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사망자 명단에 전화하다

내가 구한 사람들 때문에 미래가 틀렸다 · 2026.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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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명단에 전화하다

사망자 명단 첫 줄의 번호는 아직 저장하지 않은 이름처럼 손끝에서 미끄러졌다. 나는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에 차량 무전의 잡음을 낮췄다. 하늘병원 산소 경보는 끊기지 않았다. 짧고 높은 삐 소리가 앞유리와 계기판 사이에 붙어 있었다.

첫 번호는 없는 번호였다.

두 번째는 받자마자 웃었다. "보이스피싱이면 오래된 방식이네요."

"지금 하늘병원 쪽으로 가지 마십시오. 산소 배송 차량이 막혔고, 응급동 앞 도로가 곧 통제됩니다."

"아, 예. 경찰이면 문자로 보내세요."

통화가 끊겼다. 이름 옆의 사망 원인 칸은 비어 있었다. 빈 칸이 더 나빴다. 날짜와 시각은 있었지만 무엇이 그 사람을 죽였는지 내가 직접 본 기록은 아니었다. 신뢰도 C. C로 사람을 움직이면, 실패했을 때 남는 건 겁먹은 목소리뿐이다.

나는 첫 줄 옆에 작은 표시를 했다. 연결 안 됨. 두 번째 줄 옆에는 경고 거부. 성공과 실패를 같은 글씨로 적어야 했다. 구조한 사람만 크게 쓰면 다음 판단이 휘어진다. 차량은 병원 방향으로 달렸고, 와이퍼는 마른 유리 위를 한 번 긁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앞차 바퀴가 물을 끌어올렸다. 지하도 배수펌프가 이미 밀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장유라가 무전 채널을 바꿨다. "하늘병원 현장, 산소 업체 위치 확인됩니까."

잡음 뒤에 누군가 답했다. "후문 진입 실패. 응급동 앞 대기. 보안실에서 중앙 승인 대기하랍니다."

"중앙 승인 기다리면 몇 분 손해입니까."

"모릅니다. 패널 시각이 계속 바뀝니다."

유라는 무전을 내려놓지 않은 채 나를 봤다. "명단 전화가 병원 산소보다 먼저입니까."

"둘 다 같은 사건입니다."

"그러면 연결해서 말하세요. 이름만 들고 있으면 사람도 못 움직이고 병원도 못 움직입니다."

장유라가 조수석에서 내 손을 봤다.

"세 번째는 누구예요."

나는 명단을 접었다. 접힌 종이 끝이 손톱 밑을 눌렀다.

"가족입니다."

"그러면 더 먼저 말해야죠."

유라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구급 무전을 열었다. "하늘병원 접근 중. 산소 배송 차량 위치, 후문 차단 여부, 보안 인력 수 확인 바랍니다."

잡음 뒤에서 누군가 짧게 답했다. 후문 차량 두 대. 보안 셋. 병원 본관 안내 없음. 그 말들이 명단 옆에 붙었다. 종이 위의 죽음이 도로와 보안 인력과 산소통으로 번역될 때, 비로소 움직일 수 있는 사건이 됐다.

"이름만 알면 뭐가 됩니까." 유라가 말했다. "지금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무엇 때문에 죽는지, 누가 막을 수 있는지 없으면 명단은 협박장하고 같습니다."

"협박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설명하세요."

나는 핸드폰 화면에서 서진의 번호를 봤다. 설명하면 그녀가 현장으로 더 가까이 갈 수도 있었다. 설명하지 않으면 이미 가까이 간 사람을 눈먼 채로 둔다. 두 선택 모두 비용이 있었다. 나는 비용이 적은 쪽을 고르는 대신, 내가 덜 드러나는 쪽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한서진의 번호를 눌렀다. 연결음이 두 번 울리고, 세 번째 울림이 잘렸다.

"녹음 켰어."

서진의 첫 문장은 인사 대신 증거 보존이었다. 라디오 부스에서 쓰던 낡은 습관이 그대로였다. 통화가 시작되면 원음부터 남긴다. 목소리는 빠르고 낮았다.

"왜 이 시간에 전화했는지, 출처부터 말해. 오빠가 내 번호를 새벽에 누르면 보통 둘 중 하나야. 엄마한테 못 할 말이 있거나, 나한테도 못 할 말이 있거나."

"하늘병원 가지 마."

"질문에 답 안 했어."

"지금 산소 배송이 늦어지고 있어. 응급동 앞에 있으면 위험해."

"출처."

나는 무릎 위 명단을 눌렀다. 종이가 접힌 선을 따라 다시 벌어졌다. 한서진. 사망 예정 시각은 07:48. 사망 원인 칸은 비어 있었다. 직접 본 장면이 없었다. 보고서의 부록에도 없던 이름이었다. 내가 가진 건 이름과 시각, 그리고 죽었다는 결과뿐이었다.

"재난모델실 내부 자료."

"문서번호."

"지금은 못 줘."

"그러면 내부 자료가 아니라 오빠 말이야."

차량이 병원 쪽 고가 아래로 들어갔다. 콘크리트 기둥마다 흰 안내 화면이 켜졌다 꺼졌다. 네트워크 시각은 07:13, 내 손목시계는 07:06. 명진역에서 벌어진 7분 12초 오차가 병원 전광판에도 옮겨붙은 것처럼 보였다.

"서진아."

"그 이름으로 말 돌리지 마."

"현장에 가지 마. 부탁이 아니라 경고야."

"경고는 근거가 있어야 해. 누구에게서 들었고, 어떤 경로로 확인했고,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

오래된 말투였다. 중학교 때도 서진은 내가 방문 앞에서 "나오지 마"라고 하면 문을 열고 나왔다. 금지보다 이유를 먼저 요구했다. 나는 늘 이유 대신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나는 책임질 수 있어."

"아니. 오빠는 숨길 수 있어. 그걸 책임이라고 불렀고."

무전에서 병원 보안팀 목소리가 튀었다. 산소 저장고 접근 권한 재확인. 자동 밸브 응답 없음. 같은 말이 두 번 반복됐다.

서진도 들은 듯했다.

"그 소리, 병원 무전이야?"

"넌 어디야."

"하늘병원 후문. 배송 지연 제보 받고 왔어. 민간 산소 업체랑 병원 본관이 서로 책임 미루는 중이고, 공식 안내는 아직 없어."

"나가."

"취재 중지 명령권 있어?"

"오빠로서 말하는 거야."

"그래서 안 듣는 거야."

전화 너머로 서진이 누군가에게 명함을 건네는 소리가 났다. 종이가 플라스틱 출입증에 부딪혔다.

"한서진 PD입니다. 산소 배송 지연 제보 확인 중이고요, 지금 통화는 녹음 중입니다. 병원 공식 입장 받기 전에는 송출 안 합니다. 대신 저를 밀어내면 밀어낸 사람 이름부터 남깁니다."

그녀의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현장 보안 직원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위험 감각은 부족해도, 질문으로 공간을 버티는 법은 알고 있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병원에 가지 말라는 말을 다시 삼켰다. 말만으로는 그녀를 움직일 수 없었다. 근거를 숨긴 보호는 늘 문을 잠그는 쪽이었다.

장유라가 내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명단을 달라는 뜻이었다. 나는 주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한이겸 씨."

서진이 전화 너머에서 말했다. "방금 다른 사람 목소리. 구조대?"

"내 옆에 있어."

"그럼 더 좋네. 그분한테도 물어봐. 현장 기자를 빼내려면 위험 정보 공개가 먼저인지, 가족 명령이 먼저인지."

장유라는 내 손에서 명단을 가져갔다. 힘을 많이 주지 않았는데 종이가 쉽게 빠졌다. 그녀는 접힌 부분을 폈고, 자기 이름이 지워진 줄 아래로 적힌 서진의 이름을 봤다. 사망 시각 옆 빈칸도 봤다.

"왜 이 이름을 압니까."

대답할 수 있는 문장이 없었다. 미래에서 봤다고 말하면 무엇을 어디까지 열어야 할지 끝이 없었다. 내부 자료라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나는 명단을 다시 접으려 했다.

장유라가 종이를 눌렀다.

"접지 마요. 사람 이름입니다."

서진이 짧게 웃었다. "고마워요, 모르는 분."

"장유라입니다. 구조대입니다."

"장 대장님, 오빠가 지금 저한테 현장 이탈을 요구하는데 근거를 숨깁니다."

"저도 방금 그 점을 묻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편이 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핸드폰을 귀에서 조금 뗐다. 앞유리 밖으로 병원 응급동 표지판이 보였다. 하늘색 글자 아래에 산소 업체 차량 두 대가 비스듬히 서 있었다. 한 대는 뒷문을 열어 둔 채 아무것도 내리지 못했다.

차량 옆에는 은색 산소통이 세워져 있었다. 비닐 포장도 벗기지 못한 통이었다. 보안 직원 하나가 태블릿을 들고 있었고, 업체 직원은 빈 운반 카트를 손잡이째 잡고 흔들었다. 중앙 승인 대기. 그 말은 현장에서 늘 같은 모양이었다. 누군가 문 앞에서 책임을 넘기고, 다른 누군가는 통을 들고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장유라는 창밖을 보고 무전을 잡았다. "업체 차량 뒤쪽 공간 비우세요. 환자 이송 차량 진입로 막습니다."

"보안 승인 없이는 못 움직인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구급차가 못 들어갑니다. 책임자 이름 물으세요."

서진이 전화 너머에서 바로 말했다. "지금 물을게."

"넌 가지 말고."

"오빠, 내가 후문에 이미 있어. 못 가게 할 거면 근거를 줘. 움직이라는 지시도, 멈추라는 지시도 근거가 있어야 해."

나는 창밖의 산소통 수를 셌다. 여섯 개. 병원 안쪽 환자 수와 맞지 않았다. 배송이 와도 자동 밸브가 닫혀 있으면 통로가 막힌다. 산소가 있는데 산소가 없는 상황. 그런 재난이 제일 늦게 이해된다.

"서진아, 지금부터 네가 할 일은 하나야. 본관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네 위치와 시각을 계속 말해."

"명령 아니고 요청으로 바꿔."

"요청이야."

"받아 적을게. 조건은 둘. 첫째, 내가 보낸 원음 자르지 말 것. 둘째, 나중에 문서번호든 뭐든 출처 공개할 것."

"지금은 공개 못 해."

"나중에는?"

나는 장유라의 손에 눌린 명단을 봤다. 유라의 이름 옆에는 두 줄이 그어져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의 이름은 종이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지워진 줄이 더 선명했다.

"나중에는, 공개 범위를 같이 정해."

서진의 숨이 전화기 가까이 닿았다. 그녀가 뛰는지 주변 소리가 흔들렸다. 유리문 열리는 소리, 휠체어 바퀴, 멀리서 누군가 산소 포화도를 외치는 소리.

"오빠가 같이 정한다는 말 처음 들었네."

"지금 녹음돼 있겠지."

"응. 그래서 안 물러날 거야. 이 약속도 증거니까."

나는 끊어진 줄 알았던 첫 번째 번호를 다시 봤다. 없는 번호, 웃고 끊은 사람, 그리고 녹음기를 켠 동생. 사망자 명단은 사람을 한 줄로 줄였지만, 전화는 줄마다 다른 저항을 만들었다. 그 저항을 귀찮아하면 명단은 다시 정답지가 된다. 정답지가 아니라 부채였다.

장유라가 조용히 말했다. "이름을 아는 만큼 선택권도 줘야 합니다."

"선택권 주다 죽으면요."

"숨기다 죽어도 죽습니다."

"좋아. 현장 원음 보낼게. 병원 내부 라디오랑 업체 무전이 섞였어. 이상한 박자가 있어."

"해석하지 마. 원본만 보내."

"그 말은 마음에 드네."

파일이 도착했다. `HJ_0709_raw.wav`. 재생 버튼을 누르자 라디오 잡음 사이로 끊긴 말들이 지나갔다. 산소. 밸브. 중앙. 대기. 그 사이에 짧은 딱딱거림이 끼어 있었다. 나는 파형을 확대했다. 같은 길이의 작은 덩어리가 반복됐다.

나는 파일을 복사하지 않고 원본 해시부터 만들었다. 서진이 싫어할 만큼 느린 절차였다. 그래도 원본과 사본을 나누지 않으면 나중에 어느 쪽이 기억이고 어느 쪽이 증거인지 섞인다. 화면에 표시된 크기는 작았다. 반복 구간은 정확히 41바이트였다. 의미는 없었다. 아직은 길이와 반복뿐이었다.

서진이 물었다. "그게 뭔데."

"길이만 확인. 의미는 모른다."

"모른다는 말도 녹음됐어."

"그게 필요해."

그녀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파일 하나를 더 보냈다. 이번에는 병원 후문에서 보안 직원과 나눈 짧은 대화였다. '중앙 승인 대기'라는 말이 세 번 나왔다. 세 번 모두 뒤에 다른 잡음이 붙어 있었다.

장유라가 물었다.

"암호입니까."

"모릅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쓰세요."

나는 노트에 적었다. 한서진 원음. 41바이트 반복. 의미 미확인. 출처 보존.

병원 무전이 다시 울렸다.

저장고 자동 밸브 응답 없음. ICU 잔량 기준 43분.

서진의 파일은 같은 41바이트를 계속 반복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명단의 빈 사망 원인 칸을 봤다. 빈칸은 여전히 빈칸이었다. 하지만 그 옆에 새로 적을 수 있는 항목은 생겼다. 후문 산소 차량, 중앙 승인 대기, 한서진 현장 위치, 41바이트 원음. 죽음의 원인은 아직 몰랐다. 대신 죽음을 향해 가는 경로 몇 개를 잡았다.

"장 대장님." 서진이 전화 너머에서 말했다. "보안 책임자 이름 확보했어요. 현장 녹음 원본으로 보낼게요. 방송은 아직 안 합니다."

장유라가 나 대신 답했다. "좋습니다. 위치 유지. 혼자 내부 진입 금지."

"그건 따를게요. 오빠 명령은 아니니까."

통화가 끊기지 않은 채로 병원 후문 소리가 계속 들어왔다. 누군가 산소통을 끌며 욕을 삼켰고, 보안 태블릿은 승인 실패음을 냈다. 내 손목시계는 07:09였다. 병원 전광판은 07:16으로 뛰었다. 같은 현장에 두 시간이 걸려 있었다.

나는 노트에 한 줄을 더 썼다. 서진에게 사망 원인 미확인 공개하지 않음. 정보 독점 위험. 다음 통화에서 출처 범위 재협의.

유라가 그 줄을 읽었다.

"다음 통화가 아니라 다음 선택 전에요."

나는 펜을 멈췄다. 맞는 말이었다. 다음 화재나 다음 문이 아니라, 지금 열린 산소 문제 전에 바뀌어야 했다. 가족에게도, 구조대에게도, 죽을 예정이던 사람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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