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렘 소문은 재난으로 분류됩니다

2연인이라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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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라는 단어

하렘 소문은 재난으로 분류됩니다 · 2026. 5. 10.

도진은 ‘연인’이라는 단어만 지우면 끝난다고 생각했다.

세라는 수정안을 두 줄 읽고 종이를 접었다.

“싫어요.”

능력은 정말로 멈췄다.

대신 복도에 앉아 있던 승객 열두 명이 배신자와 구원자로 갈라졌다.

구룡재난병원 3층 복도에는 진료실보다 카메라가 많았다. 구조된 승객들은 임시 증언실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고, 조정국 직원들은 그 앞에 번호표를 붙였다. 세라의 오른팔은 고정포에 묶여 있었다. 통증은 여덟. 표정은 둘. 그녀는 둘만 밖으로 내보냈다.

도진이 내민 수정안 첫 줄에는 ‘비밀 연인 관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 아래 두 번째 줄이 문제였다.

윤세라는 판단 능력 저하를 인정하고 현장 지휘 및 승진 심사를 자진 포기한다.

연인을 지우는 대신 경력을 잘라 내는 문장이었다.

“이걸 누가 썼어?” 세라가 물었다.

“조정국 표준안.”

“누가 가져왔냐고.”

도진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거슬렸다. “내가 요청했어. 네 승진 동결을 빨리 풀 방법부터 달라고.”

“그래서 승진 심사 자체를 없애자?”

“사적 관계 심사를 없애려면 지휘 이해관계를-”

“내 직업을 없애면 직업상 불이익도 없다는 계산이네.”

도진의 입이 닫혔다. 세라는 접은 종이를 그의 단말 위에 올려놓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오른팔 대신 왼손을 썼다. 종이 모서리가 정확히 ‘동의’ 버튼을 가렸다.

“다시 묻죠. 내가 왜 거절했는지 알아?”

“네 미래를 내가 비용으로 잡았으니까.”

“절반.”

도진은 침묵했다. 급해질수록 질문을 줄이고 조항을 늘리는 사람에게, 침묵은 드물게 맞는 선택이었다.

“나를 연인으로 만든 소문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려고, 내가 현장대장이 아니라는 거짓말에 서명하라는 거잖아. 틀린 문장을 다른 틀린 문장으로 덮었어.”

“맞아.”

“그리고 내 어깨가 다쳤으니 판단 능력도 다쳤을 거라고 추정했고.”

도진의 손이 수정안을 구겼다. “그건 동의가 아닙니다. 내가 먼저 폐기할게.”

“아니. 원본 보존.”

세라는 그의 손에서 종이를 빼냈다. 누가 어떤 거짓말을 가장 편리하다고 골랐는지 남겨야 했다. 뭉개진 결재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급여 압류서에 찍혀 있던 번호와 같았다. 공동서명자의 이름은 이번에도 검은 칠 아래 숨었다.

강은하가 진료 카트를 끌고 둘 사이에 섰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손은 수정안이 아니라 세라의 맥박부터 잡았다.

“통증 숫자부터 말해요.”

“넷.”

“그 숫자는 대장님 체면이고요.”

“여섯.”

“맥박은 여덟이라고 하는데.”

은하는 고정포 매듭을 다시 조였다. 세라가 이를 악물자 선택지를 둘만 남겼다.

“진통제 맞고 계속 읽기. 아니면 지금 검사실. 친절은 동의가 아니니까, 제가 대신 고르진 않을게요.”

“진통제. 십 분 뒤 검사.”

“기록합니다. 십 분.”

도진이 자기 손목 단말을 내렸다. 세라의 부상 상태를 대신 설명하지 않았다. 어제 한 번 배운 사람처럼 굴었다.

복도 끝 모니터에서 잡음이 터졌다.

첫 번째 승객의 번호표가 붉게 변했다.

배신자 1. 영웅과 연인의 조작을 은폐한 목격자.

그 옆에 앉은 여자의 번호표는 파랗게 빛났다.

구원자 1. 두 사람의 진짜 사랑을 증명할 유일한 목격자.

열두 명의 번호표가 차례로 갈라졌다. 배신자 여섯, 구원자 여섯. 복도에 있던 기자들이 문구를 읽기 시작하자 병원 바닥이 낮게 울었다.

“읽지 마세요!” 세라가 일어섰다.

오른쪽 어깨가 뜨겁게 당겼다. 은하가 그녀의 앞을 막는 대신 카트 바퀴를 잠갔다.

“뛰면 검사실로 바로 보냅니다.”

“안 뛰어. 통제선만 옮겨.”

세라는 왼손으로 비상 칸막이를 밀었다. 기자와 승객 사이가 가려졌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배신자 번호표를 단 중년 남자가 출입문을 열려 하자 잠금장치가 그를 밀어냈다.

출입 제한. 공공 대피소 위해 인물.

파란 번호표를 단 여자가 남자를 잡아당겼다. 이번에는 그녀의 손이 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증언 의무. 구원자는 현장을 떠날 수 없습니다.

“나는 그런 거 본 적 없어요!”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저 두 사람이 연인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저도 은폐 안 했습니다.” 남자가 문을 걷어찼다. “시키는 대로 엎드려 있었어요!”

역할은 증언을 요구했고, 두 사람에게는 말할 수 있는 사실이 없었다. 빈칸을 가장 시끄러운 소문이 차지했다.

도진이 단말을 열었다. “증인 역할 전부 삭제하는 문구를 만들면-”

“멈춰.”

세라의 한마디에 그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굳었다.

“한 사람씩 동의받지 않으면 또 전가돼. 어제 규칙 봤잖아.”

“그동안 여섯 명은 밖으로 못 나가.”

“그래서 빨리 거짓말하자는 결론은 안 돼.”

“알아. 그런데 내가 만든 수정안 때문에 시작됐어.”

“네 죄책감도 지휘권 아니야.”

그 말은 짧았고, 도진에게 정확히 들어갔다. 그는 화면을 껐다. “무엇부터 물을까?”

세라는 승객들을 봤다. 구조 현장에서 노인을 먼저 내보내자고 했던 사람, 아이에게 자기 마스크를 씌워 준 사람, 들것 위에서 자신의 지휘를 증언해 준 회사원도 있었다. 누구도 두 사람의 관계를 판정할 의무는 없었다.

“본 것과 추정한 걸 나눠. 관계 질문은 받지 않는다고 먼저 고지해.”

“원본 영상 공개 범위는?”

“얼굴 가리고 구조 순서만. 압류서 결재번호는 보존. 내 부상 기록도 빼지 마.”

“승진 동결에 불리할 수 있어.”

세라는 도진을 보았다. 이번에는 그가 답을 대신 내놓지 않았다.

“불완전한 원본으로 조사해. 안전한 거짓말은 폐기.”

도진이 고개를 한 번 숙였다. “확인.”

영상 담당 직원이 끼어들었다. “당사자 열두 명의 개별 동의를 언제 다 받습니까? 우선 대표 증언 한 건으로 정리하시죠. 파란 번호표 중 한 분이 두 분 관계를 인정하면 나머지는-”

복도 반대편에서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났다.

오현주가 검은 서류 가방을 든 채 통제선 앞에 멈췄다. 그녀는 직원의 말을 단어 그대로 되받았다.

“‘관계를 인정하면 나머지는’ 무엇이 됩니까?”

“역할 충돌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요건이 다릅니다. 목격은 관계 동의가 아니고, 대표 증언은 나머지 열한 명의 입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현주는 출입문에 붙은 배신자 목록을 사진으로 남겼다. 아직 누구 편도 들지 않은 차가운 동작이었다.

“이 문장은 기록하겠습니다. 다만 수정안 승인 요청은 하지 마세요. 저는 원본과 당사자 질문지가 오기 전에는 검토도 시작하지 않습니다.”

도진이 물었다. “지금 열두 명이 갇혀 있어도요?”

“그래서 더 안 됩니다. 긴급하다는 말이 동의를 추정할 근거라면, 이 병원에는 거절권이 없습니다.”

세라는 현주에게 수정안 원본을 내밀었다. “결재번호부터 비교해 주세요. 급여 압류서와 같아요.”

현주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사본 말고 원본으로 보겠습니다.”

그 사이 배신자 번호표를 단 승객 둘이 문을 함께 밀었다. 파란 번호표를 단 승객들은 떠나면 안 된다는 역할에 끌려 그들을 붙잡았다. 선의와 탈출이 몸싸움으로 바뀌었다. 은하가 카트를 밀어 사이를 갈랐다.

“아픈 쪽부터 말해요! 영웅, 배신자 말고 다친 데!”

“손목이요!”

“숨이 안 쉬어져요!”

“좋아요. 그건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 번호표는 저쪽 세 분이 처리하고.”

은하는 세라, 도진, 현주를 차례로 가리켰다. 돌봄을 관계 응원으로 바꿀 틈이 없는 배치였다.

세라는 비어 있는 정정 양식을 끌어왔다. 오른팔을 쓸 수 없어 글씨가 왼쪽으로 기울었다. 도진은 펜을 잡아 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종이가 밀리지 않도록 끝만 눌렀다.

세라는 삭제할 말부터 썼다.

비밀 연인. 영웅의 소유물. 관계를 판정하는 대표 증언.

남길 사실도 썼다.

윤세라가 구조 순서를 지휘했다. 백도진은 동의받은 조항만 실행했다. 마태호가 경로를 변경했다. 승객 열두 명의 증언은 각각 독립한다.

마지막 칸에는 허용 가능한 최소 문구를 적었다.

당사자가 직접 보거나 들은 사실 외에는 누구의 관계도 증명할 의무가 없다.

도진이 물었다. “이 문구로 한 사람씩 질문해도 돼?”

“읽게 하고, 질문 받고, 거부하면 다음 사람. 거부한 사람 번호표는 건드리지 마.”

“시간이 걸려.”

“내 미래도 걸렸어.”

세라가 처음 수정안을 펼쳤다. 경력 포기 문장 아래로 굵은 선을 그었다. 조정국 직원이 붙잡으려 했지만, 현주가 서류 가방으로 그의 손을 막았다.

복도 모니터에 새 안내가 떴다.

역할 충돌로 임시 대피소를 폐쇄합니다.

철제 방화문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안에는 배신자 여섯과 구원자 여섯, 밖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세라는 내려오는 문 아래에 수정안을 밀어 넣었다. 반대편 승객이 종이를 받아 들었다.

“첫 줄부터 읽어 주세요.” 세라가 말했다. “싫으면 싫다고 해도 됩니다.”

반대편에서 종이를 받은 회사원이 첫 줄을 소리 내 읽었다. 번호표의 붉은빛이 목까지 번졌지만 그는 관계 문장 앞에서 멈췄다.

“내가 본 건 윤 대장이 순서를 정했고 백 씨가 그 말을 들었다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저 수정안을 먼저 가져온 건 백 씨죠? 그 사람 때문에 우리가 배신자가 된 거 아닙니까?”

복도 모니터가 즉시 문장을 잘랐다.

배신자 백도진. 구원자 윤세라.

밖에 있던 가족들이 도진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세라가 입을 열기 전에 다른 승객이 종이를 낚아챘다.

“아니요. 출구를 연 건 백도진 씨였어요. 윤 대장은 우리보다 자기 승진 기록부터 챙겼고.”

이번에는 역할이 뒤집혔다.

구원자 백도진. 배신자 윤세라.

방화문이 멈췄다가 다시 내려왔다. 두 증언이 충돌할 때마다 잠금장치가 열림과 폐쇄를 번갈아 명령받았다. 문 아래 종이를 잡고 있던 회사원의 손등이 철판에 눌렸다. 은하가 무릎을 꿇어 손을 빼냈고, 현주는 비상 정지함의 유리를 서류 가방 모서리로 깼다.

“두 진술 모두 본 사실과 책임 추정이 섞였습니다. 다음 질문부터 분리하세요.”

세라는 두 이름이 번갈아 붉어지는 화면을 보았다. 자신이 원한 독립 증언은 같은 결론이 아니었다. 거절권을 지킨다고 갈등이 예쁘게 정리되는 것도 아니었다.

“좋아요.” 그녀가 방화문 너머로 말했다. “누가 배신자인지는 빼고, 누가 뭘 했는지만 다시 말해 주세요. 관계 질문은 거부해도 됩니다.”

방화문이 두 사람 사이를 막았다.

세라는 남은 원본의 여백에 한 줄을 더 적어 도진에게 보여 주었다.

내 미래는 각주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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