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렘 소문은 재난으로 분류됩니다

4구원자와 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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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와 배신자

하렘 소문은 재난으로 분류됩니다 · 2026. 5. 14.

대피소 사람들은 세라를 구원자라고 부르다가 삼 초 뒤 배신자라고 불렀다.

세라는 둘 다 싫다고 말했다.

도진은 그 말부터 작전명으로 삼았다.

장미나는 작전명 옆에 괄호를 달았다.

둘 다 싫어(관계 판정 금지, 사람부터 구조).

구룡구민체육관 전광판에는 농구 점수 대신 역할 점수가 올라갔다. 구원자 윤세라 43. 배신자 윤세라 46. 승객 열두 명의 증언 영상이 재생될 때마다 숫자가 뒤집혔다. 관중석 아래 임시 대피 구역에서는 붉은 번호표와 파란 번호표가 서로를 밀어냈다.

미나는 중앙 카메라 뒤에서 숫자를 세었다.

“전환 주기 3.2초. 오차 0.4. 사람 하나가 누구 편인지 말할 때마다 역할이 바뀌고요. 아주 효율적인 지옥입니다.”

태호가 체육관 바닥에 충격 흡수 매트를 깔며 받았다.

“재고 스물넷, 출입문 셋, 지옥은 반품 불가. 결론. 통로부터.”

“데이터가 먼저지.”

“사람 깔리면 데이터가 유품이야.”

“정정. 통로 먼저.”

미나는 대시보드 첫 칸을 사람 위치 지도로 바꿨다. 카메라는 여전히 돌았지만 송출 버튼은 꺼 두었다. 자기 채널에서는 ‘비밀 연인 생존 4일 차’라는 검색어가 분당 이만 건씩 올라오고 있었다. 켜기만 하면 정지된 운영권을 되찾을 조회수였다.

원본은 안 팝니다.

그녀는 자기 말부터 지켰다.

체육관 북쪽 출입구에서 비명이 났다. 배신자 역할이 된 중년 남자가 자동문에 밀려 넘어졌다. 삼 초 뒤 구원자로 바뀌자 문이 그를 체육관 밖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손에는 구룡역 구조 원본이 저장된 방송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계정 서버 캐시가 지워진 뒤 남은 유일한 현장 원본이었다.

“사람 한 명, 원본 한 개. 북문에서 줄다리기 중.” 미나가 말했다.

세라는 왼팔로 지휘봉을 들었다. 오른팔 고정포는 풀지 않았다. “태호, 북문 전원 차단. 미나, 역할 전환 예고. 도진, 문구 대기. 내가 순서 정해.”

도진이 단말을 켰다. “확인. 지휘는 세라, 정정 문구는 나. 미나가 영향 범위를 읽고, 태호가 물리 중지권. 중지 신호는?”

“멈춰요.”

“누가 말해도?”

세라는 대피 구역을 훑었다. “당사자, 지휘, 물류, 분석. 넷 중 하나면 즉시.”

현주의 얼굴이 벽면 단말에 떴다. 특별감사실에서 보내는 음성 연결이었다.

“법무 반대 의견도 기록하십시오. 역할 전부 일괄 삭제안은 증인 동의가 없고 역류 대상을 알 수 없어 반대합니다.”

“기록.” 미나가 빠르게 입력했다. “현장 찬성, 분석 찬성, 물류 조건부 찬성, 법무의 광역 삭제 반대. 이번 안건은 북문 한 구역과 카메라 보존만.”

전광판 아래 전자 표결란이 열렸다. 세 직능 동의와 반대 의견 하나. 도진의 정정권은 그제야 회색에서 흰색으로 바뀌었다.

“이제 질문 가능.” 미나가 말했다.

태호가 북문 제어함을 열었다. “주 전원 끊으면 방화 셔터도 내려와. 수동 지지대 두 개, 버틸 시간 사십 초.”

“삼십 초 안에 시민부터.” 세라가 지시했다. “카메라는 놓쳐도 돼.”

중년 남자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 영상 없으면 내가 거짓말한 사람이 됩니다!”

세라가 그에게 소리쳤다. “영상보다 손목 먼저. 놓을지 말지는 당신이 정해요. 다만 문이 닫히면 팔이 부러져.”

남자의 번호표가 붉게 바뀌었다.

배신자는 증거를 파괴해야 합니다.

그의 손이 제 의지와 반대로 카메라를 바닥에 내리치려 했다. 삼 초 뒤 파란빛이 번졌다.

구원자는 증거를 홀로 지켜야 합니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가슴에 끌어안고 누구의 접근도 막았다. 역할 두 개가 같은 사람의 팔을 반대 방향으로 찢었다.

도진이 정정문을 띄웠다. “영향 당사자에게 읽습니다. ‘북문 카메라 소지자는 구조 증거를 파괴하거나 독점할 의무가 없다. 본인의 신체 안전을 우선하고, 원본 인계 여부는 구조 뒤 다시 선택한다.’ 이해하셨습니까?”

남자는 이를 악문 채 물었다. “놓으면 영상은 누가 지킵니까?”

미나가 카메라 렌즈가 아니라 저장 슬롯을 확대했다. “본체는 떨어뜨려도 메모리 카드 이중 기록 중입니다. 하나는 본체, 하나는 천장 중계기에 자동 복제. 지금 78퍼센트. 원본 해시 제가 화면에 공개할게요. 관계 장면은 안 팝니다.”

미나는 카메라의 촬영 종료 전용 해시를 먼저 읽었다. 본체 메모리의 마지막 프레임 번호, 전체 바이트 수, SHA-256 값이 세 줄로 떴다. 천장 중계기는 영상을 다시 압축하지 않고 그 바이트를 순서대로 복제하고 있었다.

“78퍼센트는 재생 시간이 아니라 비트 복제율이에요. 100퍼센트 뒤 세 값이 모두 같아야 원본으로 봉인합니다. 하나라도 다르면 사본 실패.”

“내 얼굴은요?”

“봉인. 공개 범위는 나중에 따로 물어요.”

“그럼 동의합니다.”

도진이 실행 칸에 손을 댔다.

세라는 사람들의 동선을 봤다. 북문 오른쪽에서 파란 번호표 셋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구원자 역할이 카메라를 대신 지키려 몰려오는 중이었다. 그대로 정정하면 새 역할이 셋에게 역류할 수 있었다.

“멈춰요.”

도진의 손이 화면에서 즉시 떨어졌다. 문구는 실행 직전 회색으로 돌아갔다. 그는 이유를 묻거나 자기가 막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빈 두 손을 들어 세라에게 보였다.

“중지 확인.”

미나는 그 동작에 자동으로 카메라를 돌릴 뻔했다. 짧고 잘 팔리는 장면이었다. 세라가 도진의 손을 보고 능력을 멈추게 하는 순간. 화면만 떼면 연애 예고편이 됐다.

그녀는 촬영 대신 지도에 파란 번호표 셋을 찍었다.

“북동 세 명 접근. 7초.”

“태호, 매트로 시야 끊어.”

태호가 충격 흡수 매트 두 장을 세워 임시 벽을 만들었다. “배송지 변경. 카메라는 안 보이고 사람만 보이게.”

구원자 셋은 증거를 보지 못하자 속도가 늦어졌다. 세라가 안내 방송을 잡았다.

“북문 시민 구조는 진행 중. 누구도 영웅 역할을 맡지 않습니다. 2번 통로로 이동. 뛰지 마.”

미나가 전환 주기를 확인했다. “5.8초로 늘어남. 소문 입력이 줄었어요.”

“도진, 다시.”

그는 문구를 처음부터 읽었다. 줄이지 않았고, 아까 동의했다고 생략하지도 않았다. 남자는 카메라를 놓을 수 있다는 설명, 몸을 먼저 옮긴다는 순서, 영상 공개는 별도 동의라는 조건을 다시 들었다.

“동의합니다.”

“실행.” 세라가 말했다.

정정문이 켜졌다. 남자의 손가락이 풀렸다. 카메라가 매트 위로 떨어졌고, 태호가 발로 본체를 문 안쪽에 밀었다. 세라는 남자의 허리띠를 잡아 수동 통로로 끌었다. 오른팔을 쓰지 못해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지만 지휘봉은 놓지 않았다.

“왼발. 다음 오른발. 문 보지 마.”

태호가 지지대를 하나 잃었다. “잔여 하나. 십이 초.”

미나는 천장 중계기 복제율을 봤다. 91퍼센트. 94. 96.

세라가 남자를 통로 밖으로 밀어냈다. “사람 완료.”

“원본 98.”

방화 셔터가 내려왔다. 카메라 본체가 아직 안쪽에 있었다. 도진은 손을 뻗지 않았다. 세라가 정한 순서에는 시민 다음에 장비가 있었고, 지금은 태호의 물리 중지선이었다.

태호가 남은 지지대를 빼며 외쳤다. “철수. 장비 배송 마감.”

“중계기 100. 해시 확보.” 미나가 답했다.

셔터가 카메라 본체를 으깨며 닫혔다. 렌즈가 깨지는 소리가 체육관에 울렸다. 중계기 화면에는 본체에서 미리 읽은 세 값과 복제본의 세 값이 나란히 떴다. 마지막 프레임 번호 일치. 바이트 수 일치. 해시 일치.

미나는 복제본을 읽기 전용으로 전환하고 자기 접근 기록까지 함께 봉인했다. 이제 누가 영상을 잘라도 어느 프레임을 뺐는지 비교할 수 있었다. 시민은 은하에게 손목을 맡기고 스스로 걸었다.

“공개 범위 다시 물을게요.” 미나가 남자에게 단말을 내밀었다. “구조 순서와 역할 전환은 감사팀 공개. 얼굴·이름은 봉인. 관계 질문은 미수집. 동의, 수정, 거부 중 골라요.”

남자는 부은 손목으로 ‘수정’을 눌렀다. “내가 카메라를 놓지 못한 장면은 넣으세요. 내가 영웅이라서 버틴 걸로 쓰지 말고, 번호표가 손을 못 놓게 했다고.”

“그 문장 그대로 기록.”

미나는 자신의 채널에 영상 대신 원본 해시, 구조 시각, 공개 동의 범위만 올렸다. 조회수 그래프는 형편없었다. 대신 원본 대조 창에는 초록불이 켜졌다. 재밌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믿을 수 있는 기록을 하나 더 남겼다.

작은 승리였다. 사람도 살았고 원본도 남았다. 대신 카메라 한 대와 태호의 지지대 둘, 세라의 얼굴에 번진 통증이 청구서로 남았다.

도진이 세라에게 물었다. “오른팔 통증?”

“일곱. 작전은 계속.”

“검사 시간 지났어.”

“알아.”

“내가 지휘 안 해. 은하에게 교대 가능 여부만 물을게.”

세라는 잠깐 그를 봤다. 칭찬 대신 다음 권한을 건넸다. “물어봐. 답은 은하가 해.”

미나는 그 대화를 원본 기록에 넣되 관계 태그를 달지 않았다. 협업. 중지 준수. 의료 교대. 세 단어면 충분했다.

북문 시민은 자기 발로 치료 구역에 들어갔다. 전광판의 역할 점수보다 그 걸음이 먼저 결과가 되었다.

그때 꺼 두었던 송출 단말이 혼자 켜졌다.

조정국 공식 계정이 새 클립을 재게시했다. 도진이 손을 들고 세라를 보는 장면, 세라가 “멈춰요”라고 말하는 장면, 셔터가 닫힌 뒤 둘이 서로를 확인하는 장면만 붙어 있었다. 시민 구조와 원본 해시, 태호의 매트, 미나의 경고는 잘렸다.

위기 속에서도 서로만 보는 비밀 연인.

미나가 원본과 편집본의 프레임을 겹쳤다. 게시물 하단 승인 표식이 눈에 걸렸다. 현주의 이의신청 도장 한쪽에 있던 세 갈래 선과 닮아 있었다. 체육관 벽의 오래된 재난정책 안내판에도 같은 표식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 이상은 알 수 없었다.

“표본 하나 추가요.” 미나가 말했다.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공식 계정이 우리보다 빨랐습니다.”

세라가 렌즈가 아니라 도진의 손을 봤다.

“멈춰요.”

도진이 즉시 단말에서 손을 뗐다.

이번에는 능력이 아니라, 공식 계정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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