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배급표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내가 구한 사람들 때문에 미래가 틀렸다 · 2026.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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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표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배급표가 벽에 붙자, 체육관 소리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먼저 숫자를 읽지 않았다. 자기 구역 이름을 찾았다. A동 301, 학교 무지개 매트, 2-B 구조자, 경로당, 상가 지하. 줄마다 식수, 생활용수, 약품, 보온, 이동 가능 여부가 적혀 있었다. 가장 오른쪽에는 외부인 수용 가능량이 있었다.

그 칸이 싸움을 불렀다.

"우리도 모자라는데 외부인을 왜 받아요?" A동 주민이 말했다. 그는 906호 남자와 다른 사람이었지만, 손에는 같은 종류의 페트병이 들려 있었다. "셀 5는 우리 물 달라면서요. 밖 사람까지 들이면 다 죽습니다."

채소영이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체육관 안쪽에서 2-B 아이들의 줄을 옮기고 있었다. 아이 하나가 늦게 반응하자, 파란 선 표시를 본 보조자가 손을 잡았다. 그 작은 절차가 먼저였다.

최명숙은 배급표 앞에 섰다. "받자는 말 안 했어요.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계산한 겁니다."

"조건이고 뭐고 안 됩니다."

"그럼 약 들고 온 사람도 못 받습니까?"

주민의 말이 멈췄다. 흰 선 밖에 약품을 든 사람들이 도착했다는 제보가 들어온 지 6분. 아직 확인 영상은 없었지만, 외곽 경비선 근처 라디오 제보 둘이 같은 말을 했다. 아이 해열제, 항생제, 인슐린 보냉함. 그리고 사람 14명.

한서진은 방송하지 않았다. "원본 둘, 위치 하나, 영상 없음. 내부 공지로도 조심해야 해."

임도윤이 말했다. "약품 존재도 미확인. 사람 수 14명도 미확인."

최명숙이 그를 봤다. "그럼 표에는 후보로 적어요. 미확인이라고 크게."

그녀는 오른쪽 칸에 썼다. `외부 약품 후보 / 인원 14 후보 / 흰 선 앞`. 글자를 크게 쓰고, 옆에 물음표를 세 개 붙였다. 소문을 숨기면 밖에서 온 사람들이 괴물이 되고, 확정하면 구세주가 된다. 둘 다 위험했다.

채소영이 마침내 배급표 앞으로 왔다. "외부인 수용 칸을 공개하면 아이 보호자들이 먼저 흔들립니다. 자기 가족은 왜 못 들어오냐고요."

"그래서 공개합니다." 최명숙이 말했다. "숨기면 나중에 더 크게 터져요."

"공개 순서가 문제입니다. 먼저 내부 기준을 말해야 합니다. 누가 들어올 수 있고, 들어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포기라뇨."

"자리, 물, 약 우선순위. 그리고 감염 확인 시간."

둘의 목소리는 커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들었다. 선악 토론이 아니었다. 14명이 들어오면 물 몇 리터가 줄고, 약품은 몇 명에게 돌아가며, 보호자 없는 아이들의 안정 구역이 얼마나 좁아지는지의 문제였다.

나는 끼어들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의 말을 표에 나눠 적었다. 최명숙: 공개하지 않으면 쟁탈. 채소영: 기준 없이 공개하면 패닉. 둘 다 맞았다. 맞는 말 둘이 충돌할 때 회의가 필요하다.

장유라가 말했다. "공동 기준 만듭니다. 지금."

최명숙은 팔짱을 꼈다. "내 기준은 간단해요. 약품을 들고 온 사람은 물자와 사람을 분리해서 봅니다. 약만 빼앗지 않습니다. 들어오려면 인원, 증상, 약품 목록 공개."

채소영이 바로 고쳤다. "공개 대상은 전체 방송이 아니라 심사표입니다. 아이 이름처럼 약품 소유자 이름도 보호해야 합니다. 약 가진 사람을 방송하면 문 앞에서 털립니다."

"그럼 누가 믿어요?"

"검증자 셋. 의료 담당, 주민 대표, 기록 담당. 전체에는 총량과 조건만."

최명숙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좋아요. 대신 거짓말하면 퇴거가 아니라 배급 제한. 밖으로 내쫓는 말은 금지."

"동의합니다." 채소영이 말했다. "내쫓는다는 말이 나오면 아이들이 자기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그 한 문장에 체육관이 조용해졌다. 누군가 내쫓기는 상상을 하면, 보호자 없는 아이들이 먼저 자기 몸을 작게 만든다. 채소영은 그런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공동 기준은 길지 않았다. `외부 수용 후보: 생명 유지 물자 동반, 증상 확인, 인원 확인, 약품 총량 검증, 내부 필수 배급선 유지, 가족 여부는 우선권 아님`. 마지막 줄에서 항의가 나왔다. 가족 여부가 우선권이 아니라니.

채소영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가족은 확인합니다. 하지만 문 여는 순서는 위험도와 물자, 내부 안전 기준입니다. 가족이라고 먼저 들어오면, 가족 없는 아이가 뒤로 밀립니다."

최명숙은 뒤이어 말했다. "그리고 약품 가져왔다고 왕 대접도 없습니다. 약은 공동 표에 올리고, 사람은 심사표에 올립니다. 둘 다 기록합니다."

말이 끝나자 사람들의 불만이 한쪽으로 몰리지 못했다. 누군가는 너무 차갑다고 했고, 누군가는 너무 무르다고 했다. 그 사이가 작동 가능한 자리였다.

외곽 라디오가 잡혔다. 잡음이 심했지만 서진은 원본을 살렸다.

"흰 선 앞... 약품... 아이 둘... 노인 셋... 경비가 통과..."

신호가 끊겼다. 영상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제보자가 같은 위치를 말했다. 셀 5 쪽이 아니라 셀 2 경계에서 온 사람들일 가능성도 있었다. 확정할 수 없었다.

임도윤은 "화이트라인"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다. `흰 선 경계 인근 민간 통제자`라고 적었다. 최명숙은 답답해했지만 지우지 않았다. 나중에 법적 책임을 물으려면 지금의 정확함이 필요했다.

배급표는 계속 바뀌었다. 2-B에서 나온 보냉함 건전지 여섯 개가 약품 칸으로 갔고, 906호 생활용수는 화장실 보조로 이동했다. 물탱크 임시 보수로 얻은 8시간은 외부인 14명을 전부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아니었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약품과 즉시 치료가 필요한 일부뿐일 수 있었다.

A동 주민이 다시 말했다. "그러면 밖에서 애가 울어도 못 들여보냅니까."

장유라가 답하지 않았다. 채소영이 답했다. "울음으로 순서를 정하지 않습니다. 숨, 열, 피, 보호자 없음, 안쪽 자리. 그걸로 정합니다."

"잔인하네요."

"네." 채소영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같은 기준을 쓰겠습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사람을 붙잡았다. 선함을 약속하지 않고 기준을 약속하는 쪽이 더 믿을 수 있을 때가 있다.

서진은 내부 방송으로 기준을 읽었다. 문장마다 검증, 후보, 미확인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듣기 좋은 방송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송 뒤 사람들은 소문을 묻기보다 표 앞에 줄을 섰다. 자기 집에 남은 해열제 두 알, 물티슈 한 팩, 보냉 가방 하나를 신고했다. 공개 장부가 통제 권력을 무너뜨리는 원리는 거창하지 않았다. 숨겨야 힘이 되는 물건을, 모두가 보는 표 위에 올리는 일이었다.

최명숙은 마지막으로 빈칸 하나를 만들었다. `받지 못하는 이유`. 채소영이 그 칸을 보고 물었다. "그걸 왜 써요?"

"거절도 기록해야 나중에 사람이 덜 미워요."

채소영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 확인 조건` 칸도 붙입시다. 거절로 끝내지 않게."

두 사람은 같은 펜을 번갈아 잡았다. 충돌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표가 생겼다.

그때 외곽 관측 라디오가 다시 살아났다. 이번에는 더 또렷했다.

"흰 선 앞 도착. 약품 보냉함 확인. 사람들 막힘. 아이 하나 열 높음. 통과 요청 중."

장유라는 바로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영상 확인 전 접근 금지. 흰 선 앞이면 통제자 의도가 먼저입니다."

A동 주민이 소리쳤다. "아이 열 높다잖아요!"

"그래서 뛰지 않습니다. 뛰면 우리 쪽 아이도 다칩니다."

채소영은 방송실로 들어가 외곽 제보자에게 말할 문장을 직접 썼다. `아이 체온, 의식, 호흡, 보냉함 종류, 동행 인원, 막는 사람 수`. 아이가 불쌍하냐는 질문이 아니라, 들여보낼 방법을 만드는 질문이었다.

최명숙은 배급표에서 약품 칸을 다시 계산했다. "해열제는 우리 쪽에도 부족합니다. 항생제는 종류 모르면 못 씁니다. 인슐린은 보냉 상태가 더 중요하고요. 약품이라고 다 같은 약품 아니에요."

"그걸 방송하면 밖 사람들이 약 이름을 꾸며낼 수 있습니다." 임도윤이 말했다.

"그래서 전체 방송에는 안 합니다. 검증자 셋에게만."

한서진은 라디오로 외곽 제보자에게 짧게 물었다. "보냉함에 온도 표시 있습니까?"

잡음 뒤 대답이 왔다. "초록 스티커. 숫자 안 보임. 아이 이마 뜨거움. 흰 완장 둘. 차 한 대."

흰 완장. 이번에도 임도윤은 이름을 확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명숙은 표에 `흰 완장 2`라고 적었다. 법적 명칭이 아니라 현장 식별이었다. 두 기록은 같이 있어야 했다.

채소영은 체육관 문을 하나 더 닫았다. 가족 확인 줄이 외곽 소식을 듣고 흔들렸기 때문이다. "밖에 아이가 있다고 해서 여기 아이들이 일어나면 안 됩니다. 앉아 있는 것도 돕는 겁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지 않았다. 아이들을 착하게 만드는 말이 아니라, 할 일을 주는 말이었다. 앉아 있는 것도 돕는 일. 그 문장 하나에 작은 발들이 다시 매트 위에 붙었다.

서진이 말했다. "다음 창에 질문 보냅니다. 답 오면 수용 심사. 답 없으면?"

최명숙이 답했다. "답 없으면 약품 후보 유지. 문 안 엽니다."

채소영이 덧붙였다. "단, 아이 의식 저하 확인되면 구조대 판단으로 예외."

둘이 서로를 봤다. 최명숙은 표를 지키고, 채소영은 예외 문을 남긴다.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사람은 다치거나 지워진다.

장유라는 그 둘의 말을 하나로 묶었다. "기준은 표, 예외는 현장 생명 위험. 기록하고 움직입니다."

배급표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대신 모든 진실을 자동으로 말해 주지도 않았다. 누가 빈칸을 만들고, 누가 예외를 기록하는지에 따라 표는 문이 되거나 벽이 된다.

외부인 수용 기준은 곧 내부 갈등을 다시 건드렸다. 2-B에서 구조된 남자가 손을 들었다. "우리는 방금 들어왔는데, 그럼 우리도 외부인입니까?"

체육관이 조용해졌다. 좋은 질문은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최명숙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채소영도 잠깐 펜을 멈췄다.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정의를 대신 내리면 또 내 말이 기준이 된다.

채소영이 먼저 말했다. "2-B 분들은 이미 내부 대피 절차 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배급 우선권은 기존 주민보다 높지 않습니다. 의료 위험과 이동 가능성 기준으로 같습니다."

최명숙이 뒤이어 표를 고쳤다. `기존/신규` 칸을 지우고 `절차 편입` 칸을 만들었다.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도 절차에 들어오면 내부입니다. 들어오기 전에는 후보. 약품만 먼저 빼앗지 않음."

2-B 남자는 고개를 숙였다. 안심인지 불만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기 위치가 생겼다. 위치가 없으면 사람은 소리부터 커진다.

A동 주민은 다시 따졌다. "그럼 흰 선 앞 사람들도 들어오면 내부라는 겁니까?"

"네." 채소영이 말했다. "그래서 기준이 필요합니다. 못 들일 이유만 쓰면 우리는 문지기가 되고, 무조건 들이면 안쪽 사람을 지우게 됩니다."

최명숙은 그 말을 듣고 `다음 확인 조건` 칸을 더 크게 그었다. "나는 물건이 어디 숨는지 봅니다. 선생님은 사람이 어디서 무너지는지 보세요."

채소영은 체육관 매트 사이 간격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칸은 제가 씁니다. 자리, 보호자, 예외."

둘의 충돌은 같은 표 위에서 조금씩 합쳐지고 있었다.

임도윤은 새 기준표 아래에 작은 서명 칸을 만들었다. "결정자 이름이 있어야 합니다."

최명숙이 인상을 썼다. "책임 떠넘기려고요?"

"아니요. 나중에 누가 임의로 바꿨는지 보려고요."

채소영은 먼저 자기 이름을 썼다. 손이 조금 느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최명숙은 그 옆에 이름을 썼고, 장유라는 현장 예외 판단자로 따로 서명했다. 나는 마지막에 `출처 기록` 칸에만 이름을 남겼다. 그 배치가 지금 우리의 권한 지도였다.

서명된 표가 붙자 주민들의 불만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대신 목표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누구에게 화내야 하는지보다 어느 칸을 고쳐야 하는지 묻기 시작했다. 그 정도면 진전이었다.

서진은 그 표를 방송하기 전에 원본을 촬영했다. "이건 나중에 누가 착한 척했다고 자르지 못하게 남깁니다. 우리는 거절도 했고, 예외도 만들었고, 둘 다 기록했습니다."

채소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최명숙은 "말 길게 하지 마요"라고 했다. 둘 다 자기 방식으로 동의했다.

방송이 나가자 2-B 아이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밖에 있는 아이도 들어오면 우리 자리 좁아져요?"

채소영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조금 좁아질 수 있어. 그래서 누가 어디 앉는지 다시 정할 거야."

아이는 매트를 한 뼘 접었다. 작은 양보가 표보다 먼저 움직였다.

최명숙은 그 한 뼘을 표에 적지 않았다. 대신 여백에 작은 점만 찍었다. 계산되지 않는 양보까지 배급으로 바꾸면, 다음 아이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선의를 장부에 올리면 선의도 세금이 된다.

약품을 든 사람들이 흰 선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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