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표결지는 조약 비준과 에이라 해임을 한 줄에 묶어 놓았다

혼인계약 심판관은 왕관을 거부한다 · 2026.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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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지는 조약 비준과 에이라 해임을 한 줄에 묶어 놓았다.

백색 칸은 합병 혼인 조약 비준, 에이라의 심판관 자격 유지. 흑색 칸은 조약 재심, 에이라 해임과 보증금 몰수. 자신을 지키려면 조약을 통과시켜야 하고, 조약을 막으려면 자기 직업을 내놓아야 했다.

황실 평의회 본회의장에는 아홉 표가 걸려 있었다. 백색 넷, 흑색 넷. 마지막 벨렌 표는 다리우스의 손에 있었다.

수석 의장이 긴급성 때문에 묶음 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경과 심판관 책임을 한 번에 확정해야 한다.”

에이라는 두 안건의 손실 주체를 읽었다. 조약 비준은 혼인 당사자·북부·여성 상속권에 영향을 준다. 심판관 해임은 에이라의 자격과 보증금에 영향을 준다. 원인도, 당사자도, 담보도 달랐다.

“분리 표결을 요구합니다.”

“기각한다. 두 사안은 같은 이의에서 발생했다.”

“같은 사건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같은 선택은 아닙니다.”

의장은 이미 인쇄된 표결지를 배포했다. 다시 인쇄할 시간이 없다는 말까지 붙였다. 시민 서기들이 빈 종이를 가져왔지만 황실 서기는 공식 양식이 아니라고 거부했다.

테오른은 북부 참여 확인서 사본을 들었다. 군사 표 아래에는 ‘북부는 공개 심리에 참여한다’고만 적혀 있었다. 조약 승인이나 에이라 자격 판단은 없었다.

“내 표를 백색 칸의 조약 찬성으로 계산하지 마라.”

조약 지지파가 반박했다. “북부 군사 표가 제출됐으니 국경 당사자는 동의한 것이다.”

테오른은 식량 보증과 권한 손실 문서를 함께 펼쳤다. 세 장은 수레 봉인끈으로 꿰여 한 장만 떼면 구멍이 남았다.

“참여와 복종을 같은 동사로 쓰지 않았다.”

수석 의장은 북부 표를 의결권이 아니라 당사자 참석 증명으로만 인정했다. 묶음 표결의 정당성은 흔들렸지만 표결 자체를 멈추지는 않았다.

에이라는 자기 해임을 떼어 달라고 구걸하지 않았다. 대신 백색과 흑색 어느 쪽이 어떤 권리를 가져가는지 표결판 양옆에 붙였다. 위원들이 한 칸을 고르면 두 결과를 모두 자기 이름으로 책임지게 했다.

첫 백색 표는 황실 계약국장 게렌에게서 나왔다. 그는 조약 적법 주장에 비상절차 발동권과 저택 지분을 걸었다. 숨은 상속권 문구가 확인된 뒤에도 보호 신탁일 가능성을 주장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조약 지지 귀족, 네 번째는 국경 긴급 위원이었다.

흑색 넷은 시민 위원 둘, 북부 평의회 유라, 사원 독립 위원이었다. 그들은 조약 재심에는 찬성했지만 에이라 해임에는 의견이 달랐다. 묶음 때문에 같은 칸을 쓸 수밖에 없었다.

다리우스가 벨렌 찬성패를 들었다. 백색에 놓으면 조약은 비준되고 에이라는 자격을 지킨다. 그는 딸을 살린 아버지로 남으면서 가문 채권 연장도 얻는다.

“에이라.” 그가 가족 호칭을 썼다. “내가 이 표를 놓으면 네 자격은 산다. 가문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해라.”

에이라는 답하지 않았다. 표는 다리우스 것이었고 약속은 자신의 선택이었다. 하나를 다른 하나의 대가로 만들지 않았다.

마레아가 벨렌 표의 당사자 확인 기록을 들고 일어났다. 라센의 혼인표는 찬성, 마레아는 미정. 전날 평의 결정에 따라 혼인과 묶인 가문 표는 당사자 확인 전까지 대기 상태였다.

다리우스가 말했다. “혼인 제안은 자정으로 끝났다. 이제 가주 표는 자유롭다.”

“표의 대가가 사라졌다는 확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제안서에는 만료 뒤 벨렌 표가 자동으로 다리우스에게 돌아간다는 문구가 없었다. 자정까지 혼인하면 표를 준다고만 적혀 있었다. 혼인이 성립하지 않았을 때 표의 방향은 빈칸이었다.

마레아는 찬성도 반대도 선언하지 않았다. “불완전한 가문 명령에는 기권 칸이 필요합니다.”

수석 의장이 기권은 묶음 표결 양식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 벨렌 표를 무효로 기록하십시오. 저는 쓰이지 않은 동의를 아버지 뜻으로 채우지 않습니다.”

에이라 지지자 한 명이 마레아에게 흑색을 요구했다. 조약을 막으려면 지금 자매 의리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마레아는 그쪽도 보았다. “제 표는 에이라의 구원 서사가 아닙니다.”

다리우스는 백색패를 그녀 손에 밀어 넣으려 했다. 마레아는 패를 받지 않고 표결판 앞에 기권 신청서를 놓았다. 여성 가신 대표 둘과 시민 채권자 한 명이 전날 평의 기록을 증명했다.

수석 의장은 표결을 중단하고 자격 심사를 열었다. 삼십 분 동안 아홉 표의 시계가 멈췄다. 황실 측은 가주 권한을, 시민 측은 당사자 확인 조건을 주장했다.

판정은 좁았다. 벨렌 표는 혼인 거래와 결합된 상태에서 유효 방향을 얻지 못했다. 다리우스도 마레아도 백색이나 흑색으로 단독 행사할 수 없다. 기권으로 기록한다.

백색 넷, 흑색 넷, 기권 하나.

시민 개표관 셋이 패를 다시 셌다. 백색과 흑색은 각각 다른 함에 넣고, 벨렌 찬성패는 어느 함에도 넣지 않은 채 투명 덮개 아래 놓았다. 다리우스는 가주 권한을 이유로 패를 백색함에 옮기려 했지만 여성 가신 대표가 전날 평의 번호를 읽었다.

수석 의장은 벨렌 표에 ‘방향 미확정’ 도장을 찍었다. 표 하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누가 행사할 수 있는지가 해결될 때까지 정치 효력을 잃었다. 마레아의 기권도 조약 반대 표로 계산되지 않았다.

국경 긴급 위원은 재표결을 요구했다. 숨은 상속권 문구의 중간 조건이 판독되면 의견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시민 위원은 오늘 표결의 실패가 영구 폐기가 아니라 정식 재심으로 넘어갈 이유라고 답했다.

과반이 없었다. 조약 비준은 실패했고 에이라 해임도 실패했다. 흑색안 자체가 통과한 것은 아니므로 조약은 폐기되지 않고, 숨은 권리 문구와 강압 증거를 다루는 정식 재심 전까지 기존 정지 상태를 유지한다.

에이라의 자격은 유지됐다. 동결 보증금은 돌아오지 않았다. 재심이 끝날 때까지 계속 묶였다.

테오른의 담보 판정인 다섯이 앞으로 나왔다. 시민 심사관 둘, 북부 평의원 둘, 황실 패널 한 명이 시민 증언을 묶음 표결로 다른 안건과 결합하고 북부 참여 표를 조약 복종으로 사용하려 한 시도가 담보 조건에 해당하는지 판정했다.

시민 증언 배제 조건은 다섯 중 셋 찬성으로 인정됐다. 테오른은 이 조약에서 세습 거부권을 쓸 수 없게 됐다. 비공개 강행 조건은 인정되지 않았다. 표결 방식이 부당해도 본회의와 표 수는 공개됐기 때문이다.

군사 표는 자동 동결되지 않았다. 테오른은 북부 참여 인장이 재심 전 다시 조약 동의로 쓰이지 않도록 별도 동결안을 냈다. 삼십 일 또는 정식 재심 종료 중 먼저 오는 날까지 철함을 열지 않고, 국경 명령은 평의원 셋의 공동 서명으로 내보낸다. 북부 평의회와 시민 보관관이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철함의 세 열쇠에는 새 봉인끈이 묶였다. 북부 긴급 명령은 평의원 셋의 공동 서명으로만 나간다. 테오른은 결과를 뒤집으려 하지 않았다.

“동결을 확인한다.”

확인 직후 국경에서 급수 마차 스무 대 요청이 들어왔다. 테오른은 군사 표 없이 요청서를 유라에게 넘겼다. 평의원 둘은 마차 수를 승인했지만 셋째는 민간 우물 사용료가 빠졌다고 돌려보냈다. 수정에 한 시간이 걸렸고 급수 마차는 열여덟 대로 줄었다.

테오른은 지연을 전시 비효율이라고 기록했다. 동시에 마을 우물을 무상 징발할 수 없게 된 비용도 적었다. 동결은 결과대의 문장이 아니라 그날 저녁 첫 보급 명령의 속도와 수량을 바꿨다.

세습 거부권 정지는 자신이 걸어 둔 담보가 발동한 결과였다. 군사 표 삼십 일 동결은 재심에서 참여 인장이 다시 조약 동의로 쓰이지 않게 하려고 테오른이 별도로 제출한 제한이었다. 둘 다 에이라 자격 유지의 보상은 아니었다.

다리우스는 마레아에게 가문 이름 사용 중지와 남은 상속 청구 동결을 통보했다. 이미 잃은 저택·배당·후계 실무권에 더해, 그녀는 벨렌 감사가 끝날 때까지 가족 대표 자격도 잃었다.

“네 기권 때문에 가문 채권 연장이 끊긴다.”

“그 손실을 감사 장부 첫 줄에 넣으세요.”

마레아는 승리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시민 숙소 보증금도 빚졌고 개인 마차는 임대 중이며, 여성 가신 연합은 새 대표를 고르고 있었다. 벨렌 표를 아무에게도 주지 않은 대가로 자신도 가문 안에서 아무 표가 없어졌다.

평의회는 결과를 공개대에 걸었다. 조약 정식 재심, 에이라 자격 유지, 보증금 동결 유지, 테오른 군사 표 삼십 일 동결, 세습 거부권 해당 조약 사용 정지, 벨렌 표 기권.

에이라의 자격패도 즉시 돌아오지는 않았다. 해임안이 실패했다는 확인표가 새로 붙었고, 그녀는 그 패로 재심을 지휘할 수 있었지만 같은 사건의 최종 판정에는 단독 참여할 수 없었다. 원본 복원과 자기 보증금이 얽혀 있기 때문이었다. 시민 심사관 둘과 사원 독립 위원이 최종 판정단에 추가됐다.

그녀는 직업을 지켰지만 권한 전체를 되찾지 못했다. 보증금도 계속 묶여 숙소와 서기 급료를 개인 수입으로 버텨야 했다.

90일 상호 거부권 협약 중간 심사 기록도 같은 날 확정됐다. 유지·수정·해지 중 수정 유지, 다음 심사 시각 공개, 일방 연장 금지. 첫 약속의 미지급 의무는 공개 회의록에 닫힘 표시를 받았다.

테오른은 에이라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전날 취소된 초대는 여전히 취소 상태였다. 그는 결과대 반대편에서 물었다.

“다음 재심 자료를 공동 기록함에 올려도 됩니까?”

“자료만 올리십시오. 회의 초대는 별도입니다.”

“확인했습니다.”

사랑 고백도 약혼 발표도 없었다. 대신 두 사람은 서로의 권력이 실제로 줄어든 결과표에 각자 서명했다.

회의가 끝나기 전 시민 감사관들이 벨렌 문서고 감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숨은 혼인 부속표, 채권 연장 대가, 에이라 어머니의 계약 원본을 열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벨렌 채권자 셋은 표결 직후 단기 채권 만기를 앞당기겠다고 통보했다. 다리우스의 백색 거래가 실패했으니 황실 연장 보증도 사라졌다는 이유였다. 직원 급료 계정에는 열이틀분만 남았다.

마레아는 가문을 떠났지만 그 숫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감사에 참여하면 이해충돌 때문에 채권 협상에는 들어가지 않고, 여성 가신 대표와 시민 회계관에게 자료 위치만 증언하겠다고 신청했다. 다리우스의 문을 강제로 열 열쇠는 없었다.

다리우스는 문서고가 사유 재산이라며 거부했다. 마레아는 이제 후계 실무권도 가족 대표권도 없어 열쇠를 열 수 없었다. 감사관들은 당사자 동의와 시민 채권자 권리 중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 새 심리를 청구했다.

조약은 멈췄다. 다음 싸움은 벨렌 가문이 잠근 장부의 문 앞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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