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성문 밖의 목소리

파산 공작령의 아이를 난로에서 꺼냈습니다 · 2026.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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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 밖 사람들은 아이의 이름보다 꺼진 굴뚝 수를 먼저 외쳤다. 서쪽 네 채, 북문 아래 세 채, 밤새 얼어붙은 우물 하나. 누군가 “노아를 돌려놔라”라고 소리치자 카시안의 손이 성문 빗장으로 갔다. 세레나는 그 손을 막지 않고 말했다. “문은 닫아 두되, 장부는 밖에서 읽히게 거세요.”

닷새째 오전이었다.

눈밭에는 젖은 장갑과 깨진 덧문 조각, 식어 버린 숯통이 놓여 있었다. 주민들은 증거를 들고 왔다. 아이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자기 아이가 잔 방의 벽을 보여 주러 온 사람들이었다. 세레나는 성벽 위 병사들에게 활을 내리라고 했다. 창구는 열되 노아가 머무는 동관으로 통하는 안문은 잠갔다.

“대표 여섯만 들이겠습니다.” 도란 파이크가 말했다.

목수 조합장은 성문 안쪽 참나무 문틀을 손톱으로 두 번 긁었다. 오늘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어느 쪽 나무가 먼저 썩는지부터 보는 사람의 손이었다.

“조합원 셋, 외곽 주민 셋. 말이 느린 사람은 제가 대신—”

“대신하지 마세요.”

세레나는 성문 옆 회벽을 가리켰다. 밤사이 온도표와 연료 배분표, 교대표를 넓게 베껴 붙일 자리였다.

“들어올 사람 수를 줄이는 대신 이의 제기 시간을 두겠습니다. 글을 못 읽는 분에게는 서기가 소리 내어 읽고, 답은 본인이 하게 하죠.”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군중이 밀면 창구부터 무너집니다.”

“그래서 병사는 두 줄 뒤에 세우고, 앞줄은 빈 책상으로 막습니다. 칼집은 닫아 두세요.”

“감사관님, 해산 명령을 내리는 편이 빠릅니다.”

“빠른 다음은요?”

카시안의 시선이 깨진 덧문 조각으로 내려갔다. 그는 빗장에서 손을 떼고 병사 배치를 바꿨다. 주민을 겨누던 두 명은 빈 책상을 옮겼고, 한 명은 글을 읽어 줄 서기 옆에 섰다.

세레나는 공개할 종이를 골랐다. 집별 최저 온도, 투입한 숯과 장작, 옮긴 사람의 이름과 시간. 노아의 체온과 약 이름이 적힌 진료지는 뒤집었다. 대화로실 열선이 아이에게 남긴 상처 기록도 덮었다.

도란이 물었다.

“그 종이를 빼면 아이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어떻게 압니까?”

“위험했다는 판단과 중단 명령은 공개합니다. 상처 모양과 약은 노아의 정보예요.”

“주민더러 감사관 말만 믿으라는 겁니까?”

“의원과 독립 증인이 중단 기준 충족 여부에 서명합니다. 진료 내용을 보고 싶은 욕구와 확인 권한은 같지 않습니다.”

도란은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 나무 조각의 결을 엄지로 눌러 보다가 말했다.

“그럼 증인 이름은 가리지 마시오.”

“증인이 공개에 동의하면요.”

노아를 성벽에 세워 보여 주면 군중은 잠깐 조용해질 수도 있었다. 세레나는 그 가능성을 선택지에 올리지 않았다. 아이의 몸이 장부의 빈칸을 메우게 두지 않는 일이 이번 결정의 시작이었다.

동관으로 이어지는 안문 아래에서 종이 한 장이 밀려 나왔다. 노아가 그린 두 지붕과 검은 밤이었다. 세레나는 문을 열지 않고 안쪽에 물었다.

“이걸 공개판에 걸어도 될까요?”

“제 약 종이 말고요?”

“약 종이는 가렸어요. 이건 당신이 정한 시험 기준입니다. 싫으면 돌려드릴게요.”

문 안에서 손가락 두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세레나는 종이를 들던 손을 멈췄다.

“왜 그런지 물어도 될까요?”

“그림만 걸면 제가 시켰다고 할 거예요.”

“그럴 수 있겠네요.”

“밑에 어른들 이름도 써요. 집 고른 사람, 기록할 사람, 멈추게 할 사람.”

노아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군중 앞에 나가지도, 어른들의 결정을 칭찬하지도 않았다. 자기 조건이 누구의 수행과 연결되는지만 고쳤다.

세레나는 그림 아래 빈칸 세 개를 붙였다. 에다가 집 선택 양식을 만들었고, 베른과 숙소 대표가 중단 조건을 정했으며, 야간 담당자가 아직 한 자리 비었다고 적었다. 그림은 아이의 호소문이 아니라 완성되지 않은 약속으로 벽에 걸렸다.

카시안은 안문 자물쇠를 한 번 확인하고도 열쇠를 돌리지 않았다.

첫 장부가 회벽에 걸리자 야유가 터졌다.

“우리 집은 열한 도가 아니었소!”

“장작 두 단을 냈는데 한 단만 적혔어요.”

“서쪽 방벽이 내려간 시간부터 읽어!”

서기가 위에서부터 읽으려 하자 마리가 책상을 손바닥으로 쳤다.

“집 이름부터 부르지 말고, 어젯밤 못 잔 사람부터 부르세요.”

앞치마를 벗어 허리에 감은 마리의 손등은 세탁물에 불어 있었다. 그녀는 세레나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고 빈 종이 세 장을 꺼냈다. ‘집’, ‘열과 연료’, ‘일한 사람과 쉰 사람’. 굵은 글씨로 세 칸을 나눴다.

“솥 앞에서 세어 보니 장작은 있는데 사람이 없는 밤이 제일 먼저 타요. 불 지킨 사람 이름부터 맞춰야 합니다.”

도란이 말했다.

“집이 식었는데 사람 이름을 먼저 세면 뭐가 달라집니까?”

마리가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았다.

“그 사람을 오늘 또 세우지 않게 되죠. 조합장님 댁 덧문은 같은 손이 이틀 연속 고쳐도 됩니까?”

도란은 나무 조각을 내려놓았다.

“못을 잘못 박으면 내가 고칠 건 고칩니다. 사람도 바꿔야 하고.”

주민들이 창구 앞으로 밀려왔다. 카시안은 병사에게 물러서지 말라고 명령하려다 말을 끊었다.

“책상 선을 넘지 마십시오. 한 줄씩 부탁합니다.”

부탁은 여전히 명령처럼 들렸다. 그래도 병사 손은 칼자루가 아니라 장부 끈으로 갔다.

처음 이의를 낸 사람은 베른이 아니었다. 회색 모자를 쓴 여자가 젖은 장갑을 벗어 장부의 야간 교대 칸을 눌렀다.

“내 남편 이름이 없네요.”

성 안 노동자 숙소 기록에는 승인자 오르센과 감독자 이름만 있었다. 여자의 남편 헤른은 밤새 두 공동실 사이로 숯을 날랐고, 새벽에는 손가락이 굽지 않아 그릇을 놓쳤다. 장부에는 ‘구두 운반 보조’라고만 적혀 있었다.

“몇 시부터였습니까?” 세레나가 물었다.

“해 진 뒤 두 번째 종부터 새벽종까지.”

“교대자는요?”

“없었어요.”

“왜 중간에 멈추지 않았죠?”

여자의 얼굴이 굳었다.

“멈추면 우리 숙소 불이 꺼지니까.”

비난처럼 들릴 질문을 세레나가 먼저 던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펜을 내려놓았다.

“질문을 고치겠습니다. 멈춰도 불이 꺼지지 않게 할 책임자는 누구였죠?”

오르센이 앞으로 나왔다.

“접니다. 운반 인원을 두 명으로 보고받았고 실제 시작 인원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서기는 난처한 얼굴로 기존 서식을 펼쳤다.

“승인된 교대자가 아니면 이름 칸에 넣을 수 없습니다. 임시 도움은 부기 사항으로—”

세레나의 손이 멈췄다.

‘승인되지 않은 생활 보조는 성과 및 손실의 귀속 대상에서 제외한다.’

왕실 생활감사 서식의 문장 순서였다. 귀속, 제외, 확인자의 서명. 문구뿐 아니라 마지막 획을 짧게 끊는 방식까지 익숙했다. 그녀는 종이 오른쪽 아래의 빈 서명 칸을 엄지로 가렸다.

“감사관님?” 카시안이 불렀다.

세레나는 손을 떼었다.

“그 문장은 쓰지 않습니다.”

서기가 눈을 크게 떴다.

“왕실 표준입니다.”

“표준이 헤른 씨가 나른 숯을 나르지 않은 것으로 만들지는 못해요.”

“나중에 감사원에서 반려하면—”

“반려 사유와 함께 보존하겠습니다. 원래 문구도 지우지 마세요. 무엇을 고쳤는지 보여야 합니다.”

세레나는 새 열을 세 개 만들었다. 수행자, 함께 본 사람, 열을 받은 집. 세 칸의 이름이 맞아야 정식 교대가 아니었던 노동도 기록에 들어갔다. 몸 상태와 치료 내용은 별지에 두고 공개판에는 ‘휴식 필요’와 대체자만 적었다.

헤른의 아내가 먼저 이름을 썼다. 오르센이 확인자로 서명했고, 노동자 숙소에서 밤을 보낸 베른이 수혜 가구 증인 칸에 천천히 글자를 그렸다. 마리는 헤른의 오늘 운반 칸을 붉은 선으로 지우고 유급 휴식 한 날을 적었다.

“품삯도 빠졌습니다.”

“그건 제가—” 세레나가 말하자 마리가 끊었다.

“감사관님 돈으로 메우면 다음에도 이름을 빼고 나중에 착한 사람이 갚습니다. 저택 운반 예산에서 주고, 누가 잘못 셌는지 남겨요.”

세레나는 자기 지갑으로 가던 손을 멈췄다. 오르센이 운반 예산 책임 칸에 자기 이름을 썼다. 카시안은 결재 서명 아래에 ‘지급 뒤 다음 교대 전 재확인’이라고 덧붙였다.

작은 승리였다. 헤른의 굽지 않던 손가락은 이름 한 줄로 펴지지 않았고, 숙소의 불도 저절로 살아나지 않았다. 다만 오늘 밤 그를 다시 부를 수 없게 되었고, 빠진 품삯을 어느 예산에서 돌려줄지는 남았다.

새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뒤에서 손 두 개가 더 올라왔다.

한 사람은 새벽에 우물 얼음을 깬 세탁 노동자였고, 다른 사람은 덧문 없는 집에 자기 담요를 가져간 조합 견습이었다. 도란은 견습의 이름을 듣자 입술을 다물었다. 조합 명단에는 그 아이가 ‘구경꾼’으로 적혀 있었다.

“내가 확인하겠습니다.”

“당사자가 먼저 말합니다.” 세레나가 말했다.

도란은 반박하려다 나무 조각을 내려다봤다.

“그래. 네가 말해라. 내가 고칠 건 뒤에 말하지.”

해가 성벽 위로 기울 때까지 군중은 해산하지 않았다. 대신 외침이 달라졌다. 노아를 돌려놓으라는 목소리 사이로 어느 집 온도가 틀렸는지, 누가 밤을 샜는지, 어느 장작 단이 두 번 계산됐는지가 들렸다. 카시안은 노아가 있는 동관 문을 지켰지만 주민의 입을 막지는 않았다.

마지막 공개판에는 열과 연료, 노동과 휴식, 이의 제기 결과가 나란히 걸렸다. 노아의 약 이름과 상처 기록은 여전히 가려져 있었다. 그 아래에는 내일 정오까지 고칠 사람과, 고친 내용을 다시 읽을 사람이 적혔다.

도란이 깨진 덧문 조각을 공개판 아래 세웠다.

“이름을 다 찾아도 판자가 없으면 오늘 밤 또 셉니다.”

세레나는 성 안쪽 미사용 객실의 닫힌 셔터들을 올려다봤다.

“그럼 다음 장부에는 누가 눈을 맞고, 누구 창문은 멀쩡한지도 올리죠.”

도란이 처음으로 성 안을 향해 몸을 돌렸다. 눈길은 공작가 객실 창문과 조합 창고 쪽을 차례로 훑었다.

“좋소. 이번에는 물건 이름부터 빼먹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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