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미래에서 온 41바이트

내가 구한 사람들 때문에 미래가 틀렸다 · 2026.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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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41바이트

서로 다른 두 장비에 같은 41바이트가 떴다. 하나는 임도윤의 포렌식 단말, 하나는 민채의 오프라인 노트북이었다. 화면 밝기와 글꼴은 달랐지만 길이 칸의 숫자는 같았다. 41. 나는 그 숫자를 보며 산소 밸브 앞의 오프라인 초침을 떠올렸다. 같은 숫자는 답이 아니라 비교 시작점이다.

"동기화하지 않았습니다." 민채가 먼저 말했다. "제 장비는 네트워크 꺼져 있고, 파일은 서진 씨 원음에서 직접 잘랐어요. 해시는 여기."

서진이 바로 받았다. "원음 파일은 병원 후문에서 생성했고, 복사본 셋은 생성 시각과 해시가 같습니다. 편집본 아님."

임도윤은 두 사람의 말을 바로 믿지 않았다. "서로의 장비에 파일을 옮긴 시각."

"제가 먼저 읽고, 서진 씨가 해시를 불렀어요."

"순서 기록."

민채가 입을 다물고 순서를 다시 적었다. 이젠 누가 믿어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믿을 순서를 만들었다.

포렌식실은 병원 지하 전산실을 임시로 비운 곳이었다. 벽에는 오래된 랜 케이블이 색깔별로 묶여 있었고, 바닥에는 물기 방지 매트가 깔려 있었다. 임도윤은 기관 단말을 네트워크에서 물리적으로 뽑아 두었다. 케이블 끝이 책상 위에 올라와 있었다. 연결하지 않았다는 말보다 더 믿을 만했다.

그는 책상 위에 테이프로 세 구역을 만들었다. 원본, 검증본, 공개 가능 사본. 원본 구역에는 압수 휴대전화에서 뽑은 저장장치 이미지가 봉투째 놓였다. 검증본 구역에는 해시값만 적힌 USB 두 개가 있었다. 공개 가능 사본 구역은 비어 있었다. 서진이 그 빈칸을 보고 물었다.

"공개 사본은 왜 아직 없습니까."

"공개 범위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범위를 누가 정합니까."

"증거 보존 책임자, 취재 원본 보유자, 구조 현장 책임자가 각자 이의 제기할 수 있습니다."

서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공개하면 권태묵의 이름까지 터뜨릴 수 있다. 그러나 원본이 회수되면 공개는 외침이 되고 증거는 사라진다. 그녀는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

민채는 오프라인 노트북 전원선을 벽 콘센트에 꽂지 않았다. "여기 전원이 기관망이랑 같은 라인이면 노이즈 들어갈 수도 있어요. 배터리로만 할게요."

"배터리 시간."

"19퍼센트. 길게 못 해요. 그래서 전체 복호화 안 합니다."

그 한계가 이번 절차의 속도를 정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밝히는 대신, 밝힐 수 있는 것만 먼저 고정하기로 했다.

"헤더 분리합니다." 기술요원이 말했다.

화면에 짧은 줄들이 떴다. 평문은 하나뿐이었다. 사망자는 분기를 만들지 않는다. 나머지는 장치 ID, 타임스탬프, 체크섬처럼 보이는 조각이었다. 끝쪽 8바이트는 해석하지 못했다. 민채가 그 부분에 손을 대려 하자 임도윤이 막았다.

"원본 보존 우선."

"읽기만 할 건데요."

"읽는 과정도 흔적을 만듭니다."

민채는 손을 뗐다. "그럼 캡처도 안 해요?"

"캡처는 별도 사본에서."

서진이 낮게 말했다. "좋네. 드디어 누가 복사본을 먼저 만들자고 하네."

원본은 한 번 더 봉인됐다. 기술요원은 원본 이미지에서 바로 작업하지 않고, 검증본 하나를 만들어 해시값을 대조했다. 민채는 그 값을 자기 노트에 손으로 적었다. 손글씨는 느렸지만, 화면이 꺼져도 남는다. 서진은 같은 숫자를 소리 내어 읽고 녹음했다.

"숫자를 소리 내는 이유가 있습니까." 임도윤이 물었다.

"나중에 파일명이 바뀌어도, 소리와 종이와 화면이 서로 맞는지 볼 수 있어요."

"좋습니다. 단, 원문은 읽지 마십시오."

서진은 잠깐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는 방송을 업으로 삼았고, 읽는 순간 공개 충동이 생긴다. 그래서 읽지 않는 일이 더 어려웠다. 그녀는 숫자만 읽었다. 문장은 읽지 않았다. 내가 그 문장을 이미 알고 있다는 이유로 모두가 함부로 다뤄도 되는 물건은 아니었다.

민채가 작게 웃으려다 멈췄다. 포렌식실 문 앞에 장유라가 서 있었다. 그녀는 조사에 끼지 않았다. 대신 복도에서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구조 현장과 다르게, 이번에는 문을 지키는 일이었다.

타임스탬프가 분리되자 기술요원의 손이 멈췄다.

"현재보다 27일 뒤입니다."

임도윤이 물었다. "시스템 시각 오염 가능성."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값은 네트워크 시각이 아니라 블록 내부 값입니다. 누군가 썼거나, 장치가 생성했거나, 합성했거나."

"셋 중 확정 가능한 것."

"없습니다."

나는 숫자를 봤다. 27일. 귀환 간격과 같았다. 그것만으로 실제 미래라고 말하면 안 된다. 숫자는 맞춰 넣을 수 있다. 누군가 나를 조작하려고 이 값을 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설치 전인 장치 ID와 같은 블록에 들어 있다는 사실은 버릴 수 없었다.

"귀환 간격과 같습니다." 내가 말했다.

임도윤이 바로 물었다. "그 말의 근거."

"제 기억."

"기억 외 물증."

"없습니다."

"그럼 수사 기록에는 어떻게 들어갑니까."

나는 대답하기 전에 노트를 봤다. 이전의 나는 이런 순간에 너무 빨리 확정했다. 확정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만, 틀렸을 때 되돌릴 수 없는 피해도 만든다.

"한이겸 진술상 귀환 간격과 동일. 객관 물증 미확인."

임도윤은 그대로 적었다. 내가 원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필요한 문장이었다. 서진도 같은 문장을 자기 노트에 옮겼다. 민채는 27일 값을 별도 칸에 넣고 옆에 물음표를 세 개 썼다.

"실제 미래 시각인지 합성값인지 구분할 방법은?" 장유라가 문 앞에서 물었다.

기술요원이 답했다. "지금은 없습니다. 장치 원본 로그가 있어야 합니다."

"장치가 아직 설치 전이면."

"그래서 막혔습니다."

막혔다는 말이 오히려 방을 안정시켰다. 막힌 곳을 인정하면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다. 모른다고 말하지 않으면 모든 길이 이미 열린 것처럼 보인다.

"7C." 민채가 말했다가 바로 입을 막았다.

헤더 한쪽에 짧은 표기가 있었다. `7C`. 의미는 몰랐다. 원래 시간선 끝에서 스치듯 본 시퀀스 이름과 닮았지만, 지금 말하면 너무 많은 것을 한 줄에 묶게 된다.

"읽은 대로만." 임도윤이 말했다.

민채가 고쳤다. "헤더에 문자 7C가 있어요. 의미 모름."

서진은 그 말을 자기 노트에 그대로 적었다. 의미 모름. 그녀의 글씨 아래에 밑줄이 두 개 그어졌다. 공개할 때 제일 잘려 나가는 말은 그런 말이다. 그래서 먼저 밑줄을 그었다.

민채는 `7C` 옆에 아무 설명도 붙이지 않았다. 손이 한 번 움직였지만, 그녀는 지웠다.

"왜 지웠습니까." 임도윤이 물었다.

"아는 척하려고 했어요."

"내용."

"원래 시간선에서 본 코드랑 닮았다고 쓰려고 했는데, 정확하지 않아요."

나는 민채를 봤다. 그녀가 내 기억을 대신 증명하려고 하면 안 된다. 아이의 호의가 증거를 망칠 수 있다. 민채도 그걸 알았는지 펜을 내려놓았다.

"닮음은 기록하지 않습니다." 임도윤이 말했다.

"대신 한이겸 씨 반응은요?" 서진이 물었다.

"관찰 기록으로만. 의미 부여 금지."

내 반응마저 증거가 될 수 있었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 불편함을 받아들였다.

그때 기관 단말에 경고가 떴다. 원격 보존 정책 갱신. 원본 삭제 예정. 기술요원이 바로 손을 뻗었지만 임도윤이 더 빨랐다. 그는 전원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대신 저장장치 연결부를 물리적으로 분리했다. 작은 금속 딸깍 소리가 났다.

경고창은 닫히지 않았다. 연결이 끊긴 뒤에도 화면에 남아 있었다. 삭제 예정 시각은 현재 시각보다 90초 뒤였다. 누군가 수동으로 누른 것인지, 정책이 자동으로 내려온 것인지 화면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승인란은 비어 있지 않았다.

"프린터도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습니까." 서진이 물었다.

기술요원이 고개를 저었다. "로컬입니다."

"그럼 출력."

임도윤이 같은 명령을 했다. "출력하고, 화면 사진. 저장장치 분리 상태 사진. 케이블 위치 사진."

장유라가 문을 닫았다. "지금부터 이 방 출입 통제합니다."

"권한 있습니까." 기술요원이 물었다.

"구조 현장 보존 권한은 있습니다. 사람이 몰리면 증거가 아니라 사고가 됩니다."

임도윤은 반박하지 않았다. "출입 통제 사유 기록."

이 방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임도윤은 증거를 지키려고, 서진은 원본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유라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하려고, 민채는 자신이 틀린 말을 하지 않으려고. 나는 그 사이에서 문장이 어디서 왔는지 보려 했다. 목적은 달랐지만, 그 순간만큼은 손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증거 봉인 우선. 원격 명령 차단."

"상부 정책입니다." 기술요원이 말했다.

"증거 보존 절차가 우선입니다. 명령 원문 출력."

기술요원이 주저했다. 임도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제가 책임자입니다. 출력."

프린터가 느리게 움직였다. 종이가 나오기 전까지 모두 화면을 봤다. 삭제 명령은 자동 시스템 문장처럼 보였다. 그러나 승인란에는 사람 이름이 있었다.

국가연속성본부장 권태묵.

이름이 뜨자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권태묵은 아직 내 앞에 나타난 적 없었다. 그런데 그의 승인 서명은 나보다 먼저 내 증거를 지우려 했다. 악역의 얼굴이 아니라 행정 서명으로.

나는 권태묵의 얼굴을 상상하려다 멈췄다. 얼굴을 붙이면 이야기가 쉬워진다. 아직 우리에게 있는 건 얼굴이 아니라 승인 문구, 직책, 시각, 삭제 대상뿐이었다.

"이 승인자가 패킷 내용을 알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장유라가 물었다.

임도윤은 출력지를 봉투에 넣으며 답했다. "볼 수 없습니다."

"그럼 뭘 알 수 있습니까."

"이 승인 권한으로 이 원본 삭제가 시도됐다는 것."

서진이 말했다. "승인자가 실제 입력자인지도 미확인."

"미확인입니다."

나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 권태묵이라는 이름은 충분히 무거웠지만, 무거운 이름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큰 이름은 작은 증거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러다 작은 증거가 실제로 말하는 범위를 잃는다.

서진이 물었다. "이거 방송해도 됩니까."

임도윤이 바로 답하지 않았다. "지금 공개하면 원본 회수 시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보류 이유 기록."

"기록하십시오."

민채는 오프라인 노트북 화면을 닫지 않고 배터리 잔량을 봤다. 19퍼센트. "사본 두 개 만들 수 있어요. 하나는 해시만, 하나는 원문."

"원문 사본은 봉인." 임도윤이 말했다. "해시 사본은 교차 검증."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공개 전 보존 가능."

세 번째 사본은 만들지 않았다. 민채의 배터리가 11퍼센트까지 떨어졌고, 원본 접근 횟수를 더 늘릴 이유도 없었다. 대신 서진은 공개 가능 문장을 따로 적었다. `41바이트 블록 존재`, `평문 한 문장`, `현재보다 27일 뒤 타임스탬프`, `7C 헤더`, `삭제 시도 승인란 권태묵`. 그녀는 미해석 꼬리값과 장치 ID 세부값은 공개 보류로 표시했다.

"왜 장치 ID는 빼요?" 민채가 물었다.

"지금 공개하면 누가 가짜 장치 목록을 만들 수 있어. 또는 진짜 장치를 옮길 수도 있고."

"그럼 사람들은 못 믿을 텐데요."

"믿게 만드는 것보다 원본을 남기는 게 먼저야."

민채는 대답하지 않았다. 믿음보다 보존이 먼저라는 말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재미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재미있으면 안 됐다.

나는 노트에 두 줄을 나눠 적었다. 패킷: 41바이트, 평문 한 문장, 27일 뒤 타임스탬프, 7C 헤더, 끝쪽 꼬리값 미해석. 윤설아 서명: 별도. 두 줄 사이를 일부러 띄웠다. 성급히 이어 붙이면, 모든 증거가 하나의 배후로 보인다. 아직은 아니다.

장유라가 복도에서 들어왔다. "수문 annex 쪽에서 제보 왔습니다. 병원 빨간 문 로그랑 비슷한 장치 코드가 쓰였답니다."

"출처."

서진이 답했다. "시설 하청 기사 하나, 전 본부 계약직 하나. 원본 아직 없음."

"그럼 확인 전입니다."

임도윤이 출력된 삭제 명령을 봉투에 넣었다. "확인하러 갑니다. 단, 한이겸 씨는 피의자 신분 유지."

"수갑 차고 현장 갑니까."

"도주 우려와 현장 필요를 같이 기록합니다."

장유라가 말했다. "현장에서 사람 구조가 우선이면, 수갑 위치도 조건입니다."

임도윤은 내 손목을 봤다. "앞수갑 유지. 현장 조작 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작하지 않아도 볼 수는 있다. 지금은 보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서진은 나가며 포렌식실 전등을 한 번 올려다봤다. "여기 CCTV 원본도 보존 요청하세요."

임도윤이 기술요원을 봤다.

"전산실 CCTV는 24시간 순환 저장입니다."

"즉시 보존." 임도윤이 말했다.

서진이 낮게 덧붙였다. "나중에 누가 이 방에서 무슨 일이 없었다고 말하지 못하게."

그 말에 아무도 웃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사건이 아니라 사건이 지워지는 방식까지 상대해야 했다. 패킷의 의미를 모른다는 사실은 그대로였지만, 누군가 그 모름을 지우려 한다는 사실은 생겼다.

프린터의 마지막 줄이 완전히 나왔다. 삭제 승인자. 권태묵. 그 이름 아래 봉인 스티커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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