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공동 봉인된 USB는 다음 날 아침 청소년 법률기관의 감정실로 옮겨졌다

증거분석관은 빠진 말을 듣는다 · 2026.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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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봉인된 USB는 다음 날 아침 청소년 법률기관의 감정실로 옮겨졌다. 다빈은 회색실에서 따라온 사람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봉인함을 바라보는 얼굴은 전날보다 차분했지만, 손은 계속 가방 끈을 잡고 있었다.

감정 담당자는 문서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파일 내용까지 열람하는 전체 감정 동의서였고, 다른 하나는 해시와 생성 시각, 최근 접근 기록만 확인하는 제한 감정 동의서였다. 그는 두 문서의 차이를 설명한 뒤, 어느 쪽도 수사팀 대신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용을 열면 혐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대신 제보자의 이름과 학교, 음성이 기록에 남을 가능성도 커집니다. 제한 감정은 그 반대입니다. 살인 동기와 파일 소유를 바로 증명하지 못할 수 있어요.”

다빈은 서진을 보지 않았다. 민우가 먼저 묻고 싶은 표정을 짓자 여름이 손을 들어 막았다. 답을 기다리는 사람은 다빈이어야 했다.

“파일 이름도 가릴 수 있습니까?” 다빈이 물었다.

“가능합니다. 해시와 생성 시각을 별도 식별자로 바꾸고, 원본 목록은 봉인 상태로 남깁니다.”

“최근 접근자는요?”

“계정 식별자는 일부만 표시할 수 있습니다. 접근 시각과 행위 종류는 남겨야 합니다.”

다빈은 제한 감정 동의서의 빈칸에 손가락을 올렸다. 언니가 남긴 내용이 사건의 핵심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핵심이라는 말은 내용을 모두에게 내놓을 권리가 아니었다. 그녀는 담당자에게 서명 전 질문을 적을 종이를 달라고 했다.

‘제보자의 원문은 어느 단계에서 누구에게 보입니까.’ ‘나중에 공개 범위를 바꿀 수 있습니까.’ ‘제한 감정 결과만으로도 살인 관련 기록을 보존할 수 있습니까.’

담당자는 세 질문에 각각 답을 적었다. 다빈은 그 답을 읽고 나서야 제한 감정에 서명했다. 서진은 서명 시각을 확인했지만, 다빈의 표정은 기록하지 않았다.

감정실 안쪽에서 봉인선이 촬영됐다. 담당자는 USB를 전용 장비에 연결하지 않고, 봉인함 밖에서 해시값만 읽을 수 있는 장치를 준비했다. 파일 내용은 화면에 나타나지 않도록 검은 마스크가 걸렸다. 생성 시각과 마지막 접근 시각이 두 줄로 떠올랐다.

한재희가 묶음을 만든 시각은 사건 전날 밤이었다. 마지막 접근은 사건 뒤였고, 접근 계정의 일부가 백상호의 장비 식별자와 맞았다. 하지만 장비 식별자는 복제될 수 있었다. 서진은 결과표에 그 가능성을 먼저 적었다.

민우가 말했다. “이 정도면 USB가 백상호 손에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손에 있었다와 접근을 시도했다는 건 다릅니다. 그리고 접근 시도와 살인 동기도 다릅니다.”

다빈이 화면을 보며 물었다. “그럼 이 결과로 언니가 무엇을 숨겼는지는 알 수 없나요?”

“알 수 없습니다. 대신 누가 언제 봉인된 자료에 접근하려 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 차이를 지우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담당자는 원문 파일의 해시를 새 봉인 기록에 넣고, 제한 감정 보고서와 분리된 보관번호를 발급했다.

회색실로 돌아온 뒤 상급기관은 전체 복제를 요구했다. USB 안에 회사의 안전점검 조작 자료가 있다면, 공범 규모를 확인하려면 원문을 봐야 한다는 논리였다. 여름은 그 요구서를 회의 테이블 가운데 놓았다.

“살인 혐의와 조직 범위가 한 파일에 묶여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숨긴 자료를 우리가 대신 숨겨 줄 겁니까?” 민우가 물었다.

다빈은 그 질문을 듣고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서진은 자신의 오빠 사건이 떠올랐다. 원문을 열면 윤준호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몇 년 동안 반복됐지만, 그때 원문을 본 사람들은 정작 누락된 17초를 설명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빈에게 자신의 욕망을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말이 선택을 밀어붙이는 근거가 될까 봐 입을 다물었다.

민우는 혐의를 두 묶음으로 나누었다. 살인·증거인멸·USB 탈취에 필요한 자료와, 안전점검 조작의 전체 규모를 확인하는 자료. 첫 묶음에는 현장 물성, 비상키 시험, 결제, 원격 초기화 실패, 제한 메타데이터가 들어갔다. 두 번째 묶음에는 아직 원문 내용이 필요했다.

“첫 묶음만으로도 송치할 수 있습니까?” 여름이 물었다.

민우는 한동안 답하지 않았다. 그는 원문 없는 기소가 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동시에 원문을 공개해 제보자의 안전을 잃으면, 증거를 확보했다는 말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었다.

“살인 사슬은 유지됩니다. 조직 조작 부분은 보류하거나 별도 수사로 남겨야 합니다.”

상급기관 담당자는 불만을 표했지만, 민우는 원문 내용 항목에 선을 그었다. 그 선은 수사의 후퇴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일부 혐의는 늦어질 것이었다. 그러나 다빈의 동의 없는 공개는 하지 않겠다는 회색실의 규칙이 문서에 남았다.

오후에 다빈은 지원실로 서진을 불렀다. 제한 감정 결과를 읽은 뒤 그녀의 얼굴에는 두 가지 걱정이 겹쳐 있었다.

“이렇게 하면 백상호가 덜 처벌받을까요?”

“가능한 결과를 나눠 봐야 해요. 살인과 증거인멸은 제한 기록으로 가고, 조작의 전체 규모는 더 늦게 갈 수 있습니다.”

“당신은 어느 쪽이 좋습니까?”

서진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윤준호 사건을 빨리 뒤집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 같은 편집 도구 계열일 수 있다는 단서가 그 욕망을 키우고 있었다. 다빈에게 그 선호를 말하면 동의가 형식이 될 수 있었다.

“제 선호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무엇을 잃을 수 있는지는 설명할게요.”

그녀는 제한 감정으로 남는 것과 남지 않는 것을 종이에 적었다. 원문은 봉인되고, 접근 시각과 계정 일부는 공식 기록에 남는다. 조작의 범위와 제보자의 서술은 당장 확정되지 않는다. 다빈은 그 목록을 직접 수정했다. ‘나중에 공개 범위를 바꿀 수 있음’을 가장 위에 올렸다.

“언니 이름도 아이 이름을 대신 결정할 권리는 없어요.”

서진은 그 문장을 듣고, 윤준호 사건의 원문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사실을 알고 싶은 욕망과 당사자의 선택권은 한 문장 안에서 쉽게 섞였다. 그녀는 수첩에 ‘원문 접근은 증거 필요성과 동의 범위를 함께 검토’라고 적었다.

저녁 여섯 시, 감정실에서 두 번째 결과가 왔다. 백상호 장비 식별자는 USB의 마지막 접근 기록과 일치했지만, 접근은 열리지 않은 파일 목록을 확인하려 한 시도였다. 실제 복사나 열람은 확인되지 않았다. 백상호가 USB를 가져가려 했다는 가설은 강화됐지만, 그가 원문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여름은 그 제한을 보고서 첫 줄에 넣었다. 민우는 불편해했지만 지우지 않았다. 서진은 자신이 원하는 범인을 더 크게 쓰는 대신, 반증 가능한 문장을 남겼다.

그날 밤 다빈은 봉인 갱신 확인서에 다시 서명했다. 원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백상호의 접근 시각, 파란 결제번호, 사건 전날 생성된 해시, 그리고 피해자가 자료를 보호하려 한 선택이 하나의 증거 묶음으로 남았다.

다빈은 서진에게 말했다.

“나중에 제가 공개하겠다고 하면, 그때도 다시 물어봐 주세요.”

“무엇을요?”

“그때 제가 정말 제 선택으로 말하는지.”

서진은 대답 대신 동의서의 다음 검토 날짜를 적었다. 회색실의 결말은 원문을 열어 얻는 폭로가 아니라, 열지 않은 기록이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움직이는지에 달려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상급기관은 제한 감정 보고서의 표현을 문제 삼았다. ‘접근 시도’라는 말은 의도가 약하고, ‘백상호 장비 식별자와 일치’는 사람이 아니라 장비를 가리킨다는 이유였다. 민우는 그 지적을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그대로 적었다.

“그러니까 더 강한 문장이 필요하다는 거죠.”

“더 강한 문장이 아니라, 더 많은 원문을 열자는 뜻일 겁니다.” 서진이 말했다.

“원문을 열면 무엇을 얻는지부터 써 봅시다.” 여름이 펜을 내밀었다.

민우는 첫째, 파일 내용과 백상호의 동기를 연결할 수 있다고 적었다. 둘째, 안전점검 조작의 추가 공범을 찾을 수 있다고 적었다. 그 아래 서진은 잃는 것을 적었다. 제보자 식별 가능성, 다빈의 미래 선택권, 원문이 한 번 열리면 회수할 수 없다는 사실.

다빈은 회의실에 들어와 그 목록을 읽었다. 그녀는 어느 쪽에도 감탄하지 않았다. 대신 ‘공개 시점과 공개 범위는 별도 결정’이라는 문장을 가운데 줄에 추가했다.

“범인을 잡는 데 필요한 자료와, 조직 전체를 밝히는 자료가 같은 문서라면 더 늦게 나눌 수 있어요.”

민우가 그녀를 보았다. “그 지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 위험을 설명해 주세요. 제 동의를 빨리 받으려고 겁주지는 말고요.”

회의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서진은 민우가 반박하는 대신 위험 항목을 다시 쓰는 모습을 보았다. 수사는 당사자에게 선택지를 주는 순간 느려졌지만, 그 느림이 기록되지 않은 압박을 줄였다.

저녁 무렵 감정 담당자는 봉인함의 외부 해시와 원본 보관 해시가 일치한다는 추가 확인을 보냈다. 원문을 열지 않았다는 사실도 검증 가능한 기록이 된 것이다. 여름은 그 결과를 첨부하고, 제한 감정으로 확보된 자료만으로 백상호의 접근·탈취 시도를 독립적으로 설명하는 문서를 완성했다.

다빈은 마지막 페이지에 서명하지 않고, 별도 부속표에만 서명했다. 그 부속표에는 제보자 보호, 재검토 날짜, 공개 변경 절차가 있었다. 한경민도 자신의 정정문을 같은 파일에 넣지 않고 별도 책임표로 제출했다. 각자의 후과를 하나의 감정적인 화해 문장으로 합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서진은 기록보관실에서 그 서류들을 번호별로 분리했다. USB 원문, 제한 메타데이터, 피해자 동의서, 수사 증거표. 네 묶음은 같은 사건을 가리키지만 권한은 같지 않았다. 그녀는 봉인 라벨을 붙이다가, 파란 삼각형 영수증의 고객번호가 윤준호 사건의 오래된 기록과 일부 겹친다는 메모를 발견했다.

서진은 그 메모를 바로 장기 연결로 올리지 않았다. ‘동일 계열 가능성’이라고 쓰고, 다른 해석 두 개를 옆에 적었다. 단순한 결제번호 재사용, 편집 서비스의 공통 고객 식별자. 다음 사건에서 확인할 질문이 생겼지만, 첫 사건의 범행을 그 질문으로 덮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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