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도시가 일곱 조각이 되었다

내가 구한 사람들 때문에 미래가 틀렸다 · 2026.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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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일곱 조각이 되었다

해울시는 한 장의 지도가 아니었다. 흰 화면 위에서 도시는 일곱 개 면으로 갈라졌고, 보리동 급수 압력은 13.1에서 12.9로 내려갔다. 지도보다 먼저 수도관이 반응했다.

셀 1 병원 전원, 셀 2 교통, 셀 4 방벽, 셀 5 급수, 셀 6 물류, 셀 7 통신. 각 경고는 한 줄뿐이었다. 한 줄이라서 더 위험했다.

민채가 화면을 확대했다. "라케시스 자율 분리. 중앙 교통 차단. 셀 간 부하 전이 활성."

"행동으로 번역해." 장유라가 말했다.

"차가 셀 사이를 못 넘어가고, 한쪽 전기나 물을 살리면 옆 셀 수치가 흔들려요. 그리고 중앙에서 좋다고 하는 경로가 지역에는 나쁠 수 있어요."

"그럼 보리동만 빠져나가면 끝이 아니네요."

"네. 빠져나가다가 다른 셀 물을 끊을 수도 있어요."

나는 화면을 보며 원래 기억의 안전 구역을 떠올렸다. 셀 1은 이미 일부 꺼졌고, 셀 3은 닫혔고, 셀 5는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원래 대피 경로는 도시가 한 몸일 때의 길이었다. 지금 도시는 서로에게 비용을 넘기는 일곱 조각이었다.

권태묵의 감독관이 단말을 들고 말했다. "본부 지침이 올 때까지 각 셀은 현 위치 유지입니다. 임의 연결 시 전체 생존률이..."

최명숙이 그의 말을 잘랐다. "전체가 우리 수도꼭지에 물 넣어 줍니까?"

"셀 5 급수 저하는 셀 3과 연결된 부하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 물을 빼 가겠다는 말이네요."

감독관은 부정하지 못했다. 말하지 않은 대답이 관리실 공기를 바꿨다. 방금 63명을 더 찾은 대피소의 물통이 보드 위에서 줄어드는 것 같았다.

한서진은 마이크를 끄고 말했다. "이걸 그대로 방송하면 셀 간 싸움 납니다."

"숨기면 나중에 더 크게 옵니다."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어떻게 자를지 묻는 거야."

나는 대답 대신 보드를 봤다. 1,375명, A키 확보, B키 외부 검문선, 2-B 구조 완료 중, 수문 카운트다운 71시간대, 학교 균열, 방송 지연 19초. 한 회차의 승리들이 전부 다음 선택의 비용으로 바뀌고 있었다.

장유라가 말했다. "각 셀 위기 하나씩만. 원인 추정 빼고. 보리동 목표는 탈출에서 연결로 바뀐다고 말합니다."

"연결?" 감독관이 반문했다. "본부 승인 없는 셀 간 연결은 금지입니다."

"사람이 죽는 동안 승인 기다리는 것도 금지해야죠." 장유라가 그를 보지 않고 말했다. "법 문장은 임 수사관에게 맡기겠습니다."

임도윤은 이미 적고 있었다. "긴급 생명 보호 목적의 정보 연결. 물리적 문 개방과 구분. 통신·관측값 공유부터."

채소영의 체육관 무전이 들어왔다. "대피소 사람들은 아직 이동 중입니다. 도시 지도 방송 전에 내부 질서부터 안정시켜야 합니다. 아이들이 다른 셀에 가족 있다고 뛰면 못 잡습니다."

최명숙이 동의했다. "가족 확인 창구 따로 만들어요. 뛰어가는 사람 잡는 것보다 묻는 줄 만드는 게 빨라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결론에 도착했다. 절차가 감정을 막는 게 아니라, 감정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지나갈 통로를 만드는 일.

서진은 방송 문장을 썼다. "해울시가 일곱 자율 셀로 분리된 화면을 확인했습니다. 각 셀의 상세 원인은 미확인입니다. 보리동은 외부 탈출 시도보다 내부 생존과 셀 간 관측값 공유를 우선합니다."

"관측값 공유가 뭔지 사람들이 모를 거예요." 민채가 말했다.

"그럼 예를 들어." 서진이 펜을 넘겼다.

민채는 잠깐 당황했다가 적었다. "물 수압, 전력 잔량, 열려 있는 계단, 약품 냉장 가능 시간, 다친 사람 수. 아, 그리고 출처."

"좋아."

방송이 나가자 체육관은 다시 술렁였다. 가족이 셀 5에 있다는 사람이 울며 문으로 가려고 했고, 주상복합 주민은 왜 우리가 다른 구역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고 따졌다. 최명숙은 그에게 물통 숫자를 보여 줬다.

"우리 물도 남아돌지 않아요. 그래서 더 따져야죠. 그냥 뺏기면 죽고, 그냥 막으면 나중에 막힙니다. 숫자 보고 말합시다."

그녀는 따뜻한 위로를 하지 않았다. 대신 계산할 판을 내밀었다. 주민은 욕을 삼키고 줄 끝에 섰다. 이의 제기 칸은 이제 항의 창구이자 폭발 방지 장치가 됐다.

민채가 셀 간 부하 전이 지도를 단순화했다. 선이 너무 많자 그녀는 세 개만 남겼다. 셀 3 물, 셀 5 급수, 셀 4 방벽 압력. 나머지는 회색 처리했다.

"다 보이면 아무것도 못 봐요." 그녀가 말했다. "지금 우리 결정에 바로 물리는 것만."

오경태의 내선이 들어왔다. "맞아. 배관도 다 보면 머리 아프고, 지금 잠글 밸브만 봐야지."

"셀 5로 물을 넘기면?" 내가 물었다.

"보리동 고층부터 말라요. 안 넘기면 셀 5 병원 쪽이 먼저 말라겠지. 둘 다 죽으라는 소리는 아닌데, 순서 잘못 잡으면 같이 망합니다."

권태묵의 감독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본부 7C 자료상 셀 5는 우선 유지 대상입니다."

관리실이 조용해졌다. 우선 유지 대상. 말은 반듯했지만 뜻은 거칠었다. 누군가는 덜 우선이라는 뜻이었다.

"근거 자료를 공개하십시오." 임도윤이 말했다.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면 지침이 아니라 주장으로 기록합니다."

감독관의 목이 움직였다. 권태묵의 사람들은 숫자를 갖고 있었지만, 그 숫자를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그들의 자원은 도움이 됐고, 동시에 통제였다. 산소 발생기처럼.

나는 내 노트를 펼쳤다. 원래 시간선에서 셀 5는 대형 병원과 급수 펌프를 가진 구역으로 기록됐다. 많은 생존자가 그쪽에 있었다. 동시에 몇몇 사망자는 보리동에서 물을 넘겨받지 못해 생겼다는 기록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록의 출처는 사후 집계와 본부 발표였다. 지금 셀 5의 실제 수치, 병원 인원, 물 탱크 상태는 모른다.

"셀 5 우선 유지 기억은 B에서 C로 내립니다." 내가 말했다. "본부 발표 기반. 현재 관측 없음."

서진이 그 말을 받아 적었다. "방송에는?"

"방송 안 합니다. 내부 기록만. 셀 5에 관측값 요청부터."

장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탈출보다 연결. 연결보다 관측. 관측 없는 요구는 보류."

그녀의 문장이 이번 아크의 끝처럼 들렸다. 나는 그걸 멋있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보드에 실무 문장으로만 남겼다. `셀 간 요청 처리 기준: 현재 수치, 출처, 대체안`.

채소영은 가족 확인 창구를 열었다. 다른 셀 가족을 찾는 사람에게 이름을 크게 외치지 말고, 셀 번호와 마지막 통화 시각, 필요한 약 여부를 쓰게 했다. 아이 하나가 셀 5에 엄마가 있다고 울었다. 채소영은 안아 주지 않았다. 무릎을 낮추고 종이를 내밀었다.

"엄마 이름은 여기 작게. 마지막으로 들은 곳은 크게. 우리가 크게 말할 건 위치예요."

아이는 글자를 틀렸다. 채소영은 고치지 않고 옆에 발음대로 다시 적었다. 틀린 글자도 지금은 단서였다.

최명숙은 배급표에 셀 5 요청 대비 칸을 만들었다. "나눠 줄 수 있는 것과 못 주는 것을 먼저 써요. 착한 척하다가 나중에 뺏겼다고 울지 말고."

"못 주는 것부터 쓰면 냉정해 보입니다." 감독관이 말했다.

"냉정해야 따뜻한 걸 지킵니다."

그 말에는 농담기가 조금 있었지만, 손은 진지했다. 그녀는 물통 46개 중 즉시 이동 가능 8개, 보리동 필수 보유 31개, 상태 불명 7개로 나눴다. 숫자 옆에는 이유가 붙었다. 산소 아이, 약품 보냉, 화장실 최소 사용, 2-B 구조자.

민채는 손전등과 라디오를 엮어 짧은 중계 실험을 했다. 인터넷은 죽었지만, 체육관 창가 라디오와 주상복합 옥상 라디오 사이에는 잡음 섞인 음성이 오갔다. "셀 5까지는 못 가요. 그래도 외곽 경비선 근처 제보는 받을 수 있어요."

"화이트라인 쪽?" 장유라가 물었다.

"명칭은 미확정." 임도윤이 자동으로 말했다.

최명숙이 피곤한 얼굴로 웃었다. "흰 선 분들."

긴장 속에서 짧은 웃음이 흘렀다. 오래 가지 않았다. 단말이 다시 흰 화면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LACHESIS CELL AUTONOMY ACTIVE.

그 아래 선들이 움직였다. 셀 3에서 셀 5로 이어진 파란 선이 굵어졌다. 물을 의미하는 선이었다. 낮아진 압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문상필이 압력계를 보며 외쳤다.

"12.9! 철수 조건 하나 걸립니다!"

장유라가 바로 말했다. "고층 신규 이동 중지. 2-B 잔여자 우선. 물 사용 제한 강화."

예전 같으면 내가 그 지시를 먼저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은 지시가 늦지 않았는지만 봤다. 늦지 않았다. 내가 할 일은 조건을 공개하고, 원인을 모른다고 쓰는 것이었다.

서진이 방송했다. "급수 압력 12.9. 철수 조건 하나 발생. 고층 신규 이동은 중지하고 확인된 구조자 이동만 진행합니다. 물 사용 제한을 강화합니다. 원인 추정은 보류합니다."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본부 채널이 열렸다. 권태묵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자동 합성음도 아니었다. 건조한 관제관 음성. "셀 3, 셀 5 급수 저하에 따라 부하 전이 요청. 보리동 저장수를 셀 5 라인으로 우선 전환하십시오."

최명숙이 물통 표를 움켜쥐었다. 채소영은 체육관 쪽 문을 닫아 아이들이 뛰어나오지 못하게 했다. 장유라는 나를 봤다. 답을 요구하는 시선이 아니었다. 조건을 내놓으라는 시선이었다.

나는 노트에 새 줄을 썼다. `강제 요청 / 출처 본부 채널 / 셀 5 수치 미확인 / 보리동 압력 12.9`.

최명숙이 내 노트가 아니라 자기 표를 쳤다. "넘기려면 조건부터 받아요. 셀 5 병원 인원, 물탱크 남은 양, 대체 수원, 우리 쪽 보상 전력. 네 가지."

"보상 전력은 거래처럼 들립니다." 감독관이 말했다.

"거래 맞아요. 생존 거래. 공짜로 선해지면 우리 애들 화장실 물도 못 내립니다."

채소영이 체육관에서 조용히 덧붙였다. "그리고 가족 찾기 창구를 같이 열어야 합니다. 셀 5에 가족 있는 주민들이 먼저 흔들립니다. 물 요청과 가족 불안을 분리하지 않으면 폭동 납니다."

장유라가 말했다. "셀 5에 답신. 관측값 네 가지와 가족 확인 채널 요청. 그 전에는 자동 전환 보류."

민채가 화면을 만졌다가 손을 뗐다. "자동 전환 보류 버튼은 없어요. 수동 밸브를 잡아야 해요."

오경태가 바로 반응했다. "보리동 급수실에 삼방 밸브 있을 겁니다. 문상필 씨, 회색 손잡이 두 개 중 아래쪽. 근데 혼자 돌리지 마요. 압력 12 아래로 떨어지면 고층 공기 먹습니다."

문상필이 욕을 낮게 했다. "이 동네 관리인 하다가 도시 배관 잡게 생겼네."

"손잡이 사진 보내요." 오경태가 말했다. "그리고 손목 조심해. 오래된 밸브는 사람 이깁니다."

수동 밸브. 관측값. 가족 확인. 보상 전력. 거창한 도시 생존전은 이렇게 좁은 방과 낡은 손잡이로 내려왔다. 나는 그제야 셀 간 연결이 도덕 선언이 아니라 작업 절차라는 걸 이해했다.

문상필이 급수실 사진을 보냈다. 회색 손잡이 두 개는 녹이 슬어 있었고, 아래쪽 손잡이에는 낡은 페인트로 `공용`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최명숙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저거 예전에 아파트랑 학교 물 나눌 때 쓰던 겁니다. 공사 뒤 막았다고 들었는데."

"막은 게 아니라 잊은 거겠죠." 오경태가 말했다. "잊은 설비가 오늘 밥값 합니다. 손잡이 위치 표시하고, 현재 각도 그려 놔요. 돌린 뒤 원위치 모르면 싸움 납니다."

민채가 종이에 밸브 그림을 그렸다. 아래쪽 손잡이는 왼쪽 30도, 위쪽은 수직. 문상필은 그림 옆에 자기 이름을 썼다. 글씨가 떨렸다.

"제가 틀리게 돌리면요?"

장유라가 답했다. "혼자 안 돌립니다. 한이겸 씨가 조건, 오 반장님이 절차, 최 관리소장님이 물 배분, 당신은 손잡이. 한 사람이 틀려도 다른 사람이 봅니다."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구조였다. 문상필은 숨을 길게 내쉬고 손잡이에 천을 감았다. 보리동이 닫힌 뒤 처음으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이 도시 지도 위 선을 실제로 붙잡고 있었다.

본부 채널은 다시 같은 요청을 반복했다. 이번에는 `비협조 시 자동 전환`이라는 문장이 붙었다. 자동이라는 말이 나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단말로 쏠렸다. 보이지 않는 손이 밸브를 돌릴 수 있다고 믿는 얼굴들이었다.

민채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보리동 쪽은 완전 자동 아니에요. 예약 명령은 있어도 마지막 물리 밸브는 여기예요. 그래서 지금 문상필 씨 손이 중요해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아니라 보이는 손. 그 설명 하나로 공포의 방향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전광판 대신 급수실 사진과 젖은 장갑을 봤다.

보리동의 물을 넘겨받으라는 셀 5의 강제 요청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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