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산소는 43분 남았다

내가 구한 사람들 때문에 미래가 틀렸다 · 2026.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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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는 43분 남았다

산소 잔량 43분이라는 말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호흡으로 들렸다. 응급 통제실 안쪽에서 아이가 산소마스크를 밀어냈고, 간호사가 손등으로 밴드를 다시 눌렀다. 압력계 바늘은 2.1과 2.0 사이에서 떨었다. 바늘이 떨어질 때마다 병원 무전의 목소리도 낮아졌다.

"ICU 여섯 명, 응급실 열둘, 회복실 셋. 중앙 산소만 기준이면 43분입니다."

의사가 흰 보드에 환자 수를 적었다. 네트워크 시계는 07:19를 가리켰다. 벽시계는 07:12. 내 손목시계는 07:11에서 한 번 멈칫하고 다음 초로 넘어갔다.

"시각 출처부터 분리합시다. 네트워크, 벽시계, 손목, 설비 패널."

"지금 시계 맞출 시간이 없어요."

장유라가 환자 쪽을 가리켰다. "맞추자는 게 아니라 뭐 믿고 밸브 열지 정하자는 겁니다."

의사는 펜을 내려놓고 압력계를 봤다. "설비 패널 기준으로는 45분입니다. 산소통 재고 기준으로는 37분이고요. 중환자 한 명이 더 산소를 올리면 30분 밑으로 떨어집니다."

"그러면 43분은 어디 기준입니까."

"중앙 산소 잔량과 현재 환자 수 평균입니다."

"평균으로 사람 못 옮깁니다. 가장 빨리 떨어지는 병실부터."

장유라가 보드를 돌려 세웠다. 의사는 잠깐 멈췄다가 환자 번호 옆에 병실을 적었다. ICU, 회복실, 응급실. 숫자가 장소를 얻자 지시가 바뀌었다. 수동 산소통은 ICU 앞에 먼저 쌓였고, 회복실에는 보호자 대신 간호조무사가 붙었다.

나는 노트 맨 위에 썼다. 산소 타이머 기준: 평균 43분. 병실별 차이 있음. 네트워크 시각 단독 사용 금지.

통제실 바깥 복도에서는 보호자들이 병실 문 앞에 줄을 만들고 있었다. 줄은 대피 줄이 아니었다. 누구에게 산소통이 먼저 가는지 보려는 줄이었다. 한 사람이 "우리 엄마가 먼저"라고 말하자, 옆 사람이 환자 팔찌를 들어 보였다. 장유라는 그 사이로 들어갔다.

"이름 말하지 마세요. 병실 번호와 산소 방식만 말합니다."

"왜 이름을 말하면 안 돼요."

"이름 말하면 싸움이 됩니다. 방식 말하면 순서가 됩니다."

그녀는 보호자들에게 물러서라고 소리치지 않았다. 대신 바닥 테이프를 뜯어 세 줄을 만들었다. 자발 호흡, 보조 산소, 수동 환기.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말하면 보호자는 해당 줄 뒤로 이동했다. 감정이 줄어든 건 아니었다. 다만 감정이 의료진 팔을 잡는 대신 바닥 선을 잡았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다시 명단을 접었다. 명단에는 이름만 있었다. 지금 필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방식이었다. 누가 먼저 죽을 예정이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어떤 장비 없이는 5분도 못 버티는지.

오경태가 설비도면을 바닥에 펼쳤다. 명진역에서 들이마신 먼지 때문에 기침이 짧게 터졌다. 그는 손등으로 입을 막고 도면 모서리를 신발로 눌렀다.

"자동 밸브가 닫힌 채 굳었으면 저장고 안 압력은 남아 있어. 문제는 병동 라인으로 못 보내는 거고. 수동 우회는 여기."

그가 연필로 도면 아래쪽을 긁었다. 빨간 색연필로 칠해진 구역이었다.

"접근권한은요."

"원래는 중앙 제어. 지금은 문 열고 손으로 돌려야 해."

"문은 어디에 있습니까."

오경태가 연필 끝을 멈췄다. "설비층 북쪽. 빨간 방화문 뒤."

금속 타는 냄새가 목 안쪽을 긁었다. 빨간 문. 폭발빛. 누군가 손잡이를 돌리는 장면. 그 기억은 보고서가 아니었다. 직접 본 듯했지만 순서가 잘려 있었다. 신뢰도 A라고 쓰고 싶어지는 외상 파편. 문 색은 확실했다. 조건은 비어 있었다.

"그 문은 열면 안 됩니다."

장유라가 바로 물었다.

"왜요."

"기억에 폭발이 있습니다."

"기억 말고 조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통제실 문이 열리고 작은 배낭을 멘 학생이 들어왔다. 교복 위에 병원 방문증이 삐뚤게 걸려 있었다. 손에는 손바닥만 한 투명 케이스가 있었다. 케이스 안에서 작은 초침이 따로 움직였다.

"여기 책임자 누구예요? 제 할머니가 5층 회복실인데, 병원 시계들이 다 거짓말해요."

보안 직원이 막으려 하자 장유라가 손을 들었다.

"이름."

"서민채요. 로봇 동아리.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시계만 맞아요."

민채가 케이스를 탁자에 올렸다. 투명한 뚜껑 안쪽에 수정 발진 모듈과 배터리가 보였다. 납땜 자국은 깔끔하지 않았다. 테이프가 한쪽을 버티고 있었다.

"휴대폰은 7분 정도 빨라요. 병원 패널은 더 들쭉날쭉하고요. 근데 이건 지하철 역무실 오프라인 로그랑 맞았어요. 제가 방금 아저씨들 대화 훔쳐 들은 건 아니고, 복도 방송에 로그 시간이 나왔어요. 그러니까 훔쳐 들은 건 맞는데..."

"해킹했습니까."

"아니요. 해킹 못 해요. 병원 와이파이 비번도 몰라요. 그냥 시계가 혼자 안 틀려서 이상하다고요."

나는 민채의 손을 봤다. 손톱 밑에 검은 먼지가 끼어 있었다. 병원 복도에서 주운 먼지가 아니었다. 작은 장비를 계속 열고 닫은 손이었다. 투명 케이스 안쪽에는 날짜가 적힌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동아리 대회 예비`. 즉석에서 만들어 낸 물건은 아니었다.

"검증은 어떻게 했습니까."

"휴대폰 두 대, 병원 벽시계 세 개, 안내 단말 하나. 다 서로 달라요. 이 시계는 제가 어제 밤에 맞춰 둔 뒤 안 건드렸고요. 명진역 구조 영상에 찍힌 오프라인 초침이랑 비교했어요. 영상은 라디오 계정에 올라온 원본."

"원본인지 확인했습니까."

민채가 바로 말하다가 멈췄다. "아뇨. 그러니까 원본이라고 표시된 파일. 아, 이 말 안 좋네요. 표시만 봤어요."

서진이 전화 너머에서 끼어들었다. "그 파일 내가 올린 거야. 원본 맞아. 해시는 보낼게."

민채가 눈을 크게 떴다. "라디오 한서진 맞아요? 저 구독..."

장유라가 손가락을 세웠다. "지금은 팬 인사 금지."

"네. 금지."

민채는 그래도 한 번 더 입을 열려다 닫았다. 그녀가 들고 온 시계는 장난감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아직 현장 언어를 몰랐다. 좋은 도구와 좋은 판단은 다른 문제였다. 그 차이를 모르면 어른도 아이도 같은 방식으로 사고를 낸다.

"시계가 맞다면 무엇을 바꿀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밸브 여는 순간을 맞출 수 있어요. 중앙 명령이 튀어도, 이건 안 튀니까요. 그리고 41바이트 반복 간격도 이걸로 재면 네트워크 지연이랑 분리할 수 있고..."

"패킷 추적은 보류."

"왜요?"

"환자 산소가 먼저입니다."

민채는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시계를 다시 봤다. "그럼 이 시계는 패킷 말고 밸브에 씁니다."

용도가 바뀌자 물건이 현장 안으로 들어왔다.

오경태가 케이스를 집어 들었다. "수정 발진이면 네트워크 안 물고 제 박자로 가겠네. 애가 말은 빠른데 물건은 쓸 만하다."

민채가 바로 고쳤다.

"쓸 만한지는 아직 검증 안 됐고요. 20분 동안만 덜 틀린 거예요."

나는 노트에 적었다. 서민채. 명단 없음. 오프라인 수정 발진 시계. 현재 관측 B. 미래 기억 없음.

명단에 없는 사람은 위험했다. 내 기억이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라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은 현재의 선택을 들고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서진에게서 두 번째 파일이 왔다. 이번에는 병원 라디오실 앞에서 녹음한 원음이었다. 41바이트 반복은 더 선명했다. 짧은 패턴이 산소 경보 사이를 일정하게 긁었다.

서진이 전화로 말했다.

"송신 위치 잡아볼게. 라디오실 안쪽에서 세기가 높아. 이거 그냥 잡음 아니야."

ICU 쪽 무전이 끼어들었다. 산소포화도 88. 수동 백 준비. 중앙 산소 압력 하락.

두 추적이 동시에 열렸다. 패턴을 따라가면 처음 보는 신호의 출처를 잡을 수 있다. ICU로 가면 지금 떨어지는 호흡을 붙잡을 수 있다. 나는 서진의 파일명을 보다가 화면을 껐다.

패턴을 쫓고 싶은 이유는 분명했다. 41바이트는 미래에서 온 것일 수도 있었다. 내 죽음 직전 통제실에서 본 흰 화면과 같은 계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추정이었다. 지금 산소마스크를 밀어내는 아이의 손은 추정이 아니었다.

"원음 보존만 해. 추적은 보류."

"오빠."

"환자 먼저."

"그 말은 기록해 둔다."

서진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라디오실 위치와 출입문 상태를 보냈다. 문은 열려 있고, 안쪽에는 직원 한 명. 송신 장비는 켜져 있지만 외부 방송은 보류.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추적이 아니라 보존과 위치 공유였다. 그 경계가 있어야 했다. 기자가 모든 문을 열면 구조대가 닫아야 할 문이 늘어난다.

장유라가 통제실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좋아요. 지금은 산소. 서진 씨, 라디오실에서 원본만 보관하세요. 혼자 들어가지 말고."

"명령이에요?"

"현장 요청입니다. 거절하면 위치 계속 말해요."

짧은 침묵 뒤 서진이 답했다. "위치 공유 켜요."

설비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젖어 있었다. 천장에서 냉각수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오경태는 난간을 잡을 때마다 손가락을 폈다 쥐었다. 명진역에서 다친 손이 늦게 따라왔다.

"할아버지, 아니 아저씨, 이 시계 여기 놓으면 돼요?"

"할아버지라고 했으면 들고 올라가라 했을 거다."

"아저씨라고 했잖아요."

"내가 들었다."

민채가 입을 다물고 시계를 내밀었다. 오경태는 문 옆 패널 아래에 케이스를 붙였다. 테이프가 젖은 벽에서 한 번 떨어졌다가 장유라의 장갑에 눌려 붙었다.

"배터리는."

"시계는 6시간. 로봇은 40분 안쪽이요. 바퀴에 물 들어가면 더 줄고요."

"로봇은 아직 쓰지 않습니다."

"네. 아직."

민채는 `아직`을 따라 말했다. 기대가 섞였지만 손은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꺼내지 않는 것도 역할이었다.

빨간 문은 계단 끝에 있었다. 페인트가 낡아 벗겨진 틈으로 철판이 드러났다. `개방 금지` 스티커가 반쯤 찢어져 있었다. 문 너머에서 낮은 떨림이 왔다. 산소 저장고 쪽 배관이 압력을 못 보내고 갇혀 있는 소리였다.

문 옆에는 작은 점검표가 붙어 있었다. 마지막 수동 점검 날짜는 11개월 전. 담당자 서명은 물에 번져 있었다. 자동화 설비로 넘어간 뒤 수동 문은 통로가 아니라 금지구역이 된 모양이었다. 오경태가 점검표를 보고 혀를 찼다.

"안 쓰는 문이 제일 무섭다. 고장 난 줄도 모르거든."

민채가 시계를 패널 밑에 붙이고 뒤로 물러났다. "제가 여기 있어도 돼요?"

장유라가 바로 답했다. "문 옆 말고 계단 두 칸 위. 보이는 곳. 지시 없이 손대지 않기."

"네. 손 안 대기."

나는 손잡이 앞에서 멈췄다. 손바닥에 식은 철의 온도가 닿기도 전에 기억이 먼저 왔다. 빛. 압력. 누군가 뒤로 넘어지는 어깨.

"열지 마십시오."

장유라가 내 옆에 섰다.

"그러면 다른 우회로."

오경태가 도면을 접었다. "없어. 있으면 내가 이 문 앞까지 안 왔지."

민채의 오프라인 초침은 혼자 정확하게 움직였다.

빨간 문 손잡이는 아직 돌아가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산소마스크를 쥔 아이가 다시 기침했다. 그 소리는 문 너머의 떨림보다 작았지만, 선택을 더 빨리 만들었다.

나는 노트에 썼다. 빨간 문: 개방 보류, 조건 확인 필요.

문 앞 바닥에는 노란 선이 있었다. 선 안쪽은 설비팀만 들어가는 구역이었다. 지금 그 안에는 구조대장, 재난 분석관, 도시철도 설비반장, 기자의 원음, 고등학생의 시계가 같이 들어와 있었다. 규칙 위반처럼 보였지만, 각자 맡은 것이 달랐다. 유라는 사람을 뒤로 물렸고, 오경태는 문과 렌치를 봤고, 민채는 시계를 봤다. 나는 기억을 붙잡고 있었다. 붙잡는 손이 가장 불안했다.

무전에서 ICU 환자 번호가 다시 불렸다. 산소포화도 87. 수동 백 준비. 숫자가 내려갈수록 빨간 문은 더 커 보였다. 기억의 폭발과 현재의 호흡이 같은 문에 걸렸다.

"조건 확인 없이 열지 않습니다." 내가 말했다.

장유라가 바로 받았다. "조건 확인 뒤에도 못 열면, 그때는 못 여는 이유를 다시 말하세요."

그녀는 내 기억을 부정하지 않았다. 단독 명령권을 주지 않았을 뿐이다. 그 차이가 문 앞에서 필요했다.

나는 빨간 문 아래쪽 틈에 손전등을 낮춰 비췄다. 물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흐르지 않았다. 공기 흐름도 느껴지지 않았다. 폭발 직전의 압력 누출이라면 어떤 흔적이 있어야 했다. 없다는 사실이 안전을 뜻하지는 않았다. 다만 기억 속 장면과 현재 장면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근거가 됐다.

"현재 관측." 장유라가 말했다.

"압력차 있음. 누출 없음. 문 색 일치. 폭발 조건 미확인."

"그렇게 말하세요. 열지 마가 아니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지만, 그 앞의 언어가 조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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