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승객이 아닌 사람

안전수칙을 지키면 죽는다 · 2026.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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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이 아닌 사람

안내방송은 일곱 명이라는 숫자를 바꾸지 않았다.

서진은 사람들을 통로 중간에 세워 두고 이름을 하나씩 읽었다. 윤서진, 강도윤, 이도경, 고정애, 대학생 김태후, 카트 승객 임지연, 술 취한 남자 오민석, 다음 칸의 박 씨.

여덟 명이었다.

방송은 다시 말했다.

“현재 이동 인원은 일곱 명입니다.” 고정애가 손수건을 움켜쥐었다. “나를 빼는 거 아니에요?” 서진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고정애를 빼는 것으로 보였지만, 숫자는 이름을 듣고도 변하지 않았다.

이름이 아니라 자격을 세는 상황일 수 있었다.

은채의 연결이 돌아왔다.

그는 숨을 고르지 않고 말했다.

“탑승 데이터 7명. 별도 확인, 해당 열차 승무원 배치 0명.” “승무원 0명이 왜 중요합니까.” “운행 절차상 비상 대피에는 승무원 또는 대피 요원 1명이 필요합니다. 현재 기록상 없음.” 서진은 카드 하단을 다시 봤다.

미기록 승객은 차량에 잔류시킬 것.

승객이라는 단어가 문제였다.

고정애는 승객이었다.

종이 승차권을 갖고 있고, 현장 목격자가 있었다.

빠진 것은 승객이 아니라 승객 자격이 아닌 사람, 즉 대피를 수행할 사람일 수 있었다.

그 빈칸을 누군가에게 덮어씌우는 구조였다.

도경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송출을 끊었는데도 댓글 알림이 밀려왔다.

아까 짧게 나간 라이브 클립을 본 시청자들이 종점 장면을 따라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지하철 플랫폼 시계를 찍어 올렸고, 누군가는 “두 번째 종점 챌린지”라는 제목을 붙였다.

객실 전광판의 종점 안내 반복 간격이 빨라졌다.

12초, 9초, 6초.

도경은 얼굴이 굳었다.

“제가 만든 겁니까.” 서진은 “지금 반복을 키우고 있습니다”라고만 했다.

비난보다 필요한 조치가 먼저였다.

“원본 저장하고 송출·공유 차단하세요.” “증거가 사라집니다.” “원본은 남기고 반복 입력을 끊습니다.”

도경은 손가락을 멈췄다.

기자에게 끄는 일은 찍는 일보다 느렸다.

그는 원본 파일을 로컬과 외장 메모리에 저장하고, 라이브 알림을 끊었다. “이후 공개 범위는 제가 정합니다.” “피해자 얼굴 제외, 위치 지연 공개.” 서진이 말했다. 도경은 “명령하지 마세요”라고 했지만 설정은 그렇게 바꿨다.

송출이 끊긴 순간 플랫폼 쪽 문턱에 유니폼 인물이 섰다.

이번에는 밖이 아니라 차량 안이었다.

유니폼은 철도 직원과 같았고, 직원증에는 이름 대신 0이 찍혀 있었다.

유니폼 인물은 소화기 위치를 확인했다.

유도봉을 벽에 걸고, 승객들을 낮은 자세로 세우고, 잔류자 확인표를 꺼냈다.

행동 순서가 정확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따를 뻔했다.

그는 고정애 앞에서 멈췄다.

“대피 보조자를 지정합니다.” 고정애에게 유도봉을 내밀었다.

고정애는 손을 뒤로 뺐다.

“나는 길도 몰라요.” 인물은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 “대피 보조자를 지정합니다.” 도윤이 유도봉을 낚아채려 했지만 서진이 막았다. “한 명이 받으면 그 사람이 승객 밖으로 밀립니다.” 도윤은 손을 멈췄다.

서진은 분류를 바꾸는 쪽을 택했다.

“한 명을 대피 요원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전원을 임시 대피 요원으로 등록합니다.” 도경이 바로 물었다.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게 만드는 문서가 필요합니다.” 은채가 원격으로 철도 비상 양식을 보냈다.

임시 대피 협조자 확인서.

원래는 훈련 때 쓰는 양식이었다.

서진은 그 제목을 소리 내 읽었다.

승객들은 서로를 봤다.

임시라는 말은 약했지만, 한 명을 남기는 말보다 나았다. 도윤은 “시간 없다”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유니폼 인물이 든 확인표를 발로 밀어냈다.

기록은 세 갈래로 묶였다.

도경의 카메라 타임코드, 은채의 원격 로그, 승객 손목 서명.

서진은 각자에게 한 줄씩 쓰게 했다.

나는 현재 열차에서 타인의 대피를 확인한다.

고정애는 글씨가 느렸고, 대학생은 자기 이름을 너무 작게 썼다.

수아 때처럼 서진은 글자를 크게 쓰게 했다.

“나중에 따라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박 씨는 다음 칸 유리 너머에서 손바닥을 댔다. 이름은 아직 한 글자뿐이었지만, 그는 소화기 위치를 가리켰다.

승객이 아니라 대피 협조자로 행동하고 있었다.

서진은 그 행동도 기록했다.

도경은 카메라를 자기 얼굴 쪽으로 돌렸다.

“현재 원본 기록만 남깁니다. 실시간 송출은 중단합니다. 이 결정으로 증거 공개가 늦어집니다.” 그는 변명처럼 말하지 않았다.

자기 기록에 책임 문장을 붙인 것이다.

서진은 그 문장을 확인서 뒤에 적었다.

도윤은 관제 호출 버튼을 눌렀다.

“성안선 막차 3량. 긴급 운행중지 요청. 객실 전원 임시 대피 요원 등록 요청.” 관제는 늦게 받았다.

사람 목소리였다.

“해당 열차에 배치된 승무원은 없습니다.” 서진은 바로 말했다.

“그래서 전원 임시 대피 요원 등록을 요청합니다.”

서진은 승객과 대피 요원을 구분해 적었다.

승객 칸에는 여덟 명이 들어갔다.

대피 요원 칸은 비어 있었다.

철도 매뉴얼에는 승무원 지시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었고, 관제는 승무원 0명을 확인했다. 그 빈칸 때문에 유니폼 인물이 들어온다면,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역할이었다. 도윤은 “그럼 한 명을 요원으로 세우면 되겠네”라고 했다.

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그 한 명이 승객 밖으로 나갑니다.” 고정애에게 건네진 유도봉이 그 증거였다.

수칙은 언제나 편한 한 명을 찾았다.

도경의 알림은 계속 늘었다.

송출은 껐지만 이미 퍼진 짧은 영상은 다른 계정으로 복사되고 있었다. 어떤 댓글은 구조를 걱정했고, 어떤 댓글은 종점 놀이를 따라 했다.

모두 악의는 아니었다.

그러나 전광판은 악의와 걱정을 구분하지 않았다.

보는 횟수가 늘수록 안내 반복이 빨라졌다.

도경은 자기 화면을 보며 말했다.

“공개가 사람을 살린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서진은 “공개도 절차입니다. 조건이 필요합니다”라고 답했다. 도경은 그 문장을 싫어하는 얼굴이었지만 받아 적었다.

유니폼 인물은 직원증 0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서진이 보게끔 가슴을 돌렸다.

이름 칸은 비어 있고 숫자 0만 있었다.

서진은 안내자라는 말을 떠올렸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아직 기원을 설명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행동만 적었다.

소화기 점검, 승객 유도, 잔류자 확인, 대피 보조자 지정.

정상 업무 순서였다.

단지 그 업무가 한 사람을 승객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고정애가 유도봉을 받지 않자 인물은 이번에는 박 씨가 있는 다음 칸을 보았다. 아직 이름이 덜 확인된 사람이 다음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임시 대피 협조자 확인서는 훈련용 양식이라 칸이 작았다.

여덟 명을 모두 넣으려면 줄을 나눠야 했다.

대학생 김태후가 “칸이 부족한데요”라고 말했다. 서진은 “칸을 늘립니다”라고 했다. “양식 망가지는 거 아닌가요.” “사람보다 양식이 작으면 양식을 늘립니다.” 이 말은 주제문처럼 들릴 수 있었다.

그래서 서진은 곧바로 행동했다.

수첩 한 장을 찢어 뒤에 붙이고, 도경의 테이프로 고정했다. 고정애는 자기 이름을 두 번째 줄이 아니라 첫 줄 옆에 썼다.

순서도 사람을 밀어낼 수 있어서였다.

관제와의 통화는 답답했다.

관제는 “임시 대피 요원 등록 권한은 역무 책임자에게 있습니다”라고 했다. 서진은 “해당 열차 승무원 0명 확인하셨습니다. 역무 책임자 연결하세요”라고 했다. “현재 야간 인력 배치상 지연됩니다.” “지연되는 동안 문이 잠깁니다.” 관제는 매뉴얼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실제 종이인지 키보드인지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책임자가 아직 통화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도윤은 잠기는 문을 발로 막고 있었다.

오래 버틸 수 있는 자세가 아니었다.

박 씨가 다음 칸에서 드디어 이름 두 글자를 썼다.

박성.

마지막 글자는 연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서진은 “박성, 미확인 1자”라고 적었다.

모르는 글자를 만들지 않았다.

도경은 그 유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름이 덜 보여도 사람은 보입니다.” 그의 말은 기사 문장 같았지만 이번에는 장면 안에서 필요했다.

은채가 원격으로 말했다.

“관제 로그에 임시 협조자 항목 생성 가능. 승인자 필요.” 승인자.

또 빈칸이었다.

서진은 관제에게 말했다.

“승인자가 늦으면 현장 전원이 공동 승인합니다. 사후 책임자 기록 남깁니다.”

임시 대피 요원이라는 말은 승객들을 불편하게 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떠안을까 봐, 누군가는 나중에 벌금을 물까 봐 망설였다.

서진은 그 망설임을 몰아붙이지 않았다.

“대피 요원은 구조 전문가라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 옆 사람 이동을 확인했다는 뜻으로 씁니다.” 용어 설명은 거기서 멈췄다. 더 길어지면 강의가 되고, 강의는 연기 속에서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고정애가 먼저 서명했다.

“나는 옆 사람 손수건 확인.” 그는 자기 손수건을 보고 웃지 않았다.

유니폼 인물은 전원이 서명하는 동안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문 잠금 순서를 앞당겼다.

앞칸, 중간문, 비상문 보조잠금.

딸깍 소리가 날 때마다 승객들이 몸을 움츠렸다.

도윤은 잠금 장치에 공구를 끼웠다.

“등록 안 되면 힘으로 버텨야 해.” 서진은 관제에 같은 문장을 반복하지 않았다. “승무원 0명을 확인한 관제 기록을 임시 협조자 등록 근거로 남기십시오.” 관제는 “책임 소재가”라고 했다.

서진은 끊었다.

“책임 소재 때문에 등록합니다.”

전원 임시 대피 요원 등록은 말로 끝나지 않았다.

각자 확인할 사람을 정해야 했다.

고정애는 김태후의 노트북 가방을, 김태후는 고정애의 손수건을, 임지연은 오민석의 검은 우산을, 오민석은 임지연의 카트를 확인했다.

도경은 박 씨의 유리 손자국을 맡았다.

도윤은 문 잠금 상태를 맡았다.

서진은 전체 명단과 관제 통화 시간을 맡았다.

역할을 나누자 유니폼 인물이 잠깐 멈췄다.

한 명을 지정하는 절차가 여러 명으로 흩어졌기 때문일 수 있었다.

확정은 아니었다.

서진은 멈춤 2초라고만 적었다.

라이브를 끈 뒤에도 도경의 손은 녹화 버튼 위를 맴돌았다.

그는 다시 켜고 싶은 사람처럼 보였다.

“나중에 편집하면 조작이라고 할 겁니다.” “원본 해시를 남기세요.” 은채가 원격으로 말했다. “업로드는 지연하고 원본 무결성 값만 외부 보관 가능합니다.” 도경은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은채에게 질문했다. “그럼 증거는 남고 반복은 덜 합니까?” “덜. 완전 차단은 아님.” 완전하지 않은 답이 현장에 맞았다.

도경은 무결성 값을 저장하고 송출 버튼에서 손을 뗐다.

관제는 공동 승인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승객이 승인자가 될 수 없습니다.” 서진은 “그래서 임시 협조자입니다”라고 했다.

같은 말 같지만 칸이 달랐다.

관제의 시스템에는 승객, 승무원, 미상 세 칸만 있었고 협조자는 훈련 메뉴 안쪽에 숨어 있었다.

은채가 메뉴 경로를 불러 줬다.

비상대응, 훈련, 임시 협조자, 사후 승인.

관제는 그 경로를 따라가며 조용해졌다.

문 잠금음은 그 조용한 틈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서진은 협조자 확인서의 마지막 칸을 비워 두지 않았다. 확인 불가 항목이라고 쓰고, 박성 다음의 미확인 글자를 따로 표시했다.

빈칸은 시스템이 마음대로 채우기 쉬웠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써야 했다.

고정애는 그 칸을 보고 “모른다고 써도 돼요?”라고 물었다. “네. 모르는 걸 이름처럼 쓰면 다른 사람이 됩니다.” 고정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유도봉 대신 펜을 들고 있었다.

문 잠금 표시가 빨갛게 켜질 때마다 확인서의 글자가 흔들렸다.

열차가 움직이지 않는데도 바닥이 조금씩 떨렸다.

도윤은 공구를 더 깊이 끼우며 “등록 끝나기 전까지 버틴다”라고 했다.

서진은 관제 통화 시간을 초 단위로 적었다.

나중에 누가 늦었는지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느 문장이 문을 잠그는 동안 나왔는지 남기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빨간 불은 서진의 칸 바로 위였다.

관제는 절차를 찾는 듯 침묵했다.

그 침묵 사이에 유니폼 인물이 다시 말했다.

“승무원 부재. 잔류자 필요.” 문 잠금음이 앞칸에서 났다.

딸깍.

다음은 중간문.

딸깍.

객실 문들이 차례로 잠기기 시작했다.

도윤이 비상문을 잡고 버텼고, 승객들은 손목의 이름을 서로 확인했다.

고정애는 유도봉을 받지 않았다.

대신 옆 사람의 서명을 확인했다.

도경은 카메라를 켜 두었지만 송출 표시등은 꺼져 있었다.

관제는 다시 말했다.

“현재 시스템상 승무원 0명 확인.” 그 말과 동시에 마지막 객실 문 잠금 표시가 빨갛게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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