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수칙을 지키면 죽는다

11,247번째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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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7번째 1층

안전수칙을 지키면 죽는다 · 2026. 5. 11.

탑의 1층은 언제나 밀 냄새가 난다.

이유는 모른다. 1,247번을 왔지만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벽은 석재이고, 천장은 보이지 않을 만큼 높고, 공기에서는 갓 베어낸 밀 냄새가 난다.

나는 눈을 뜨자마자 왼쪽 세 번째 벽을 봤다.

금이 가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손가락 두 마디쯤. 있어야 할 자리에 정확히 있었다.

회귀가 맞다.

"어이. 괜찮아?"

오른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목소리를 1,246번 들었다.

한동우. 스물넷. 각성 3개월차. 지금부터 정확히 47분 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오른쪽 발목을 접질린다. 그리고 4시간 뒤 첫 번째 관문에서 죽는다.

초반 900번은 그를 살리려고 했다. 발목을 조심하라고 말하고, 계단 앞에서 붙잡고, 아예 업고 올라간 적도 있다.

그는 다른 방식으로 죽었다.

1,247번째에 내가 배운 것은 하나다. 죽음의 원인을 하나씩 지우는 방식으로는 아무도 살릴 수 없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괜찮아."

나는 일어섰다. 열두 명이 1층 홀에 흩어져 있었다. 이름을 전부 안다. 죽는 순서도 안다.

한동우가 네 번째, 김세라가 일곱 번째, 그리고 마지막은 언제나 나였다.

"저기, 형. 여기 어디예요?"

"탑."

"그건 아는데... 공략 같은 거 없어요? 나 아무것도 몰라서."

나는 그를 봤다. 스물넷의 얼굴. 1,246번 죽은 얼굴. 그때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였다.

"있어."

"진짜요?"

"1층 함정은 세 개야. 입구에서 열여섯 걸음 지점 바닥, 계단 여섯 번째 단, 그리고 첫 번째 관문 왼쪽 벽."

한동우의 얼굴이 굳었다.

"...어떻게 알아요?"

"와봤어."

"여기 처음 열린 탑이라던데요."

이 대화도 여러 번 했다. 결말은 늘 같다. 나는 미친 사람이 되고,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고, 열두 명이 순서대로 죽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게 하기로 했다.

나는 홀 가운데로 걸어가 열두 명을 향해 섰다.

"전부 들어."

시선이 모였다.

"나는 이 탑을 1,246번 올라갔고 1,246번 실패했어. 믿을 필요는 없어. 대신 딱 하나만 지켜."

누군가 웃었다. 예상한 반응이었다.

"입구에서 열여섯 걸음 지점, 아무도 밟지 마."

그리고 나는 걸었다. 열다섯 걸음까지 걷고, 열여섯 번째에 발을 내렸다.

바닥이 꺼졌다.

나는 떨어지지 않았다. 1,247번의 경험이 몸에 남아 있었으므로, 왼발로 무게를 옮기고 뒤로 굴렀다.

홀에 정적이 돌았다. 열두 명이 꺼진 바닥과 나를 번갈아 봤다.

"...계단 여섯 번째 단이라고 했죠?"

한동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

"형 이름이 뭐예요."

1,246번 동안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이었다.

"강도현."

"강도현 형. 나 형 말 들을게요."

나는 그 말을 오래 기다렸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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