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의 알리바이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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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알리바이
12:32, 강태준은 화이트보드의 사람 이름을 지웠다.
홍상욱, 문라희, 이주완. 세 이름이 지워진 자리에 그는 같은 크기의 네모 세 개를 그렸다. 첫 칸에는 `중앙 시각`, 둘째 칸에는 `개인 시각`, 셋째 칸에는 `행동`, 넷째 칸에는 `반증`이라고 썼다. 이름은 맨 왼쪽 아래로 밀렸다.
“사람보다 형식을 먼저 세웁니다.”
그가 말했다.
내가 쓰던 시간표가 보안팀 공식 양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내 방식이 인정된 것이 아니라, 내 방식에 감시자가 붙은 것이다. 그래도 그게 맞았다. 혼자 쓰는 시간표는 변명으로 쓸 수 있다. 공동 양식은 틀리면 같이 틀린다.
고유라는 보드 아래에 케이블 세 개를 꽂았다. 중앙 로그, 개인 기기 수집본, 독립 시험기. 그는 화면을 합치지 않고 나란히 띄웠다.
“오늘도 겹치면 틀려요.”
“당신에게 하는 말입니까.”
강태준이 물었다.
“오늘은 모두에게요.”
홍상욱은 첫 번째 네모 앞에 앉았다.
00:07 실제 시각. 중앙망 표시는 00:05:57. 그 시각 홍상욱은 심문실 앞 복도 카메라에 있었다. 화면 속 그는 문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문 앞에서 이주완과 통화하려다 연결 실패 표시를 봤고, 강태준의 보안팀원이 그를 의자에 앉혔다.
중앙 시각만 보면 홍상욱은 R-3를 누를 수 없었다. 개인 시각을 맞추면 더 애매해졌다. 그의 손목시계 사진은 00:06:58을 가리켰다. 실제 시각과 2초 차이. 손목은 화면 안에 있었다. 손가락은 비어 있었다.
“제 손은 보이지 않습니까.”
홍상욱이 물었다.
“보입니다.”
강태준이 답했다.
“그럼 명령은 아닙니다.”
“직접 입력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예약·위임·대리 실행은 아직 남습니다.”
홍상욱의 입술이 굳었다. 빠져나갈 문을 만들었던 사람이 이번에는 그 문 때문에 갇혔다. 직접 누르지 않았다는 말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았다.
고유라는 홍상욱 칸의 반증에 두 줄을 썼다.
`직접 입력 가능성 낮음.`
`위임 관리 책임 남음.`
홍상욱은 두 번째 줄을 보며 말했다.
“책임이라는 단어는 법적 평가입니다.”
이주완이 뒤에서 끼어들었다.
“아닙니다. 지금은 사실 평가입니다. 법적 평가는 제가 나중에 더럽힐 겁니다.”
그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주완은 자기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감정이 아니라 비용을 계산하는 사람. 그 때문에 필요한 순간이 생긴다.
두 번째 칸은 이주완이었다.
중앙 시각 00:05:57, 그는 법무감사실 단말 앞에 있었다. 단말은 로그인을 유지하고 있었다. 개인 휴대기기는 00:07:01에 내부 메시지 실패 알림을 받았다. 카메라에는 그의 얼굴이 없었다. 어깨와 오른손만 나왔다. 오른손은 서류철 위에 있었다. 왼손은 화면 아래로 사라져 있었다.
“이건 알리바이가 아닙니다.”
그가 먼저 말했다.
“왜 그렇게 말합니까.”
내가 물었다.
“제 오른손만 보입니다. 원격 명령은 오른손으로만 누르라는 법이 없습니다.”
그는 자기 불리한 점을 먼저 말했다.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다. 모든 것을 거래로 보는 사람은 불리한 사실도 가격표처럼 내놓는다. 나중에 더 큰 것을 빼기 위해서일 수 있다.
고유라는 이주완의 단말 로그를 열었다.
“00:06:44 중앙 표시. 실제 00:07:47. 법무감사실에서 권한표 열람 시도 실패가 있어요.”
“00:07 명령 뒤입니다.”
강태준이 말했다.
“네. 뒤예요. 그래서 직접 명령 실행 근거는 약해요. 대신 명령 뒤에 권한표를 확인하려 한 건 남습니다.”
이주완은 손을 폈다.
“살인 명령보다 사후 계약을 확인한 쪽에 가깝겠군요.”
“그 문장을 기록에 남길 겁니까.”
강태준이 되물었다.
이주완은 아주 짧게 웃었다.
“남기지 않겠습니다.”
그 한 줄 때문에 보드의 반증 칸이 바뀌었다. 직접 실행 가능성 낮음. 사후 확인 가능성 있음. 그는 범인에서 빠지지 않았다. 다만 범행의 위치가 달라졌다.
세 번째 칸은 문라희였다.
그는 관제동 아래 코어 전실에 있었다. 중앙 카메라는 00:05:57에 그가 보호 덮개를 닫는 장면을 남겼다. 개인 시험기의 기록은 00:07:00에 같은 동작을 남겼다. 63초를 보정해도, 보정하지 않아도, 문라희는 정확히 같은 위치에 있었다.
고유라의 손이 멈췄다.
“이상해요.”
문라희가 바로 물었다.
“무엇이 이상합니까.”
“둘 다 맞아요.”
“기록이 일치하면 이상하지 않습니다.”
“중앙망은 63초 늦어요. 개인 시험기는 안 늦고요. 그런데 선생님 동작은 두 기준 모두에서 00:07에 맞아요. 한쪽이 틀려야 정상입니다.”
문라희는 화면을 오래 보았다. 오래 봤지만 당황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틀린 숫자를 고치기 전의 사람처럼 차분했다.
“내가 63초 동안 같은 동작을 했을 가능성은요.”
“가능합니다. 그래서 확인해야 해요.”
고유라는 코어 전실의 다른 각도 영상을 불렀다. 보호 덮개는 한 번 닫혔다. 손이 올라간 시각과 내려간 시각 사이에는 4초가 있었다. 63초가 아니었다. 그런데 중앙 기록과 개인 기록은 각각 자기 기준에서 완벽했다.
나는 문라희의 얼굴보다 손을 봤다. 손은 무릎 위에 있었다. 손가락 끝이 움직이지 않았다. 과학자가 틀린 숫자를 봤을 때 나오는 반응이 아니었다. 이미 어떤 가능성을 알고 있었고, 그 가능성이 어느 선까지 말해도 되는지 재고 있었다.
“동기화 표지입니다.”
그가 말했다.
“설명하십시오.”
강태준의 말이 짧아졌다.
“코어 전실 카메라는 중앙망 표시와 개인 시험기 보조 표지를 함께 찍습니다. 화면 왼쪽 숫자는 중앙 기준이고, 오른쪽 작은 점멸은 독립 기준입니다. 편집본에서 둘을 같은 숫자로 보이게 배열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누가 편집했습니까.”
“그건 이 자료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다는 말은 유용했다. 전지적 설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라희는 자기 무죄를 만들 수 있는 말을 더하지 않았다. 그 점 때문에 더 위험해졌다.
고유라는 영상을 원본 프레임으로 분해했다. 중앙 숫자는 00:05:57. 독립 점멸은 00:07 신호. 둘은 같은 화면 안에 있었다. 누군가 편집한 것이 아니라, 화면 자체가 두 시각을 동시에 보여 주는 구조였다.
“그러면 문라희 선생님의 알리바이는 두 기준 모두에 맞습니다.”
내가 말했다.
강태준이 바로 선을 그었다.
“완벽하다는 이유로 범인이라 쓰지 않습니다.”
그는 보드의 반증 칸에 썼다.
`직접 입력 불명. 코어 전실 체류 확인. 두 기준 모두 00:07에 맞음.`
문라희는 그 문장을 고치지 않았다. 대신 내 쪽을 봤다.
“서이현 씨는 왜 그 칸을 오래 봅니까.”
“둘 다 맞는 자료는 보통 한쪽을 숨깁니다.”
“숨겼다고 단정합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을 준 사람의 끄덕임이 아니었다. 검사 범위를 허용한 사람의 끄덕임이었다.
13:12, 강태준은 내 시간표를 공식 양식으로 다시 불렀다.
종이 위쪽에는 `수사 시간표 A-00:07`이라고 적었다. 작성자는 강태준, 기술 검증은 고유라, 최초 관찰자는 서이현. 내 이름은 맨 앞이 아니었다. 나는 그 순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느꼈고, 곧 그 감정을 접었다. 최초 관찰자가 작성자가 되면, 내가 틀린 부분까지 내 방어가 된다.
강태준은 세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같은 순서로 던졌다.
“00:07 실제 시각에 본인이 한 행동.”
“그 행동을 증명하는 독립 기록.”
“기록이 없는 손.”
홍상욱은 세 번째 질문에서 처음 멈췄다.
“기록이 없는 손이라니요.”
“카메라에 보이지 않는 행동입니다.”
“없습니다.”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진술로 기록합니다.”
홍상욱의 진술 칸에는 `카메라 밖 행동 없음 주장`이 들어갔다. 그는 그 문장을 싫어했다. 주장이라는 단어는 원장의 말도 다른 사람의 말과 같은 높이로 낮춘다.
이주완은 세 번째 질문에 더 빨리 답했다.
“왼손이 화면 아래에 있습니다. 그 점은 불리합니다.”
“무엇을 할 수 있었습니까.”
“개인 단말 조작은 가능합니다. 다만 R-3 예약 실행은 제 개인 권한으로 불가능합니다.”
“위임 계정을 알았습니까.”
“계정군 존재는 알았습니다. 세부 키는 모른다고 말하고 싶지만, 모르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법정에서라면 방어가 아닐 것이다. 수사에서는 쓸모가 있었다. 그는 거짓으로 안전한 문장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빠져나갈 수 있는 폭을 계산해 내놓았다.
문라희는 기록 없는 손을 묻자 자기 손목을 보였다.
“양손 모두 영상 안에 있습니다.”
“그 사실을 누가 확인합니까.”
“제가 아니라 영상이 확인해야 합니다.”
고유라는 프레임을 확대했다. 오른손은 보호 덮개 위, 왼손은 전실 난간 위에 있었다. 4초 동안은 그랬다. 그러나 R-3가 예약 명령이라면 00:07 그 순간의 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강태준은 그래서 네 번째 질문을 추가했다.
“00:07 전에 예약을 만들 수 있었습니까.”
그 질문에 세 사람 모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알리바이는 현재의 손을 보여 준다. 예약은 과거의 손을 요구한다. 보드는 더 복잡해졌지만, 공정해졌다.
13:35, 우리는 세 사람의 칸을 다시 읽었다.
홍상욱은 직접 입력이 어렵지만 위임 책임이 남았다. 이주완은 명령 뒤 권한표 확인을 시도했다. 문라희는 두 시각 기준이 모두 맞는 장소에 있었다. 세 사람 모두 가능했고, 세 사람 모두 부족했다. 오세진 단독범 가설은 더 약해졌다. 그는 첫 손이었다. 두 번째 손은 다른 규칙으로 움직였다.
윤해원은 보드에서 자기 이름이 빠진 것을 보았다.
“제 알리바이는 묻지 않습니까.”
강태준이 답했다.
“피해자는 이번 범위에서 제외하지 않습니다. 다만 00:07 명령 실행 후보와 봉투 설계 책임을 같은 칸에 넣지 않습니다.”
윤해원은 그 말에 웃지 않았다.
“공정합니다. 불편하군요.”
“불편해야 합니다.”
나는 그 대화를 장부에 적었다. 피해자에게도 불편한 형식. 그래야 나에게도 올 것이다.
고유라는 마지막으로 보드 사진을 찍지 않았다. 대신 표 파일을 해시로 봉인했다. 사진은 편하고, 해시는 지루하다. 지루한 것이 나중에 덜 배신한다.
“다음엔 현장 재연이 필요해요.”
그가 말했다.
“어느 현장.”
“식당이요. 08:12 검은 유리. 오세진 선생님 알리바이는 그걸로 다시 고정해야 해요. 00:07만 보면 두 번째 손이 너무 커져요. 첫 손도 정확히 박아야 합니다.”
강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시간표는 공식 양식이 됐고, 고유라의 로그는 다음 동선을 정했다. 수사는 한 사람의 재능으로 가지 않았다. 그 점이 조금 안심됐고, 조금 불편했다.
문라희의 칸만 보드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보정 전에도 맞고, 보정 후에도 맞는 알리바이.
강태준은 그 아래에 새 줄을 그었다.
`완벽함은 증거가 아니다. 그러나 검증 대상이다.`
그는 그 줄 밑에 시간표 사본 세 장을 붙였다. 홍상욱의 것은 위임 책임으로 이어졌고, 이주완의 것은 사후 권한표 확인으로 이어졌다. 문라희의 것은 어디에도 이어지지 않았다. 이어지지 않는 알리바이는 안전한 것이 아니라, 아직 연결점을 못 찾은 기록이었다.
고유라는 문라희 칸 옆에 작은 표시를 했다. `63초 보정 전후 모두 성립.` 문라희는 표시를 지우라고 하지 않았다. 지우지 않는 태도는 결백의 증거가 아니다. 그러나 숨기려는 행동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나는 세 사람의 이름을 다시 봤다. 홍상욱은 권한으로, 이주완은 문서로, 문라희는 시각으로 남았다. 세 후보가 모두 가능해 보였고, 모두 아직 모자랐다. 이것이 공정한 압축이라면, 공정함은 답보다 느렸다.
강태준은 마지막으로 오세진의 이름을 보드 아래에 작게 남겼다. 지운 것이 아니었다. 첫 손은 이미 포착됐고, 지금 표는 두 번째 손의 범위였다. 오세진을 아래에 둔 덕분에 세 후보가 그의 죄를 덮지 못했다. 수사는 사람을 빼는 일이 아니라, 같은 사건 안에서 다른 칸에 두는 일이었다.
그는 사본 오른쪽 아래에 `오세진 단독범 가설 약화`라고 썼다. 약화는 무죄가 아니다. 그 단어 하나가 첫 손과 두 번째 손을 동시에 보존했다.
문라희는 그 줄을 읽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완벽한 알리바이는 아직 범인 증거가 아니었다. 하지만 세 사람 중 그 칸만, 63초가 지나도 모양을 바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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