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펠라는 자기 표준 절차표의 첫 장을 찢지 않았다

파산 공작령의 아이를 난로에서 꺼냈습니다 · 2026.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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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라는 자기 표준 절차표의 첫 장을 찢지 않았다. 대신 붉은 줄을 그었다. ‘스무 걸음 전면 통제.’ 그 옆에 마리가 말한 물통 수와 일마가 잰 우회 시간을 적었다. “제가 틀린 건 오염 위험이 아니라, 이 선만 그으면 사람들이 지킬 거라고 본 부분입니다.”

스물일곱째 날 아침, 공동 식당 탁자 위에는 표본 병 일곱 개와 빈 물통 세 개가 놓였다.

세레나는 탁자 맨 앞자리를 비웠다. 전날처럼 조사표 첫 칸에 자기 이름을 쓰지 않았다. 회의 진행자는 린, 물 사용 동선 설명자는 마리와 일마, 배수는 도란, 병동은 나디가 맡았다. 펠라는 검사 방법을 설명하되 폐쇄 범위를 단독 결정하지 않는다고 공개판에 썼다.

“철회할 수 있습니까?” 세레나가 각자에게 물었다.

마리는 세탁 교대 한 시각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뒤 왔다. 일마는 밤 교대 전까지만 참석했다. 나디는 병동 물 배급이 시작되면 바로 나가기로 했다. 도란은 서쪽 지붕 받침이 끝날 때까지 견습에게 현장을 맡기는 비용을 적었다.

펠라는 병 뚜껑을 두 번 확인했다.

“확인된 것부터. 저장고 물과 세탁 헹굼통에 같은 침전이 있습니다. 물동이 손잡이는 진흙과 기름을 옮깁니다. 공동 우물 자체 오염은 아직 확정하지 않습니다.”

“그럼 목욕탕 문은 여나요?” 요렌이 물었다.

“그 질문을 마지막에 합시다.”

“어제는 제일 먼저 닫았잖소.”

펠라는 입술을 다물었다가 절차표 둘째 장을 뒤집었다.

“맞습니다. 오늘은 사용 목적과 배수부터 듣겠습니다.”

마리가 물통 세 개를 탁자 아래에 놓았다. 첫 통에는 파란 천을 묶었다. 병동 붕대와 손 씻기. 둘째는 누런 천, 공동 식당과 식수. 셋째는 검은 천, 옷 세탁과 목욕탕.

“다 같은 물이라고 닫으면 안 돼요. 늦출 수 있는 것과 늦추면 병이 나는 게 달라.”

펠라가 표를 그렸다.

“마실 물은 끓인다. 병동 세척도 끓인다. 옷은?”

“피와 오물이 묻은 건 당일. 작업복은 이틀. 침구는 병동과 아이부터.”

“목욕은?”

요렌이 대답했다. “지붕·배수 노동자는 진흙을 씻지 않으면 공동 수면실에 그대로 들고 갑니다.”

“그러면 목욕탕을 여는 게 오염을 줄일 수도 있군요.” 펠라가 말했다.

도란이 팔짱을 풀었다. “배수만 분리하면.”

공동 목욕탕의 물은 뒤쪽 얕은 도랑으로 빠져 세탁장 아래를 지나 남쪽 배수구에 합류했다. 전날 확인한 갈색 침전이 그 길에 있었다. 도란은 바닥에 석탄 조각으로 세 동선을 그렸다. 우물에서 들어오는 깨끗한 물, 사람들이 씻고 나가는 물, 세탁 헹굼물이 만나는 지점.

“여기서 섞이오.”

펠라는 자로 거리를 재지 않고 도란이 말한 길을 직접 걸었다. 목욕탕 뒤 배수 홈은 얼음과 비누 찌꺼기로 절반 막혀 있었다. 세탁장 물은 홈을 넘을 때마다 처마 밑 보행로로 튀었다. 신발 씻는 통을 둔 자리와 불과 여섯 걸음이었다.

“신발을 씻고 다시 더러운 물을 밟았네요.” 세레나가 말했다.

마리가 대꾸했다. “어제 급하게 통부터 놓았으니까요.”

세레나는 변명하지 않고 공개판에 적었다. ‘신발 씻는 통 위치 실패, 세레나 승인.’

펠라는 통을 옮기려 했다. 도란이 막지 않고 물었다.

“어디로?”

“북쪽 마른 돌길 끝.”

“밤에는 얼어붙소.”

“그러면 물을 매번 비웁니다.”

“누가?”

펠라의 손이 통 손잡이에서 멈췄다. 전날 세레나에게 했던 질문이 되돌아왔다.

일마가 북쪽 돌길 옆의 재받이를 가리켰다. “낮에는 씻는 통, 밤에는 마른 재 상자면 돼요. 진흙을 긁고 재를 밟은 뒤 동쪽 문으로 들어가면 얼음도 덜 생겨.”

펠라는 표준표에서 ‘흐르는 물로 세척’ 문장을 읽었다. 한참 뒤 그 아래에 ‘야간 동결 시 마른 재·다음 교대 통 세척’이라고 덧붙였다.

“재는 매일 어디에 버립니까?”

“오염 도랑 옆 표시 구덩이.” 도란이 말했다. “지붕 폐기 기와 조각으로 둘레를 막을 수 있소.”

“우물 상류는 안 됩니다.”

“그래서 남쪽 낮은 땅을 말하는 거요.”

둘은 처음으로 같은 도면에 선을 그었다.

배수 계획은 목욕탕을 닫는 것보다 일이 많았다. 목욕탕 뒤 홈을 두 시각 파내고, 세탁 헹굼물을 임시 통에 받은 뒤 침전을 가라앉혀 별도 도랑으로 보내야 했다. 표시 구덩이 둘레에는 깨진 기와 열두 장이 필요했다. 작업자는 도란 견습 둘과 목욕탕 담당 요렌, 세탁장에서는 지나 한 명. 네 사람 모두 유급, 요렌의 야간 불 관리는 다른 사람이 대신해야 했다.

“내가 밤까지 하면 되오.” 요렌이 말했다.

세레나는 그 문장을 받아 적지 않았다.

“밤 담당이 없으면 목욕탕 운영 시간을 줄입니다.”

“문을 닫는 것과 뭐가 다르오?”

“당신 몸으로 빈칸을 가리는 대신 빈 시간만 닫는 겁니다.”

일마가 웃었다. “그럼 밤 교대 끝난 사람들이 못 씻소.”

계획표가 다시 멈췄다. 목욕탕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었다. 진흙 노동 뒤 공동 수면실로 들어가기 전 오염을 줄이는 장소였고, 동시에 불 담당과 물 운반·세척 노동을 먹는 시설이었다.

펠라는 자기 여행 마차의 접이식 물통 두 개를 내놓았다.

“야간에는 목욕탕 전체를 열지 말고 동쪽 문 밖에 손·장화·팔 씻는 물을 둡시다. 몸 전체는 다음 낮 교대.”

“추위에 밖에서 씻으라고?” 요렌이 물었다.

“가림막과 이동식 화로가 필요합니다.”

세레나는 빈 귀빈실 덧문 중 남은 수량을 확인했다. 열 쌍은 이미 위험 가구에 배정됐고 회수할 수 없었다. 도란은 부서진 연회장 병풍 틀 둘과 창고 방수천을 제안했다. 이동식 화로 네 개 중 하나는 야간 씻는 곳으로 옮기되 병동·공동실·외곽 집의 세 개는 건드리지 않았다.

“화로 담당은?” 세레나가 물었다.

오르센이 보급판을 들고 들어왔다. “야간 순찰 둘이 한 시각씩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 병력 재배치가 아니라 안쪽 순찰 동선 변경이니 조건 안입니다. 거절자는 다른 순찰을 택할 수 있게 하죠.”

세레나는 승인 칸을 자기 쪽으로 당기지 않았다. 오르센과 야간 순찰자 둘이 동선·중단 조건에 서명하게 했다.

다음은 끓인 물이었다. 병동과 식수에 필요한 양을 합치면 큰 솥 두 번, 작은 솥 세 번이었다. 마리의 세탁솥 열쇠를 쓰면 가장 빨랐지만 마리는 허리의 열쇠를 풀지 않았다.

“이 솥은 세탁 잿물 냄새가 배어 있어요. 식수에 쓰지 않습니다.”

펠라가 말했다. “끓이면 미생물은 줄어듭니다.”

“잿물 맛까지 없어지진 않아요.”

“맛보다 안전이—”

“병동 환자가 안 마시면 안전하지도 않죠.” 나디가 끊었다.

펠라는 표본 병에 번호를 붙이던 손을 멈췄다. 식수는 공동 식당 큰 솥, 병동 세척은 병동 작은 솥 둘, 세탁은 마리 솥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불 담당과 장작 양도 솥별로 나눴다. 귀족 차 준비를 되살리지 않았고, 끓인 물 배급은 먼저 병동·아이·노인 가구 순으로 정했다.

현지 검사 담당자 두 명을 정할 때는 더 오래 걸렸다. 펠라는 글을 빨리 읽는 린을 원했다. 린은 종자 기록과 에다 대체 교육을 맡고 있었다.

“하루 두 번 검사까지 붙으면 지금 일에서 무엇을 뺍니까?” 린이 물었다.

펠라는 답하지 못했다.

사나는 냄새와 물빛을 잘 구분했지만 자기 휴식표를 지키겠다고 했다. 마리는 세탁 물을 가장 잘 알지만 솥과 사람을 동시에 독점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결국 병동의 나디와 목욕탕의 요렌이 지원했다. 서로 다른 물 사용처에서 한 명씩이었다.

“둘 다 시설 담당자라 자기 쪽 문제를 숨길 수 있습니다.” 세레나가 말했다.

요렌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감사관은 외부 사람이라 자기 표준 실패를 숨기지 않습니까?”

세레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펠라는 검사 결과를 두 사람이 서로 바꿔 읽고, 하루 한 번은 익명 표본을 섞어 맞히게 하자고 제안했다. 공개판 수정권은 둘에게 주되 폐쇄 명령권은 주지 않았다. 위험 수치가 나오면 누구나 중단 종을 치고 주민 확인자와 펠라 또는 다음 외부 기술자에게 알리는 구조였다.

“제가 떠난 뒤에는요?” 나디가 물었다.

“표본 병 열 개와 색 비교판을 남깁니다. 사흘은 제가 같이 하고, 넷째 날은 두 분만 합니다.”

“틀리면?”

“시설을 닫기 전에 표본을 다시 뜨고, 급한 위험이면 먼저 식수만 멈춥니다. 실패도 기록합니다.”

펠라는 왕실 표준서의 자기 서명 칸 옆에 나디와 요렌의 수정 제안 칸을 만들었다. 국가 기술이 현지 사람 이름 없이 남지 않게 했다.

해 질 무렵 위생 계획에는 네 부분이 생겼다. 목욕탕 뒤 배수 홈과 세탁 침전 통. 식수·병동·세탁의 분리된 끓인 물. 낮 목욕과 야간 가림막 세척. 나디·요렌의 교차 검사와 누구나 중단.

비용도 같은 크기로 붙었다. 유급 배수 네 사람 두 시각, 대체 불 담당 한 명, 깨진 기와 열두 장, 방수천과 병풍 틀, 이동식 화로 한 개, 장작 하루 여섯 단 추가. 미룬 작업복과 침구 수량은 마리가 매일 고쳤다.

세레나는 계획서 마지막 승인 칸을 보았다. 왕실 감사관과 위생기술자 두 서명만으로는 시행할 수 없었다. 그녀는 주민 확인자 칸을 추가했다. 마리, 일마, 나디, 요렌, 도란이 자기 담당 부분만 확인했고 전체 계획의 찬성자로 묶이지 않았다.

“목욕탕 폐쇄는 언제까지입니까?” 일마가 물었다.

펠라는 ‘배수 홈 완성 전’이라고 썼다가 멈췄다.

“낮 운영은 배수 분리 시험 한 번 통과 뒤. 야간 전체 목욕은 대체 불 담당이 생길 때까지 닫습니다. 대신 가림막 세척을 먼저 엽니다.”

“평의회가 받아들일지는 별도요.” 도란이 말했다.

“맞습니다.” 펠라는 자기 문장 아래에 덧붙였다. ‘생활 영향은 주민 표결 대상. 식수 급성 위험 중단은 표결로 해제하지 않음.’

세레나는 왕실에 보낼 보고서 제목을 바꿨다. ‘위생 명령’이 아니라 ‘현지 공동 설계 및 미합의 범위’였다. 성공 수치만 보내지 않고 전날 전면 폐쇄의 사나 휴식 침해와 서쪽 계단 위험도 첨부했다.

펠라는 표본 병 상자를 닫지 않았다. 나디와 요렌이 병 번호를 서로 바꿔 붙이는 첫 훈련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목욕탕 문에는 여전히 폐쇄판이 걸려 있었다. 그 옆에는 배수로 작업 시각, 끓인 물 배급표, 야간 가림막 위치, 현지 검사 담당자 두 이름이 함께 붙었다.

닫힌 문 하나가 위생 계획의 전부였던 날은 끝났다. 그렇다고 문이 열린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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