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난로
파산 공작령의 아이를 난로에서 꺼냈습니다 · 2026. 3. 20.
노아는 푹신한 침대보다 먼저 자기 손목을 만졌다. 고정끈은 없었지만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물었다. “지금 난로에는 누가 누워 있어요?” 아무도 없다는 대답을 듣고도 안도하지 않았다.
천장에는 금이 세 갈래로 뻗어 있었다. 왼쪽 벽 너머로 주방 연통이 지나갈 때마다 벽지가 아주 조금 떨렸다. 굴뚝 하나, 바퀴 긁는 소리 두 번, 복도에서 뛰는 발 네 명. 대화로실의 열선 위에 누워 있을 때는 성 전체의 소리가 몸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은 문 하나 건너의 소리도 멀었다.
노아는 그게 안전인지, 버려진 것인지 아직 구분할 수 없었다.
침대 옆에는 세레나가 앉아 있었다. 왕실 감사관은 외투도 벗지 못한 채 장부를 무릎에 올려 둔 상태였다. 잉크는 말라 있었고 찻잔은 손도 대지 않아 차가웠다. 그 뒤 창가에는 카시안이 섰다. 장갑 낀 손으로 창틀의 성에를 문질러 바깥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없어요.” 세레나가 다시 말했다. “카시안 경도, 다른 아이도요.”
노아는 카시안을 보았다.
“진짜요?”
“진짜다.”
“장갑 벗어 봐요.”
카시안의 손이 멈췄다. 세레나는 대신 말하지 않았다.
“왜?”
“열선 자국 있나 보게요.”
“없다.”
“그러니까 보여 줘요.”
카시안은 한참 뒤 오른쪽 장갑만 벗었다. 손바닥에는 검과 밧줄로 생긴 굳은살이 있었고 손목에는 새 금속 고리 자국이 없었다. 그러나 왼쪽 장갑은 그대로였다.
노아는 오른손만 확인했다. 지금 묻지 않은 것까지 대답하라고 하면 어른들은 가장 중요한 대답도 숨겼다.
“바깥은요?”
세레나는 장부를 펼쳤다.
“서쪽 방벽은 어젯밤보다 낮아요. 병동은 열여덟 도, 성 안 공동실은 열여섯 도. 서쪽 첫 대피 가구는 열한 도였고 두 번째는 기록이 아직 안 왔습니다.”
카시안이 돌아섰다.
“아이에게 수치를 전부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물었어요.”
노아는 손가락으로 창문을 두 번 짚었다. 성 안에서 보이는 굴뚝은 여섯이었다. 흰 연기가 나는 것은 세 개. 하나는 주방, 하나는 병동, 마지막 하나는 귀족 가족이 쓰던 서쪽 숙소였다.
“마을 집은 하나도 안 보이잖아요.”
“바람 때문에 연기가 낮게 눕는다.” 카시안이 말했다.
“안 보인다는 말이에요.”
노아가 난로석에 있을 때는 바람길이 어깨 아래서 떨렸다. 어느 쪽 방벽이 약해졌는지 눈을 감아도 알았다. 어젯밤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몸이 조용하면 마을이 죽는다고 오래 배웠다.
의원이 약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쓴 냄새가 먼저 왔다.
“도련님, 열이 오릅니다. 이걸 드시고 다시 주무셔야 합니다.”
노아는 그릇을 받지 않았다.
“먹으면 몇 시간 자요?”
“세 시각은 푹 자실 겁니다.”
“그동안 두 집이 꺼지면요?”
“그건 어른들이-”
“어제도 어른들이 한다고 했어요.”
의원의 입이 다물렸다. 카시안이 침대 쪽으로 한 걸음 왔다.
“약을 거부하면 네 몸이 더 나빠진다.”
“안 먹는다고 안 했어요. 기록 오면 먹을게요.”
“기록은 눈보라 때문에 늦는 거다.”
“그럼 사람이 가서 보고 오면 되죠.”
“이미 보냈다.”
“누구요?”
카시안은 이름 대신 병사라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오르센과 리사. 둘이 함께 갔다.”
노아는 그 이름을 기억했다. 이름이 있으면 아침에 돌아왔는지 물을 수 있었다.
세레나가 약그릇과 물잔을 침대 탁자에 나란히 놓았다.
“선택지는 세 가지예요. 지금 약을 먹고 제가 기록이 오면 깨우는 것. 기록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는 것. 약 성분을 의원에게 다시 설명 듣고 결정하는 것.”
“안 먹는 건요?”
“그것도 선택이지만 열이 더 오를 위험을 같이 적어야 해요.”
노아는 의원을 보았다.
“기억 없어져요?”
“이 약은 아닙니다.”
“어지러워요?”
“조금요.”
“그럼 반만.”
의원은 규정상 안 된다고 했지만, 세레나는 왜 반이 안 되는지부터 설명하라고 했다. 약은 나눠 먹으면 효과 시간을 알 수 없었다. 노아는 결국 전부 먹되, 두 집 기록이 오면 깨우기로 했다. 세레나는 그 문장을 장부 맨 위에 적었다.
노아는 그녀의 펜 끝을 보다가 종이를 달라고 했다.
서로 다른 지붕 두 개를 그렸다. 하나는 성벽 안 노동자 숙소처럼 지붕이 낮았고, 하나는 외곽집처럼 바람막이가 기울어 있었다. 두 지붕 사이에 검은 선을 길게 그었다.
“밤이에요.”
“두 집이 밤을 넘겨야 한다는 뜻인가요?” 세레나가 물었다.
“제가 없어도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눕지 않아야 해요.”
“온도만 보면 됩니까?”
노아는 잠시 생각했다. 어젯밤 주방 바닥에서 잤다는 리사의 말이 떠올랐다.
“아니요. 누가 안 잤는지도요.”
세레나는 그의 말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 적었다.
약이 돌기 시작하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노아는 종이를 베개 아래 넣었다. 어른들이 장부를 바꿔도 자기 그림은 남았다.
“회의할 때 깨워 주세요.”
카시안이 반대했다.
“열이 내리기 전엔 안 된다.”
“그럼 제 조건을 누가 말해요?”
“감사관이 말한다.”
“제 말인데요.”
세레나가 장부를 덮었다.
“열이 더 오르면 참석하지 않고, 내려가면 문가에서 듣는 것으로 해요. 중간에 나갈 수 있고요.”
노아는 거기에 한 가지를 더 붙였다.
“제가 말하기 싫으면 종이만 보여 줘요.”
잠에서 다시 깼을 때는 오전 종이 두 번 울린 뒤였다. 체온은 내려갔고, 오르센과 리사는 돌아와 있었다. 두 번째 대피 가구의 온도는 새벽에 아홉 도까지 떨어졌지만 사람들은 성 안으로 옮겨져 다치지 않았다. 노아가 원한 증거는 아니었다. 집이 비어 버리면 따뜻했다고 할 수 없었다.
식당 문가에는 의자가 하나 놓였다. 노아는 담요를 두른 채 거기 앉았다. 안쪽 긴 식탁에는 세레나와 카시안, 에다, 주민 대표 여섯 명, 하녀와 병사 대표가 떨어져 앉아 있었다. 가운데에는 빈 그릇 두 개가 놓였다. 한쪽 그릇은 성 안 노동자 숙소, 다른 그릇은 외곽 독거 가구를 뜻했다.
세레나는 노아의 그림을 식탁 첫 장에 펼쳤다.
“시험 기준을 제안합니다. 서로 다른 두 집이 노아 없이 밤새 버틸 것. 다른 단독 화로지기를 세우지 않을 것. 온도, 투입 연료, 깨어 있던 사람의 이름과 시간을 함께 기록할 것.”
수염이 센 주민이 손바닥으로 식탁을 눌렀다.
“아이 하나 때문에 두 집을 시험하다 다 얼면 누가 책임집니까?”
노아는 담요 속 손가락을 접었다. 하나.
다른 여자가 말했다.
“저택 집 둘을 고르면 쉽겠지. 장작도 사람도 가까우니까.”
둘.
카시안이 지도 위 성 안 숙소 두 곳을 짚었다.
“첫 시험은 이동이 빠른 곳에서 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에다가 그의 손가락 위에 빈 그릇 하나를 밀어 놓았다.
“그 두 집은 같은 굴뚝을 씁니다. 둘로 세면 안 돼요.”
카시안의 눈썹이 움직였다.
“외곽은 구조가 늦는다.”
“그래서 외곽이 빠지면 안 됩니다. 성 안에서만 성공한 표를 노아가 믿겠어요? 주민들이 믿겠습니까?”
에다는 지도 가장자리의 작은 점을 짚었다. 남편을 잃은 구두 수선공 베른의 집이었다. 굴뚝이 낮고 덧문 하나가 깨져 있었다.
“한 곳은 세탁실 뒤 노동자 숙소. 한 곳은 베른 씨 집. 대신 저는 두 곳 기록을 다 맡지 않겠습니다.”
“네가 장부를 제일 잘 알잖아.” 카시안이 말했다.
에다의 목소리가 더 공손해졌다.
“카시안 리번 섭정님. 잘 안다는 이유로 밤새 두 곳을 오가면 그건 시험이 아니라 제 수면을 연료로 넣는 겁니다. 각 집 기록자 한 명, 교대 한 명. 저는 양식만 만들겠습니다.”
노아는 세 번째 손가락을 접지 않았다. 에다는 반대만 한 게 아니라 자기 이름도 한 칸에서 지웠다.
주민 대표들은 베른의 깨진 덧문을 누가 고칠지, 노동자 숙소 장작을 왜 외곽과 똑같이 셀지 다퉜다. 세레나는 답을 먼저 내놓지 않았다. 베른 씨는 덧문 수리 인력이 오면 자기 집을 시험에 내놓겠다고 했고, 하녀 대표는 숙소 기록자를 제비뽑기로 정하자고 했다. 병사 오르센은 외곽 운반을 맡되 두 시각 뒤 교대를 요구했다.
베른이 외투 안에서 녹슨 경첩을 꺼내 빈 그릇 옆에 놓았다. 한쪽 나사 구멍이 벌어져 있었다.
“어젯밤엔 솜이불을 못으로 박았습니다. 오늘 또 떼면 이불도 못 씁니다.”
카시안이 목수 둘을 보내겠다고 하자 베른은 고개를 저었다.
“둘 다 밤 기록까지 맡기면 수리한 사람이 잠을 못 잡니다. 한 사람은 덧문만. 기록은 제가 하되 손이 떨리면 제가 시험을 멈춥니다. 실패라고 적어도 집을 다시 비우게 하진 마십시오.”
세레나는 ‘성공’ 칸보다 먼저 ‘중단 뒤 거처’ 칸을 만들었다. 베른은 그 칸에 성 안 세탁실 옆 빈방을 적고서야 녹슨 경첩을 지도 위 자기 집에 올려놓았다.
빈 그릇 옆에 이름이 하나씩 붙었다.
노아는 문가에서 말했다.
“멈추는 때도 적어요.”
말소리가 가라앉았다.
“몇 도에서요?” 세레나가 물었다.
“사람 손이 떨리면요. 숫자가 괜찮아도.”
의원이 온도 기준과 신체 중단 기준을 함께 적었다. 누군가는 아이 말로 영지를 다스리느냐고 중얼거렸지만, 베른 씨가 자기 손은 자기가 멈추겠다고 말했다.
세레나는 노아가 그린 검은 선 아래에 공식 문장을 썼다.
노아 리번이 화로석에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다른 두 가구의 밤과 그 밤을 지불한 사람을 함께 확인한다.
“이 문장으로 시작해도 될까요?”
노아는 ‘안전’이라는 말이 없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증명하지 못한 말을 먼저 쓰지 않은 문장이었다.
회의가 끝날 무렵 에다가 창고에서 돌아왔다. 소매와 뺨에 검은 가루가 묻어 있었다. 그녀는 장부 숫자를 읽기 전에 바닥에 직접 내려가 자루를 셌다고 했다.
“봉인 안 뜯은 것 여섯, 반 남은 것 둘. 주방과 병동 몫을 빼면요.”
에다가 장갑을 벗어 식탁에 놓았다.
“사흘치입니다.”
카시안이 자루당 실제 소비량을 다시 계산했다. 그의 손가락이 마지막 칸에서 멎었다.
“하루다.”
빈 그릇 두 개 사이에서, 노아가 그린 밤이 갑자기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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