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석탄
파산 공작령의 아이를 난로에서 꺼냈습니다 · 2026. 3. 22.
석탄 저장고 바닥에는 검은 가루가 손바닥 한 뼘 남아 있었다. 에다는 장부대로면 사흘이라고 했고, 카시안은 실제 소비량이면 하루라고 고쳤다. 그는 장갑을 벗지 않은 손으로 대화로실 열쇠를 집었다. “이번에는 내가 눕겠습니다.” 세레나는 열쇠보다 그의 얼굴을 먼저 보았다.
그 말은 저장고에서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자루보다 먼저 바닥에 떨어졌다.
아무도 바로 줍지 않았다.
카시안은 침묵을 허락으로 계산하지 않았다. 세레나에게서 받아 온 대화로실 열쇠는 차가웠다. 어젯밤 건넨 것을 회의 때문에 잠시 돌려받았을 뿐인데도 손 안에 들어오자 익숙한 무게가 됐다. 문을 잠그고, 사람을 내보내고, 자기 몸으로 빈칸을 메우면 된다. 전쟁에서는 그 순서가 틀린 적이 드물었다.
에다가 쪼그려 앉아 빈 자루의 밑단을 뒤집었다. 검은 가루가 장갑 위로 흘렀다.
“이건 장부에 한 자루로 적혀 있어요.”
“젖어서 굳은 몫을 털어 쓴 겁니다.” 창고지기가 말했다.
“그럼 쓴 사람이 있겠죠.”
“주방에서 조금, 병동에서-”
“조금은 단위가 아니에요.”
에다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공손했다. 카시안은 그 말투를 알았다. 누군가 그녀에게 당연한 일을 또 맡겼다는 뜻이었다.
세레나는 빈 자루 여덟 장을 벽에 기대 세웠다. 저울, 배급 장부, 병동 온도표, 야간 명단이 그 앞에 놓였다.
“남은 자루가 아니라 남은 밤을 세죠. 병동, 주방, 두 공동실, 두 집 시험. 각각 누가 불을 지키고 몇 시간 자는지도 같이요.”
창고지기가 은식기 매각 장부를 내밀었다.
“장식 화로와 은 식기를 팔면 석탄을 살 수 있습니다. 다만 왕실 압류 목록이라 감사관님 승인 없이는-”
“오늘 팔 수 있습니까?”
“상단이 오는 데 닷새입니다.”
“그럼 오늘 밤 연료가 아닙니다.”
세레나는 장부를 밀어 두었다. 카시안은 그녀가 쉬운 희망을 표에 넣지 않는 점만은 인정했다.
“군용 비축은?” 세레나가 물었다.
“없습니다.”
에다가 고개를 들었다.
“북쪽 마구간 지하에 세 자루 있잖아요.”
카시안은 조카를 바라봤다.
“비상 철수용이다.”
“누구 철수요?”
“환자와 아이들.”
“그 명단에 세탁실 사람은 없죠.”
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철수 계획은 말과 수레, 호위 인원을 기준으로 짰다. 세탁실과 주방 인력은 성에 남아 마지막 식사와 붕대를 준비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들을 빼면 이동이 멈춘다는 사실과, 그래서 그들을 남겨도 된다는 결론을 같은 문장에 넣어 두었다.
세레나가 물었다.
“세 자루를 쓰면 철수 가능 시간은 얼마나 줄죠?”
“반나절.”
“안 쓰면 오늘 밤 어느 곳을 끕니까?”
카시안은 지도를 펼쳤다. 빈 객실 열둘. 가문 욕실 하나. 연회장 금박 난로. 서쪽 복도. 그곳을 모두 끄면 병동과 두 공동실에 열을 돌릴 수 있었다. 두 집 시험까지 유지하려면 주방 불을 줄여야 했다.
“수프를 하루 한 번으로 줄인다.”
에다가 바로 말했다.
“안 됩니다.”
“빵으로 대신한다.”
“얼어붙은 빵을 씹을 이가 없는 환자가 일곱이에요. 수프를 줄이면 의원이 아니라 주방 사람이 밤새 죽을 끓여 따로 나릅니다.”
“그럼 세탁 불을 줄여.”
“붕대를 찬물에 빨면 감염이 늘고, 마르는 데 두 배 걸립니다. 그 시간은 누가 맡죠?”
에다는 새 표를 꺼냈다. 세탁솥 두 시각, 병동 죽 세 시각, 물 운반 네 명, 장작 쪼개기 두 명. 기존 배급 장부에는 없던 칸이었다.
“저는 두 집 기록 양식만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표까지 제가 만들었네요. 다음부터 빠진 돌봄 노동은 담당자가 직접 적게 해 주세요.”
세레나는 표 아래에 자기 이름을 썼다.
“이번 누락 확인은 제가 맡겠습니다. 에다 씨는 양식만 넘기고 쉬세요.”
에다는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쉬는 시각도 적어 주세요.”
세레나는 바로 적었다.
카시안은 지도에서 가문 욕실을 가장 먼저 지웠다. 이어 빈 객실과 서쪽 복도를 지웠다. 연회장 난로를 끄면 귀족 숙소가 차가워지고, 그 열을 병동 주전자와 공동실 화로로 옮길 수 있었다.
“연회장도 끈다.”
창고지기가 얼굴을 굳혔다.
“금박 난로를 식히면 배관이 갈라질 수 있습니다.”
“수리 비용을 적어.”
“공작가 자산입니다.”
“병동 사람도 공작가 책임이다.”
카시안은 자기가 한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 전에는 자산을 지켜야 사람을 지킨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지켜야 할 자산이 사람의 밤을 먹고 있었다.
연회장으로 올라갔을 때 금박 난로에는 아직 붉은 숯이 남아 있었다. 하인 둘이 불집게를 들고 망설였다. 카시안은 직접 재받이를 열었다. 불 냄새가 장갑을 뚫고 올라오자 호흡이 짧아졌다.
하나, 둘.
그는 불꽃 대신 바닥의 대리석 이음선을 세었다.
“각하,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명령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세레나가 옆의 빈 양동이를 들었다.
“두 사람이 나눠 옮겨요. 한 사람이 끝내지 않습니다.”
카시안은 거절할 이유를 찾았다. 없었다. 그는 재받이 절반만 들었다. 나머지는 하인이 들었다. 숯은 병동과 공동실 은 화로로 나뉘었다. 금박 난로의 불이 꺼지자 천장까지 번지던 빛이 사라졌다.
대신 아래층 병동 주전자에서 처음 김이 올랐다.
환자 하나가 양손으로 컵을 감쌌다. 공동실에서는 젖은 장갑이 줄에 걸렸다. 연회장 배관이 식으며 금속 우는 소리를 냈다. 승리는 아니었다. 적어도 어떤 방을 포기해 어떤 손을 녹였는지는 볼 수 있었다.
병동 안쪽에서 세탁 담당 리사가 김이 오른 주전자를 받아 들었다. 마시는 물로 쓰지 않았다. 굳은 피가 붙은 붕대를 대야에 넣고 물을 조금씩 부었다. 옆 침상의 노인이 컵을 내려놓았다.
“내 건 됐소. 저 사람 붕대부터.”
“컵 하나와 붕대 물은 같은 몫이 아니에요.” 리사가 대답했다. “둘 다 쓰고, 모자란 시간을 적는 겁니다.”
그녀는 노인의 컵을 다시 손에 쥐여 주고 세탁표에 연회장 숯 한 삽, 물 끓인 시각, 다음 붕대 교환 시각을 적었다. 에다가 표를 받아 보더니 리사의 이름 아래 비어 있는 교대 칸을 짚었다.
“이대로면 리사 씨가 저녁까지 계속하네요.”
“지금 손을 바꿀 사람이 없어요.”
카시안은 습관처럼 병사 하나를 부르려다가 병동 문에서 멈췄다. 불을 나르는 힘과 피 묻은 붕대를 다루는 기술은 같지 않았다.
“배울 사람은?”
리사가 공동실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어젯밤 불침번에서 빠졌던 주방 아이가 담요 수를 세고 있었다.
“저 아이 말고 성인으로요. 오늘 한 번 가르치면 내일 두 시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카시안은 부상자 명단 뒤에 있던 경상병 둘을 불렀다. 한 사람은 손목을 다쳐 물통을 들 수 없었고, 다른 사람은 걷지 못했지만 앉아서 붕대를 삶고 펼 수 있었다. 리사는 그에게 집게 잡는 법부터 보여 주었다. 첫 붕대는 바닥에 떨어졌다. 아무도 일을 다시 빼앗지 않았다.
교대 시간은 즉시 줄지 않았다. 오히려 가르치는 동안 리사의 일이 반 시각 늘었다. 세레나는 그 반 시각을 숨어 있는 비용으로 표에 적고, 다음 날 돌려줄 휴식으로 묶었다.
금박 난로의 불 하나가 병동 주전자뿐 아니라 처음으로 대체자를 만드는 시간까지 샀다. 카시안은 그 시간을 자기 공으로 계산하지 않았다.
그래도 계산은 맞지 않았다.
군용 비축 세 자루를 더해도 두 집 시험과 외곽 방벽을 함께 유지하면 사흘이 아니었다. 하루하고 반나절. 바람이 세지면 하루.
카시안은 사람들을 내보내고 대화로실로 갔다. 문은 잠그지 않았다. 차가운 화로석에는 노아가 누웠던 작은 체형의 자국이 남아 있었다. 열선 고리를 들자 손끝이 저렸다.
그가 누우면 출력은 돌아온다. 성인은 아이보다 오래 버틴다. 병사와 주민이 장작을 나를 시간도 벌 수 있다. 모든 손실이 자기 몸 하나로 정리된다.
세레나가 열린 문으로 들어왔다.
“회의실에서 기다렸습니다.”
“결론은 같습니다.”
“누구 결론이죠?”
“내 몸이다.”
“노아도 그렇게 말했겠죠.”
카시안은 열선 고리를 움켜쥐었다. 불 가까이에 오자 왼손 장갑 안 오래된 흉터가 당겼다.
“나는 성인이고 위험을 압니다. 군 시절에도 사흘씩 못 잤습니다. 내가 눕는 동안 두 집 시험과 연료 운반을 끝내면-”
“끝낸 뒤에는요?”
“그때 다시 정한다.”
“기억과 손끝이 얼마나 남을지 모르는 사람에게 다시 결정권을 맡기겠다고요?”
“대안이 있습니까?”
세레나는 없다고 말했다. 너무 빨리 인정해서 카시안이 다음 말을 놓쳤다.
“완성된 대안은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 몸을 대안이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
“거절하면 외곽에서 사람이 얼어 죽을 수 있다.”
“허락하면 다음 부족 때마다 가장 책임감 강한 사람부터 눕게 됩니다.”
“그 책임은 내가 진다.”
“당신이 누우면 야간 동선은 부관이, 노아의 상태는 에다가, 장부와 주민 항의는 제가 떠안습니다. 그건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일을 남기고 몸을 빼는 겁니다.”
카시안의 손에서 고리가 흔들렸다.
세레나는 빼앗지 않았다. 대신 대화로실 열쇠를 문밖 탁자에 놓았다.
“회의실에 가져갑니다. 누가 몇 시간 일하고 무엇을 포기하는지 공개하죠. 그 표를 보고도 당신이 눕는 게 유일한 길이면, 그때 다시 반대하겠습니다.”
“반대할 권한이 있습니까?”
“응급 중단 권한은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 제안 때문에 늘어날 노동을 공개할 의무도요.”
카시안은 한동안 화로석을 보았다. 문은 열려 있었다. 복도 끝에서 에다가 병동 교대자에게 표를 설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아는 공동실이 아니라 침대에서 쉬고 있었다. 아직 두 집은 따뜻하지 않았고, 석탄은 하루치였다.
그는 열선 고리를 내려놓았다.
회의실의 빈 교대표에는 밤 칸이 여섯 개 있었다. 카시안은 첫 칸에 자기 이름을 썼다. 화로석이 아니라 연료 운반 두 시각. 그 아래에는 부관 이름과 병사 둘, 베른 집 수리 담당, 공동실 기록 담당이 차례로 들어갔다.
세레나가 마지막 칸을 비워 두었다.
“예비 교대입니다. 지금 여기 없는 사람이 선택할 자리예요.”
카시안은 그 빈칸을 채우지 않았다.
대화로실 열쇠는 회의 탁자 한가운데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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