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공작령의 아이를 난로에서 꺼냈습니다

1난로 위의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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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 위의 후계자

파산 공작령의 아이를 난로에서 꺼냈습니다 · 2026. 3. 19.

세레나 헤일은 리번 공작령을 아흔 날 안에 해산하라는 왕실 명령서를 품고 성문을 넘었다. 가장 따뜻해야 할 대화로실에서는 일곱 살짜리 후계자가 난로석 위에 묶인 채 영지의 겨울을 떠받치고 있었다. 아이를 깨우면 오늘 밤 두 마을의 방벽이 꺼진다고 했다. 그대로 두면 아이의 체온이 먼저 꺼질 터였다. 세레나는 고정끈에 칼을 넣었다.

그 결정을 내리기 한 시간 전까지, 리번은 장부 속에서만 추웠다.

성문 앞 접수실에는 젖은 장화 여섯 켤레와 빈 석탄통 하나가 놓여 있었다. 서기는 입김으로 언 손가락을 녹이며 세레나의 인장을 세 번 확인했다. 벽난로는 꺼져 있었고, 바닥에 떨어진 장작 부스러기만 누군가 오래 불을 기다렸다는 흔적을 남겼다.

“왕실 생활감사관 세레나 헤일입니다. 해산 전 재산과 피후견인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식량 창고와 병동이 먼저입니다.”

맞은편 남자는 눈을 털 생각도 하지 않았다. 검은 외투의 어깨가 젖어 있었고 오른손에는 장갑을 낀 채였다. 카시안 리번. 공작의 사생아이자, 전쟁이 끝난 뒤 이 파산 영지를 대신 지켜 온 섭정. 소개장은 그를 그렇게 적었다.

“후견인이 있는 곳부터 보죠.”

“병동에 스물셋이 있습니다.”

“후계자는 한 명이고요.”

카시안의 시선이 아주 잠깐 복도 끝으로 갔다. 세레나는 그 짧은 이동을 놓치지 않았다.

“열 공급 기록을 봤습니다. 석탄은 사흘 전에 떨어졌는데 성 안 온도는 어젯밤까지 유지됐더군요. 오늘은 난방실이 아니라 후계자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감사관님의 명령은 영지를 정리하는 겁니다.”

“정리되는 집과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고 장부부터 자르는 게 왕실 방식이라면, 제가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었겠죠.”

서기는 고개를 숙인 채 숨을 죽였다. 카시안은 허리의 열쇠 꾸러미를 짚었다. 가장 큰 놋쇠 열쇠가 그의 장갑 아래서 딸깍 소리를 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열쇠를 건네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접수실을 나서자 복도는 더 차가웠다. 창문 안쪽에 성에가 손바닥만큼 피어 있었고, 하녀 하나가 물수건으로 그것을 긁어 작은 양동이에 담았다. 녹이면 세숫물로 쓸 수 있어서였다. 세레나가 이름을 묻자 하녀는 카시안을 먼저 보았다.

“리사입니다.”

“리사 씨, 어젯밤엔 어디서 잤죠?”

“주방 바닥에서요. 불이 남아서.”

“교대자는요?”

대답이 없었다. 카시안이 대신 입을 열었다.

“잔류 병사들이 두 시각씩 맡았습니다.”

“명단은?”

“전부 적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럼 열은 기록이 아니라 이름 없는 잠에서 나왔겠군요.”

카시안의 턱이 굳었다. 세레나는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 오늘 밤 누가 또 바닥에서 잘지 알아내는 일이, 그의 체면을 이기는 일보다 급했다.

대화로실 문은 복도 끝에 있었다. 자물쇠가 셋이었다. 카시안은 위쪽부터 차례로 열고도 아래 걸쇠를 두 번 당겨 보았다. 불 냄새가 새어 나오자 그의 왼손이 소매 안으로 깊이 숨었다.

문틈에서 가느다란 숨이 들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리고 멎었다.

세레나는 카시안의 어깨를 밀어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지나치게 더웠다. 열기가 피부를 덮치는데도 가운데 누운 아이의 입술은 푸른빛이었다. 얇은 담요 아래로 금빛 선이 뻗어 손목과 발목, 등의 금속 고리에 이어졌다. 고정끈은 땀에 젖었고 그 아래 살은 붉게 벗겨져 있었다.

“노아 리번입니다.”

카시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몇 시간째죠?”

“어제 해 질 때부터.”

“중간에 깨웠습니까?”

방 한쪽에 서 있던 의원이 서류를 내밀었다.

“도련님이 자원하셨습니다. 서명도-”

세레나는 종이보다 먼저 아이의 손을 잡았다. 손끝은 눈 속 돌처럼 차가웠다. 맥박은 빠르다가 한 번씩 빠졌다. 손목의 서명판에는 ‘노아 리번’이 반듯하게 적혀 있었지만, 의원이 내민 동의서의 문장과 획이 너무 닮아 있었다.

“일곱 살 아이에게 기억이 닳고 체온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까?”

“가문의 의무라고-”

“철회하는 법은요?”

의원이 입을 다물었다.

세레나는 고정끈 매듭을 살폈다. 아이가 혼자 풀 수 없도록 끝이 난로석 아래로 들어가 있었다. 독립 증인도, 중단 손잡이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동의가 아닙니다.”

“감사관님.” 카시안이 그녀와 난로석 사이를 막았다. “열선을 갑자기 끊으면 병동과 서쪽 두 마을의 방벽이 먼저 떨어집니다. 바람이 바뀌면 한 시각도 못 버팁니다.”

“그 사실을 노아에게도 말했겠죠.”

“숨기지는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마을의 죽음을 보여 주고 선택이라고 불렀다. 세레나는 칼끝을 매듭 아래 넣었다.

성 밖에서 경보종이 울렸다.

첫 번째 종소리에 창문이 떨렸다. 두 번째에는 금빛 열선이 밝아졌다. 아이의 등이 작게 들썩였다. 카시안이 세레나의 손목을 잡으려다 멈췄다. 장갑 낀 손이 허공에서 굳었다.

“방법이 없습니다.”

“아니요. 가장 쉬운 방법이 이것뿐인 겁니다.”

“쉬워 보입니까?”

그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곧 이를 악물고 다시 낮췄다.

“서쪽에는 덧문도 없는 집이 마흔입니다. 병동에는 스물셋. 이 열을 끊으면 사람부터 옮겨야 합니다. 부탁입니다. 한 시각만 주십시오.”

명령처럼 시작했으나 끝은 분명한 부탁이었다. 세레나는 그의 손이 아니라 문 쪽을 보았다. 잠금 셋, 열쇠 하나, 결정권을 쥔 어른 둘. 그리고 묶여서 잠든 아이 하나.

“한 시각 동안 이 아이가 내는 값은 누가 돌려줍니까?”

카시안은 답하지 못했다.

세레나는 끈을 잘랐다.

금빛이 칼날을 타고 튀었다. 방 전체가 한 번 숨을 들이켠 듯 울렸고, 창문 가장자리에서 서리가 번졌다. 의원이 비명을 삼켰다. 카시안은 곧장 벽의 밸브 두 개를 잠갔다. 병동과 성 안 주방 쪽은 남기고 외곽 배관부터 막는 손놀림이었다.

“서쪽 경보가 올라갑니다.”

“사람을 공동실로 모으세요. 덧문 있는 집을 먼저 열고요.”

“병사 열둘뿐입니다.”

“마차는?”

“셋. 한 대는 축이 부러졌습니다.”

“그럼 두 대는 환자와 아이들에게. 걸을 수 있는 성인은 장작을 들고 가장 가까운 집으로 이동합니다. 누가 빠졌는지 이름을 적으세요.”

의원이 반발했다.

“화로지기를 비우고 그런 생활 불로 방벽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방벽을 대신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밤 사람이 얼어 죽는 순서를 바꾸지 않겠다는 겁니다.”

카시안이 난로석 옆으로 갔다. 그는 장갑을 벗지 않은 채 자기 손목에 남은 열선 고리를 들었다.

“제가 눕겠습니다. 전쟁 때도 이 정도 손실은-”

“안 됩니다.”

“제 몸입니다.”

“그리고 대체 희생을 세우지 않는 건 지금 제 권한으로 내리는 응급 중단 명령입니다. 당신이 쓰러지면 이동 명령은 누가 냅니까?”

“부관이 있습니다.”

“그 부관 이름이 장부에 있습니까?”

카시안의 입이 닫혔다.

복도에서 놋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쏟아졌다. 리사가 커다란 배식 수레를 양손으로 밀고 돌아왔다. 수레에는 연회 때 쓰던 은 화로 네 개와 촛대, 뒤집어 놓은 음식 덮개가 실려 있었다. 그녀 뒤로 주방 아이 둘이 자루에 싼 숯을 끌었다.

“은 식기는 압류품입니다.” 의원이 말했다.

“그릇으로 두면 압류품이고, 불을 담으면 오늘 밤 난방입니다.”

리사는 세레나에게 허락을 묻지 않았다. 화로 하나를 내려 대화로실 바닥에 놓고, 가장 어린 주방 아이에게 부엌으로 돌아가라고 손짓했다.

“넌 불침번 명단에 없어. 주방장한테 담요 수부터 세라고 해. 연회장은 문턱이 넓어서 침상 열둘은 들어가요. 병동에서 걸을 수 있는 사람은 거기로 옮기면 됩니다.”

“누가 그걸 결정했죠?” 카시안이 물었다.

리사가 그의 손에 들린 열선 고리를 보았다.

“어제 그 바닥에서 잔 사람이요. 싫으시면 더 따뜻한 방을 알려 주세요.”

카시안은 대꾸 대신 열선 고리를 내려놓았다. 그는 병사 하나에게 은 화로 두 개를 맡기고, 다른 하나의 손에서 숯 자루를 받아 들었다. 주방 아이는 불침번이 아니라 담요 수를 세러 달려갔다. 작은 분배 하나가 이미 세 사람의 밤을 바꾸고 있었다.

세레나는 노아를 안아 들었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그 가벼움을 애처롭다고 이름 붙일 시간은 없었다. 젖은 잠옷을 갈아입힐 사람, 미지근한 물, 평범한 침대, 교대할 어른이 필요했다.

“리사 씨.”

“작은 손님방이요.” 리사는 수레 손잡이를 놓기도 전에 답했다. “주방 연통이 벽을 지나가서 덜 춥습니다.”

“오늘 밤 간호까지 혼자 맡지는 마세요. 다음 교대 이름을 먼저 적으십시오.”

리사는 노아를 보다가 세레나를 보았다. 안도와 겁이 동시에 얼굴을 스쳤다.

“제가 첫 교대를 하고, 둘째는 에다 아가씨께 부탁하겠습니다.”

“부탁하고, 거절하면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카시안이 이미 복도로 나가 병사들에게 동선을 나누고 있었다. “서쪽 두 마을. 한 집에 몰지 말고 덧문 있는 집부터 확인한다. 환자는 마차에. 장작은 사람 수대로.” 그는 세 걸음 가다 돌아왔다. “감사관님, 대화로실 열쇠를 가져가십시오.”

놋쇠 열쇠가 세레나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은 신뢰가 아니었다. 적어도 독점 하나가 끝났다는 증거는 됐다.

작은 손님방 침대에는 오래 접어 둔 홑이불 냄새가 났다. 리사는 물을 데우러 갔고, 의원은 잘린 끈 자국에 연고를 발랐다. 세레나는 노아의 젖은 소매를 걷었다.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몇 집이에요?”

눈도 뜨지 않은 채 아이가 물었다.

“지금은 성 안 공동실 하나, 서쪽 두 집을 열고 있어요.”

“거짓말이면요?”

“아침에 명단과 온도를 같이 확인해요. 제가 틀렸으면 틀렸다고 기록하겠습니다.”

노아의 손가락이 하나, 둘, 셋을 세다가 멈췄다.

“오늘은 누가 자요?”

복도에서는 경보종이 계속 울렸다. 카시안이 장작 인원을 부르는 소리, 리사가 교대자를 찾는 소리, 마차 바퀴에 얼음을 깨는 소리가 겹쳤다. 평범한 침대 하나를 지키기 위해 성 전체가 처음으로 자기 몫의 밤을 세기 시작했다.

세레나는 아이에게 빈 약속을 주지 않았다.

“오늘은 당신 말고, 이름을 적은 어른들이 잡니다.”

노아는 그 말을 믿는 대신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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