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생 하나가 나흘째 돌아오지 않았다
포기한 선택을 다시 여는 장학생 · 2026.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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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생 하나가 나흘째 돌아오지 않았다.
이름은 백지훈. 삼 학년, 지하 배관 점검 실습 중 이탈. 학원 공지에는 무단 이탈로 적혀 있었고, 무단 이탈은 사흘 뒤 자동으로 자퇴 처리된다. 오늘이 나흘째였다.
7조가 그 이름을 알게 된 건 연우의 분실물 목록 때문이었다. 백지훈의 이름으로 사흘 전 반납된 물건이 있었다. 안전모 하나. 반납자 칸은 비어 있었다.
연우는 그 목록을 넘기면서 한 번도 제목을 말하지 않았다. 어제와 달랐다.
“지하는 폐쇄 구역이야.” 서린이 도면을 접었다. “들어가려면 허가가 필요해.”
“허가는 마은하 교수님이 냈어요.” 미래가 서류를 보여 줬다. “어제요. 우리가 요청하기 전에요.”
도윤은 그 서류를 봤다. 허가 사유 칸에 한 줄이 있었다. 학생 요청 예상.
“이거 우리가 갈 걸 아셨다는 거예요?” 가람이 물었다.
“아셨겠죠.” 미래는 서류를 접지 않았다. “근데 먼저 말은 안 하셨어요. 허가만 내고 기다린 거예요.”
“그거 도와준 건가.”
“반은요.” 미래가 말했다. “나머지 반은 우리가 요청할 때까지 아무것도 안 알려 준 거예요.”
도윤은 그 계산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마은하는 문을 열어 두고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하 3층에서 그들은 백지훈을 찾았다.
지하 3층은 폐쇄 구역치고 관리가 되어 있었다. 조명 절반이 켜져 있고, 바닥에 최근 발자국이 있었다. 폐쇄된 곳에 사람이 정기적으로 온다는 뜻이었다.
미래가 그 발자국을 사진으로 찍었다. “이거 우리 것보다 작아요. 그리고 여러 방향이에요.”
“지금 그거 볼 때가 아니야.” 도윤이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사진만 찍었어요.”
살아 있었다. 배관 사이의 좁은 공간에 앉아 있었고, 나흘 동안 물만 마셨고, 다리에 골절이 있었다.
그리고 나오지 않으려고 했다.
“백지훈 학생.” 서린의 목소리가 배관에 부딪혀 돌아왔다. “구조 왔습니다.”
“…괜찮아요.” 목소리가 갈라졌다.
“다리 부러졌는데요.” 미래가 손전등을 아래로 내렸다.
“여기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는 배관 쪽으로 몸을 더 붙였다.
도윤은 그 대답을 알아들었다. 강준과 같은 종류였다.
가람이 백지훈 앞에 앉았다. 무릎을 굽히고, 눈높이를 맞추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삼십 초 있었다.
“지훈 선배.”
“응.”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있었어요.” 백지훈이 말했다. “첫날에는 있었어요. 기어서라도 나가려고 했어요.”
“지금은요?”
“지금은 그게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 모르겠어요.”
가람이 일어섰다. 그리고 셋을 향해 말했다.
“두 소리가 안 맞아. 나가고 싶다는 소리는 남아 있고, 나가야 하는 이유 소리가 없어.”
“그게 무슨 뜻이야.” 도윤이 물었다.
“몰라. 근데 이 선배는 나가는 걸 포기한 게 아니야. 포기한 이유를 잃은 거야.”
도윤은 자기 왼손을 봤다. 봉인은 반쯤 풀린 상태였고, 사람 대상은 사전 허가와 본인 동의가 있을 때만.
“미래야. 내가 쓸 수 있어?”
“조건 확인할게요.” 미래가 서류를 펼쳤다. “사전 허가, 마은하 교수님 허가서에 사람 대상 항목 있어요. 본인 동의는 지금 받아야 해요.”
“가람이 말대로면 본인이 판단을 못 하는 상태 아니야?”
“그럼 못 써요.” 미래는 그 답을 즉시 냈다. “판단 못 하는 사람 동의는 동의가 아니에요.”
도윤은 그 문장 앞에서 삼 초 멈췄다. 삼 초 안에 그가 생각한 것 중에 하나는 이랬다. 어차피 지금 안 데리고 나가면 자퇴 처리되고, 자퇴 처리되면 이 학생 인생이 바뀐다. 결과가 좋으면.
그 문장의 뒷부분을 그는 첫날에 배웠다.
“미래야. 하나만 확인할게.” 도윤이 말했다. “네 판단이야, 조항이야?”
“조항이에요.”
“조항이 아니라 네 판단이면 내가 설득할 수 있는데.”
“알아요. 그래서 조항으로 대답했어요.” 미래는 종이에서 눈을 들지 않았다. “학생이 설득 잘하는 거 알아요.”
도윤은 그 대답에 웃을 뻔했다. 웃을 상황이 아니었는데, 이 조에서는 그런 일이 자주 있었다.
“그럼 판단 가능한 부분만 물어볼게.”
“그건 조항에 없어요.” 미래가 말했다.
“없으면 지금 만들자.”
미래가 삼 초 생각했다. “부분 동의 항목. 치료 의사와 이동 동의는 분리해서 확인. 좋아요. 임시로 적을게요. 나중에 조 전체 승인 받아요.”
도윤이 백지훈 앞에 앉았다.
“선배. 두 가지만요. 첫째, 다리 치료 받고 싶어요?”
“…받고 싶어요.”
“둘째, 여기서 나가는 데 제가 도와도 돼요?”
“어떻게요?”
“설명할게요.” 도윤은 조항 순서대로 말했다. “선배가 첫날에 기어서 나가려고 했던 그 시도를 제가 다시 열 수 있어요. 열면 그 시도가 잠깐 다시 가능해져요. 대가가 있어요. 선배는 왜 그때 나가고 싶었는지 일부를 더 잃을 수 있어요. 그리고 저는 선배가 그때 느낀 무서움을 제 몸으로 겪어요.”
“얼마나요?”
“최대 삼십삼 초까지 쓸 수 있어요.”
백지훈은 잠깐 생각했다. 생각하는 게 오래 걸렸고, 도윤은 그 시간을 재촉하지 않았다.
“열일곱 초.” 대답이 빨랐다.
“…예?”
“열일곱 초만 하면 안 돼요?” 백지훈이 말했다. “나가는 데 필요한 만큼만요. 더 쓰면 더 잃는 거잖아요.”
도윤은 그 숫자를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랐다. 열일곱 초로 배관 사이에서 사람을 빼낼 수 있는지 계산해 본 적이 없었다.
“가능해요?” 도윤이 미래에게 물었다.
미래가 거리를 봤다. 배관 사이 이 미터, 그다음 사다리 사 미터.
“배관 구간만 열일곱 초예요. 사다리는 능력 없이 우리가 올려요.”
“그럼 두 번 나눠야 해요.”
“한 번만 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해요.”
열일곱 초. 도윤은 그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물어보면 이 사람이 계산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고, 확인하면 이 사람의 판단력이 남아 있다는 근거가 된다.
“선배, 열일곱은 어떻게 나온 거예요?”
“배관 사이가 두 팔 길이쯤이고, 제가 팔 한 번 쓰는 데 오 초 걸려요.” 백지훈이 말했다. “세 번 쓰면 열다섯. 두 초는 여유예요.”
미래가 그 계산을 받아 적었다. 그리고 도윤을 봤다.
“판단 남아 있어요. 이동 동의는 유효해요.”
절차는 넷이 나눠 가졌다.
미래가 비용을 읽었다. 대상, 시간, 상대가 잃을 것, 도윤이 겪을 것. 네 항목을 소리 내어 읽고 백지훈에게 확인받았다.
가람이 의사를 확인했다. 백지훈의 대답에서 엇박이 없는지 들었다. 두 번 들었다. 두 번째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린이 시간을 맡았다. 열일곱 초. 초시계 없이 세겠다고 했다.
“왜 초시계 안 써?” 도윤이 물었다.
“초시계는 네가 볼 수 있어. 보면 네가 판단해.” 서린이 말했다. “내가 세면 네가 못 봐. 종료는 내 거야.”
도윤은 그 조건을 받았다. 받는 데 저항이 없었다는 게 스스로 조금 놀라웠다.
열었다.
백지훈의 첫날 시도가 다시 열렸다. 나흘 전, 이 사람이 배관 사이로 팔을 뻗고 몸을 밀어 넣었던 그 동작이 지금 가능한 것이 됐다.
백지훈이 움직였다. 자기 힘으로 움직였다. 도윤이 만든 동작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서움이 왔다.
좁은 곳에서 몸이 끼는 감각. 벗어날 수 없다는 확신. 나흘 전 이 사람이 혼자 겪은 것이 도윤의 갈비뼈 안쪽으로 들어왔다.
도윤은 세지 않았다. 서린이 셌다.
“열다섯.”
백지훈의 어깨가 배관 사이를 지났다.
“열여섯.”
무릎이 지났다.
“열일곱. 종료.”
도윤이 손을 놓았다. 정확히 놓았다. 놓고 나서 바닥에 손을 짚었지만, 서린의 신호보다 늦지 않았다.
왼손 선 하나가 뜨거워졌다.
미래와 서린이 백지훈을 사다리로 올렸다. 가람이 아래에서 다리를 받쳤다. 도윤은 마지막에 올라왔다.
올라오면서 그는 배관 사이를 한 번 더 봤다. 나흘 동안 사람 하나가 거기 있었고, 조명은 켜져 있었고, 발자국은 여러 방향이었다.
누군가 지나갔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지상에서 안전 인원이 백지훈을 받았다. 골절 고정, 수액, 담요.
미래가 물었다. “지훈 선배. 왜 나가고 싶었어요?”
절차상 필요한 질문이었다. 손실을 확인하는 질문.
백지훈이 대답했다.
“동생 졸업식이 다음 주예요.” 그는 담요 아래에서 손가락을 두 번 접었다.
또렷했다. 첫날의 이유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미래가 그 대답을 두 번 적었다. 한 번은 장부에, 한 번은 자기 메모지에.
“손실 없음.” 미래가 말했다. “확인됐어요.”
가람이 그 목소리를 들었다. “엇박 없어.”
넷은 그 자리에서 아무도 서로를 칭찬하지 않았다. 미래가 정산표를 쓰고, 서린이 시간 기록을 제출하고, 가람이 의사 확인 항목에 서명했다.
백지훈이 실려 가기 전에 도윤을 불렀다.
“학생.”
“예.”
“열일곱 초라고 했을 때, 왜 더 쓰자고 안 했어요?”
도윤은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했다.
“더 쓰면 확실했을 거예요. 열일곱 초에서 못 나오면 다시 못 열어요. 그 생각 했어요.”
“그런데요?”
“선배가 열일곱이라고 했으니까요.”
백지훈은 그 대답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담요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도윤은 그 손을 잡았다. 왼손이 아니라 오른손으로 잡았다.
도윤은 마지막에 서명했다. 사용자 칸이었다.
그리고 왼손을 봤다.
선 하나가 아직 뜨거웠다. 첫날에는 몇 초 만에 식었고, 재현실에서는 조금 오래 걸렸다.
지금은 오 분이 지났는데 식지 않았다.
도윤은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기로 한 게 아니라, 말할 항목이 조항에 없었다.
없는 항목은 만들면 된다. 그는 지난주에 그걸 배웠고, 오늘 배관 앞에서도 그렇게 했다.
그런데 이 항목을 만들려면 자기 손을 보여 줘야 하고, 손을 보여 주면 서른세 개의 선을 세어야 한다.
도윤은 장갑 끝을 당겼다. 봉인 잠금쇠가 반쯤 채워져 있어서, 이번에도 장갑은 당겨지지 않았다.
이번 화가 재미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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