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도서관 벽시계는 뒤로 갔다

야간 민원은 사람도 완료 처리한다 · 2026.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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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벽시계는 뒤로 갔다.

반납대 화면의 숫자는 앞으로 가지 않았다.

`00:17.`

6시 9분, 이름을 밝히지 않았던 정리 근무자가 다시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신원부터 확인하겠습니다. 한빛어린이도서관 사서 류은채입니다.”

서하는 이름을 듣고 바로 이전 통화의 당사자로 확정하지 않았다. “직원 번호 말고, 폐관 공문에서 본인이 맡은 항목과 현재 손에 든 물건을 말해 주세요.”

“2026년 7월 31일 폐관 정리 책임. 후문 반납구와 어린이 열람실 잠금 확인. 지금 손에는 서쪽 비상문 바깥 열쇠, 파란 끈 하나. 카드 단말은 폐관일에 회수돼 없습니다.”

유나는 도서관 폐관 공문 사본을 열었다. 후문 반납구·어린이 열람실 옆에는 `류은채` 서명이 있었고, 카드 회수 시각은 18시 05분이었다. 현장반 영상에는 비상문 밖에 선 여자가 파란 끈과 열쇠를 손바닥에 펴 보였다.

공문과 현재 현장 영상이 맞았다.

20화와 21화 익명 통화의 음성 파형도 현재 통화와 유사했지만, 유나는 음성만 근거로 쓰지 않았다. 폐관 항목·열쇠·파란 끈·현재 위치가 맞은 뒤에야 `현재 통화자 류은채 / 이전 익명 채널과 동일 가능성 높음`이라고 기록했다.

은채가 낮게 말했다. “처음부터 이름을 말하지 않은 이유도 기록해 주세요.”

“말해 주세요.”

“폐관 뒤 정리 근무를 계속한 게 규정 위반입니다. 시설 문제를 기계 오류로 올리면 정리 예산을 하루 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하는 곧바로 거짓말이라고 적지 않았다. “기계 오류라고 쓴 문서와, 실제로 본 현상을 나눠서 말해 주세요.”

은채는 숨을 고르는 대신 장소부터 읽었다. “7월 29일 반납구가 두 번 열렸습니다. 첫 번째는 센서 먼지로 분류했습니다. 두 번째는 전원 차단 뒤에도 안쪽 밀림이 3센티 남았습니다. 그 3센티를 보고서에서 뺐습니다.”

“왜 뺐습니까?”

“폐쇄 공지가 앞당겨지면 마지막 견학도 취소될까 봐서요. 아이들 탓으로 예산이 끊겼다는 말을 듣게 하기 싫었습니다.”

“그 판단으로 오늘 견학이 남았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보류 연락을 먼저 연결했지만, 처음 위험을 줄여 쓴 책임도 제 겁니다.”

은채는 핵심 기록을 숨긴 사실을 인정하고 아이들을 계속 들여보내려던 선택을 철회했다. 견학 보류 접수 번호와 담당 교사 통화 시각을 자기 이름으로 센터 원장에 넘겼다.

“오늘 8시 30분, 몇 명입니까?”

“해솔초 2학년 스물일곱 명, 담임 두 명. 버스 기사는 안 들어옵니다. 아이들 자리표는 여섯 줄이고 마지막 줄 세 자리가 비어요.”

유나는 학교가 전날 보낸 견학 신청서에서 2학년 학생 스물일곱 명과 교사 두 명을 확인했다. 카메라에 잡힌 아이들 자리표도 여섯 줄, 다섯 자리씩이었고 마지막 세 표식은 접혀 있었다.

신청서와 현장 배치가 따로 맞았다. 은채의 장소 지식은 대조 채널로 쓸 수 있었다. 서하는 견학 취소를 대신 결정하지 않았다.

은채가 담당 교사에게 다시 전화했다. “시설 이상을 제가 줄여 보고했습니다. 오늘 견학은 취소해 주세요. 이름 자료는 새로 보내지 말고 기존 신청서 보관 여부만 답해 주세요.”

전화기 너머에서 잠깐 침묵이 흘렀다. 교사가 왜 이제야 말하느냐고 물었다.

“늦춘 것도 접니다. 지금 취소하는 사람도 제 이름으로 남겨 주세요.”

통화 뒤 은채는 비상문 열쇠를 손바닥에 펴 카메라에 번호를 보였다.

미진은 영상 밖에서 이 대화를 들었다. 서하 대신 은채를 용서하거나 몰아세우지 않았다. “서하야, 문서랑 현장 둘 다 받아. 은채 씨 책임 문장은 은채 씨가 쓰게 하고.”

서하는 짧게 답했다. “알아.”

미진은 센터 승인 화면을 닫았다. 현장 정보와 문서 기록이 충돌할 때 분리 판단을 내리던 반장 권한을 이번 회차에 한해 서하에게 넘겼다. 원자료와 선택권을 같이 건넸다.

“네가 분리해. 틀리면 내 승인 기록도 같이 남는다.”

서하는 권한을 받자마자 혼자 확정하지 않았다. “그럼 현장반에도 같은 원자료를 열어. 나중에 반장 승인만 남았다는 말 못 나오게.”

미진이 현장 공유 칸을 켰다. 한쪽의 판단을 다른 쪽이 감추지 않는 조건이 남았다.

서하는 은채에게 전자 서명을 요구하지 않고 오프라인 종이에 현재 진술·누락한 3센티·견학 보류를 각각 쓰게 했다. 원본은 현장반이 봉인하고 센터에는 사진·해시만 보냈다.

6시 14분, 도서관 벽시계는 5시 58분을 거꾸로 지나고 있었다. 반납대 화면은 여전히 00:17이었다. 어린이 열람실 벽시계는 6시 14분 22초로 정상 진행했다.

서하는 세 화면을 나란히 놓았다.

`반납구 벽시계 / 역행.`

`반납대 화면 / 00:17 고정.`

`어린이 열람실 시계 / 정상 진행.`

같은 건물의 시계 두 대가 다른 상태였다. 모델도 달랐다. 반납구 벽시계는 건전지식, 열람실은 전원식이었다. 센터 서버·현장 손목시계·외부 산업안전 원장도 정상으로 앞으로 갔다.

“벽시계 건전지부터 바꿀까요?” 현장반이 물었다.

은채가 먼저 막았다. “그 시계 뒤에 반납대 전원선이 지나갑니다. 시계를 떼면 배선 덮개도 같이 열려요.”

도원은 도면을 확인했다. 공식 전기 도면에는 벽시계 뒤 배선이 없었다.

“언제 바뀌었습니까?”

“2023년 어린이 열람실 리모델링 때요. 예산이 모자라 반납대 전원선을 기존 벽 안으로 돌렸습니다. 준공 도면 수정은 안 됐습니다.”

은채는 또 하나의 축소 기록을 먼저 내놓았다. 현장반은 벽시계에 손대지 않고 배선 덮개 외부 온도와 나사 마모만 찍었다. 오른쪽 아래 나사 하나에 최근 드라이버 자국이 있었지만 누가 언제 열었는지는 몰랐다.

서하는 새 규칙을 쓰지 않았다. 특정 시각과 반납대 상태가 함께 나타난다는 관찰을 강화했을 뿐이었다.

`동일 건물 독립 시계 2대 불일치 / 반납대 화면 00:17 고정 / 배선 변경 미반영 / 인과 미확정.`

6시 17분이 됐다.

반납구 밖 수거함의 일곱 출력지에서 완료 칸이 동시에 붉어졌다.

사람은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다. 센터도 완료를 누르지 않았다.

첫째 출력지 바코드 아래에 숫자 네 자리가 생겼다.

`0217.`

유나는 그 숫자를 사고 번호로 부르지 않았다. 도서관 소장 코드·자리 번호·시간·회사 사고 번호 어느 형식과 맞는지 아직 대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채는 출력지 대신 반납구 센서 높이를 봤다. “가운데 센서는 어린이 책용이 아닙니다. 교구 상자 바닥을 읽는 높이예요. 저 출력이 책이라면 센서 순서가 틀렸어요.”

현장반이 세 센서의 높이를 다시 쟀다. 18센티, 34센티, 7센티. 현재 불이 켜진 가운데 센서는 34센티였다. 폐관 전 교구 상자는 보통 30센티 이상이었다.

은채가 청구기호처럼 낮게 숫자를 말했다. “교구장은 C-4. 반납구에서 열람실 반대편. 문은 안쪽 당김.”

“직원 계단에서 갈 수 있습니까?” 서하가 물었다.

“선반 뒤 방화문을 열면요. 하지만 지금 선반 고정이 확인 안 됐습니다.”

은채는 빨리 해결하려고 위험한 길을 권하지 않았다. 대신 현장에 들어가지 않고 검증할 수 있는 평범한 세부를 내놨다. 교구 상자 바코드는 책과 달리 시작 두 자리가 `KT`이고, 반납하면 수거함 오른쪽 표시등이 두 번 깜박인다는 것이었다.

유나는 투명 덮개 너머 첫째 출력지를 확대했다. 바코드 시작은 가려져 있었지만 오른쪽 표시등은 한 번만 켜져 있었다.

현재 출력이 정상 교구 반납이라는 가설은 통과하지 못했다.

미진은 은채의 과거 축소 보고와 현재 장소 지식을 한 문장으로 합치지 않았다. “누락 책임은 남기고, 지금 맞는 정보는 써. 둘 다.”

서하는 은채 진술을 현장 정보 채널로, 폐관 공문·센서 높이·표시등을 문서와 물리 채널로 분리했다. 은채가 틀렸던 사람이라는 이유로 현재 반례를 버리지 않았고, 현재 반례가 맞는다는 이유로 과거 누락을 지우지도 않았다.

6시 23분, 직원 계단 방화문 안쪽에서 세 번 금속음이 났다.

은채는 서쪽 비상문에서 직원 계단 외부 문까지 안전 띠 바깥을 따라 움직였다. 도원은 기태에게서 인계받은 현장반 봉투를 카메라 앞에서 열었다. 봉투 기록과 열쇠 번호를 대조한 뒤 직원 계단 열쇠를 은채에게 건넸다.

“이 문은 오른쪽으로 반 바퀴, 마지막에 누른 채 돌려야 열립니다. 억지로 끝까지 돌리면 안쪽 방화문도 같이 당겨져요.”

도원이 문틈 게이지를 바닥에 고정했다. 최대 20도. 사람은 들어가지 않고 카메라만 넣는다는 조건을 은채에게 다시 읽어 줬다.

“제가 열겠습니다.”

은채는 같은 문을 남의 손에 맡기지 않았다. 열쇠를 첫 저항에서 멈추고, 손잡이를 누른 뒤 나머지 반 바퀴를 돌렸다. 문은 게이지 직전, 19도에서 멎었다.

문 안쪽에서 선반 다리 하나가 바닥을 긁었다. 은채가 즉시 손잡이를 잡아 각도를 줄였다. 16도에서 소리가 멎었다. 열었다는 이유로 안전이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선반 고정은 여전히 미확정이고, 사람 진입도 계속 금지였다.

도원은 열린 각도와 은채의 조작 순서를 영상에 남겼다. 카메라만 바닥으로 넣었다. 화면에는 철제 선반 다리와 작은 플라스틱 상자 한쪽이 보였다.

은채가 상자의 색을 알아봤다. “회색이면 독서 교구, 노란색이면 견학 명찰입니다.”

카메라 노출을 올리자 상자는 노란색이었다.

아이들 이름표일 가능성은 생겼지만, 실제 견학 명단과 같은 물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하는 상자를 꺼내지 않았다. 먼저 학교 측 보관 사진과 도서관 물품대장을 요청했다.

학교는 기존 신청서에 이름표 사진을 첨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도서관 물품대장에는 노란 상자 네 개라고만 적혀 있었다. 색과 수량만으로 지금 보이는 상자를 오늘 견학 물건이라 부를 수 없었다.

은채는 문을 다시 잠그기 전에 안쪽 손잡이 방향까지 말했다. “닫을 때는 당기지 말고 밀어서 걸어요. 선반이 또 움직이면 바로 놓고.”

현장반이 카메라를 뺀 뒤 은채가 직접 문을 밀었다. 8도에서 선반 다리가 다시 울렸다. 그는 손을 떼고 문을 억지로 닫지 않았다. 열린 8도를 유지한 채 보조 고정대를 세우고, 열쇠는 봉투에 넣어 현장반에 넘겼다.

완료 표시는 생기지 않았다. `사람 진입 없음 / 외부 문 8도 고정 / 선반 접촉 가능성 / 재개방 금지`가 남았다.

반납대 화면의 00:17이 한 번 꺼졌다 켜졌다.

어린이 열람실 시계는 정상으로 6시 24분을 가리켰다.

반납구 벽시계는 계속 뒤로 갔다.

두 시계 사이에서 반납대 화면만 0시 17분에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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