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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 서류의 항목은 세 줄이었다

포기한 선택을 다시 여는 장학생 · 2026.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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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 서류의 항목은 세 줄이었다. 물품명, 반납 사유, 수령 확인.

서린은 두 번째 줄에서 오래 멈췄다.

방향 보정 장구를 상자째로 들고 왔다. 열지 않은 상자였다. 반납 사유 칸에 쓸 수 있는 문장은 여러 개였다. 규격 미달. 사용 계획 없음. 개인 사유.

개인 사유라고 쓰면 아무도 묻지 않는다. 서린은 그래서 그렇게 쓰지 않았다.

제 판단으로 얻은 결과가 아니게 되므로 반납합니다.

행정 직원이 그 줄을 읽고 서린을 봤다.

“이거… 이렇게 쓰시면 원장님께 보고가 올라갑니다.” 직원의 펜이 멈췄다.

“올라가야 합니다.”

“왜요?” 직원이 상자와 서류를 번갈아 봤다.

“제가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록에 남아야 하니까요.” 서린은 상자를 카운터에 놓았다. “안 쓰기만 하면 안 쓴 게 아닙니다.”

결단 정확도 평가는 오후였다.

평가 방식은 미로와 달랐다. 미로는 길을 고르는 시험이었고, 이건 고른 길을 끝까지 유지하는 시험이었다.

응시자는 여섯 개의 문 앞에 서서 하나를 고른다. 문을 열면 방이 나오고, 방에서 나가는 길이 두 개 나온다. 그중 하나를 고른다. 이걸 아홉 번 반복한다.

함정은 마지막에 있었다. 아홉 번째 방에서 감독관이 여덟 번째 선택이 틀렸다고 알려 준다. 그 시점에서 응시자는 두 가지를 할 수 있다. 돌아가서 고치거나, 그대로 간다.

대부분은 돌아간다. 틀렸다고 들었으니까.

서린은 삼 년 전 이 시험을 본 선배 열두 명의 기록을 봤다. 열 명이 돌아갔고, 두 명이 그대로 갔다. 두 명 중 한 명이 지금 학사과에 있고, 한 명은 자퇴했다.

기록에는 그 둘의 근거란이 남아 있었다. 학사과에 남은 사람은 근거를 썼고, 자퇴한 사람은 근거란이 비어 있었다.

평가 기준은 돌아가지 않는 것도, 돌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자기가 왜 그 선택을 했는지 말할 수 있는지였다.

서린은 그 기준을 알고 있었다. 삼 년 전부터 이 시험을 준비했다. 원장이 이 시험의 설계자였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 서린은 세 번째 문을 골랐다.

“근거.”

“문 앞의 바닥 마모가 가장 적습니다. 사람이 적게 지난 경로입니다.”

“그게 유리한 근거입니까.”

“모릅니다. 다만 제가 관찰한 것입니다.” 서린은 문을 열었다.

감독관이 적었다. 서린은 그 펜 소리를 세지 않았다.

두 번째부터 일곱 번째까지는 계산대로 갔다. 각 방에서 서린은 고르기 전에 버릴 쪽을 소리 내어 말했고, 고른 뒤에는 근거를 하나씩 남겼다.

네 번째 방의 근거는 공기 흐름이었다. 다섯 번째는 문틀의 페인트 두께. 여섯 번째는 소리였다. 여섯 번째에서 서린은 자기가 가람의 방식을 쓰고 있다는 걸 알았고, 그 사실을 근거란에 적었다. 조원의 관찰 방식을 차용함.

적으면서 그녀는 그게 감점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적었다. 남의 방식을 쓰고 자기 것처럼 적는 건 오늘 반납한 장구와 같은 종류였다.

값은 세 번째부터 왔다. 손목이 아니라 오른쪽 어깨였다. 어제 미로에서 열한 번 냈고, 값은 아직 다 빠지지 않았다.

미래가 그 얘기를 했다. 유서린 학생 값이 안 빠졌다고. 그때 서린은 그건 내 몸이라고 대답했다.

지금 여덟 번째 방에서 어깨가 반 박자 느리게 움직였다. 그건 미래가 옳았다는 뜻이었다.

서린은 그 반 박자를 근거란에 적지 않았다. 적으면 시험 중단 사유가 된다. 그리고 적지 않기로 한 것도 자기 결정이라고 정리했다. 정리해 두면 나중에 미래가 물어볼 때 숨긴 게 아니라 고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덟 번째 선택. 왼쪽.

아홉 번째 방에서 감독관이 말했다.

“여덟 번째가 틀렸습니다. 오른쪽이 정답 경로였습니다.” 감독관이 서류에서 눈을 들지 않았다.

서린은 문 앞에 서 있었다. 돌아가는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돌아가면 값을 낸다. 이미 고정한 결단을 철회하는 값이다. 어깨 상태로는 한 번이 한계였다. 그리고 돌아가면, 기록에는 유서린이 감독관 말을 듣고 판단을 바꿨다고 남는다.

그대로 가면 점수를 잃는다.

서린은 세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질문 있습니다.”

“말하십시오.”

“정답 경로라는 게 무엇의 정답입니까.”

감독관이 서류를 봤다. “최단 경로입니다.”

“저는 최단 경로를 고른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서린은 여덟 번째 방을 가리켰다. “저는 왼쪽 벽의 이음새가 열려 있어서 왼쪽을 골랐습니다. 근거를 남겼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감독관이 기록을 넘겼다. 여덟 번째 근거란에 그 문장이 있었다.

“…적혀 있습니다.”

“그러면 제 선택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기준입니다.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감점됩니다.”

“감점은 받겠습니다. 철회는 하지 않겠습니다.”

감독관이 처음으로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 “유서린 학생. 이 시험 설계자가 누군지 압니까.”

“압니다.”

“그러면 지금 답이 무엇이길 원하는지도 알 텐데요.”

“압니다.” 서린은 문고리를 잡았다. “그래서 안 합니다.”

서린은 아홉 번째 문을 열고 나갔다.

결과는 삼십 분 뒤에 나왔다. 최단 경로 감점 이 점. 근거 일관성 만점. 종합 일 위.

장구 없이 우승이었다. 두 번째였다.

서린은 점수표를 확인하기 전에 칼집 안쪽을 봤다. 네 칸이었다. 어제 세 칸이었다.

오늘 그녀는 철회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금이 늘었다.

서린은 그 사실을 세 번째로 기억해 뒀다. 미로에서 아홉 번 선언하고 열한 번 값을 냈는데 금은 한 칸이었다. 오늘은 철회가 없는데 한 칸이었다.

숫자가 두 번 안 맞았다. 두 번 안 맞으면 우연이 아니다.

서린은 세 번째 가능성을 적어 봤다. 금이 늘어나는 조건이 철회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오늘 그녀가 한 것 중에 미로 때와 같은 게 하나 있었다. 감독관이 정해 놓은 답을 따르지 않은 것.

가설이었다. 서린은 가설을 결론으로 쓰지 않는 사람이었으므로, 종이에 물음표를 붙여 접었다.

그녀는 칼집을 정비실에 맡기지 않았다.

저녁 전에 서린은 학사 이의 절차실로 갔다. 아침에 반각된 신청서를 다시 들고 갔다.

“같은 신청은 학기 내 재접수 불가입니다.” 담당자가 도장을 집지 않았다.

“같은 신청이 아닙니다.” 서린이 새 서류를 놓았다. “아침 것은 규정 신설 요구였습니다. 이건 기존 규정의 해석 요구입니다.”

담당자가 서류를 봤다.

안전 기여 항목. 학칙 제사십일조. 응시자가 타 응시자의 물리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 경우 별도 기여로 인정한다.

“이 조항은 구조 행위에 적용됩니다. 거부권 행사는 구조가 아닙니다.”

“구조입니다.” 서린은 철거 인원의 확인서를 꺼냈다. “3층 복도 하부 지지대는 절단된 상태였습니다. 표시가 없었습니다. 이가람 학생의 거부로 조현우 학생이 그 바닥을 밟지 않았습니다.”

“그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고—” 담당자가 말끝을 흐렸다.

“결과입니다.” 서린은 인정했다. “그래서 조항의 사전 차단 요건을 따로 씁니다. 이가람 학생은 확인되지 않은 소리를 근거로 멈췄습니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본인이 먼저 밝혔습니다. 기록에 있습니다.”

담당자가 미래의 두 줄 기록을 읽었다. 거부권 행사 1건, 결과 최하점. 사후 확인, 낙하 위험 실재.

“순서가 이렇게 적혀 있는데요.” 담당자가 두 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 순서가 근거입니다. 결과를 알고 잘한 척한 기록이 아닙니다.”

통과되는 데 이틀 걸렸다. 안전 기여 일 건. 7조 실습 점수에 이 점 오 반영.

최하점이 최하점 바로 위로 올라갔다. 그게 전부였다.

미래는 그 이 점 오를 정산표에 적으면서 한 줄 덧붙였다. 유서린 단독 신청, 조 이익, 본인 이익 없음.

“이 줄 지워도 돼요.” 미래가 물었다.

“왜 지워.”

“유서린 학생 기록에 남으면, 나중에 누가 이걸 조 편애라고 쓸 수 있어요.”

“쓰라고 해.” 서린이 말했다. “그때 이 줄이 근거가 돼.”

도윤이 그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서린은 그가 뭘 말할지 세 가지 예상했고, 세 개 다 감사 표현이었다.

“왜 해 줬어?”

예상 밖이었다.

“해 준 게 아니야.”

“그럼 뭔데.”

“내가 두 번 이겼어.” 서린은 점수표를 보여 주지 않았다. “두 번 이긴 사람 말은 학사과에서 들어. 한 번도 안 이긴 사람이 같은 신청을 냈으면 반각됐을 거야.”

“그건 아는데. 왜 그 힘을 여기 썼냐고.”

서린은 그 질문을 정확히 이해했다. 그리고 정확히 대답했다.

“내가 어제 그 상황이었으면 안 멈췄을 거야. 나는 정한 걸 안 바꿔. 그게 내 방식이고, 그 방식으로 오늘도 이겼어.”

“그런데?”

“그런데 어제 안 멈추면 애 하나가 떨어졌어.” 서린은 칼집을 한 번 만졌다. “내 방식이 항상 맞는 게 아니라는 증거가 처음 생겼어. 그 증거를 학교가 안 남기면, 내가 나중에 그걸 잊을 거야.”

도윤이 뭐라고 말하려 했다. 서린이 먼저 말했다.

“고맙다고 하지 마. 내 기록이야.”

“안 해.” 도윤이 말했다. “대신 하나 적어도 돼? 네가 오늘 장구 반납했다는 거.”

“그건 왜 적어.”

“내가 다음에 원장한테 뭐 받을 때 보려고.”

서린은 그 대답을 오래 검토했다. 지난주에도 도윤은 같은 요청을 했다. 자기 기억을 미리 고정하겠다고.

“적어. 문구는 내가 정할게.”

“문구 말해.” 도윤이 펜을 들었다.

“유서린, 방향 보정 장구 반납, 미개봉.” 서린은 한 번 더 말했다. “미개봉을 빼지 마.”

“왜 그게 중요해?”

“열어 봤으면 유혹을 이긴 게 되고, 안 열었으면 유혹이 없었던 게 돼.” 서린은 상자를 반납할 때 손이 한 번 멈췄던 걸 기억했다. “나는 안 열었어. 근데 열까 생각은 했어. 그건 안 적어도 돼.”

도윤이 적었다. 서린은 그가 미개봉이라고 정확히 쓰는지 확인했다.

생활관에 돌아왔을 때 문에 통지가 붙어 있었다.

후계 면담. 오늘 십구 시. 원장실.

축하 문구는 없었다. 서린은 통지를 떼어 손에 들고, 두 번 접었다. 접힌 자리가 칼집 안쪽 금과 같은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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