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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적 없는 문장

내가 구한 사람들 때문에 미래가 틀렸다 · 2026.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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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적 없는 문장

휴대전화 문장을 손으로 가려 보아도 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봉투 비닐 너머로 흰 문장이 눌려 보였다. 사망자는 분기를 만들지 않는다. 내 손등의 핏줄이 그 문장 아래로 지나갔다. 이 시간선에서 나는 그 문장을 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손은 이미 그 문장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임도윤은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았다. 봉투째로 포렌식 받침대에 올리고, 카메라 두 대를 켰다. 하나는 화면, 하나는 봉인 스티커를 찍었다.

"봉인 훼손 없음. 비행기 모드 유지. 외부 네트워크 차단 상태에서 표시 발생."

기술요원이 USB 차단 어댑터를 끼웠다. "읽기 전용으로 메모리 덤프만 뜹니다. 쓰기 명령 안 들어갑니다."

서진이 물었다. "그 말도 녹음해도 됩니까."

임도윤이 답했다. "증거 절차 고지 범위 안에서는 가능합니다. 단, 원본 데이터 값 공개는 제한합니다."

"제한 이유."

"복제 위험."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녹음기를 끄지 않았다. 이유가 있으면 보류할 수 있다. 이유 없는 금지는 그녀를 더 앞으로 밀 뿐이었다.

나는 문장 출처를 말해야 했다. 전부 말하면 믿지 못할 이야기였다. 말하지 않으면 화면이 나를 대신해 더 이상한 말을 했다.

"그 문장은 원래 시간선 마지막 노트에 있었습니다."

임도윤의 펜이 멈췄다. "원래 시간선."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럼 진술 가치가 낮습니다."

"압니다. 그래도 이 시간선에서 아직 쓰지 않았다는 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 수첩, 휴대전화, 서진 원음, 병원 CCTV. 어디에도 이 문장을 제가 말한 기록은 없을 겁니다."

"없음은 증명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출발점입니다."

그가 나를 봤다. 처음으로 질문보다 판단이 늦었다. 임도윤은 나를 믿은 게 아니었다. 설명할 수 없는 증거 앞에서 의심의 방향을 조금 넓혔다.

그는 바로 다음 질문으로 돌아왔다. "이 문장을 현재 시간선에서 만들 수 있는 사람."

"저."

"그 외."

"지금은 모릅니다."

"한서진 씨."

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방금 처음 들었습니다. 원음에는 같은 길이의 잡음이 있었지만 문장은 없었어요."

"장유라 대장."

문밖에 있던 유라가 답했다. "문장을 들은 적 없습니다."

"서민채."

민채는 손을 들었다. "저도 처음 봐요. 그리고 제 장비로 휴대전화에 뭘 넣을 수 없어요. 배터리도 없었고요."

임도윤은 이 부정들을 믿는다고 쓰지 않았다. `현 진술상 최초 인지`라고만 적었다. 그 표현이 더 정확했다. 사람은 거짓말할 수 있다. 기록은 거짓말 가능성을 지운 척하면 안 된다.

"현재 작성 기록을 먼저 찾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수첩, 휴대전화, 병원 녹음, 구조 무전, CCTV 음성."

"없을 겁니다."

"그 말도 추정입니다."

"맞습니다."

기술요원이 내 수첩을 페이지별로 촬영했다. 서진은 병원 후문 원음을 시간순으로 넘겼고, 유라의 무전 기록은 구조본부 서버에서 사본 요청만 걸었다. 아무도 바로 결론을 내지 않았다. 문장이 없다는 사실은 한 번에 나오지 않았다. 몇 개의 저장소에서, 몇 개의 빈 검색 결과로, 천천히 모양을 얻었다.

문장을 떠올리자 통제실 바닥 냄새가 먼저 왔다. 뜨거운 플라스틱, 소화약제, 피가 묻은 펜촉. 마지막 노트는 무릎 아래에 있었다. 나는 `분기`라는 단어를 쓰고 나서 한 줄을 그으려 했지만 손이 떨려 종이만 찢었다. 그 뒤 귀환 코어 화면이 흰색으로 변했다.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길게 설명할수록 거짓말처럼 보일 것이다.

"감각 큐가 있습니까." 임도윤이 물었다.

"냄새, 펜, 바닥. 세 개."

"그 이상은."

"지금 말하면 꾸며낼 수 있습니다."

서진이 나를 봤다. 오빠가 말을 줄이는 방식과 거짓말하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걸 그녀는 안다. 이번에는 내가 줄인 이유를 적었다.

그녀는 내 앞에 빈 종이를 밀었다. "지금 쓰지 마."

"왜."

"필적 비교한다고 원본 문장을 새로 만들면, 현재 시간선 작성물이 생겨. 그럼 나중에 순서가 더러워져."

서진은 나보다 빨리 그 함정을 봤다. 내가 지금 같은 문장을 손으로 쓰면, 미래 노트의 기억과 현재 필적 비교가 섞인다. 기술적으로는 비교 자료가 생기지만, 서사적으로는 증거가 오염된다. 아니, 서사가 아니라 수사였다. 내 삶이 드디어 그런 단어로 불리고 있었다.

임도윤이 종이를 회수했다. "현재 작성 금지. 필요하면 별도 통제 문장으로 필적만 받습니다."

"문장 자체는 쓰지 않습니다." 서진이 덧붙였다.

그는 그 말도 기록했다. 내가 쓴 적 없는 문장을 확인하려면, 내가 지금 쓰지 않는 일부터 해야 했다. 이상한 규칙이지만 맞았다.

기술요원이 화면을 확대했다. "문장 자체는 평문입니다. 그런데 저장 위치가 메시지 앱이 아닙니다. 일반 알림 데이터베이스도 아니고요. 사용자 영역 끝에 41바이트 블록이 생겼습니다."

"41바이트." 서진이 바로 반복했다.

"반복 잡음과 같은 길이입니까."

"길이는 같습니다. 내용은 다릅니다. 잡음 파일은 아직 음성 데이터고, 이건 저장 블록입니다."

임도윤은 여기서도 결론을 자르지 않았다. "생성 시각."

"화면 표시 직전으로 보입니다. 단, 파일 시스템 기록은 사용자 조작 시각이 아니라 블록 생성 추정 시각입니다."

"추정이라는 말 유지."

"예."

"블록을 만든 프로세스."

"확인 안 됩니다. 일반 앱 프로세스 목록에는 없습니다."

"없다는 뜻입니까, 지워졌다는 뜻입니까."

기술요원은 잠깐 멈췄다. "현재 목록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 말 하나를 얻는 데 여러 번의 질문이 필요했다. 나는 그 느린 문답을 보며 답답해졌지만, 바로 그 답답함이 필요했다. `없다`는 말은 너무 쉽게 세상을 닫는다. `확인되지 않는다`는 말은 불편하게 열어 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열린 불편함이었다.

민채가 복도에서 들여보내 달라고 손을 들고 있었다. 장유라가 문 앞에서 그녀를 막고 있었지만, 민채는 투명 케이스를 들어 보였다. 오프라인 시계와 작은 노트북이 같이 들어 있었다.

"이 장비는 압수품이 아닙니다." 장유라가 말했다.

임도윤은 잠깐 고민했다. "참관 조건. 장비는 별도 촬영. 네트워크 차단."

민채가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저 해킹 안 해요. 아니, 못 해요. 그냥 길이랑 체크섬만 볼 수 있어요."

"그 말부터 기록합니다." 임도윤이 답했다.

민채는 노트북을 켰다. 화면은 낡았고 배터리는 32퍼센트였다. 그녀는 서진의 원음 파일에서 반복 구간을 잘라 파형을 보여 주고, 포렌식 단말의 41바이트 블록 길이와 나란히 놓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 올려놓고도 한참 입력하지 않았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세 가지예요. 길이 세기, 반복 위치 표시, 간단한 체크섬 계산. 암호 풀기 같은 건 못 해요."

"못 하는 이유." 임도윤이 물었다.

"키도 없고, 원본 포맷도 모르고, 제 노트북은 오프라인이에요. 게다가 배터리가 부족해요. 오래 돌리면 꺼져요."

그녀가 스스로 한계를 말하자 방 안의 기대가 줄었다. 좋은 일이었다. 기대가 줄면 거짓 결론도 줄어든다. 민채는 서진의 원음 파일에서 반복되는 잡음 구간을 시간대별로 표시했다. 첫 번째 구간은 병원 산소 경보 직전, 두 번째는 빨간 문 조건을 확인하던 중, 세 번째는 압수품 화면이 켜지기 전후의 녹음에는 없었다.

"즉, 원음 잡음이 휴대전화 문장으로 바로 변환됐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민채가 말했다.

서진이 물었다. "그래도 관련성은?"

"길이가 같고, 반복 단위가 비슷하고, 둘 다 41바이트 경계에 걸려요. 관련 가능성은 있어요. 같은 데이터라고는 못 해요."

임도윤은 `같은 데이터 아님`에 밑줄을 그었다. 민채가 조금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억울해도 필요한 밑줄이었다.

"같은 길이. 하지만 같은 데이터라고 하면 안 돼요. 하나는 소리고, 하나는 저장 블록이에요. 대신 둘 다 41바이트 단위로 반복되거나 생성됐어요."

서진이 물었다. "그럼 단순 잡음은 아니네."

"단순 잡음이라고 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메시지라고 하기도 아직 일러요."

민채의 자기수정은 빨랐다. 9화 이후 그녀는 확정어를 줄였다. 좋은 변화였다. 불편한 변화이기도 했다. 아이가 한 번 실수한 뒤 말끝마다 브레이크를 다는 장면은 보상만이 아니었다.

임도윤은 기술요원에게 물었다. "외부 발신 기록."

"없습니다. 통신 모듈 로그도 없습니다. 예약 메시지 흔적 없음. 사용자 입력 흔적 없음."

"내부 생성 가능성."

"가능성은 있습니다. 원인은 모릅니다."

"모른다고 쓰십시오."

기술요원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사관이 모른다는 말을 요구하는 장면은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말에 무게가 생겼다.

외부 발신 없음도 한 줄짜리 결론이 아니었다. 기술요원은 메시지 앱 데이터베이스, 예약 전송 큐, 알림 로그, 통신 모듈 이벤트, 근거리 공유 기록을 순서대로 열었다. 각 항목마다 없다는 말이 달랐다. 메시지 앱에는 레코드가 없고, 예약 전송 큐에는 파일 자체가 없고, 통신 모듈에는 연결 시도가 없고, 근거리 공유 기록에는 수신 흔적이 없었다.

"그럼 내부에서 생긴 겁니까." 서진이 물었다.

기술요원이 입을 열기 전에 임도윤이 말했다. "외부 경로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내부 생성도 확정 아님."

"맞습니다."

서진은 그 문장을 녹음기 가까이에서 반복했다. "외부 경로 미확인. 내부 생성 확정 아님."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이상하게 안도했다. 누가 답을 주면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빠른 답은 나중에 반드시 누군가를 배신한다. 이번에는 답이 늦는 편이 나았다.

블록 헤더가 분리됐다. 앞쪽 몇 바이트는 장치 식별자처럼 보였다. 민채가 확대했고, 기술요원이 기관 장비 목록을 열었다. 목록에는 아직 설치 승인만 난 실험 장비들이 있었다.

"ARG-RC-27."

서진이 읽었다. "아르고스 귀환... 코어?"

나는 목 안쪽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 명칭은 원래 시간선의 끝에서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날짜에는 아직 가동 전이어야 했다.

임도윤이 장비 목록의 설치 예정일을 확인했다. 화면에는 오늘보다 27일 뒤의 날짜가 찍혀 있었다. 승인 상태는 `설치 전`. 위치는 비공개 실험실. 담당 부서는 아르고스 외상 기억 보존.

목록에는 세 줄이 더 붙어 있었다. 발주 승인, 반입 예정, 네트워크 등록 예정. 발주 승인은 이미 끝났지만, 반입 예정일은 비어 있었고 네트워크 등록은 설치 예정일 다음 날로 밀려 있었다. 종이상으로는 오늘 그 장치가 네트워크에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종이상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약하게 들린 적도 없었다.

"장비 목록 출처." 서진이 물었다.

기술요원이 답했다. "기관 자산 관리 시스템 사본입니다. 실시간 조회는 아닙니다. 오전 6시 백업."

"그럼 현재 목록이 바뀌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임도윤은 화면을 닫지 않고 백업 파일의 해시를 먼저 저장했다. "오전 6시 기준 장비 목록. 현재 실시간 상태는 미확인."

그는 나에게 유리한 결론을 주지 않았다. 대신 불리한 단정도 막았다. 아직 가동 전인 장치 ID가 나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실이 곧 미래 장치가 메시지를 보냈다는 뜻은 아니다. 누군가 장치 ID를 미리 알고 심었을 수도 있고, 목록이 조작됐을 수도 있고, 오늘 몰래 반입됐을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은 불편했고, 불편함의 방향이 처음으로 나 하나를 벗어났다.

"이 장치가 오늘 작동할 수 있습니까." 임도윤이 기술요원에게 물었다.

"문서상으로는 없습니다."

"문서 밖 가능성."

"그건 제가 답할 수 없습니다."

임도윤은 내 쪽을 봤다. "석방 사유는 아닙니다."

"압니다."

"하지만 조사 범위는 넓어집니다."

그 말은 작은 균열이었다. 나를 믿는다는 말이 아니라, 나만 의심하면 안 된다는 말.

서진이 원음 파일 사본을 봉투에 넣었다. 민채는 노트북 배터리를 뺐다. 임도윤은 장치 ID 화면을 세 방향에서 촬영했다.

촬영 뒤에도 그는 나를 풀지 않았다. 앞수갑은 그대로였고, 내 휴대전화는 다시 차폐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장유라는 문밖에서 그 장면을 보다가 말했다.

"현장 동행이 필요하면 책임자를 정해야 합니다."

"피의자 동행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임도윤이 답했다.

"구조 현장 판단은 저에게 있습니다."

"기록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권한을 빼앗지 않았다. 그래서 같이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그 틈에서 겨우 따라갈 수 있었다. 예언자가 아니라 피의자. 그러나 피의자만은 아닌 상태. 가장 애매한 위치가 지금 내 자리였다.

화면의 설치 예정일은 오늘보다 정확히 27일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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