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심문장의 상석은 비어 있었다
멸문한 대사형은 문규부터 고친다 · 2026.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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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심문장의 상석은 비어 있었다. 진무결은 문주라는 명분 대신 장로들과 대등한 높이의 의자에 앉아 소매로 손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정산관 장로들은 헛기침하며 최율이 펼쳐 둔 기록서와 차연호의 등 뒤를 번갈아 보았다. 차연호는 왼손 엄지를 짓누르며 정면을 응시했다. 왼손바닥의 흉터가 욱신거렸다. 그는 숨을 들이마시고 몸을 곧게 폈다.
"금계 파괴, 그리고 기록고 침입과 반진 장부 열람. 그 모든 행위는 나 차연호가 단독으로 기획하고 수행했다. 문파의 법도를 어긴 죄를 물으려면 나부터 심판대에 세우라."
연호의 목소리는 심문장 구석까지 명확히 전달되었다. 장로 하나가 낡은 두루마리를 펼치며 차연호를 쏘아보았다.
"대사형, 그 일은 잠시 뒤로 미루고 우선 안소빈 제자의 피해 사실부터 밝히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나. 정산식에서 겪은 충격으로 인해 제자의 상태가 온전치 않으니, 상황을 축소하는 것이 문파 체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안소빈은 발걸음마다 소매 속 오른손을 왼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그녀가 증인석에 서자 장로들이 입을 열었다.
"안소빈,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네가 겪은 그 끔찍한 고통을 상세히 말해 보아라. 네가 울며 말한다면 우리 장로들이 힘을 합쳐 보상책을 논의할 수도 있다."
안소빈은 눈물 대신 고개를 들어 장로들을 차례로 응시했다. 장로들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이 아닌 손목에 고정되어 있었다.
"보상책을 논의하기 전에, 제가 왜 정산식에서 반진을 온전히 받아내야 했는지 그 이유부터 확인했으면 합니다. 장로님들, 모두 손을 펴 주십시오."
안소빈이 또렷하게 말했다. 장로들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 즉시 손을 펴 주십시오. 정산식 때 제자들이 취해야 했던, 기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지금 이곳에서 똑같이 재현해 주십시오."
한 장로가 얼굴을 붉히며 책상을 내리쳤다.
"무엄하구나! 어찌 스승의 자리에서 제자의 자세를 취하란 말이냐."
안소빈은 소매 속에 감추었던 오른손을 꺼내 허공에 올렸다.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자세는 정직합니다. 제가 했던 방식대로, 손목의 각도를 꺾고 숨을 멈추어 보십시오. 그러면 알게 될 겁니다. 왜 제 손목에만 검은 멍이 들고, 장로님들의 팔목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는지."
공개 심문장의 정적이 깊어졌다. 장로들의 팔목에는 하나같이 두꺼운 가죽 보호띠가 둘러져 있었다. 그것은 정산의 반진을 일부 차단하는 도구였다. 안소빈은 자신의 손을 바닥에 내리치듯 펼치며 덧붙였다.
"장로님들은 지금 그 띠를 차고 계십니다. 제가 저 자세를 취할 때, 제 손목의 혈맥이 비명을 지르는 동안 장로님들은 그 띠 덕분에 편안하셨겠지요. 보호띠는 단순히 장식입니까, 아니면 제자들의 반진을 대신 받아낼 수 없다는 비겁한 방패입니까?"
장로 하나가 당황하며 소매를 끌어내려 보호띠를 가리려 했다. 안소빈은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쏘아붙였다.
"가리지 마십시오. 그 띠는 정산의 공정함을 증명하는 도구여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자들의 통증을 은폐하는 표식이 되었군요. 제가 그 통증을 느끼며 숨을 멈출 때, 장로님들은 그 띠 안에서 어떤 평온을 누리셨습니까?"
최율이 붓을 멈추고 기록지에 무언가를 빠르게 적어 넣었다. 그는 장로들의 보호띠와 안소빈의 손목을 확인하며 인장을 꺼내 들었다. 진무결은 여전히 상석을 비운 채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장로 하나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것은 순번을 정하는 문규일 뿐이다. 누군가는 전수권을 짊어지고, 누군가는 그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값을 치르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겠나."
도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갑게 내뱉었다.
"그 이치가 왜 하필 가장 어린 사매의 손목에만 집중되는지 설명해 보십시오. 장로님, 저 또한 전수좌 후보입니다. 제가 승리할 때마다 제 아래 제자들의 기록에 보이지 않는 점 두 개가 찍히는 것을 제가 몰랐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도겸의 손에는 그가 조사해 온 장부 사본이 들려 있었다. 그는 장로들을 향해 장부를 펼쳐 보이며 덧붙였다.
"보십시오. 3년 전 정산기, 제가 3연승을 거두었을 때 이 기록에는 제 이름 옆에 붉은 점이 찍혔습니다. 하지만 그 점은 내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내 뒤에 서 있던 안 사매의 손목으로 넘어간 반진의 흔적입니다. 내가 승리한 대가로, 내 사매가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게 문파의 영광입니까?"
차연호는 그 변화를 보며 왼손의 통증이 옅어짐을 느꼈다. 피해자라는 낙인은 지워지고, 문규라는 이름의 폭력을 파헤치는 조사관들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휴정이 선언되자 차연호는 계단으로 향하는 안소빈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차연호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팔을 잡아주려 했으나 멈추어 섰다. 그 손길이 다시 그녀를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고착시킬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안 사매. 물을 마실 건가, 아니면 다음 장부 기록을 확인할 건가. 아니면 잠시 여기서 쉬고 싶나."
안소빈은 떨리는 손으로 물잔을 잡았다. 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지만, 그녀는 차연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잔을 들어 올렸다. 한 모금 마신 뒤 그녀가 차연호를 똑바로 보았다.
"대사형, 아까 증언할 때 장로님들의 눈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제가 울지 않는 것을 무척 당황스러워하더군요. 제가 다음 순서에 장부를 제출할 때, 그들이 다시 한번 저를 막으려 할 것입니다."
"그들이 막는다면, 내가 규율서기의 권한으로 열람을 강제하겠다."
"아니요. 강제는 또 다른 비용을 낳습니다.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다음 질문은 제가 도 사형과 함께하겠습니다. 대사형은 그저 저 뒤에서, 우리가 기록을 공개할 때 도망치지 못하게 문을 잠가 주시기만 하십시오."
차연호는 그녀의 단호한 말에 짧게 고개를 꼿꼿이 끄덕였다. 안소빈은 빈 잔을 내려놓고 다시 증인석으로 향했다. 차연호는 그녀가 내미는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그 안에는 정산식의 순번과 반진 전가의 상관관계가 수치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종이를 꽉 쥐었다.
"이 수치는... 장로들이 반박할 수 없는 자료군. 잘했다, 안 사매."
오후가 되자 심문장은 더욱 어수선해졌다. 최율은 더 이상 장로들의 편을 들지 않았다. 그는 장부의 반복 표식과 실제 반진 기록 사이의 불일치를 지적하며 엄격한 심사를 이어갔다. 도겸은 자신의 연승 기록을 꺼내 놓으며, 자신이 승리할 때마다 누구의 반진이 자신에게서 아래로 흘러갔는지 구체적인 숫자를 읊었다.
"이것은 내 승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부상을 딛고 올라선 기록입니다. 그러니 이 순위 또한 다시 계산되어야 합니다."
장로들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진무결은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그가 비워 둔 상석은 이제 누구도 앉을 수 없는 공백이 되어 심문장의 모든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도겸은 장로들을 향해 장부를 펼쳐 보였다.
"말씀해 보십시오. 제 승리가 정당했다면, 왜 이 장부의 기록은 내 승리 뒤에 누군가의 통증을 기록하고 있습니까? 이 장부의 붉은 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산관의 규율을 담당하는 장로님들께서 직접 해명하십시오."
도겸은 멈추지 않았다.
"침묵은 긍정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제가 이 장부를 최율 서기님께 전달할 때, 여러분은 어떤 변명을 준비하시겠습니까?"
심문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최율이 마지막 문서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문주의 인장이 찍힌 채 밀봉되어 있던, 가장 은밀한 반진 장부였다. 최율이 봉인을 뜯자, 그 안에는 붉은색 먹으로 찍힌 점 두 개가 선명하게 찍힌 이름들이 가득했다.
"기록상, 이 점은 반진 집중 대상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점 아래에는... 특정 제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군요."
차연호의 눈이 커졌다. 최율이 서류를 건넸다.
"차 규율서기, 이 장부의 책임 소재를 오늘 자정까지 밝혀내지 못하면, 이 심문은 무효가 됩니다. 문주님께서 이 문서의 소유권을 당신에게 넘기겠다고 하셨습니다."
차연호는 떨리는 손으로 그 장부를 받아 들었다. 왼손의 통증이 다시금 발작적으로 밀려왔다. 이 장부를 펴는 순간, 그는 문파 내의 모든 계보와 전쟁을 시작해야 했다. 밖에서는 서은설이 분원 장부 사본을 든 채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는 전수좌 한 칸이라는 대가를 요구하며 차연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 흐르고 있었고, 장부 속의 붉은 점들은 연호의 왼손처럼 욱신거리며 그에게 다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차연호는 장부를 펼치며 소빈과 도겸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 장부를 통해 누구를 심판대에 올릴 것인가. 차연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장부의 첫 장을 넘기며 결심했다.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묵인하지 않겠다고. 그는 소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준비한 증거가 바로 이 장부의 마지막 페이지를 열 열쇠였다. 차연호는 왼손 엄지로 붉은 점을 쓸어내리며, 밖에서 기다리는 서은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전수좌라는 대가가 아니면 이 장부의 뒷면을 열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그는 인정해야 했다. 심문장의 문이 열리며 찬 바람이 들이닥쳤다. 서은설이 복도 끝에서 차연호와 눈을 맞추며, 손에 든 분원 장부를 꽉 쥐었다.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단 세 시진. 장부를 열 것인지, 은설의 거래를 받아들여 계보의 한 축을 붕괴시킬 것인지 차연호는 결정해야 했다. 차연호는 붓을 들어 장부의 빈칸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첫 번째 책임자가 되기로 한 순간, 장부의 붉은 점들이 연호의 손등 위로 겹쳐 보였다. 은설이 다가와 차연호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전수좌 한 칸, 그리고 그 대가로 치러야 할 다른 문파의 장부까지. 잊은 건 아니겠지? 연호는 서은설을 바라보며 장부를 반으로 접었다. 이제 돌아갈 곳은 없었다. 그는 소빈에게 장부를 건네며 짧게 명령했다.
"기록을 검증하라,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전수권이다."
소빈은 떨리는 손을 뻗어 장부를 받았다. 묵직한 가죽 표면이 차가웠다. 그녀는 장부를 펼치기 전, 엄지로 장부의 가장자리를 훑으며 도겸을 힐끗 보았다. 도겸은 어느새 소빈의 등 뒤로 다가와 서 있었다. 그는 소빈의 어깨를 가볍게 짚으며 장로들을 향해 주먹마디를 꺾었다.
"안 사매, 마음껏 펼쳐라. 뒤는 내가 막는다."
연호는 서은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장부의 매듭을 풀어헤쳤다. 장부 안의 붉은 점들이 마치 살아있는 혈맥처럼 툭툭 불거져 나왔다. 소빈은 망설임 없이 첫 페이지를 넘겼다. 장부의 기록이 심문장의 정적을 찢고 울려 퍼졌다.
"정산식 제1순위, 도겸 사형의 승리 이면에 기록된 반진 값은 사형의 것이 아닌 저의 손목으로 강제 배당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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