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내 코트의 열쇠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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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코트의 열쇠

22:40, 강태준은 나를 회의실 밖 벽에 세웠다.

수갑을 채우지는 않았다. 대신 내 왼쪽에는 보안요원을, 오른쪽에는 열린 카메라를 세웠다. 손보다 위치를 묶는 방식이었다. 홍상욱은 의무실로 옮겨졌고, 오세진은 압박 지혈을 하면서도 자기 손목을 카메라 밖으로 빼지 못했다.

“진술권은 보장합니다.”

강태준이 말했다.

“이동권은요.”

“없습니다.”

그는 빈 종이를 내 앞에 붙였다. 세 칸이 그려져 있었다. `소유자 / 실제 보유 / 발견 위치`. 내가 13화에서 틀리게 말한 문장을 고쳐 쓰는 양식이었다.

“제안한 건 이현 씨입니다. 씁니다.”

나는 첫 칸에 내 이름을 썼다. 두 번째 칸에는 `보관실 코트 안쪽이라고 믿음`이라고 적었다. 세 번째 칸에는 `홍상욱 오른손`이라고 적었다. 믿음이라는 단어가 두 번째 칸을 약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약한 칸을 강하게 쓰면 거짓이 된다.

강태준은 종이를 보더니 말했다.

“이번에는 기억이 아니라 물건으로 갑니다.”

그는 그 아래에 시간 칸을 하나 더 그렸다. `마지막 확인 / 봉인 / 발견`. 내가 마지막으로 키를 확인한 시각은 18시 전이었다. 봉인은 18:42. 발견은 22:33. 네 시간 가까운 빈칸이 생겼다. 빈칸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때 더 크게 보인다.

“이현 씨가 직접 코트를 만진 마지막 시각.”

“17:50쯤입니다. 윤해원 부원장을 보안실로 옮기기 전.”

“쯤은 뺍니다.”

나는 기억을 되짚었다. 보안실 유리문, 윤해원의 젖은 오른쪽 구두, 이주완이 7번 문 앞에 선 시각. 그 사이에 나는 코트를 벗었다. 보관함 시계는 17:53을 가리켰다.

“17:53. 보관함 앞.”

강태준은 `17:53 / 본인 진술`이라고 적었다. 믿어 준 것이 아니라 출처를 붙인 것이다.

22:55, 보관실 봉인선은 끊기지 않았다.

그 사실은 내게 유리하지 않았다. 봉인이 멀쩡하면 키가 빠져나갈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봉인 전 누가 손댔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보관실 안쪽에는 내 코트가 투명 비닐에 들어 있었다. 비닐 겉면에는 강태준의 서명과 시간이 있었다. 18:42.

고유라가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켰다.

“봉인 전 영상부터 볼게요. 저장은 로컬에도 떠요. 중앙망은 믿기 싫어서요.”

“믿기 싫다는 표현은 빼십시오.”

강태준이 말했다.

“중앙망 오차가 재현돼서요.”

고유라가 바로 고쳤다. 생활어를 좋아하지만, 기록 앞에서는 고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코트 안주머니 재봉 한 칸이 벌어져 있었다. 찢어진 것은 아니었다. 실밥이 한 줄 늘어져 있고, 안쪽 천이 아주 조금 접혀 있었다. 누가 주머니 속 물건을 꺼낼 때 천을 같이 잡아당긴 흔적이었다.

보관실 출입 기록은 셋이었다. 18:07 백소명, 18:19 이주완, 18:42 강태준. 백소명은 카메라 배터리를 핑계로 들어왔다. 영상 속 그는 코트에서 두 걸음 떨어져 있었고, 렌즈는 봉투함을 향했다. 이주완은 달랐다. 그는 코트 앞에서 멈췄고, 장갑을 갈아 끼웠고, 비닐을 들어 올렸다. 강태준은 마지막으로 봉인했다.

“백소명 씨는 왜 들어왔습니까.”

고유라가 물었다.

“찍을 게 있으면 들어옵니다.”

내 대답이 너무 넓었다. 강태준이 바로 잘랐다.

“기능으로 말하십시오.”

“봉투함 촬영. 코트 접근 없음.”

그는 그 문장을 적었다. 백소명이 무죄라는 뜻은 아니었다. 적어도 키가 빠져나간 물리 경로에서는 아직 두 걸음 밖이라는 뜻이었다.

영상 속 백소명은 봉투함 유리에 자기 얼굴이 비치자 몸을 비켰다. 그 비킨 동작 때문에 코트가 잠깐 화면 가장자리에 들어왔다. 주머니는 평평했다. 키가 있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시각에는 코트 비닐이 들리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다는 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고유라가 먼저 말했다.

“그 말 좋습니다.”

강태준은 그것도 적었다. 증거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자주 속인다.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키를 없다고 쓰지 않는 쪽이 맞았다.

“증거물 촬영 때 코트를 뒤집은 사람이 있습니다.”

고유라가 영상을 멈췄다. 화면 속 손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 소매 끝에는 회색 줄무늬가 보였다.

“이주완 씨.”

강태준이 이름을 말했다. 단정이 아니라 호출이었다.

23:10, 심문실에서 이주완은 봉투를 먼저 요구했다.

“제가 진술하기 전에, 홍상욱 원장의 생존 여부와 이 물건의 증거능력 범위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질문에 답하면 확인합니다.”

“순서가 틀렸습니다. 답변이 어떤 절차에 들어가는지 알아야 합니다.”

강태준은 의자를 당기지 않았다. 그는 서서 물었다.

“이현 씨 코트에서 관리 키를 뺐습니까.”

이주완은 거짓말을 고르지 않았다. 더 좁은 문장을 골랐다.

“발견했습니다.”

“뺐습니까.”

“잠시 분리했습니다.”

“누구에게 반환했습니까.”

“증거능력을 보존하기 위해 분리했습니다.”

“반환 대상.”

“그 질문은 공격 행위와 키 이동을 혼동합니다.”

그는 감정을 비용으로 바꾸는 사람이었다. 자기 행동이 사람을 찌른 칼과 연결되는 순간, 문장을 절차로 잘랐다. 강태준은 따라가지 않았다.

“공격을 물은 게 아닙니다. 키를 물었습니다.”

이주완의 입술이 얇아졌다.

“코트 안쪽에서 키를 봤습니다. 봉투 수신자 변경 뒤라 증거 오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빼서 촬영했고, 따로 보관하려 했습니다.”

“보관했습니까.”

“그 시점에서 홍 원장이 저를 불렀습니다.”

“키는요.”

그는 처음으로 대답을 늦췄다. 늦은 만큼 빈칸이 생겼다.

“제 손을 떠났습니다.”

“누구에게.”

“확인되지 않은 손입니다.”

그 문장은 너무 편했다. 하지만 편한 문장도 기록하면 불리해진다. 강태준은 그대로 적었다.

“확인되지 않은 손이란 말은 보셨다는 뜻입니까, 못 보셨다는 뜻입니까.”

내가 물었다.

이주완은 나를 한 번 보고, 다시 강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이현 씨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습니다.”

“제 질문으로 바꿉니다.” 강태준이 말했다. “봤습니까.”

“손은 봤습니다.”

“얼굴은요.”

“보지 못했습니다.”

“장소.”

“보관실 문 앞. 홍 원장이 저를 부른 직후입니다.”

“그 손이 키를 가져갔습니까.”

“제 손에 있던 물건이 그 이후 제 손에 없었습니다.”

강태준은 펜을 멈췄다.

“그건 답이 아닙니다.”

“답이 될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이주완은 끝까지 주어를 줄였다. 누가 가져갔다고 말하지 않았다. 빼앗겼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자기가 넘겼다는 문장도 쓰지 않았다. 그 빈 주어 하나가 공격자보다 먼저 잡아야 할 사람이었다.

23:25, 관제실 화면에는 내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코트를 입은 팔이었다. 보관실 카메라의 3127번 프레임. 앞뒤 프레임에는 아무도 없었다. 3127번 한 장에서만 소매가 나타나 주머니 안쪽으로 키를 밀어 넣는 듯했다.

“정지.”

고유라가 손을 멈췄다.

강태준은 나를 보지 않았다. 화면을 봤다.

“앞뒤 2초.”

영상이 느리게 넘어갔다. 3125번에서는 코트가 비닐 안에 걸려 있었다. 3126번도 같았다. 3127번에서 손이 들어왔다. 3128번에서 손은 사라졌고 비닐의 주름은 그대로였다. 사람이 들어왔다면 비닐이 흔들려야 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합성입니까.”

백소명이 뒤에서 물었다. 고유라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니에요. 합성이라고 말하면 원리를 아는 것처럼 들려요. 지금 보이는 건 한 프레임의 시간표가 다르다는 거예요.”

그는 화면 아래 숫자를 가리켰다. 다른 프레임은 중앙 타임코드가 이어졌지만, 3127번만 로컬 버퍼 번호가 먼저 찍혀 있었다. 그림자 방향도 달랐다. 내 소매처럼 보이는 천의 주름은 앞뒤 화면의 조명과 맞지 않았다.

이주완이 말했다.

“그러면 저 프레임은 제 책임이 아닙니다.”

“그 말은 너무 빠릅니다.”

내가 말했다.

그가 나를 보았다.

“당신에게 불리한 화면입니다.”

“그래서 더 느리게 봐야 합니다.”

23:45, 우리는 세 가지 시간을 나눴다.

고유라는 문제 프레임을 확대하지 않고 줄였다. 확대하면 손만 보였다. 줄이면 손이 있어야 할 공간이 보였다. 프레임 앞뒤의 코트 비닐은 그대로였고, 바닥 반사에도 사람 그림자가 없었다. 카메라가 본 손이라면 반사가 있어야 했다. 저장된 손이라면 반사가 없을 수도 있었다. 둘 중 어느 쪽인지 아직 말할 수 없었다.

“영상이 넘어온 경로는요.”

“시설 카메라에서 중앙 저장, 동시에 보관실 로컬 버퍼. 원래는 중앙 타임코드가 우선이에요.”

“문제 프레임만 로컬 번호가 우선인 이유는.”

고유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유는 몰라요. 다만 순서가 바뀐 흔적은 있어요. 책장에 꽂힌 책 한 권만 등번호가 다른 느낌.”

“그 책을 누가 꽂았는지는 모른다.”

“네.”

그가 바로 인정했다. 기술자가 모른다고 말하는 순간은 독자에게도 필요하다. 모르는 범위를 남겨야 다음 실험이 생긴다.

봉인 전. 이주완 접근. 홍상욱 호출 뒤. 내가 아는 이전 루프의 같은 시각과 이번 루프의 차이는 두 개였다. 이주완이 홍상욱 봉투를 받았고, 코트에 접근했다. 하지만 그가 키를 홍상욱 손에 넣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강태준은 화이트보드에 세 줄을 그었다. `키를 뺀 사람`, `키를 넘긴 사람`, `키를 쥐게 한 사람`. 한 줄로 쓰면 쉬웠다. 세 줄로 나누면 후보가 흩어졌다.

“저를 공격자로 보는 겁니까.”

이주완이 물었다.

“아니요. 아직은 키 이동자입니다.”

강태준의 대답은 건조했다. 이주완은 그 분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이었다. 공격자보다 작게 들리지만, 더 오래 남는 이름일 수 있었다.

이주완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안도일 수도 있었고, 계산을 다시 시작하는 소리일 수도 있었다. 나는 어느 쪽도 적지 않았다. 소리의 의미보다 그 직후 행동을 봤다. 그는 자기 재킷 안쪽을 만지지 않았다. 휴대폰도 꺼내지 않았다. 대신 홍상욱 봉투가 들어간 증거함을 보았다.

그 시선은 자기 결백보다 거래 조건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의 시선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공격자라는 뜻은 아니다. 이주완은 어느 결과든 쓸 수 있는 증거를 원한다. 키는 그에게 증거였고, 홍상욱의 피는 너무 큰 비용이었다. 비용이 너무 크다고 해서 그가 손을 뗐다는 증명도 되지 않는다.

나는 보드 앞에서 내 코트 소매를 봤다. 화면 속 소매는 내 것과 비슷했다. 비슷하다는 말은 증거가 아니었다. 나는 아까 강태준이 했던 말을 빌렸다.

“비슷하다는 건 기록하지 맙시다. 소매 주름, 그림자, 버퍼 번호만 기록해요.”

강태준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23:58, 고유라가 문제 프레임만 따로 저장했다.

그는 파일 이름을 붙이다가 손을 멈췄다.

“중앙 타임코드가 아니라 로컬 버퍼 번호를 쓰는 프레임이면, 이건 카메라가 본 순서와 저장된 순서가 갈라진 거예요.”

고유라는 문제 프레임을 복사하지 않고 원본 해시를 먼저 만들었다. 평소라면 자기 설명이 앞섰을 사람이었다. 오늘은 손이 먼저였다. 독립 카메라를 붙인 뒤, 같은 화면을 중앙망과 분리해 저장했다.

“내일 같은 조건으로 다시 보면요.”

내가 물었다.

“같은 입력이면 같은 흔적이 나와야 해요. 안 나오면 제가 틀린 거고요.”

“틀린 걸 기록할 준비는 됐습니까.”

“아직 싫은데, 해야죠.”

그 대답이 고유라다웠다. 빠르고 솔직했고, 그래도 버튼을 눌렀다.

“왜 갈라집니까.”

강태준이 물었다.

“그걸 알려면 같은 조건에서 다시 봐야 해요. 입력을 바꾸지 않은 구간하고, 바꾼 구간을 나눠서요.”

그 말은 10화의 발전기와 컵으로 돌아갔다. 입력이 같으면 반복된다. 입력이 바뀌면 다른 사고가 생긴다. 이번에는 사고 대신 프레임이었다.

홍상욱의 생존 여부는 아직 의무실 안에 있었다. 윤해원은 자기 봉투 설계가 만든 경로를 보고도 입을 닫고 있었다. 이주완은 키를 뺐다고 인정했지만, 넘긴 손은 비워 두었다.

CCTV 속 손은 내 소매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한 프레임만 다른 시간표를 썼다.

내가 하지 않았다는 말은 이제 쓸모가 작았다. 프레임이 왜 반복되지 않았는지 보여 줘야 했다. 결백보다 먼저, 조건을 재현해야 했다.

강태준은 화면을 끄지 않았다. 의심을 유지한 채로도 실험은 시작될 수 있었다.

나는 그 화면 앞에서 처음으로 내 코트를 증거물처럼 보았다. 내 물건이라는 말은 더 이상 방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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