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은 창고와 빈집 사이의 지도를 바닥에 펼쳤다
증거분석관은 빠진 말을 듣는다 · 2026.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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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은 창고와 빈집 사이의 지도를 바닥에 펼쳤다. 사건표에는 두 개의 시간이 있었다. 04:03 배송 완료 사진, 그리고 04:01부터 상승한 냉장 구역 전력. 그 사이에 약품 상자가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동한 사람과 사진을 만든 사람은 아직 따로였다.
민우가 파란 테이프로 창고 출입구와 공동현관을 연결했다. 송주혁은 그 선을 보자 손을 뻗어 멈췄다.
“저 길로는 네 분 안에 못 갑니다.”
“차량을 쓰면 가능합니다.”
“차량이 공동현관 앞까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서진은 그 말을 동선 재현표에 적었다. 현장 기술자가 반박한 것은 수사를 방해하는 일이 아니라, 현장 지식을 검증 과정에 넣는 일이었다.
첫 번째 동선은 창고에서 약품 상자를 차량에 싣고 빈집으로 옮기는 경로였다. 두 번째는 창고 안에서 상자를 다른 냉장 카트로 넘긴 뒤, 미리 준비된 배송차량이 따로 이동하는 경로였다. 세 번째는 약품이 이미 빈집 근처에 있었고, 배송 완료 사진만 나중에 만들어진 경로였다.
서진은 세 경로에 같은 단서를 적용했다. 냉장팩 상변화 라벨, 공동현관 전력 사용, 운영실 테스트폰의 카메라 센서 결함. 셋 중 하나만 맞는 동선을 찾지 않고, 어떤 동선이 세 단서를 동시에 설명하는지 비교하기로 했다.
냉장팩 라벨은 일정 온도 이상에서 색이 바뀌었다. 창고에서 출고될 때는 아직 변하지 않았고, 배송 완료 사진 시각에는 가장자리만 색이 올라와 있었다. 약품이 상온에 노출된 시간은 짧았지만, 정확히 몇 분인지는 라벨의 상태만으로 알 수 없었다.
공동현관 전력 기록에는 04:02:31에 문이 열리고 04:03:04에 다시 닫힌 흔적이 있었다. 빈집 현관의 앱 사진 시각보다 열세 초 빨랐다. 문이 열렸다는 것은 누군가 공동현관 안으로 들어갔다는 뜻이지만, 약품을 가진 사람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테스트폰은 04:03:17에 사진을 만들었다. 카메라 센서에는 한 프레임이 지나치게 밝게 번지는 결함이 있었고, 그 번짐은 현관의 반사광과 비슷했다. 사진을 복제한 것인지, 테스트폰으로 직접 찍은 것인지 센서 결함만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민우가 첫 번째 동선을 선택했다. “차량에서 상자를 내려 공동현관으로 옮기고, 테스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겁니다.”
송주혁이 고개를 저었다. “차량에서 공동현관까지는 계단이 있습니다. 냉장팩 라벨의 상변화가 그 시간에 맞지 않아요.”
서진은 송주혁의 반박을 바로 정답으로 쓰지 않았다. 대신 실제 장비와 비슷한 냉장팩을 준비하고, 창고의 냉장 구역과 빈집 공동현관 사이를 세 번 이동했다. 실험은 사건의 실행을 복제하지 않는 범위에서 온도 변화와 시간만 비교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냉장팩의 가장자리가 6분 만에 변했다. 창고에서 빈집까지의 최단 경로는 4분 40초였고, 공동현관 대기 시간을 더하면 6분을 넘었다. 첫 번째 동선은 가능했지만, 사진 시각과 라벨 상태가 정확히 맞지는 않았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상자를 중간 냉장 카트에 옮겼다. 카트는 창고 뒤쪽 전력선에 연결됐고, 공동현관으로 이동한 시간은 3분 20초였다. 라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 당일 공동현관 전력에는 냉장 카트를 충전한 흔적이 없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빈집 근처에 상자를 먼저 두고, 테스트폰으로 사진만 찍었다. 라벨 상태와 사진 시각은 맞았지만, 04:02:31의 공동현관 전력 변화가 설명되지 않았다.
서진은 세 표를 나란히 놓았다.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았다. 민우는 첫 번째와 세 번째를 결합하면 된다고 했지만, 서진은 결합하기 전에 각 단서가 독립 출처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주혁은 공동현관 전력 기록의 센서 위치를 확인했다. 그는 전력이 문 모터가 아니라 냉장 보관함의 압축기에서 소비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기록 장치가 공동현관 전체의 전력을 한 줄로 묶고 있어, 문이 열린 시간과 냉장 장비가 움직인 시간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우가 말했다. “그럼 문이 열렸다는 증거도 아니네요.”
“전력 사용이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서진이 답했다. “문 개방은 영상이나 도어센서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송주혁은 그 반박을 듣고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도어센서의 배터리 잔량이 낮아 04:02 기록의 일부가 누락됐다고 말했다. 현장 기술자는 센서의 신뢰도를 낮추는 자료를 직접 제출하고 있었다. 서진은 그 행동을 협조로 포장하지 않고, 단서의 한계를 기록했다.
오후 세 시, 공동현관의 관리서버에서 도어센서 원본이 도착했다. 문은 04:02:31에 열렸지만, 문 앞의 무게 센서는 04:02부터 04:03 사이에 어떤 물체도 감지하지 않았다. 사람의 무게가 감지되지 않은 것인지, 센서가 누락된 것인지 아직 판단할 수 없었다.
서진은 네 번째 대안 동선을 만들었다. 문은 자동 점검 때문에 열렸고, 약품은 이미 현관 안쪽에 있었으며, 사진만 테스트폰으로 만들어졌다는 경로였다. 이 경로는 공동현관 전력과 사진 센서 결함을 설명하지만, 냉장팩 라벨의 변화를 설명하지 못했다.
민우가 말했다. “단서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네요.”
“그래서 같은 사람이 모든 일을 했다고 가정하면 안 됩니다.”
서진은 이동 시간과 접근 방향을 분리했다. 약품의 냉장 상태는 누군가가 짧은 시간에 옮겼다는 것을 가리켰고, 사진의 센서 결함은 테스트폰이 현관 근처에서 작동했다는 것을 가리켰다. 두 행동이 같은 사람의 행동인지, 다른 사람이 나눠 한 것인지는 아직 열려 있었다.
송주혁은 창고 안쪽의 작은 냉장 보관함을 가리켰다. 보관함은 배송차량이 들어오기 전에 약품을 잠시 보관하는 곳이었고, 전력 사용 기록에는 04:01에 문이 열렸다. 상변화 라벨의 상태는 그 보관함에서 꺼낸 뒤 짧은 이동을 거친 경우와 맞았다.
“왜 이 보관함을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습니까?” 민우가 물었다.
“처음 질문이 약품을 누가 훔쳤느냐였으니까요. 보관함을 말하면 제가 사람을 보호한다고 생각할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보호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제 말하는 겁니다. 자료가 먼저 확인되었으니까.”
민우는 그 대답을 듣고도 송주혁의 행동을 면죄부로 쓰지 않았다. 그는 보관함의 문 센서, 전력, 냉장팩 라벨을 별도 채취했다. 세 기록이 맞으면 약품이 창고 안에서 먼저 이동한 것은 확인되지만, 누가 옮겼는지는 여전히 남았다.
저녁 여섯 시, 세 갈래 재현표가 완성됐다. 첫 번째 동선은 시간과 라벨이 약간 어긋났고, 두 번째는 전력 기록이 맞지 않았으며, 세 번째는 공동현관과 냉장팩을 설명하지 못했다. 보관함을 포함한 수정 동선은 냉장팩, 전력, 사진 시각을 모두 설명했지만, 운영실 테스트폰에 접근한 사람의 진술과 맞지 않았다.
새로운 진술자가 생겼다. 야간 관리 직원 윤혜진은 04:00에 운영실에 있었고, 테스트폰을 만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수정 동선에서는 그녀의 접근이 필요했다. 서진은 그녀를 범인으로 적지 않고, 진술과 물리 동선이 맞지 않는 사람으로 기록했다.
밤이 되자 민우는 재현표를 송주혁에게 보여 주었다. 그는 가장 가능성 높은 동선을 고르지 않고, 어느 자료를 더 보존해야 하는지 물었다.
송주혁은 보관함의 냉장 전력 로그를 선택했다. 대신 자신이 보관함을 열었다는 사실은 기록하지 말아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그 자료가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어도 물리 증거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은 그 선택을 기록했다. 현장 기술자는 수사팀의 동선을 수정했고,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도 보존했다. 그러나 아딜의 신원과 연결될 수 있는 근무표는 여전히 보호기관에 있었다.
서진은 마지막으로 새 동선을 적었다. ‘냉장 보관함에서 약품이 먼저 전환되었을 가능성. 공동현관 전력은 문 개방과 보관함 압축기 사용을 분리 검증. 테스트폰 접근자 윤혜진의 진술과 물리 기록 대조.’
첫 가설은 또 한 번 좁혀지지 않았다. 대신 사건은 사람의 이름보다 장비와 시간이 앞서는 형태로 바뀌었다. 윤혜진은 밤늦게 회색실에 왔다. 그녀는 운영실 테스트폰을 만지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서진은 그 말의 범위를 먼저 확인했다.
“잠금 화면을 만지지 않았다는 뜻입니까, 아니면 사진을 만들지 않았다는 뜻입니까?”
윤혜진은 질문을 듣고 한참 뒤에 답했다. “잠금 화면을 잠깐 켰습니다. 사진은 제가 찍지 않았어요.”
그녀는 03:58에 운영실에 들어갔고, 04:06에 나왔다. 테스트폰은 그 사이 한 번 깨어났고, 사진은 04:03에 만들어졌다. 윤혜진은 화면에 배송지 주소가 떠 있어 확인하려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화면을 켠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민우가 압박하려 하자 서진이 막았다.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말과, 화면을 보지 않았다는 말은 다릅니다.”
윤혜진은 자신이 본 것은 현관 사진의 미리보기와 배송 번호뿐이라고 했다. 그녀는 냉장 보관함을 열었다는 사실도 인정했지만, 약품 상자를 옮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의 진술은 수정 동선과 일부 맞았고, 사진 생성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서진은 윤혜진의 접근을 물리 기록으로 분리했다. 화면이 켜진 시각, 냉장 보관함 전력, 사진 생성 시각. 세 시간은 가까웠지만, 하나가 다른 것을 증명하지 않았다.
송주혁은 그 진술을 듣고도 아딜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윤혜진이 본 화면에 어떤 개인정보가 있었는지 보호기관에서 확인하자고 요청했다. 사람의 정보가 또 다른 사람의 진술을 통해 새로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민우는 윤혜진의 접근을 테스트폰 증거 목록에 추가했지만, 그녀를 용의자로 확정하지 않았다. 서진은 그 표를 보며 한 줄을 고쳤다. ‘새 진술자는 동선과 일부 일치하나 사진 생성과의 인과는 미확인.’
밤이 깊어지자 냉장 보관함의 전력 로그와 상변화 라벨의 시간 범위가 맞물렸다. 약품은 창고 안에서 먼저 이동했고, 그 뒤 별도의 장치에서 사진과 토큰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건은 하나의 손이 아니라 두 개의 접근권을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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