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소빈의 손

멸문한 대사형은 문규부터 고친다 · 2026.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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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차가운 기운이 부엌을 맴돌았다. 안소빈은 솥뚜껑을 닦던 손을 멈추고, 굳어버린 손을 소매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팔꿈치까지 타고 올라오는 통증에 입술을 깨물며 비명을 삼켰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그녀는 얼굴을 억지로 펴며 고개를 숙였다.

"대사형님, 규율서기님께서 이른 새벽부터 어찌 주방까지 발걸음을 하셨습니까. 제가 마저 정리해 둘 테니 어서 돌아가 쉬십시오."

차연호는 대답 대신 탁자 위의 구리 주전자를 응시했다. 증기가 틈새로 길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안소빈의 소매 끝에 맺힌 작은 물방울과 팽팽하게 긴장된 어깨선에 시선을 머물렀다. 그는 왼손 엄지 마디를 꾹꾹 누르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저 주전자를 정산관 장로의 처소로 옮겨야 한다. 정산식 이후로 허리 통증이 심해 직접 들기가 버겁구나. 사매, 혹시 지금 저 찻잔에 물을 따를 수 있겠나? 정산관 장로에게 올릴 예의를 갖추려면 손목의 안정감이 무엇보다 중요해서 말이다."

안소빈은 찻잔을 받으려다 멈칫했다. 손끝이 떨리며 찻잔 테두리가 쟁반에 부딪혀 불길한 소리를 냈다.

"대사형님, 제가 따르겠습니다.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떨리는 오른손으로 주전자를 꽉 쥐었다. 그러나 손가락 마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주전자는 옆으로 기울어졌다. 뜨거운 찻물이 튀어 올라 안소빈의 소매를 적셨다. 주전자가 탁자 모서리에 부딪히며 소음을 냈다. 뜨거운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비명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손이 미끄러져서. 대사형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가 행주를 집으려 했으나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 바닥으로 떨어졌다. 차연호는 행주를 주워 탁자에 올리며 그녀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붕대가 젖어 피부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사매, 손을 보여다오. 아침부터 솥뚜껑을 닦을 필요는 없다. 이 물, 방금 끓인 것이라 뜨거웠을 텐데 데이지는 않았느냐."

"아닙니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이건 그냥 제가 서툴러서 그런 겁니다."

"진료방으로 가자. 백미령 사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차연호는 앞서 걸었다. 진료방의 공기는 차가웠다. 백미령은 탁자 위에 젖은 안소빈의 손을 펼쳐 놓았다. 그녀는 은침을 꺼내 손가락 끝과 손목 관절의 혈도를 꼼꼼하게 눌렀다. 백미령의 손가락이 맥을 누를 때마다 안소빈의 숨이 거칠게 끊어졌다.

"신경이 완전히 손상되었다. 이건 정산식 때 받은 충격이 아니다. 최소 수개월 전부터 반복된 반진이 관절에 누적된 흔적이다. 왜 숨겼나, 안소빈. 이 흉터는 정산식 때 생긴 게 아니야. 몇 달 전, 네가 처음으로 반진석을 만졌을 때 생긴 상흔이지?"

백미령의 냉정한 목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안소빈은 고개를 숙인 채 엄지손가락을 쥐어뜯었다.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수좌에 오르려면 이 정도 통증은 견뎌야 한다고 배웠기에. 사저, 그저 제가 아픈 게 들키면 저를 이곳에서 쫓아낼까 봐 무서웠습니다."

"그것은 배움이 아니라 방치다. 가족의 치부를 감추려다 네 몸까지 버릴 셈인가? 이 기록은 너를 살리기 위한 것이지, 문파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게 아니야. 기록고에서 반진장부 일부가 칼로 긁힌 것을 보았다. 문주의 명령으로 열쇠가 봉인되었으니, 이대로라면 너의 부상은 단순한 수련 부주의로 처리될 것이다."

백미령은 두 장의 종이를 펼쳤다. 하나는 치료용 기록, 다른 하나는 감사 제출용 공개 기록이었다.

"공개용 기록에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날짜와 통증의 원인을 상세히 적어 증언할 것인가, 아니면 가족 사정을 고려해 기록을 봉인할 것인가. 선택은 너의 몫이다."

안소빈은 떨리는 손으로 붓을 쥐었다. 차연호는 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소빈은 공개용 기록의 피해자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날짜는 정산식 당일이 아닌, 세 달 전의 첫 통증이 시작된 날로 고쳤다.

"이것으로 하겠습니다. 사저, 제 부상이 누구의 책임인지 밝히는 것보다 제가 왜 침묵해야 했는지 그 구조를 기록하고 싶습니다."

최율이 감사석에 앉아 기록을 살폈다. 옆에는 정산관 장로가 삐딱하게 앉아 있었다. 장로는 기록을 훑어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고작 어린 제자의 통증 기록을 근거로 반진장부를 열자고 하는 건가. 이는 문파의 위신을 깎아먹는 짓이다. 더구나 이미 지워진 기록을 지금 와서 들춘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차연호는 침묵했다. 최율이 헛기침을 했다.

"기록상, 안소빈 수련생의 부상 시점과 약재 반출 시기가 일치합니다. 장로님, 기록의 일부가 훼손된 것은 문규 위반입니다. 안소빈 수련생, 증언해 주십시오. 통증이 시작된 날, 누가 약재를 관리했습니까."

안소빈이 일어섰다. 손은 떨렸으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세 달 전, 전수장에서 반진석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제 담당 전수자는 정산관 장로님이셨습니다. 약재 냄새가 섞인 찻물을 건네주신 것도, 통증을 숨기라고 하신 것도 장로님이셨습니다. 이것은 제 개인의 부상이 아니라, 전수권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저를 방패로 삼은 기록입니다."

장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가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섰다.

"어디서 감히 스승의 이름을 더럽히느냐!"

도겸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는 장로의 멱살을 잡으려다 멈추고 차연호를 보았다. 도겸의 눈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왜 막으십니까, 대사형. 내 승리까지 의심하는 겁니까? 저런 노인네 하나 상대하는 데 제 도움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사형, 왜 이렇게 느긋하십니까? 이 기록이 지워진 게 누구의 짓인지 뻔하지 않습니까?"

차연호는 겸의 어깨를 짚었다.

"겸아, 지금은 힘으로 밀어붙일 때가 아니다. 기록이 증명하게 해야 해. 그래야 이 장로가 다시는 제자들의 고통을 지우지 못한다."

도겸이 숨을 골랐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사형, 저 장로가 장부를 뺏으려 하면 그땐 제가 직접 부러뜨리겠습니다. 제가 정산식에서 받은 반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사형이 제 뒤에서 전전긍긍하며 장부를 뒤지는 동안, 저는 제 몸으로 증명하겠습니다. 저 장로가 감추고 있는 반진의 값을 제가 직접 받아내겠습니다."

도겸은 장로 앞 탁자의 봉인된 반진장부를 가리켰다.

"열쇠를 내놓으십시오. 제 부상을 책임지겠다는 전수자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오늘 여기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차연호는 최율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는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으나 집법제자들이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도겸의 손이 장부 위로 닿았다. 최율이 서류를 펼쳤다.

"오늘의 감사는 정산관 장로의 전수권 박탈 여부와, 그에 따른 반진 책임의 전이를 심사한다. 서명하시오, 장로."

장로는 창밖을 보았다. 진무결은 상석에서 무심한 표정이었다. 장로는 떨리는 손으로 서명란에 인장을 찍었다. 차연호가 말했다.

"장로님, 인장을 찍으셨으니 이제 장부를 여십시오. 제자들의 고통이 당신의 권위보다 가벼운지, 우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겠습니다."

장로는 입술을 떨며 장부를 내밀었다.

"이게 너희가 원하는 정의인가? 문규를 들먹이며 스승의 권위를 짓밟는 것이?"

차연호는 장부를 받아 첫 페이지를 펼쳤다. 훼손된 흔적이 역력했다.

"정의가 아니라 책임입니다, 장로님. 전수자가 제자의 통증을 외면한 대가는, 이제 문파의 위신이 아닌 장로님께서 직접 치르셔야 할 겁니다."

차연호는 안소빈의 어깨를 두드리고 도겸의 옆으로 다가갔다. 장부의 훼손된 페이지마다 기록되지 못한 제자들의 부상이 얼룩처럼 남아 있었다. 차연호는 펜을 들어 빈칸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안소빈의 이름과 통증 수치였다. 장로가 장부를 뺏으려 했으나 도겸이 그 손을 쳐냈다.

"심사 시작합니다. 증거는 명백합니다."

도겸은 탁자 위에 덩그러니 남은 전수권 인장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는 인장을 덥석 집어 들었다가, 묵직한 무게감에 흠칫 놀라 손을 떨구었다.

"사형, 이게 뭐라고 이렇게 무겁습니까."

도겸이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소매로 인장을 문질러 닦으며 물었다.

"이건 권위가 아니라 문파의 빚이다. 겸아, 이 무게를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마라. 이제는 우리가 나눠 짊어질 것이다."

차연호가 도겸의 손등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쳐 인장을 단단히 고정했다. 안소빈은 옆에서 잉크가 든 벼루를 끌어당겼다. 그녀의 손이 다시금 미세하게 떨리자, 그녀는 스스로 손목을 한 번 꾹 누르고는 붓을 잡았다.

"대사형님, 여기 이름 옆에 빈칸을 더 만들어도 될까요? 제가 겪은 통증의 횟수뿐만 아니라, 그날 장로님께서 하셨던 말씀도 적고 싶습니다. 기록이 남으면, 적어도 다음 사매들은 저처럼 혼자 앓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차연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망설임 없이 붓끝을 종이에 눌렀다. 차연호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그것은 다음 세대의 전수권자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시작이었다. 차연호는 왼손의 저릿함을 참으며 펜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장로의 비명과 최율의 판정문이 섞였다.

장로가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전수권 인장을 탁자에 내던졌다.

"이것을 가져가라. 내 전수권은 여기서 끝이다. 하지만 너희가 짊어질 책임이 내 것보다 가벼울 것 같으냐?"

최율이 문턱을 넘으려다 멈춰 서서 그들을 돌아보았다.

"차 규율서기, 전수권 인장을 받은 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내일 정오까지 모든 장부의 복구본을 서기실로 가져오십시오. 그게 당신들이 선택한 책임의 첫 번째 증거가 될 겁니다."

최율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의 공기가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도겸은 붓을 쥔 채 연호를 보며 씩 웃었다.

"사형, 들으셨습니까. 우리 오늘 밤 잠은 다 잤군요."

장로가 사라지자 진무결은 자리를 정돈하고 차연호와 도겸을 보았다. 탁자 위에는 전수권과 책임이 결합된다는 원칙이 적힌 감사 기록서가 놓여 있었다. 도겸이 물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합니까, 사형. 장부는 열렸고, 다음은 누구입니까?"

차연호는 인장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 질감이 왼손의 저릿한 통증과 겹쳐졌다. 그는 장부를 덮고 인장을 도겸의 손에 쥐여주었다.

"다음은 우리다. 이 인장을 들고 전수관의 장부를 모두 확인해라. 이제부터는 우리가 책임을 질 차례다."

차연호는 진무결이 앉은 상석을 보았다. 진무결은 말없이 장부를 응시했다. 차연호는 인장을 넘겨준 손을 가슴에 얹고 인사했다. 긴장은 끝나지 않았다. 최율이 서류를 챙겨 일어섰다. 그는 차연호의 곁을 지나며 속삭였다.

"차 규율서기, 이 서류는 오늘 밤 문주에게 직접 전달하겠습니다. 그전에 장부를 완벽히 복구해 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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