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한 선택을 다시 여는 장학생

1포기한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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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한 계단

포기한 선택을 다시 여는 장학생 · 2026. 2. 28.

천장 이음새가 두 번 울렸고, 세 번째에 갈라졌다.

도윤은 기울어지는 격자판 위에서 왼손 장갑 끝을 당겼다. 거짓말을 하기 직전에 나오는 손버릇이었지만, 지금은 거짓말할 상대도 없었다. 실기 감독대의 초시계는 아직 돌아가고 있었다. 점수판도 켜져 있었다. 이 층에서 나가는 길은 두 개였는데, 하나는 방금 무너진 통로였고 다른 하나는 유서린이 삼 초 전에 버린 쪽이었다.

버렸다는 걸 도윤은 정확히 알았다. 그녀가 오른쪽 계단 앞에서 발을 반쯤 올렸다가 내렸고, 그 순간 계단 손잡이의 먼지가 눌린 자리에 손자국이 남았다. 진심으로 접은 선택은 자국이 남는다. 도윤에게는 그 자국이 손잡이처럼 보인다.

실기 점수 사십 점. 조건부 장학생 유지선이 그거였다. 못 넘으면 다음 학기 등록금 고지서가 누나 요양비와 같은 달에 도착한다. 도윤은 숫자를 세는 자신을 알아채고, 숫자 대신 사람을 셌다. 이 층에 남은 응시자는 셋이었다.

“그 길, 방금 포기했지.”

“비켜.” 서린이 앞을 보며 말했다.

“삼십삼 초면 돼. 내가 다시 열어 줄게. 너랑 나 둘 다 나갈 수 있어.”

서린은 그를 보지 않았다. 칼집을 세 번 두드리는 대신 한 번에 뽑았다.

“열지 마.” 칼날이 먼저 말보다 올라왔다.

칼끝이 도윤의 가슴 앞 한 뼘에서 멈췄다. 도윤은 그 거리를 기억해 두었다. 사람을 찌르려는 거리가 아니라, 문을 잠그는 거리였다.

“그건 내가 버린 거야. 버린 이유까지 네가 알아?” 그녀가 물었다.

“지금 그걸 따질 시간이-”

“이유를 모르면 열지 마.” 서린의 문장이 더 짧아졌다. “너 지금 내 판단을 재료로 쓰겠다고 말했어.”

“사람 두 명 사는 쪽으로 쓰겠다고 말한 거야.”

“그건 네 계산이고.” 그녀는 칼을 내리지 않았다. “나는 저 계단이 이미 무게를 못 버틴다고 봤어. 그래서 접었어. 네가 열면 나는 내가 왜 접었는지를 잃어. 그런 거래를 하겠다는 거야?”

도윤은 대답을 준비했다. 준비한 문장은 상대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다음 순서를 제시하는 문장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하고 시작하려는데 서린이 이미 몸을 돌리고 있었다.

말이 끝나기 전에 서린은 왼쪽 지지대를 쳤다. 결단 고정검. 정한 행동선을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 주는 대신, 중간에 마음을 바꾸면 그 값을 몸으로 내는 검이라고 들었다. 서린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지지대가 비스듬히 내려앉으면서 무너진 통로 위에 경사가 하나 생겼고, 그 경사를 타고 응시자 하나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서린이 그 애의 팔을 잡아 끌어냈다.

도윤은 그 장면을 보면서 두 가지를 동시에 잃었다. 하나는 사십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직 아무것도 못 한 삼십 초였다.

“한 명 나왔습니다.” 서린이 감독대를 향해 말했다.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았다. “경로 B, 자력 절단. 응시번호 사십사.”

도윤은 그러니까, 하고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러니까 뒤에 붙일 결론이 없었다.

그때 오른쪽에서 발판이 부러졌다.

소리가 먼저 왔고, 사람은 늦게 떨어졌다. 도윤의 시선이 그 애의 발끝에 붙었다.

떨어지는 응시자는 뛰려던 자세를 이미 풀고 있었다. 팔을 접고, 무릎을 접고, 도약을 접었다. 저 애는 방금 건널 수 있었다. 건너기를 그만두었다.

거리는 열 걸음. 소리쳐 물어볼 시간은 없었다. 물어봐도 대답이 오지 않을 시간이었다. 도윤은 서린이 방금 한 말을 알아들었다. 알아듣고도, 지금 여기에 그 말대로 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도윤은 소리쳤다. 대상에게가 아니라 감독대에게.

“재개방 사용합니다! 응시번호 열둘, 한도윤, 지금 씁니다!”

“허가 없습니다.” 태호 평가관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내려왔다. “정지하십시오.”

정지하십시오, 라는 말은 규정이었고 규정은 이 층 밖에 있었다. 떨어지는 사람은 이 층 안에 있었다.

도윤은 왼손을 폈다.

장갑 아래에서 선 하나가 열을 받기 시작했다.

접힌 도약이 다시 펴지는 감각은 문고리를 잡는 것과 비슷했다. 이미 잠긴 문의 손잡이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다시 돌아가는 상태가 된다. 도윤은 그 손잡이를 잡고 열한 번 셌다.

떨어지던 애의 몸이 공중에서 방향을 얻었다. 접었던 무릎이 펴지고, 발끝이 부러진 발판의 끝을 찍고, 몸이 옆 격자판으로 던져졌다. 그 애가 원래 하려던 동작이었다. 도윤이 만든 동작이 아니었다.

대신 도윤에게 온 것은 그 애가 버린 것이었다.

높이가 몸속으로 들어왔다. 발바닥부터 배까지 훑고 올라오는 순수한 낙하 공포. 자기 것이 아닌 두려움이라서 익숙한 방식으로 견딜 수도 없었다. 남의 무서움은 손잡이가 없다. 도윤은 무릎을 꺾으며 격자판에 손을 짚었고, 열한 번째에서 손잡이를 놓았다.

왼손 선 하나가 뜨거워졌다가 식었다.

소음이 잦아들었다. 살아난 애는 옆 격자판에서 네 발로 엎드린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

도윤은 기어가서 그 애의 어깨를 잡았다. 확인하고 싶은 게 하나 있었다.

“왜 뛰려고 했어?”

그 애가 고개를 들었다. 눈은 멀쩡했고 초점도 맞았다.

“…뛰려고 했어요?”

“건너려고 했잖아. 저쪽으로. 왜?”

그 애는 부러진 발판을 봤다. 자기 손을 봤다. 그리고 도윤을 봤다. 세 번 다 같은 얼굴이었다.

“모르겠어요.”

도윤은 어깨에서 손을 뗐다.

“기억 안 나는 거야?”

“기억은 나요. 저기 서 있었고, 저쪽으로 가야 했고.” 그 애가 말을 끊었다. 다음 단어를 찾는 얼굴이 아니라, 찾을 게 없다는 걸 방금 안 얼굴이었다. “왜 가야 했는지가 없어요.”

“이름.”

“강준. 응시번호 삼십일이요.” 그 애는 자기 번호를 정확히 말했다. 번호는 남아 있었다.

구조용 사다리가 벽을 쳤다. 안전 인원이 올라왔고, 강준은 담요를 받았고, 도윤은 담요를 받지 않았다.

서린이 세 걸음 앞에 서 있었다. 칼은 이미 집어넣은 상태였다.

“쓴 걸 먼저 말했네.”

“말 안 하면 더 나빠지니까.”

“말했으니까 덜 나빠질 거라고 생각해?” 그녀가 되물었다.

도윤은 대답할 문장을 세 개 만들었다. 세 개 다 자기 변명이었으므로 하나도 쓰지 않았다.

“네 퇴로는 안 열었어.”

“그건 네가 잘한 게 아니라 내가 막은 거야.” 서린은 감독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구조 두 건, 경로 두 개. 섞어서 적지 마세요.”

“왜 그건 챙겨 주는데.” 도윤이 물었다.

“챙기는 게 아니야. 내 건은 내 것으로 남아야 하고, 네 건은 네 것으로 남아야 하니까.” 서린이 칼집 안쪽을 엄지로 훑었다. “섞이면 둘 다 값이 싸져.”

태호 평가관이 사다리를 밟고 올라왔다. 손에는 기록지 두 장과 초시계가 있었다.

“응시번호 열둘.”

“한도윤입니다.”

“열둘.” 태호는 이름을 쓰지 않았다. “사용 시간 십일 초. 상한 삼십삼 초. 사전 허가 없음. 대상 동의 확인 없음. 맞습니까?”

“맞습니다.”

“구조 성공 한 건. 이것도 맞습니까?”

“맞습니다.” 도윤이 대답했다.

“둘 중 하나만 인정받고 싶습니까?”

도윤은 그 질문이 함정인지 확인하려고 태호의 얼굴을 봤다. 함정이 아니었다. 정말로 묻는 얼굴이었다.

“아니요. 둘 다 적어 주십시오.”

태호는 기록지 두 장을 나란히 들었다. 한 장에는 구조가, 다른 장에는 위반이 적혀 있었다.

“두 장 다 남습니다. 한쪽으로 다른 쪽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해했습니까?”

“…예.”

“왼손 주십시오.” 태호가 기록지를 덮고 잠금쇠를 꺼냈다.

도윤은 왼손을 내밀었다. 태호가 장갑 손목에 봉인 잠금쇠를 걸었다. 딸깍, 하고 두 번. 한 번은 잠기는 소리, 한 번은 잠긴 걸 확인하는 소리였다.

“살린 것과 허락받은 것은 다릅니다.” 태호는 기록지 여백에 뭔가를 적었다. “재현 검사 전까지 사용 금지입니다.”

“봉인은 며칠입니까.”

“하루입니다. 내일 오전에 재현 검사가 있습니다. 통제 가능성을 보이면 조건부로 풉니다.” 태호가 잠금쇠를 한 번 더 확인했다. “못 보이면 학기 내내 잠깁니다.”

도윤은 잠긴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았다. 잠긴 걸 감추면 다음에 또 감출 것 같았다.

“대상 학생은요.”

태호가 초시계를 한 번 멈췄다.

“무슨 뜻입니까.”

“강준입니다. 응시번호 삼십일.” 도윤은 봉인된 손을 내려다봤다. 선 하나가 아직 미지근했다. “저 애가 왜 건너려고 했는지 말을 못 합니다. 제가 쓴 뒤부터요. 그건 기록에 없습니까?”

“없습니다.” 태호가 말했다. “서식에 그 칸이 없습니다.”

“그럼 만들어 주십시오.”

태호는 그를 삼 초쯤 봤다. 감정을 읽는 눈이 아니라 시간을 재는 눈이었다.

“여백에 적겠습니다. 여백은 이의 절차의 대상이 아닙니다. 대신 열둘, 아니 한도윤 학생은 저 학생의 후속 기록을 열람할 책임에 서명하게 됩니다. 서명하면 합격 심사에 유리하지 않습니다. 알고 하십니까?”

“합니다.”

태호는 대답 대신 기록지를 넘겼다. 그리고 세 번째 장을 꺼냈다.

실기장 밖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서린이 그를 한 번 세웠다.

“열한 초.” 서린이 계단 손잡이에 팔을 걸쳐 길을 막았다.

“…뭐.”

“네가 쓴 시간. 상한이 삼십삼 초인데 열한 초에서 놨어.” 서린이 그의 왼손을 봤다. 봉인 잠금쇠를 본 게 아니라 그 아래를 본 눈이었다. “왜 놨어?”

도윤은 정확히 대답할 수 있었다. 그 애의 발이 격자판에 닿았을 때 놨다고. 하지만 정확한 대답을 하면 다음 질문이 왜 그렇게 잘 아느냐가 될 것이고, 그 질문에는 아직 답할 준비가 없었다.

“됐다고 판단해서.”

“판단이 아니라 못 버틴 거면.” 서린은 그의 침묵을 기다리지 않았다. “다음엔 그게 사람 목숨 위에서 티가 날 거야.”

계단 아래에서 담요를 걸친 강준이 안전 인원에게 뭔가를 묻고 있었다. 도윤은 그 목소리를 들었다.

“저, 제 기권 사유는 뭐라고 적어야 하나요?”

안전 인원이 되물었다. “기권하시게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 애가 말했다. “근데 왜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목소리는 담담했다.

서린이 도윤을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게 오늘 들은 문장 중에 가장 길었다.

도윤은 자기 손을 봤다. 장갑은 잠겨 있었고, 잠긴 손으로는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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