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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구의 발자국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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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구의 발자국

08:30, 정무겸은 내가 통풍구라고 부른 곳 앞에서 공구 상자를 내려놓지 않았다.

“통풍구 아닙니다.”

그는 짧게 말했다. 손전등을 입에 물고, 벽면 점검표의 플라스틱 덮개를 먼저 닦았다. 덮개 안쪽에는 환기 점검 날짜와 담당자 이름이 있었다. 마지막 서명은 사흘 전 정무겸이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구간은 점검용 샤프트입니다. 공기길하고 다릅니다. 공기길로 사람 넣으면 죽습니다.”

강태준이 봉인 테이프를 꺼냈다.

“열기 전 상태부터 촬영합니다.”

“찍으십시오. 나사는 오른쪽 위부터 풉니다. 왼쪽 아래 먼저 풀면 철판이 떨어집니다.”

정무겸은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순서를 줬다. 그 순서는 변명보다 믿을 만했다. 그는 점검구를 비밀로 꾸미지 않았다. 손잡이는 노출되어 있었고, 잠금은 낡았고, 나사 머리에는 최근 드라이버가 들어간 자국이 있었다.

나는 점검표 밑의 작은 칸을 봤다. `의무실 후면-보정실 외곽 연결 / 비상시 2인 작업`. 도면에는 얇은 선으로만 표시되어 있었다. 문은 아니었다. 사람이 통과할 수 있지만, 생활동 사람들이 매일 지나는 길도 아니었다.

“왜 지금 말했습니까.”

정무겸이 나를 보지 않고 답했다.

“아무나 들어가면 더 죽습니다.”

“윤해원 부원장은 들어갔습니까.”

그는 나사 하나를 손바닥에 받았다.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동작이 먼저였다.

“그건 발자국 보고 말합니다.”

정무겸은 점검구를 열기 전에 주변 세 가지를 확인했다. 바닥 물기, 환기 팬 소리, 의무실 문 잠김. 그는 의무실 문손잡이에 손을 대지 않고 손등으로 온도만 봤다. 손끝으로 만지면 지문이 남는다는 걸 아는 사람의 동작이었다.

“여긴 평소에 누가 씁니까.”

강태준이 물었다.

“나하고 설비 둘. 의무실 쪽은 오세진 부장이 비상 때만 봅니다.”

“윤해원 부원장은요.”

“권한은 있습니다. 손은 안 댑니다.”

“안 댄다는 건 본 적이 없다는 뜻입니까.”

정무겸은 그제야 나를 봤다.

“그 사람은 문서로 열지, 나사로 안 엽니다.”

문서로 여는 사람. 나사로 여는 사람. 같은 길을 두고도 손이 달랐다. 윤해원이 여기까지 왔다면, 혼자였든 누가 열어 줬든 평소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09:10, 의무실 뒤 점검구가 열렸다.

안쪽 냄새는 먼지보다 젖은 고무에 가까웠다. 태풍이 벽을 흔들 때마다 샤프트 안쪽 철망이 낮게 울렸다. 강태준은 입구 안쪽 모서리에 봉인 번호를 붙이고, 사진을 세 장 찍었다. 정무겸은 안전줄을 내 허리에 묶었다.

“혼자 들어가지 마십시오. 돌아설 공간 없습니다.”

“누군가는 혼자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까.”

“마른 사람은 들어갑니다. 나올 때는 다릅니다.”

그는 손전등을 비췄다. 바닥의 먼지가 한 줄로 눌려 있었다. 젖은 신발이 지나간 자리였다. 왼발 자국은 끝이 흐렸고, 오른발 자국은 앞코와 바깥쪽 흠집까지 남아 있었다. 물은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

강태준이 자국 옆에 작은 표식을 놓았다.

“방향은.”

정무겸이 손전등을 낮췄다.

“의무실에서 보정실 쪽. 들어간 자국입니다.”

“나온 자국은요.”

“겹쳤거나 없습니다. 그래서 혼자 왕복했다고 말 못 합니다.”

그 말은 중요했다. 길은 있었다. 하지만 길이 있다고 해서 사람이 마음대로 오갔다는 뜻은 아니었다. 샤프트는 답이 아니라 제한이었다.

나는 바닥 옆면에 붙은 흰 실 한 올을 봤다. 강태준이 핀셋으로 집었다. 실은 젖지 않았다. 얇고 납작한 섬유였다.

“안감 같습니다.”

내가 말하자 강태준이 봉투에 넣었다.

“어떤 안감인지 아직 말하지 않습니다.”

“윤해원 관리 키 주머니 안감과 비슷합니다.”

“비슷하다는 말은 기록하지 않습니다. 대조 후 기록합니다.”

그는 원칙을 지켰다. 그 원칙이 나를 답답하게 했지만, 지금은 그 답답함이 사건을 살리고 있었다.

정무겸은 자국 옆을 손전등으로 길게 훑었다. 발자국은 한 줄이 아니었다. 진한 오른발 자국 앞뒤로 작은 물방울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벽 쪽, 하나는 샤프트 중앙. 그는 벽 쪽 물방울을 가리켰다.

“어깨가 닿았을 겁니다.”

“누구 어깨요.”

“들어간 사람. 또는 붙잡은 사람.”

“둘을 구분할 수 있습니까.”

“옷감 봐야 합니다.”

그는 할 수 없는 것을 바로 잘랐다. 대신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벽 쪽 먼지를 투명 테이프로 떠서 봉투에 붙였다. 그 안에도 흰 섬유가 아주 조금 섞여 있었다. 강태준은 봉투에 `벽면 먼지 / 09:17`이라고 썼다. 시간은 숫자였고, 숫자는 나중에 핑계를 덜어 냈다.

09:40, 샤프트 안쪽은 한 사람이 기어가기에 충분했고 두 사람이 지나가기에는 좁았다.

정무겸이 앞에서 갔다. 그는 왼손을 적게 썼다. 손가락 두 개가 덜 펴지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움직임이 느린 대신, 그의 무릎은 발자국을 밟지 않았다. 나는 표시된 옆면만 디뎠다.

Q-13 키가 셔츠 안쪽에서 미지근해졌다. 코어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온도가 달라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나는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샤프트였다. 키의 의미를 앞당기면 길이 흐려진다.

“저기서 끝입니다.”

정무겸이 철망을 가리켰다. 보정실 외곽으로 이어지는 출구였다. 철망은 안쪽에서만 풀 수 있었다. 바깥쪽 손잡이는 없었다. 나사는 새것이 아니었고, 절단 흔적도 없었다.

“밖에서 들어와서 혼자 나갈 수는 없습니다.”

“안에서 누가 열어 주면요.”

“열립니다.”

강태준이 뒤에서 물었다.

“그 누가 보정실 안쪽 사람이어야 합니까.”

“안쪽이거나, 미리 열어 둔 사람입니다. 자동 아닙니다.”

정무겸은 자동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처럼 말했다. 장치가 혼자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누군가 손을 대야 했다.

철망 너머로 보정실 외곽의 빛이 들어왔다. 빛은 환하게 들어오지 않았다. 낮은 파란빛이었다. 보정실 쪽 바닥에는 노란 안전선이 있었고, 그 선 안쪽으로는 일반 직원이 들어갈 수 없었다. 윤해원이 그곳에서 죽은 첫날, 나는 보정실 문만 봤다. 이제 문 아래가 아니라 벽 속을 보고 있었다.

“이 길로 시신을 옮길 수 있습니까.”

강태준이 물었다.

정무겸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몸을 반쯤 돌렸다. 샤프트 폭을 자기 어깨로 재고, 철망 턱 높이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혼자는 어렵습니다. 산 사람도 버둥거리면 못 빼냅니다. 의식 없으면 두 사람이 필요합니다.”

“윤해원 부원장이 스스로 움직였을 가능성은.”

“오른발만 멀쩡하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나올 때는 모르겠습니다.”

들어갈 수 있다. 나올 수 있는지는 모른다. 이번 화의 답은 계속 반쪽이었다. 하지만 반쪽 답들이 모이면 길이 좁아졌다.

10:20, 식당은 아직 점심 준비 전이었다.

노을은 컵을 닦고 있었다. 나는 말로 묻지 않았다. 휴대폰 화면에 질문을 나눠 썼다.

`그날 보정실 쪽에서 온 사람을 봤습니까.`

노을은 먼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천장 스피커를 가리킨 뒤, 자기 귀를 가리켰다. 방송은 놓쳤다는 뜻이었다. 그는 종이에 적었다.

`입 모양은 못 봤습니다. 기둥 때문에 얼굴 오른쪽이 가려졌습니다.`

그다음에야 그는 컵 선반을 가리켰다. 컵 손잡이가 모두 오른쪽으로 맞춰져 있었다.

`컵 방향은 봤습니다. 윤해원 부원장 컵은 손잡이가 왼쪽이었습니다. 누가 급하게 내려놓은 모양.`

나는 다음 질문을 썼다.

`신발은요.`

노을은 바닥을 보았다. 식당 바닥은 마른 상태였다. 그는 자기 발을 한 번 들고, 오른발만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썼다.

`오른쪽 구두 앞이 젖어 있었습니다. 왼쪽은 보지 못했습니다. 테이블에 가려졌습니다.`

“몇 시쯤입니까.”

강태준이 통역 없이 입 모양을 천천히 만들었다. 노을은 그의 입을 보다가, 이번에는 내 휴대폰에 답했다.

`벽시계가 10시 조금 전. 중앙 방송은 못 들었습니다.`

그는 못 본 것을 먼저 적었다. 그래서 본 것이 더 선명해졌다. 나는 노을의 문장을 그대로 사진으로 남겼다. 요약하지 않았다.

노을은 잠시 생각하다가 컵 하나를 선반에서 꺼냈다. 손잡이를 왼쪽으로 돌려 놓고, 그 옆에 다른 컵을 오른쪽으로 놓았다. 그는 자기 눈높이에 맞춰 두 컵을 바라본 뒤 썼다.

`왼쪽 손잡이는 이 자리에서 튑니다. 모두 오른쪽으로 맞춰 둡니다. 윤 부원장 컵만 왼쪽이었습니다.`

“왜 그때 바로 말하지 않았습니까.”

강태준이 물었다. 노을은 그의 입을 절반쯤 읽고, 고유라가 문자로 다시 적어 주자 답했다.

`회의실에서 제 차례가 없었습니다. 통역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땐 컵보다 사람이 죽은 게 먼저였습니다.`

문장이 짧아서 더 오래 남았다. 모두가 배경으로 둔 사람이 배경을 가장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못 들은 방송은 못 들었다. 못 본 얼굴은 못 봤다. 그 선이 지켜지는 동안에만 그의 증언은 증거가 됐다.

10:50, 샤프트 출구로 돌아왔을 때 오른발 자국은 더 짙어 보였다.

정무겸이 윤해원의 예비 구두를 가져왔다. 강태준이 밑창을 직접 대지 못하게 막고, 투명 필름 위에 흠집 위치를 표시했다. 오른쪽 앞코 바깥쪽에 작은 V자 흠집이 있었다. 샤프트 바닥의 흙자국에도 같은 위치가 비었다.

“맞습니다.”

고유라가 화면을 확대하며 말했다. 그는 기술 용어를 붙이려다 멈췄다.

“그러니까, 도장처럼 찍힌 거예요. 오른발은.”

“왼발은?”

“흐려요. 발을 끌었거나, 누가 잡았거나, 바닥에 닿은 시간이 짧았거나.”

세 가지 가능성이 남았다. 윤해원이 스스로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누군가 끌고 갔을 수도 있었다. 안쪽에서 기다린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 발자국 하나로 사람을 줄이면 안 됐다.

11:05, 강태준이 출구 턱 아래에서 다시 멈췄다.

그는 먼지 사이의 흰 섬유를 하나 더 집었다. 이번 것은 젖어 있었다. 물을 머금은 섬유가 금속 턱에 붙어 있었다. 나는 윤해원 시신에서 관리 키가 있던 주머니를 떠올렸다. 왼쪽 바지 주머니. 평소 위치와 달랐던 그 주머니.

“소지품이 여기서 빠졌을 수 있습니다.”

강태준이 나를 보았다.

“가능성입니다.”

“유력하다고도 못 합니까.”

“아직은 못 합니다. 키가 빠진 건지, 주머니 안감만 닿은 건지, 누가 옮긴 건지 다릅니다.”

그는 세 가지를 적었다. 빠진 것. 닿은 것. 옮긴 것. 단어를 나누자 사건도 나뉘었다.

정무겸이 샤프트 안쪽을 다시 잠갔다. 노을의 문자와 발자국 사진, 섬유 봉투가 같은 증거 상자에 들어갔다. 나는 Q-13 키를 셔츠 밖으로 꺼냈다. 금속은 아직 미지근했다.

강태준이 물었다.

“키도 기록합니까.”

“네. 하지만 지금 결론에는 넣지 않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뢰는 아니었다. 절차가 같은 방향을 본다는 뜻이었다.

고유라가 섬유 봉투를 들고 식당 쪽을 한 번 더 봤다.

“노을 씨 증언하고 맞춰 보면, 윤 부원장이 적어도 식당을 지나간 뒤에 오른발이 젖은 거예요. 컵은 왼쪽, 오른발은 젖음, 샤프트 오른발 자국. 순서는 이렇게 돼요.”

“그 순서에서 빠진 건.”

강태준이 물었다.

“왜 젖었는지. 누가 열어 줬는지. 왼발이 왜 흐린지.”

고유라는 세 손가락을 접었다. 답보다 빈칸이 더 많았지만, 빈칸의 위치는 전보다 좁았다.

노을은 휴대폰 화면에 마지막 문장을 적어 내밀었다.

`제가 본 것은 오른발뿐입니다. 왼발은 쓰지 마세요.`

그는 자기 증언이 커지는 것을 경계했다. 나는 그 문장을 사진으로 남겼다. 증인이 자기 한계를 적어 주는 일은 드물다. 드문 것은 아껴야 한다.

정무겸은 마지막으로 점검구 안쪽에 새 봉인을 붙였다. 이번에는 강태준의 서명 옆에 자기 이름도 적었다. 그는 이름을 다 적고 나서 한 번 멈췄다.

“전에 안 적었습니다.”

“무엇을요.”

“이 샤프트를 사람들이 기억 못 하게 한 거. 사고 뒤에 막아야 했는데, 막으면 다른 길이 없어져서 놔뒀습니다.”

“다른 길이 필요했습니까.”

“사람을 빼내는 길은 항상 있어야 합니다.”

그 말은 맞았다. 그래서 위험했다. 사람을 빼내는 길은 사람을 넣는 길이기도 하다. 정무겸은 그걸 알고 있었다. 알고도 막지 않았다. 보호와 은폐가 같은 나사로 조여질 수 있다는 사실이, 점검구 앞에 남았다.

샤프트 끝의 젖은 오른쪽 구두 자국은 윤해원의 밑창 흠집과 맞았다. 발자국은 길을 열지 않았다. 대신 길에 들어간 사람이 윤해원이라는 사실만,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좁게 남겼다.

다음 질문은 하나였다. 윤해원이 왜 들어갔는가. 그 답을 듣기 전에, 이번에는 그를 먼저 꺼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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