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투표함은 따뜻한 회의실이 아니라 성문 밖에 놓였다

파산 공작령의 아이를 난로에서 꺼냈습니다 · 2026. 9. 20.

조회수 0

투표함은 따뜻한 회의실이 아니라 성문 밖에 놓였다. 첫 표에는 ‘아이를 돌려놓아라’가 적혀 있었다. 두 번째 표에는 ‘우리 집 야간 임금부터’라고 적혀 있었다. 노아는 어느 쪽에도 자기 이름을 쓰지 않았다.

열여섯째 날 오전, 도란은 투표함 다리가 눈에 얼마나 박혔는지부터 확인했다.

밤사이 성문 바깥 바람은 더 차가워졌다. 그래도 투표장을 안으로 옮기지 않았다. 외곽 가구가 영주관 회의실 문턱을 넘지 않고도 표를 낼 수 있어야 했다. 나무 상자 세 면은 열려 있었고, 투표지를 못 읽는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표찰 네 개가 준비됐다.

모래시계는 시행 기간. 동전은 유급 교대. 종은 누구나 중단. 두 집 모양 나무패는 완전한 밤 검증이었다.

도란의 조합원 열한 명은 한쪽에 모였다. 그가 나무 배분표를 접어 들자 사람들의 시선도 따라 움직였다. 숙련 목수와 수리공을 어느 구역에 보낼지 도란이 정해 왔기 때문이다.

“분산안을 계속하려면 조합에 연료 우선권이 필요합니다.”

세레나가 물었다.

“어느 연료죠?”

“작업장 난방과 수지 건조용 장작. 장치 수리를 시켜 놓고 목재를 얼리면 못보다 받침이 먼저 갈라집니다.”

외곽 남문 마을의 사나가 앞으로 나왔다.

“우리 집 덧문은 아직도 한 장뿐이에요. 조합 작업장을 먼저 데우면 또 저택 가까운 곳부터 고치겠다는 거죠.”

도란은 손톱으로 배분표 모서리를 두 번 긁었다.

“작업장이 식으면 네 덧문도 못 만든다.”

“언제 만든다는 날짜가 없잖아요.”

“인력이 부족하니까.”

“그 인력표를 조합장님만 들고 있으니까요.”

조합원들이 웅성거렸다. 도란은 배분표를 펴려다 멈췄다. 공개 회의에서 자기 표가 깨지면 조합 권한도 함께 줄어들 수 있었다.

카시안은 성문 계단 위에서 말했다.

“오늘 결정할 것은 간단합니다. 분산 화로를 열흘 더 시험할지, 집중 체계로 복귀할지—”

“아닙니다.” 세레나가 잘랐다.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노아 씨를 화로석으로 돌려놓는 일은 표결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생존권과 거부권은 찬성표가 많다고 없어지지 않아요.”

첫 투표지를 쓴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우리는 뭘 고릅니까? 아이가 안 올라가면 얼어 죽을 수도 있는데.”

“아이를 쓰지 않는 분산 운영의 기간, 임금, 중단권, 온도 기준을 고릅니다. 시행을 거부할 수도 있지만 그 거부가 노아 씨의 몸을 다시 배정하는 권한은 아닙니다.”

“말장난이오.”

도란이 끼어들었다.

“아닙니다. 지붕을 안 고치겠다고 표를 낼 수는 있어도 옆집 아이를 서까래로 쓰자고 표를 낼 수는 없소.”

남자는 도란을 노려보았다.

“조합장은 저택 돈을 받으니까 그렇지.”

“받은 돈과 빠진 임금을 공개하겠소.”

도란은 말해 놓고 자기 배분표를 더 세게 쥐었다. 공개한다는 말은 조합원 몫까지 흩어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세레나는 투표함 옆에 두 칸을 만들었다. 투표할 수 없는 것. 조건을 붙여 투표할 것.

첫 칸에는 노아 복귀 강제, 중단권 박탈, 무급 야간 교대를 넣었다. 둘째 칸에는 시행 기간, 임금 액수, 온도 기준, 자재 순서, 재심 날짜를 넣었다.

노아는 투표장 뒤 작은 탁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두 집 나무패가 있었지만 투표지는 없었다.

사나가 물었다.

“후계자는 왜 표가 없어요?”

노아가 답했다.

“저를 올릴지는 표 안 해요. 장치 조건은 제 의견을 써요.”

“그럼 우리하고 다르잖아.”

“제 몸이 들어가는 건 다르고, 땔감 쓰는 건 같이 정해요.”

그는 두 집 조건을 읽었다. 노아가 난로석에 없고, 두 집 이상이 밤새 기준 온도를 유지하고, 아이가 직접 열을 보충하지 않으며, 누구나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번에는 한 방이 식었습니다.” 노아가 말했다. “그래서 아직 성공 아니에요.”

그 말은 분산안을 돕는 웅변이 아니었다. 실패를 반대쪽에 먼저 건넸다.

도란은 조합원들에게 가져온 묶음표를 꺼냈다. 조합의 조건은 하나로 묶여 있었다. 작업장 장작 우선, 목수 열한 명 야간 수당, 수리 순서 결정권을 조합에 둘 것. 그는 조합원 이름 아래 한 줄로 서명받으려 했다.

마리가 휴식 토큰 상자를 투표함 앞으로 밀었다.

“그럼 비용을 누가 냅니까, 물었죠?”

그녀는 상자를 열었다. 11화에 발행한 토큰 가운데 사용된 것과 남은 것이 칸별로 나뉘어 있었다.

“요렌 사흘, 일마 사흘, 지나 한 교대. 실제로 쉰 날과 대체자 품삯입니다. 분산안을 열흘 더 하려면 야간 확인자 스무 교대, 주방 여섯 교대, 장치 수리 네 교대가 더 들어요.”

도란이 말했다.

“조합 수리는 여덟 교대요.”

“그럼 여덟이라고 이름 붙여 내요. 장작 우선권 속에 숨기지 말고.”

마리는 손의 물기를 앞치마에 닦고 빈 토큰을 줄 세웠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토큰에 대체자 이름과 교육 시간을 같이 씁니다. 쉬는 날에 호출하면 두 장으로 갚고요.”

사나는 토큰 하나를 들었다.

“외곽 온도 확인도 품삯입니까?”

“밤에 집 밖으로 나가 남의 온도판을 읽으면 일이죠.”

그 한마디 뒤 투표장은 찬반보다 계산으로 시끄러워졌다. 가구들은 자기 조건표에 표찰을 올렸다. 어떤 집은 모래시계와 동전을 함께, 어떤 집은 종만, 어떤 집은 네 표찰 전부에 금을 그었다.

오전 첫 개표는 찬성 열일곱, 반대 스물이었다.

분산안은 세 표 차로 부결이었다.

카시안이 즉시 말했다.

“결정됐습니다. 다른 대체 체계를—”

“조건표를 아직 안 셌습니다.” 세레나가 말했다.

“찬반표는 이미 끝났소.”

도란은 조건표 더미를 보았다. 자기 조합원 중 셋은 반대표를 냈지만 동전과 종 표찰에는 동그라미를 쳤다. 사나의 표도 반대였으나 열흘 모래시계 옆에는 ‘그다음 다시 묻기’라고 적혀 있었다.

“조건이 붙으면 바뀌는 표가 있습니다.” 도란이 말했다.

카시안이 그를 보았다.

“조합안이 통과할 거라 생각했나?”

“내 안이 지는 것과 표가 끝난 건 다른 일입니다.”

도란은 조합 묶음표를 뜯었다. 서명 열한 개가 적힌 종이를 조합원들에게 한 장씩 돌려줬다.

“각자 쓰시오. 내가 대신 묶지 않겠소.”

견습 목수 하나가 물었다.

“수리 순서는요?”

“조건표에 적어. 조합장이 아니라 가장 먼저 무너질 집 기준이라고.”

그 말은 도란 자기 권한을 줄였다. 나뭇결을 잘 아는 사람과 집에서 추위를 견디는 사람이 서로 다른 사실을 가진다는 걸 인정하는 일이었다.

오후 합의판에는 겹치는 요구가 네 개 남았다.

첫째, 열흘만 시행하고 열한째 날 재표결한다.

둘째, 모든 야간·수리·온도 확인 노동은 이름과 대체자 교육을 붙여 유급으로 한다.

셋째, 종·말·줄 제거 어느 방식이든 누구나 즉시 중단할 수 있고 이유는 안전 뒤 확인한다.

넷째, 노아 없이 두 집이 완전한 밤을 유지해야 다음 단계로 간다.

연료와 목재 순서는 별도 배분표로 공개하고, 조합 작업장 장작은 실제 수리 교대만큼 지급하기로 했다. 조합의 포괄 우선권도, 저택의 선점권도 없었다.

카시안은 네 조건을 읽었다.

“조건이 너무 많습니다. 열흘 안에 한 번만 눈이 와도 중단될 수 있어요.”

“그러면 중단해야죠.” 마리가 말했다.

“왕실 기한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노아가 두 집 패를 세웠다.

“기한 때문에 틀린 걸 성공이라고 쓰면 어제 수면 장부랑 같아요.”

에다는 투표장 뒤에서 그 말을 들었지만 대신 답하지 않았다.

재표결은 같은 상자에서 했다. 이번에는 찬반 옆에 네 조건을 그림으로 붙였다. 글을 못 읽는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두 주민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설명자 이름을 표 뒷면에 남겼다.

도란은 자기 표를 가장 늦게 넣었다. 조합 포괄 우선권이 빠졌으니 처음 안보다 불리했다. 그래도 찬성 칸에 못 모양을 그렸다.

개표 결과는 찬성 스물한, 반대 열여섯이었다.

네 표가 움직였다. 모두가 마음을 바꾼 것은 아니었다. 반대 이유에는 외곽 땔감 부족, 아이 없는 방벽 불신, 세금 환급 기록 소실, 조합 숙련 부족이 그대로 남았다.

세레나는 반대표를 뒤집어 놓지 않았다. 이유별로 묶어 합의판 오른쪽에 붙였다.

사나는 끝까지 반대표였다.

“나는 아직 못 믿어요.”

도란이 물었다.

“그럼 남문 덧문부터 고쳐 달라는 조건은 유지하겠소?”

“당연하죠. 반대했다고 우리 집을 뒤로 밀면 그게 투표예요?”

“아니오.”

도란은 공개 배분표 첫 줄에 남문 사나 가구를 적었다. 가장 먼저 무너질 집. 조합원 한 명과 비조합 견습 한 명을 붙였다.

사나는 합의판 아래 빈 야간 확인자 칸을 보았다.

“중단 종은 내가 쳐도 됩니까?”

“누구나입니다.” 세레나가 말했다.

“찬성한 사람만 믿는다고 할까 봐 묻는 거예요.”

“반대 이유를 남긴 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나는 첫날 새벽 교대 칸에 자기 이름을 썼다. 품삯과 대체자는 옆 칸에 적었다. 반대표는 떼지 않았다.

도란은 조합 묶음표를 투표함에 다시 넣지 않았다. 대신 열한 장을 각자 보관하게 하고, 공개 배분표에 남은 목재와 수리 순서를 못으로 박았다.

“내가 고칠 건 남문 덧문과 작업장 받침입니다. 둘 다 견적을 따로 냅니다.”

마리가 말했다.

“내가 확인할 건 휴식 토큰이 실제로 쓰였는지예요. 대신 세탁솥 야간 교대는 아직 못 넘깁니다.”

자기 모순도 조건판 아래에 남았다.

노아는 최종 헌장 초안에서 자기 이름을 찾았다. ‘노아 리번 복귀 금지’라는 문구를 읽고 고개를 저었다.

“내 이름 말고 아이 부담자라고 써요. 다음 아이도 표 안 하게.”

세레나는 ‘아동 부담자의 강제 복귀는 표결 대상이 아니다’로 고쳤다.

“열흘 뒤에도 이 줄은 다시 표 안 해요?”

“안 합니다.”

노아는 그 답 아래 두 집 패를 놓았다. 표를 주지는 않았고, 검증 기준을 남겼다.

해가 기울 때 투표함 다리는 눈 속에 더 깊이 박혀 있었다. 찬성 스물한 표와 반대 열여섯 표, 이의 사유 네 묶음, 첫 야간 확인자 한 명이 모두 같은 장부에 들어갔다.

완전한 화합은 없었다. 열흘짜리 허가만 있었다.

그 허가의 첫 교대에는 반대표를 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번 화가 재미있었나요?

좋아요와 평점은 언제든 변경할 수 있습니다.

독자 평점 아직 없음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