 더 많은 보고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제10조는 통지가 체포보다 얼마나 앞서야 하는지 비어 있습니다. 제6조는 안전상 예외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전하가 그 빈틈을 쓸 거라고 보십니까?”
“사람이 아니라 문구를 봅니다.” 엘리어스가 답했다. “문구는 누가 잡아도 같은 칼이 됩니다.”
모퉁이 너머에서 카시안이 나타났다. 그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위치가 아니었다. 손에는 원본 수정 절차서가 들려 있었다.
“계약 개정은 양측 서명과 중재관 입회가 필요합니다.” 그가 말했다. “오늘은 개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절차를 먼저 드립니다.”
엘리어스가 종이를 받았다. “전하께서 먼저 준비하셨습니까?”
“공명석이 충분하지 않다는 말을 방금 들었습니다.”
리디아는 절차서 첫 줄을 보았다. 개정은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 개정하면 곡물 협의와 의석 조건, 마르셀의 제안이 모두 뒤로 밀렸다. 완벽한 계약을 만들 시간은 늘 가장 필요할 때 부족했다.
“오늘은 보류합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카시안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류로 기록하겠습니다.”
“불신으로 기록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적지 않습니다.”
카시안은 절차서 아래에 짧은 메모를 붙였다. ‘개정 요청은 배신 사유가 아니다.’ 제13조를 다시 쓴 문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이 메모도 보류입니까?” 리디아가 물었다.
“아닙니다. 제 쪽 내부 명령입니다. 계약 개정을 요청하는 서류가 들어오면 보복성 경호 강화나 출입 제한을 붙이지 말라는 지시입니다.”
엘리어스가 메모를 받아 읽었다. “이런 건 보통 먼저 말하지 않습니다.”
“먼저 말하지 않으면 경비장이 관성대로 움직입니다.”
리디아는 5화의 무단 수색을 떠올렸다. 관성은 명령보다 오래 남았다. 카시안이 그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다만 같은 실수를 막는 종이 한 장이었다.
접견실에 들어온 마르셀 오르테는 먼 길을 온 사람처럼 굴지 않았다. 장갑은 마르고, 구두에는 진흙이 없었다. 그는 웃는 얼굴로 제안서를 펼쳤다. 웃음은 값싼 친절보다 오래 훈련된 거래의 일부처럼 보였다.
“오백 말, 재판 준비비, 항구 임금 닷새치. 한 번에 맞출 수 있습니다.”
엘리어스가 숫자를 확인했다. “가능합니다. 그의 상단이 아니면 사흘 안에는 어렵습니다.”
마르셀은 그 말을 겸손하게 받지 않았다. “시장에는 빠른 손이 비쌉니다. 저는 빠르고, 공녀님은 지금 시간이 없습니다.”
“대가는요?”
“왕실 몰수 뒤에도 오르테 상단의 창고 우선권과 보험 독점을 보장해 주십시오. 삼항구가 누구 손에 남든 배는 움직여야 합니다.”
리디아는 제안서의 선박 번호를 훑었다. 번호는 빽빽했고, 사람 이름은 거의 없었다.
“제안서는 받겠습니다. 즉답하지 않습니다. 먼저 노동자 임금 장부를 봅니다.”
마르셀의 웃음이 아주 조금 멈췄다. “임금 장부요?”
“오백 말을 사기 전에, 그 곡물을 옮길 사람들의 체불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아버님은 사람 이름보다 선박 번호를 먼저 보셨는데, 따님은 순서가 다르군요.”
리디아는 제안서 가장자리 빈칸에 한 줄을 적었다.
사람 이름.
마르셀의 시선이 그 한 줄에 머물렀다. “그 순서로 장부를 다시 쓰면 배가 늦어집니다.”
“늦어지는 배와 사라지는 사람 중 어느 쪽을 먼저 기록할지는 제가 정합니다.”
“항구 사람들은 배가 늦어지는 쪽을 더 빨리 욕합니다.”
“욕할 이름도 장부에 있어야 들을 수 있겠지요.”
마르셀은 다시 웃었다. 이번 웃음은 처음보다 얇았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지만, 리디아가 어떤 가격표를 먼저 볼지 확인했다. 접견실 문 밖에서는 세 도시로 떠나는 전령들의 발소리가 갈라졌다. 의자의 값은 이제 곡물만이 아니라, 질문을 돌려받을 시간으로도 늘어났다.
첫 번째 답장은 예상보다 빨리 왔다. 동항은 임시 출고에 동의했지만 배급일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서항은 운송을 마르셀 상단에만 맡길 수 없다고 적었다. 남항은 동결 창고 목록의 봉인 번호를 요구했다. 셋 다 동의가 아니었고, 셋 다 거절도 아니었다.
엘리어스가 답장을 순서대로 놓았다. “도시 협의가 시작되면 깔끔한 명령은 끝납니다.”
“대표석도 그만큼 실제가 됩니다.”
마르셀은 답장들을 보며 혀를 찼다. “세 도시가 세 방향으로 당기면 배가 못 나갑니다.”
“그래서 선박 번호와 사람 이름을 같이 봅니다.” 리디아는 제안서의 첫 줄을 가리켰다. “이 배를 움직이는 사람이 누구인지, 임금이 밀렸는지, 보험금을 누가 받는지 적으십시오.”
“공녀님은 돈을 빌리러 부른 상인에게 재판을 여시는군요.”
“돈을 빌리기 전에 담보가 썩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상인께서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마르셀은 한 장을 빼냈다. 선박 번호가 빽빽한 운송표였다. “좋습니다. 세 척만 먼저 보십시오. 전부를 요구하면 오늘 곡물은 못 나갑니다.”
리디아는 세 척이라는 숫자를 받아들였다. 전부를 당장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오늘 필요한 것은 첫 문을 여는 일이었다.
“세 척. 대신 그 세 척에는 이름을 모두 붙입니다.”
마르셀은 펜을 들었다가 멈췄다. “이름을 붙이면 책임도 붙습니다.”
“그래서 붙입니다.”
그는 첫 번째 선박 번호 아래에 선장 이름을 적었다. 두 번째 줄에는 하역 조장 이름이 붙었다. 세 번째 줄에서 펜이 멈췄다.
“여기는 임시 인력입니다.”
“이름은요?”
“항구에서는 임시 인력이 이름보다 늦게 들어옵니다.”
리디아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 적지 않았다. “그럼 늦게 들어온 이름을 지금 적으십시오.”
마르셀은 사비네를 보듯 문 쪽을 보았다. 도망갈 길을 찾는 시선은 아니었다. 증인을 세는 시선이었다. 엘리어스는 이미 새 종이를 꺼내고 있었다.
“이름을 모르면 오늘 그 배는 뺍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공녀님, 그러면 서항 답장에 맞출 수 없습니다.”
“이름 없는 사람을 실은 배로 도시 동의를 얻지는 않겠습니다.”
마르셀은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항복이 아니라 계산이 끝났다는 표시였다. “찾아오겠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물때는 한 칸 지나갑니다.”
“그 한 칸을 회의록에 적으세요.” 리디아는 빈칸 위에 다시 썼다. 사람 이름. 이번에는 한 줄이 아니라 세 줄이었다. 선박 번호가 빽빽한 제안서 위에서 그 세 줄만 유난히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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